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76)
“그럼 몬테카를로 왜 온 건데? 카지노에 대해 시큰둥한데 왜 여기를 행선지로 고른 거지? 내가 여기 있는 거하고 상관 없이 고른 거였잖아.”
고장혁의 말이었다.
“아. 우리가 몬테카를로 고른 이유는, 한국인이 제일 엄두 못 내는 여행지기 때문에 그래요. 화려하고 비싸서 아무나 못 가는 데였기 때문에. 그게 우리 채널 콘셉트잖아요.”
희연이 대답했다.
“그렇지?”
희연이 나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응. 맞아요. 이름은 한 번씩 들어봤겠지만 실제로 가 본 사람은 적을 거 같은 도시.”
내가 말했다.
“사실 카지노에 대해 처음에는 관심이 있었죠. 그런데 촬영도 어렵고. 게다가 도박을 했다고 하면 댓글창이 시끄러워질 거 같거든요.”
범수도 덧붙였다.
“뭐가 시끄러워?”
고장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도박,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불법이잖아요.”
“판돈을 많이 안 걸면 상관없는데.”
고장혁이 말했다.
“그쪽도 좀 알아봤는데.”
“응.”
“우리나라 법이 그쪽으로 되게 애매하더라고요. 얼마까지 된다, 얼마부터 안 된다. 이런 게 명확하게 안 정해져 있어요. 그리고 많이 딴 건 괜찮은데 많이 잃은 건 안 된대. 그것도 좀 웃기고.”
내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그렇긴 하지. 그래서 웬만하면 다 봐주지 않나.”
“법은 애매할 수도 있는데, 시청자들은 이런 경우에 오히려 법보다 더 보수적인 법이거든요.”
“아.”
“법은 용서했는데 시청자들이 용서 안 하는 경우도 많고요.”
다시 내 말에 희연이 장단을 맞춰주었다.
“맞아요. ‘얘들 도박했나 보네? 도박하면 안 되는 거 아냐?’라는 식으로 댓글창이 시끄러워지면 우리가 잃는 게 많아요.”
“댓글창 시끄러워지면 조회수 올라가서 좋은 거 아닌가?”
고장혁도 그동안 유튜브 생리에 대해 조금은 공부를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얘기가 맨날 맞는 건 아니다.
“보통 우리가 잘못한 거 없고 다른 이유 때문에 시끄러워지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데, 이 경우는 다르죠.”
범수의 대답이었다.
“아. 그렇군.”
“그래서 카지노 콘텐츠는 여러 가지 리스크가 많아요. 걍 안 하는 게 낫죠.”
“허.”
고장혁이 머리를 긁었다.
“그렇다고 몬테카를로에 왔는데 카지노에 관심이 없다니… 정말 유튜버들 다 됐군. 조카님뿐 아니라 셋 다.”
“네. 하하.”
“그래도 도박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법인데. 쩝.”
뭔가 아쉬운 눈치의 고장혁이었다.
잠깐 입맛을 다시다가, 뭔가 생각난 듯이 다시 말을 했다.
“그래도 잠깐 가보긴 하자고? 나는 VIP룸에도 들어갈 수 있으니까.”
“오.”
확실히 그건 좀 궁금하긴 하군.
‘하지만 찍지 못하면 뭐…’
고장혁은 나에 이어서, 범수에게도 꼬드기듯 말했다.
“많이 잃으면 문제지만, 많이 따는 건 괜찮다고. 그리고 아예 촬영을 안 하면 되잖아?”
20대 남자가 두 명 있는데 둘 다 도박에 관심을 갖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 근데 말이에요.”
범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응.”
“사실 돈을 많이 따려면 돈을 많이 걸어야 하잖아요? 아니면 아주 운이 좋거나 시간을 많이 들여야겠죠.”
“그렇긴 하지?”
“저희 채널에 영상 하나 올리는 것보다 돈을 더 따려면, 아무래도 우리나라 법에 저촉될 정도로 도박에 몰입해야 할 거 같아요. 리스크도 있고, 돈도 일하는 거보다 덜될 거 같고. 그럴 거면 애초에 안 하는 게 낫죠.”
“…”
고장혁도 범수가 대략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도박하느니 걍 영상 찍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저도 별로 흥미가 안 생기는 것 같아요.”
“으하하!”
갑자기 고장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 왜 웃으세요.”
“아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은 거 같아서. 20대 남자들이 ‘도박하느니 일하는 게 나은데요?’라고 하고 있는 거잖아.”
고장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네. 근데 진짜 도박해서 딴다고 해도, 웬만큼 따서는 영상 찍는 것보다 효율이 덜 좋을 거 같긴 해요.”
나도 범수의 말을 지지했다.
“원래 도박이 유행하는 건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해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할 때라잖아. 그런데 일을 하는 게 도박보다 전망이 더 좋다고 생각하니, 딱 그 반대로구만. 우리나라 전망이 밝다니까.”
고장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저희가 운이 좋아서 그런 거 같아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즘 같은 시절에 도박에 흥미를 느끼겠죠.”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가?”
“사실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코인 열풍이잖아요. 열심히 살아도 부자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으니까 그렇다잖아요.”
“그렇지.”
“저희는 지금 코인에도 관심이 전혀 없거든요. 왜냐하면 영상 하나라도 더 찍는 게 코인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전망이 좋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우리가 운이 좋은 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아니겠죠.”
내가 이렇게 정리했다.
“흐음.”
고장혁도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희하고 비슷한 생각 안 해 보셨어요? 몬테카를로에서 저택 살 수 있는 정도의 재산을 갖고 계셨으면, 도박에 흥미가 없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희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나는 도박에 꽤 심하게 빠졌었어. 몬테카를로 처음 와서 말야.”
“그래요?”
“응. 나는 게다가 판돈을 아주 세게 걸었었지. 도박빛을 감당 못 하지 않는 한 한국에 알려질 리도 없으니까. 게다가 몬테카를로는 라스베가스나 마카오하고는 달라요. 내가 돈 잃었다고 외부에 발설할 사람도 없어.”
“라스베가스는 발설이 잘되나요?”
“응. 거기는 한국인 브로커가 많거든. 게다가 원체 한국인이 많으니까, 유명인이 판 크게 벌이다가는 입소문 나기 십상이지.”
“아. 그렇겠네.”
“그런데 여기 카지노 가보면 유색인종이 거의 없어. 게다가 나는 보안이 철저한 VIP룸에서 했고.”
“그럼 거기서 좀 따셨어요?”
희연이 계속 흥미를 느끼는지 질문을 던졌다.
“크크크. 아니. 엄청 잃었지. 갖고 온 재산의 반은 날리고 나서 좀 정신 차렸지.”
“반을 날렸다고요?”
“응. 그래도 반이나 남겨 놓고 정신 차린 건 대단한 거거든? 대부분 자기 재산의 몇 배는 잃은 다음에도 정신 못 차린다고.”
고장혁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자랑이다.’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희연은 고장혁의 생각과는 다른 포인트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어휴. 재벌들은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재산의 반을 잃었는데도 이런 저택 유지하고, 아들 미국에서 대학 보낸 거 아냐?”
희연이 나에게 귓속말로 한 말이었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 *
다음 날, 모처럼의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1등석이 편하다고 하지만 공중에서 자는 게 편할 리 없다.
호텔방도 다음날 비행기를 타야 해서 안심할 수 없어 깊은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아흠.”
하품을 하고 시간을 확인했더니, 오전 10시 50분이다.
“진짜 많이 잤네. 1시 전에 잠들었던 거 같은데.”
덕분에 몸이 상당히 개운했다.
– 따르릉.
11시가 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저택은 원래 방마다 전화가 있나?’
전화가 없으면 초대된 손님들을 접대하기 어려울 테니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다.
방이 하도 많으니, 일일이 가서 손님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여보세요?”
나는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일단 한국어로 받았다.
“일어났군. 일부러 안 깨웠어.”
고장혁의 목소리.
“아. 감사해요. 지금 막 일어났어요.”
“그래. 내 계획대로라면 카지노 갔다가 늦잠 잘 거였는데. 그래서 아침 시간을 좀 넉넉하게 잡아놨지.”
“그렇군요. 덕분에 진짜 푹 잤네요.”
“아침은 저택 브랙퍼스트로 받아 볼 테야?”
고장혁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응? 저택 브랙퍼스트요? 그게 뭔데요?”
“하하. 침대에 누워 있으면 집사가 가져다주는 아침이지. 침대에 누워서 먹거나, 아니면 테라스에서 햇빛 받으며 먹으면 돼.”
“오오.”
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외쳤다.
“그거 참 ‘아무나 안 하는 일’이로군요.”
“크크. 그치. 좋아할 거 같았어. 그럼 그렇게 준비시킬게.”
“네. 네.”
“친구들한테는 조카님이 얘기해? 원래 이런 거 내가 직접 전화 안 하는데 조카님 일행이니까 내가 특별히 하는 거야.”
“아. 감사해요.”
그치. 고장혁치고는 너무 다정하고 배려 넘쳐서 적응이 안 되던 판이긴 하다.
“그리고 다 먹으면 모나코 투어야. 괜찮지?”
“오. 좋죠.”
나는 전화를 끊고, 희연과 범수에게 전화를 돌렸다.
“오. 대박. 저택 브랙퍼스트라니. 듣도 보도 못했다.”
이게 범수의 반응.
“그거 완전 서양 영화에 나오는 귀족 흉내 아냐? 에서 비비안 리 같은 귀부인들이 침대에서 아침 받아 먹지 않나?”
이게 희연의 좀 더 구체적인 반응.
“응. 일단 영상은 제대로 나올 거 같아서 승낙했어. 괜찮지?”
“응. 나는 잠옷 입고 브이로그 형식으로 찍을게.”
희연이 흔쾌하게 동의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도 살짝 흥분이 되어, 잽싸게 카메라를 세팅한 후 다시 침대에 누웠다.
– 똑. 똑. 똑.
“네.”
“익스큐즈미. 써(sir).”
헉, 나비넥타이를 한 백인 남자가 메이드 복장을 입은 여성 한 명을 대동하고 서 있었다.
그리고 깔끔한 영어 발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먼저 차부터 올려드리겠습니다.”
“네. 땡큐.”
내가 대답하자, 남자의 눈짓에 따라 메이드가 내 침대에 낮은 테이블을 세팅하고,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홍차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차분한 대답.
‘이거 완전히 버틀러(butler:집사)와 메이드잖아! 일부러 우리를 위해 연출을 한 거야, 아니면 고장혁 삼촌은 진짜 평소 이런 시중을 받고 사는 거야?’
나는 혼란스러워져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기분은 째지고 있었다.
꼭 알프레드에게 시중 받는 부르스 웨인이 된 느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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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흐음. 그렇군.”
오전 티 타임.
나는 시간을 들여서 고장혁과 단둘이서 대화를 나눴다.
알 하즈리와의 일을 자세히 들은 고장혁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1등석을 타고 다녀야 해. 그런 사람도 만나고 말이지. 크크. 비즈니스가 저절로 찾아오는군.”
“저희도 같은 말을 했지요.”
“어쨌든 저번에 조카님이 물어봐서 조사를 좀 해 봤어. 알 하즈리 가문.”
“네. 구글링을 해도 쉽게는 안 나오더라구요. 그게 그쪽 보안 때문인지, 아니면 별 볼 일 없는 가문이라서 안 나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유력 가문은 맞아.”
“네.”
사실 그 부분을 별로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왕족이나 1급 귀족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다 보니 최상층 기득권 가문보다는 오히려 진취적인 데가 있지.”
“그 말은?”
“일단 왕족이나 1급 귀족들은 석유 관련 일을 많이 할 거 아냐? 중동이니까.”
“하하. 그렇겠네요.”
“거기까지는 못 들어가니까, 미디어 쪽으로 영역 확장을 하는 거지. 딱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돼.”
“그렇군요. 후발주자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지.”
“우리 같은 사람이요?”
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쫓겨나거나 서자이거나. 하하하.”
고장혁이 웃었다. 어우. 엮지 마라고.
“하하하….”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그 바람에 오히려 유연하고 진취적인 거란 말야.”
흠. 그 말은 맞지.
“제일 알짜배기를 최고 유력자에게 빼앗긴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해.”
“어떤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