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74)
“흠. 한국 사람한테는 확실히 신기한 감각이긴 한데….”
내가 턱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실 유럽에 장기여행 갔었거나, 유학한 사람은 익숙한 일일 거야. 생각보다 희소성이 없을지도.”
“그런가.”
범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확실히 재밌는 사실이긴 하네. 몬테카를로 입국 영상에 써먹자고.”
“응!”
내 말을 듣고 범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근데 여권에 입국 도장도 안 찍나?”
범수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중얼거렸다.
“음. 저기서 찍을 수 있어. 가서 찍어 달라고 하면 기념으로 찍어줘.”
고장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응? 기념이요? 그럼 안 찍어도 된다는 말?”
“음. 비행기 타고 들어오는 사람 아니면 여권에 도장 안 찍히니까. 그거 아쉽다고 하는 사람 있거든. 그런 사람들을 위해 돈 받고 찍어주는 데가 있지. 크크크.”
고장혁은 낄낄 웃었다.
“하하…. 입국 도장이 필수가 아니고 기념용이라니. 진짜 감각이 다르구나.”
범수가 고개를 황당한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찍지는 말라고.”
“어, 왜요?”
“그게 공식적인 게 아니라서. 여권에 비공식적인 거 찍혀 있으면 입국 안 시켜주는 까다로운 나라들도 있어. 러시아 같은.”
“아. 그래요? 그럼 러시아 갈 때는 그 페이지를 찢어야겠네요?”
“그럼 훼손된 여권이라 퇴짜지.”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입국 도장 찍지 말라고.”
“허. 입국 도장을 찍지 말라고 권장하는 나라라니. 상상도 못 했다.”
영상에 자막으로 넣을 내용들 신나게 수집하는 동안, 우리는 드디어 모나코의 가장 번화한 구역인 몬테카를로에 진입했다.
“우와. 멋지다.”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는 깎아지른 산이 펼쳐져 있다.
이 지형은 니스에서부터 똑같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높은 산 위에서부터 바다까지 계단처럼 아름다운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섰다는 것.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살짝 석양이 끼고 있는 산과 바다가 있는 항구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이건 사실 유럽 사람들한테는 진짜 유명한 풍경인데. 우리나라 유튜브 독자들한테는 생소해서 잘 나갈 콘텐츠겠네?”
“하하. 맞아요.”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아까 조카님이랑 대화를 하고 나서 깨달았다고. 내가 진작 몬테카를로 콘텐츠 좀 만들어서 한국에 수출할 걸 그랬어. 하하.”
고장혁이 웃었다.
설마 그럴까? 고장혁은 L그룹 침공할 계획 세우느라 바빴을 거 같은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눈치챘는지, 고장혁이 이렇게 말했다.
“나도 10년 전에는 진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아, 네.”
그래. 그룹에서 쫓겨나고 20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동안 내내 복수의 칼날을 가느라 바쁘지는 않았을 테니.
“이따가 숙소에 도착하면 전망이 아주 좋으니까, 천천히 찍으라구.”
카메라를 들이대는 우리를 보고 고장혁이 점잖게 조언했다.
“네. 호텔은 어디인가요?”
“오늘은 호텔 아니야.”
“엇. 그래요?”
“몬테카를로에서 제일 유명한 호텔은 ‘호텔 드 파리’지. 거기는 내일 잡아 놨어. 거기 스위트룸은 한번 묵어 볼 가치가 있으니까.”
“그럼 오늘은 어디예요?”
“내가 사는 집.”
“엇?”
“나도 몬테카를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말야. 내 집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하나 샀지.”
“와우.”
태연하게 말하는 고장혁이 갑자기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 * *
“아니, 이건 저택이잖아요.”
“흐흐흐. 모나코에서 흔하디 흔한 저택이지.”
고장혁이 킥킥 웃었다.
“그러게요. 항구 쪽으로 계단처럼 지어져 있는 건물 중에 저택으로 보이는 게 많긴 했어요.”
“백만장자 비율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고. 모나코 인구가 3만 3천 명인데, 그중에 1만 2천 명이 백만장자야. 즉, 재산이 백만 달러 이상이라고.”
“와우.”
“그러니까 저택에 사는 사람도 발에 치인다고.”
“모나코 국적도 갖고 계세요?”
“아니. 영주권. 모나코는 이중 국적 허용 안 해서. 한국 국적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희연의 말에 고장혁이 선선히 대답했다.
“그렇구나. 한국에 환멸을 느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래도 국적을 버리기는 쉽지 않죠?”
범수가 말했다.
“다시 L그룹에 돌아가려면 한국 국적이 없으면 불리하다고 생각했지.”
고장혁이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헉.”
“훗. 나도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조카님 앞이니까 나도 좀 무장해제가 된다고 할까?”
고장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고장혁이 만만치 않은 인간이라는 걸 한 방에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20년 이상 칼을 갈았단 말이니까.
포기했던 게 아니라, 찌르고 들어갈 틈이 생기길 기다린 거다.
‘실실 웃는다고 방심해서 대하면 안 되는 아저씨라니까.’
지금 모습은 목적을 달성해서 성격이 변해서 보이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원래부터 여러 개의 가면을 갖고 있는 사람일지도.
“아. 아까 말씀하신 게 뭔지 알겠어요.”
아마 내가 하는 생각을 희연과 범수도 한 모양이다.
희연이 재빨리 화재를 돌리듯이 말했다.
“응. 벌써 집 안에 들어가기 전부터 느껴지지? 하하.”
고장혁이 흐뭇하게 웃었다.
고풍스러운 철창으로 된 문을 통과해서, 정원 옆에 있는 주차장.
주차되어 있는 차만 해도 대단하다.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그리고 포르쉐까지.
큰 차 5대는 거뜬히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지만, 정원 전체 넓이의 5분의 1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정원을 내려다보며 우뚝 솟아 있는 4층 건물.
척 봐도 방이 20개는 넘어 보였다.
그리고 놀라운 게 또 하나 있다.
분명 저택 뒤로도 산이 한참 위로 올라가는데, 이 저택을 내려다보는 다른 집이 보이지 않는다.
이 집이 이 일대에서 가장 호화로운 저택이라는 의미다.
L그룹에서 쫓겨났다고 하지만, 엄청난 재산을 갖고 외국으로 도피했던 모양이다.
역시 대기업 인간들은 스케일이 다르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이미 고장혁은 우리나라 웬만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넘보지 못할 정도로 부자였다.
‘세계에서 제일 부자 나라에서 이 정도 집을 갖고 있다니. 이렇게 호화롭게 살아도 야망은 또 따로 갖고 있구나. 나로서는 이해 못 하는 세계군.’
내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호텔 스위트룸도 좋지만, 유럽식 저택 체험이 훨씬 더 희소성이 있겠네요. 감사해요.”
“음. 실컷 찍으라고.”
내 감사 인사에 흔쾌하게 대응하는 고장혁이었다.
“그런데, 너무 자세하게 노출되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그럴까? 뭐 이제는 숨어 사는 처지도 아니라서 별로 의미 없긴 한데.”
고장혁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자. 그럼 일단 들어가자고. 내가 현관부터 투어를 좀 시켜주지.”
정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희연과 범수가 그 말에 반응했다.
“오. 좋아요! 그런데 여기 풍경이 너무 예쁘네요.”
“음. 꼭대기 층에 있는 침실을 준비해뒀어. 거기서 내려다보면 경치가 더 잘 보일 테니까, 빨리 올라가자고.”
“오오!”
“이 집이 침실이 좀 많아서, 각자 방 하나씩 줄 테니까 푹 쉬라고!”
“와우!”
계속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대였다.
“엇. 현준아.”
범수가 휴대폰을 만지자거리다가, 나를 불렀다.
“응. 무슨 일 있어?”
저런 태도는 유튜브에서 무슨 일이 났다는 얘긴데.
“응. 우리 구독자 300만 돌파다.”
“어엉? 벌써?”
구독자 3100000명
“응. 진짜 구독자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범수가 말했다.
“흠.”
나와 범수는 내 침실에 달린 테라스의 간이 의자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는 중이었다.
10월의 몬테카를로 평균 기온은 낮 24도 밤 17도.
간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석양에 비친 도시와 항구 풍경을 바라보기 딱 좋은 날씨다.
그 순간에 범수가 구독자 300만 돌파를 알린 것이다.
“타이밍 딱 좋네. 아무래도 오늘은 와인 파티를 해야겠다.”
“응. 저녁 준비하고 있다니까, 거기서 와인 나오겠지.”
나도 휴대폰을 꺼내서 최근 올린 영상들의 댓글을 모니터했다.
“음. 확실히 아랍어 댓글들이 늘었네.”
한국인 구독자가 늘어나는 속도와 아랍권 구독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합쳐진 게 확실했다.
– 댓글에 아랍어가 많아. 보기 싫네.
– 인종 차별하지 마.
– 저 사람들도 번역기 돌리면 다 알아듣거든?
– 그래. 우리 한류 콘텐츠 고객들이다. 잘해드려.
– 크크크크.
이런 댓글들이 달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아랍권 구독자들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그러네. 크크크.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글로벌해졌어.”
내가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자 범수가 웃었다.
–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열어주니 희연이 서 있었다.
“테라스 나가 봤어? 아, 범수하고 벌써 앉아 있었구나.”
희연이 방에 들어오면서 말했다.
“희연이 방에도 테라스 있나?”
“응. 있어. 방들이 거의 똑같이 생긴 거 같은데?”
희연이가 방에 들어와 구조를 파악한 후 말했다.
“응. 직육면체로 생긴 저택이니까, 방 크기나 모양이 서로 달라질 이유가 없을 거 같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흠. 그건 좀 재미없네.”
“여긴 저택이니까 그렇고. 성으로 가면 달라지지 않을까?”
희연의 말에 범수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했다.
“성? 캐슬?”
범수의 말을 들은 희연의 눈이 커졌다.
“응. 성. 성은 울퉁불퉁하고 구조가 복잡하잖아. 방어가 목적인 건물이니까.”
“어머. 그런 데에서 우리가 묵을 수 있나?”
“오.”
희연의 질문을 듣고 내가 무릎을 쳤다.
“왜?”
범수가 나를 보고 물었다.
“성에서 묵는다. 그거 꽤 좋은 콘텐츠 아냐?”
“엇.”
“유럽식 저택에서도 처음 묵어보는데, 재미있지 않아? 영화에서 많이 보던 집에서 묵으니까.”
“재밌긴 하지.”
“그러니까. 저택도 이런데 범수 말대로 성에서 묵으면 얼마나 재밌겠냐고. 잠깐 검색 좀 해 보자.”
“크크크.”
검색을 해 보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성 숙박’이라고 검색을 했더니 무슨 성인용 업소 같은 게 뜬다.”
“헉.”
“그리고 ‘캐슬 숙박’이라고 쳤더니…”
“쳤더니?”
“온라인 게임 콘텐츠가 검색되는데? 같은 거.”
“크크크.”
이번에는 범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없다는 얘기군?”
“응. 최소한 우리나라에는 없는 콘텐츠다.”
“오호.”
범수와 희연의 눈도 빛났다.
‘아무나 안 하는 일’ 콘셉트에 찰떡같이 맞는 소재니까.
게다가 아무도 안 찍었어? 유튜버로서 솔깃해지지 않을 수가 없지.
“그런데, 성 숙박은 좀 한계가 있지 않을까?”
범수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