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69)
범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낙타고기 먹방’ 영상이 만들어졌다.
“흐읍!”
일단 희연이 먹는 걸 범수가 카메라로 찍어주기로 했다.
희연은 한 번 기합을 넣고, 낙타 고기를 입에 넣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양꼬치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큰 꼬챙이다.
희연은 신중하게 포크를 이용해서 낑낑거리며 고기 한 점과 야채 한 점을 빼내서 접시에 담았다.
물론 도와주지는 않았다.
혼자 먹는 과정을 찍는 게 제일 좋으니까.
“어라?”
고기 한 점을 썰어서 입에 넣은 희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음. 이건 맛이 너무 익숙해서 놀라울 정도인데?”
“그래?”
범수와 나도 그 말을 듣고 당장 맛을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일단은 희연의 영상을 찍고 난 다음에 우리 영상을 찍어야 하니까.
“응. 생각보다 고기 냄새는 많이 안 나네. 그런데….”
“응? 뭔데?”
“뒷맛은 좀 달라요. 기름기가 좀 입에 남는 느낌? 이것 때문에 취향 안 맞는 분들도 있을 거 같긴 해요. 그런데 저한테는 괜찮네요.”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희연은 다시 고기 한 점을 입에 가져갔다.
이번에는 함께 구워진 양파와 피망을 곁들여서.
“음. 야채와 함께 먹으니까 확실히 맛이 산뜻하네요. 이 정도면 한국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향신료는 우리가 양꼬치에 먹던 거하고 생각보다 비슷해요.”
희연의 낙타고기에 대한 소감이었다.
이 영상은 나중에 희연의 채널에도 올라갔고, 또 다른 각도와 편집으로 우리 채널에도 올라갔다.
미리 거기에 달린 댓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나는 연님씨 이런 점이 좋아. 다른 여캠들하고는 확실히 다르지.
– 그러게. 낙타고기를 입에 넣을 수 있는 젊은 여자들이 많지 않을 거 같은데.
– 연님씨! 메르스 조심해요!
이런 감탄과 애정이 담긴 댓글들.
하지만 물론 시비성 댓글도 있었다.
– 동물 학대 아냐?
– 이건 뭐 자기가 모르는 동물 먹기만 하면 동물학대래?
– 아니. 저건 어린 낙타라잖아.
– 우리가 먹는 치킨부터가 덜 자란 닭이거든? 어린 거 먹으면 학대라는 거부터가 편견이에요.
– 메르스는 언제적 메르스 얘기냐?
이런 육식 문제나 동물 학대에 대한 갑론을박.
물론 논란이 어느 정도는 있을 걸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선을 넘은 건 아니니까.
희연의 영상을 찍은 후, 나와 범수도 1인칭으로 낙타 고기 먹방을 완료했다.
“흠. 재밌네요.”
“어때요. 보시기에 재밌었나요? 카타르 시청자들도 볼만한지 모르겠네요.”
“음. 저는 확실히 재밌었어요. 아시다시피, 외국의 사업 파트너들한테 음식 대접하는 건, 그런 반응을 보는 재미도 있는 거니까요.”
“확실히 그렇겠네요.”
“일단 카타르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거든요. 그런데 한국인이 낙타고기 즐기는 영상 올라오면, 카타르 사람이라면 클릭할 겁니다.”
“좋네요. 한번 올려 봐야겠네요.”
“네. 일단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저희한테 소스 보내주시면, 이쪽에서 자막 작업을 해보지요.”
알 하즈리가 말했다.
“그럼, 자막 달아주신 영상의 수익 분배는 어떻게 할까요?”
내가 신중하게 물었다.
“일단 첫 영상이니, 한번 시험 삼아 런칭해 보지요? 일종의 파일럿 에피소드(드라마의 1 시즌 첫 에피소드같이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방영하는 에피소드)처럼요.”
“그럼, 무상으로 해주시겠다는 건가요?”
“일단, 자막을 다는 것 자체는 큰 인건비가 드는 건 아닙니다. 일단은 자막 달고, 우리 업체에서 구독과 좋아요만 눌러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반응을 보지요. 그다음에 정식으로 조건을 논의하는 건 어떻습니까?”
흠.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구독자 2878278명
희연의 영상에 아랍어 자막을 입히는 데에는 정말 짧은 시간이 걸렸다.
희연의 채널에 올라가는 영상은 브이로그 형태라서 멘트가 쉴 새 없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에 비해 같은 소스를 편집해서 우리 채널에 올리는 버전은 브이로그 느낌 나는 멘트를 거의 날려 버린다.
대사가 적으니 번역도 쉽다.
“호오. 신기하네요. 같은 소스로 두 개 영상을 만들어서 각각의 채널에 올리다니.”
알 하즈리는 물론, 한상근 통역사도 신기해했다.
“사실 유튜브에서는 이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다 개인 크리에이터에 가까우니까, 방송국하고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거죠.”
“그러네요. 방송국에서는 같은 소스로 프로그램 만들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거 같은데 말이죠.”
한상근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건 알 하즈리의 의견이 아니라, 한상근 자신의 의견이었다.
한상근은 자신이 우리에게 한국어로 한 말을 알 하즈리에게 통역해 주었다.
“그러네요. 방송국에서 만드는 영상 문법에 우리가 익숙해져 있었나 보네요. 유튜브 영상은 세부적으로 상당히 다르군요. 흥미롭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렇게 해도 될 거 같아요.”
내가 잠깐 생각한 후, 제안을 던지기로 했다.
“어떻게요?”
“아예 아랍어 자막을 영상 내에 입혀서 올려 보지요.”
“어. 유튜브 자막 기능이 아니라요?”
“네.”
“그러면 한국 시청자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알 하즈리와 한상근이 똑같이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의아해하는 건 희연과 범수도 마찬가지였다.
“아랍어 자막을 한국인들 보는 영상에? 거부감 가지지 않을까?”
희연이 알 하즈리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카타르 사람이 들으면 좀 불쾌할 수 있는 말이니까.
하지만 한국에서 아랍어가 갖는 위상은 영어 같은 외국어하고는 완전히 다르니까, 부정할 수 없는 냉정한 사실이긴 하다.
“글쎄요. 우리가 지금 카타르에서 이 영상을 찍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이 다 아니까요.”
내가 대답했다. 이건 동료들에게 하는 대답이기도 하다.
“음?”
“카타르에 와서 카타르 음식을 대접받았잖아요. 그걸 기념해서 카타르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자막을 넣는다고 하는 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요.”
“흠. 그것도 그러네. 대접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범수가 내 말을 듣고 이렇게 덧붙였다.
“일단, 희연의 낙타고기 먹방을 그렇게 작업해서 올려 보죠. 그리고 카타르 항공 비행기하고 호텔 영상도 그렇게 올려 볼게요.”
“제가 보기에도 카타르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거 같습니다.”
내 말을 들은 한상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겠죠?”
내가 웃으며 확인하듯 물었다.
“네. 한국인이 자기들 항공사 즐기고, 음식 먹고. 게다가, 요즘 한류 바람의 중심인 20대 미남미녀들이잖아요. 안 먹히면 이상하죠.”
“어머.”
희연이 그 말을 듣고 살짝 얼굴을 붉혔다.
“좋아요. 일단 그렇게 해서 카타르하고 아랍권 국가들 반응을 보죠. 그 결과를 놓고 배급권 정식 계약을 합시다.”
알 하즈리가 말했다.
“좋습니다.”
나도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지금 당장 계약서를 내밀면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저렇게 우호적으로 나오니 좋은데?”
나는 알 하즈리가 제공한 마이바흐 리무진 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 사실 저쪽 사람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너무 없잖아. 분명 돈이 많고 신분이 확실한 거 같기는 하지만.”
희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외국 법인과 비즈니스 협상을 하면서 우리는 개인 자격으로 테이블에 앉으면 여러 가지로 위험이 많을 거야. 아무래도 법인 대 개인은 좀 그렇지.”
“그럼 어떡하지?”
“방법은 많지.”
내가 웃으면서 답했다.
“그래?”
내 대답을 듣고 범수와 희연의 눈이 커졌다.
“응. 일단 몬테카를로 가서 고장혁 삼촌한테 정보 좀 얻고.”
“아.”
범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끼어들었다.
“아예 L그룹을 등에 업어도 되겠는데?”
“음. 그건 최후의 카드고.”
내가 범수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어. 왜?”
“응. 괜히 신세를 지면 그게 다 빚이라고.”
“그래도 저쪽에 배급 법인이 있으면, 이쪽에서도 수출 법인으로 상대하는 게 좋을 거 아냐.”
범수가 말했다.
“그건 맞지.”
나도 그 말에는 동의했다.
“그러면 L그룹이 최고 아닌가? L그룹 명의로 협상하면 혹시 저쪽에서 나쁜 의도를 갖는다고 해도 뒤통수 맞을 일이 없을 거 같은데.”
희연도 범수의 의견을 거들었다.
“음. 그래. 확실히 그런 안전성은 있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괜히 이 아이템이 L그룹에 종속될 수 있는 것도 안전성 면에 있어서 아주 좋은 을은 아니지.”
“그런가.”
게다가, 사실 내 주머니에는 종잣돈이 엄청나다.
굳이 L엔터에 손을 내밀 거 없이, 군소 엔터테인먼트 회사 여러 개를 통째로 인수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그쪽으로는 내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게.”
“알았어. 그건 네가 알아서 해. 하지만 L그룹 활용하는 카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거다?”
희연이 나를 달래듯 말했다.
아마 고현욱이나 고현석과의 관계 때문에, 내가 일부러 L그룹 카드를 쓰지 않는 걸 방지하고 싶어하는 거 같았다.
‘나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 아닌데.’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이건 정말 뜻밖의 행운인데? 비행기 안에서 만난 사람 덕분에 뜬금없이 아랍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열린 거 아냐?”
희연이 화제를 바꿔서 말했다.
“응. 그런 셈이네. 사실 나도 해외 진출은 구독자 500만 바라볼 때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게. 큰맘 먹고 여행 가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행운이다.”
범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게 다 우연일까?”
희연이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우연은 우연이지.”
“그렇지? 우연인데 좀 실감 안 난다. 하하.”
희연이 웃었다.
“그런데 1등석 안 탔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우연이긴 하지.”
내가 웃음을 거두고 덧붙였다.
“아. 그건 맞는 말이다.”
희연과 범수도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고 수긍했다.
“그래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 골프를 치고, 1등석을 타고 하나 봐.”
범수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호텔에 가자마자 희연이 영상부터 올리자. 아침에 조회수하고 댓글 분석 좀 하자고.”
내가 말했다.
“그래. 좀 떨린다.”
희연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호텔에서 1박 더 하기로 했다.
알 하즈리가 밤 비행기를 타지 말고 아침 비행기를 타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밤 비행기를 타면, 1등석에 앉아서 8시간 비행시간 동안 자야 하잖아요. 아니면 잠과 싸우던가. 아침에 도착하니까.”
“아. 그러네요.”
“그냥 1등석도 아니고 1등석 레지던스를 예약했지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레지던스에서 푹 자는 것도 아깝지 않겠습니다만. 촬영할 거면 좀 아까울 거 같은데요?”
알 하즈리가 물었다.
이보쇼. 촬영하지 않아도 1등석 레지던스에서 잠만 자면 ‘일반적’으로 아깝다고.
“맞아요. 그 생각을 못 했네.”
“비행기를 내일 아침으로 미루고, 호텔을 하루 더 잡으십시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비행기와 호텔 예약을 도와주는 호의는 받아들이고, 호텔 숙박비를 대준다는 호의는 사양했다.
나는 호텔에 들어와서, 고장혁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오후에 떨어지기로 됐어요.
– 스케줄을 또 늦췄어? 느긋하구만.
고장혁의 답이었다.
– 네. 정확하게 스케줄이 24시간 밀렸어요. 니스 공항에 마중 나오시는 거, 늦출 수 있을까요? 자꾸 바꿔서 죄송해요.
– 응. 그런 건 상관없어. 하루 늦어진다고 힘들어할 사람 아무도 없어. 조카님만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
– 네. 아예 귀국일도 하루 늦추는 걸 고려 중이에요.
– 캬아. 시간 부자 같으니라고.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게 시간 부자래.
– 하하. 아직 학생이니까 시간은 좀 자유롭죠.
– 그건 그렇고, 지금 뭔가 하고 있는 건가?
고장혁이 갑자기 던진 질문이었다.
– 네? 어떤 거요?
– 아니. 여행 가서 유튜브 성장이 좀 주춤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비행기 타자마자 구독자가 더 오르냐고.
– 아, 하하.
– 1등석 영상 덕인가? 아니면 그거 말고 무슨 다른 비결이 있나?
고장혁도 열심히 내 채널을 모니터하고 있었단 소리다.
* * *
젊고 예쁜 동양인 여성이 낙타고기에 도전하는 영상.
고기 냄새가 역할까 봐 잔뜩 긴장한 얼굴로 먹다가 맛을 보고 안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
우리의 생각대로, 이 영상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포인트를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