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81)
“아니. 이건 또 생각 못 했네.”
내가 기뻐서 말하자, 범수가 흥분해서 끼어들었다.
“이거 대박이다. 제목을 는 식으로 달면 어그로 엄청 끌 거 같은데? ‘카지노 내부 영상을 어떻게 찍었어?’하면서 들어올 거 아냐.”
“오. 그렇긴 한데, 그건 너무 낚시성 제목 아닌가.”
희연이 말했다.
“크크크. 좋은데? 그렇다고 제목이 거짓말인 건 아니니까.”
고장혁이 의견을 냈다.
“좋아요. 그럼 아침 먹고 카지노에 가야겠어요!”
내가 선언했다.
도박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지만, 카지노가 궁금하긴 했다.
그런데 카지노를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니, 이제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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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바흐 뒷자리에 올라타 카지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 카지노는 이쪽인데.”
희연이 말했다.
우리도 어제 시내 구경을 했기 때문에, 카지노가 어디쯤인지 알고 있었다.
(사실 그만큼 몬테카를로가 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음. 그렇긴 하지. 일단 카지노 가기 전에 들를 때가 있어.”
고장혁이 말했다.
“어디요?”
“가보면 알아.”
“네.”
약 3분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정장을 파는 옷 가게였다. 테일러 샵.
“사실 제일 먼저 하려던 일이 정장 한 벌씩 맞춰주려는 거였어. 그런데 카지노에 안 간다고 딱 잘라 말해서 포기했었지.”
“응? 응?”
고장혁의 말에 희연과 범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혹시, 카지노에 드레스코드 있나요?”
“음. 몰랐었나? 정장 입어야 입장 돼.”
“허거걱.”
“투어 중일 때는 괜찮지만, 일단 카지노 운영이 시작되면 정장 입은 사람만 남을 수 있지. 아무리 촬영을 안 할 거지만, 카지노 돌아가는 거 구경은 좀 해야 할 거 아냐?”
고장혁이 웃으며 말했다.
“대박이다. 드레스코드가 있는 카지노라니.”
범수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나도 거기까지는 몰랐네.”
나도 맞장구쳤다.
물론 몬테카를로에 대해 공부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카지노에 드레스코드 있는지는 조사 안 했지?
아예 그럴 거라고 상상도 못 한 내용이니까.
“라스베가스나 마카오 카지노랑 확실히 다르지? 하하.”
고장혁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 사람 아무래도 몬테카를로에 자부심 있어. 투자라도 한 건가?’
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좋은데요. 확실히 동영상으로서 희소가치가 없을 수가 없겠네요.”
“하하. 그렇지.”
고장혁이 다시 호탕하게 웃었고, 나는 범수에게 말했다.
“정장 맞추는 거 찍자. 영상 제목은 .”
“음. 지금 가는 테일러 샵이 맞춤 정장을 주로 하는 데긴 하지만, 맞추면 며칠 걸릴 텐데? 그래서 오늘은 기성복을 사줄 건데.”
고장혁의 조언이었다.
“아. 그래도 맞추는 과정 찍으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사주신다고요?”
“나한테 비싼 차를 사 줬으니 나도 보답을 해야지.”
“그렇구나. 감사해요. 그럼 오늘 입을 기성복 한 벌씩 사주세요. 정장 맞추는 건 우리 채널 운영비로 할게요.”
“음. 오늘은 기성복 입고 들어간 다음에 서울 갈 때 찾아서 가겠다?”
“네. 그런 셈이죠.”
내가 웃으며 말했다.
“좋구만.”
고장혁이 차창 밖을 보며 웃었다.
* * *
“여긴 얼마 된 테일러 샵이죠?”
“200년 넘었을걸.”
“헐.”
“237년 됐습니다.”
점원이 영어로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범수야.”
“알았어. 제목은 로 수정할게.”
“응.”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몸의 치수를 재는 곳과 기성복이 전시된 공간이 골고루 배치돼 있었다.
“오.”
멋진 스타일의 정장이 많아서 나와 범수는 감탄사를 뱉었다.
“멋진데. 저거 입으면 우리도 콜린 퍼스 같아지지 않겠냐?”
“콜린 퍼스는 무슨. 너네는 20대 애송이 남자들이라 기껏해야 주인공이지.”
희연이 코웃음을 쳤다.
“그 정도도 나쁘지 않지 뭐. 주연 이름이 뭐더라?”
“몰라. 배우는 콜린 퍼스 말고는 이름 몰라.”
나와 범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휴. 어쨌든 너네는 정장 입으면 좋네. 남자들은 좋겠어. 세계 어딜 가도 테일러 샵에만 들어가면 어울리는 옷을 고를 수 있으니까.”
희연이 약간 기운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어. 왜?”
이렇게 물었지만, 금방 희연이 말하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20대 동양인 여자가 코디하기는 상당히 어렵겠군.”
나와 범수야 평소에 대충 입고 다니지만, 일찌감치 여성 유튜버로 활동했던 희연이는 사정이 다르다.
원래 세련된 패션 감각을 자랑하던 희연인데, 그녀가 소화하기에는 좀 올드해 보이는 여성 정장들이 걸려 있었다.
한국 여성 기준으로는 30살 이상은 돼야 소화할 것 같은 옷들이었다.
“그러네. 소화하기 쉽지 않겠다. 입자마자 귀부인 될 각인데.”
범수가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홧팅! 우리는 정장 맞추고 올게!”
“쳇.”
희연이 혀를 차는 동안, 우리는 안내를 받고 치수를 쟀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안, 멋있게 생긴 이탈리아계 점원이 꼼꼼하게 치수를 쟀다.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영상으로 찍는 데 부담도 없고 좋다.
“오. 기분 좋아. 기분 좋아. 나 이런 거 처음 해 봐.”
범수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옛날에 한번 맞춰 보긴 한 거 같아. 그런데 지금 그 느낌은 아니다.”
“오. 넌 해 봤냐? 언제?”
범수가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
하지만 나는 싱긋 웃고 대답하지 않았다.
“응?”
범수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더 묻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나는 간단하게 답했다.
어렸을 때, 오랫동안 연락이 끊겨 있던 아버지 고무혁 씨를 만나러 가기 위해, 엄마가 나에게 정장을 맞춰줬던 추억.
한동안 인연 끊고 지내던 아버지와의 연을 다시 잇겠다고, 엄마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해 나를 꾸며서 앞에 내밀었던 거다.
지나고 보면 슬프다고 할 수도, 기쁘다고 할 수도 없는 추억이다.
* * *
“이야. 역시 남자들은 정장 하나 입혀놓으면 게임 오버구나.”
희연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치수를 잰 다음, 기성복을 골라 입고 나온 순간이었다.
“그게 아니고 우리 옷 태가 좋아서 그런 거 아닐까?”
범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흠. 평소에 좀 멋있어 보여야 그 말에 인정을 하겠네. 현준이라면 좀 몰라도.”
“쳇.”
범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나는 어때?”
희연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음.”
확실히 약간 올드해 보이는 스타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거 빨리 빨리 대답 안 해서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생각보다 소화 잘했는데?”
“그래?”
내 말에 희연이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응. 이런 투피스는 진짜 무슨 모나코 왕비나 공작 부인들이 입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뭐 옷태 잘 나고 좋다.”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해주었다.
나는 잽싸게 범수의 허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그러네! 역시 희연이가 옷 소화를 잘 한다!”
범수도 재빨리 맞장구쳤다.
그제야 걱정하던 희연의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 보이지 않고?”
“숙녀 같아 보이긴 해. 근데 들어 보이진 않아!”
“그러네!”
나와 범수가 열심히 맞장구치는 걸 보고 있던 고장혁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어. 왜요.”
“아니. 뭔가 대화가 좀… 요즘 젊은 사람들 ‘답정너’란 말 쓰던가?”
“…”
“앗.”
순간 공기를 감싸는 적막에 고장혁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아니, 아니. 대화가 좀 치열해 보여서 그렇지, 셋 다 아주 멋져. 지, 진짜야.”
천하의 고장혁도 이 순간에는 말을 더듬게 되는 모양이다.
* * *
“오우, 야.”
“와우.”
몬테카를로 그랑 카지노.
‘그랑’은 프랑스어로 영어 ‘그랜드’에 해당한다.
“카지노 건물부터 작품이네.”
확실히 카지노 안 와 봤으면 후회가 될 뻔했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카지노 전경을 봤지만, 실물로 보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랑’이라고 해서 거대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교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어머. 주차된 차들 좀 봐.”
“으하하. 여기 카지노 오는 재미 중에 하나가 바로 저 차들 보는 거야. 몬테카를로에서 좋은 차 사면 카지노 온다는 얘기 아나?”
“그래요? 왜요?”
“자기 차 자랑해야지. 여기다 세워놓으면 차 자랑되고 좋잖아.”
“크. 뭔가 사고 구조 자체가 좀 다르군요. 카지노에서 돈을 따서 자동차 전시장으로 가는 거 아닌가?”
“일반적인 사람이 그러지. 카지노 정문 옆에 차 대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니라고.”
고장혁이 웃으며 말했다.
“이 차는 마이바흐인데, 혹시 못 세우려나요.”
“세울 순 있지.”
“근데 왜 뒤로 돌아가요?”
범수가 물었다.
“자리가 없잖아.”
“아. 그렇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면, 상식적인 것도 잠시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지금처럼.
“입장료 있어요?”
“응. 있어.”
“하. 강원랜드도 아니고.”
희연이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젊은 아가씨가 강원랜드 입장료도 아나? 강원랜드 입장료는 요즘에도 걷나? 어쨌든 그건 도박 너무 자주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걷는 입장료고. 여기는 경우가 다르지.”
“달라요?”
“응. 여기는 엄밀하게 말하면 도박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 투어하러 온 사람들한테 받는 거니까.”
“아. 관람료 개념이군요.”
“응. 그만큼 문화재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거야. 가볼까?”
“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범수를 돌아보았다.
“범수야.”
“알았어. 이 영상 제목은 라고 달까?”
“음. 좀 더 임팩트가 있는 제목이면 좋겠지만, 대충 그런 느낌으로.”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지노 건물 맨 앞에서 우리를 맞아주는 건 다름 아닌 명품샵들이었다.
“이건 라스베가스랑 비슷하네.”
“돈 따면 자동차 전시장이나 명품 매장으로 달려가는 건 세계 공통일 테니까.”
우리는 웃으면서 카지노로 들어갔다.
“음. 촬영할 수 있는 구역은 제한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