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87)
“그런가요.”
내가 머리를 긁었다.
“다른 나라는 이제 어디를 공략하실 건가요.”
“중국을 공략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두 기자가 손발을 맞추어 다음 질문을 던졌다.
“음. 중국은 유튜브 막아놓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보는 사람이 있다던데요.”
“그런가. 어쨌든 정식적으로 유튜브 보는 나라가 아니니까, 굳이 저희가 진출하려고 힘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럼 중국 말고는?”
“글쎄요. 사실 일부러 해외 시장에 진출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그걸 토대로 채널을 키울 생각입니다.”
내가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흐음. 비즈니스 비밀을 아직 안 알려주시겠다는 얘기 같아요.”
“하하. 아니에요.”
몇 가지 질문이 더 나왔지만, 대충 인터뷰를 끝내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공항 주차장에 우리 차가 주차돼 있는 게 너무 좋다.”
“그러게. 이게 진짜 특권인 거 같아.”
희연과 범수가 흐뭇하게 말했다.
“운전 내가 한다?”
희연이 나에게 확인하듯 말했다.
“응. 그래.”
“운전 오래 못 해서 좀이 쑤시던 참이야.”
“하하.”
희연은 정말 운전을 좋아하는 모양.
“아예 레이서 교육을 받아보는 건 어때?”
조수석에 앉아서 희연에게 물었다.
“응?”
희연이 눈을 크게 떴다.
“레이서 자격증 따는 과정 찍어서 시리즈 영상으로 올리면 재밌을 거 같아서.”
“어머. 좋아.”
“그래. 운전을 그렇게 좋아하니까.”
범수도 맞장구쳤다.
“응. 아까 기자들 말이 벌써 틀린 게 증명됐네.”
“무슨 말?”
“인터뷰 말미에 그랬잖아. ‘요트도 타고, 1등석도 타고. 더 자극적인 체험 찾기가 힘들 텐데요.’ 이렇게.”
“응. 솔직히 그 말에 동의 안 해.”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그 사람들, 우리가 해 보고 싶은 일을 개인 단위의 체험이라고만 생각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뭔가 머릿속에 있는 거지?”
희연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있기야 있지. 그런데, 당사자랑 얘기 좀 해 보고.”
“당사자? 그게 누군데?”
“있어.”
“에이. 왜 궁금하게 해.”
범수가 이렇게 보채는데, 타이밍 좋게 전화벨이 울렸다.
– 따르릉.
“오. 안녕하셨어요.”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인사했다.
“응. 한국 왔지?”
딱딱한 말투. 하지만 옛날 같은 적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네. 잘 왔어요.”
바로 고현석이었다.
“한참 비즈니스 키울 때 외국 나가길래 한가한 놈 다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계획이 있어서 나간 거더라고? 다시 봤어.”
칭찬까지 해 주다니.
“하하. 아니에요. 놀러 갔다 온 거예요. 유튜브는 즐기면서 해야 성과가 잘 나니까, 그 덕을 본 거죠.”
“흥. 아직도 개똥철학을.”
“네? 제가 뭐 철학이라고 할 만한 얘기를 했나요.”
“아, 됐고. 또 말꼬리 잡기 시작하지 마. 아주 넌덜머리가 나니까.”
“허어. 내가 언제.”
“됐고. L전자가 이번에 좀 큰 프로젝트 시작하기로 한 거, 들었지?”
고현석이 내 말을 끊고, 용건을 불렀다.
“네. 현민이한테.”
“응. L그룹이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드는 거니까, 상당히 큰 건이야. 잘하면 L그룹의 주력 분야가 바뀔 수도 있을 정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다가 자동차용 반도체.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에서 강자 자리를 꿰어차면, 확실히 전망은 좋을 거 같다.
“이번에 외국 갔다 온 동안 돈 꽤 번 거 알지?”
“제가요?”
“그래. 이번에 L전자 주가 많이 올랐어. 자동차용 반도체 뛰어든다고 한 게 전망이 꽤 좋게 받아들여졌거든.”
“아하. 그렇군요.”
갑자기 고현석이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너, 주가 모니터링 안 하냐?”
“어휴. 그걸 어떻게 매일 들여다보고 있어요.”
“후우…”
고현석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너라는 놈은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이 안 돼.”
이렇게 내뱉고, 고현석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올랐던 주가가 이제 또 고점 찍고 살살 내려오려고 하고 있어.”
“어, 왜요?”
“아무래도 계획 발표하고 초반에는 기대감이 최대로 올라가니까. 자동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어도, 실제로 할 수 있는 회사가 국내에선 우리밖에 없어. 그래서 초반에 주식 불붙었었지.”
“그런데 시간 지나니까 위험 요소 같은 것도 알려지기 시작했군요.”
“응. 이제는 슬슬 여론 몰이가 필요한 상황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그런 역할을 시키겠다는 거군.
“지금 상황에서 제가 뭐 할 수 있는 게 있어 보이지가 않는데.”
“일단 구독자가 많잖아. 뭐라도 말하면 돼.”
“…”
“도와주면, 찍게 해 주지.”
“네?”
“. 스폰서 필요하잖아?”
“푸하하.”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구독자 4199820명
“아니. 뭘 단체로 짰나. 한국에 왔더니 왜 다 꼴뚜기 타령이지.”
“아앙?”
고현석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외국 사람들이 한류 열풍이라고 자기들이 오마주나 패러디 콘텐츠 만들면 한국 시청자들이 흐뭇해하는데요.”
“그런데?”
“그걸 한국 대기업이 기웃거리면 시류에 편승하고 작품 주제 의식도 못 본다고 오히려 역풍 먹어요.”
“음.”
고현석이 잠깐 침묵에 잠겼다.
고현석도 내 말의 의미를 못 알아들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런가. L그룹이 협찬한 걸 숨겨도?”
“그러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게다가 저를 아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제가 L그룹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음.”
고현석이 다시 말을 멈췄다.
“그러면 이나, 뭐 그런 걸로 잡아볼까? 요즘에 그것도 뜨던데.”
“어우. 됐어요. 일단 제가 하고 싶은 거 따로 있어요.”
“그래? 뭔데.”
고현석이 호기심을 표했다.
“어느 정도 논의 진행되면 알려드릴게요.”
“아니. 도울 게 있을까 해서 그렇지.”
“음. 이번 건 잘 성사되면 L그룹에 정식으로 요청할 만한 게 있을 수도 있어요.”
“오. 그래? 웬일?”
“뭐야. 도움 필요 없다고 해도 못 받아들이고, 필요하다고 해도 못 받아들이는 거예요?”
“아니. 그냥 얘기한 거야. 또 말꼬리 잡지 마.”
“한국말 오랜만에 하니까 좋네요.”
갑자기 내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한국말 쓰는 게 그렇게 오랜만도 아니다.
고현석하고 입씨름하는 게 좀 그리웠던 건가?
어쨌든.
“이번에 전자하고 자동차가 사실상 협업하는 거야. 그러니 너도 이 판에 들어와야 해.”
“그래요? 협업이라.”
“L전자가 자동차 반도체에 덜컥 뛰어드는데 믿는 구석이 뭐겠어. L자동차라는 큰 구매자 확보해 놨으니까 그런 거지.”
“그거. 리스크 있지 않나요?”
“무슨 리스크.”
“계열사 몰아주기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기존의 공급처가 반발한다든가?”
“풋.”
고현석이 웃었다.
“왜요.”
“너도 외국 갔다 와서 좀 바보 같아졌군. 네가 한 말 중에 가장 멍청한 말이다.”
“잉. 뭐가요.”
“지금 공급처가 물량을 못 맞춰서 다른 제조처를 만드는 거잖아. 물량도 못 맞췄는데 무슨 할 말이 있어?”
“아. 그렇구나.”
“흐흐.”
고현석이 웃음을 흘렸다. 뭔가 기분 좋은 모양인데.
“하기야. 외국 일주일 넘게 갔다 왔으니 어떻게 알겠냐. 지금 뉴스 보면 전세계적으로 품귀야, 품귀. 오히려 우리 L기업이 자동차 반도체 만들겠다는 거 상 줘야 하는 거라고. 이건 S그룹도 이렇게 못 한다고.”
그래. S그룹은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지만 자동차 반도체를 만들었을 때 바로 매수자가 확정되진 않겠지.
“음. 근데 말이죠.”
“응?”
“이번에 자동차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해서 좀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게 있어서요.”
“뭔데?”
“이번에 품귀 현상에 대해 처음 의견이 나왔을 때는 이랬거든요? ‘자동차 반도체가 싸서 반도체 회사들이 다른 반도체부터 먼저 만들어서 그렇다. 그래서 이번 품귀에 직격탄을 맞은 거다.’ 이렇게.”
“음. 음.”
“그런데, 다음 버전의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판매 대수 예측 잘못해서 그렇게만 계약해 놨었다. 그러니까 계약한 반도체는 다 수급 받은 거다. 그래놓고 애꿎은 반도체 회사 탓한다.’”
“허. 너 그거 어디서 들었냐?”
고현석이 정말 놀라는 목소리로 물었다.
“둘 다 유튜브죠. 형님 반응 보니 뒤의 것도 대충 맞는 소리 같네요.”
“…”
“그래서 그 같은 계열끼리 공급하는 명분 문제, 그리고 기존 공급처 문제가 아주 간단하지는 않을 거 같아서요.”
“음. 그래도 공급이 현재 딸리고 있는 건 틀린 말 아냐.”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비트코인이다 뭐다 해서 갑자기 반도체가 귀해졌고. 코로나 때문에 자동차 수요가 오히려 급증했고. 이게 배경인 거잖아요.”
“그렇지. 잘 알고 있군.”
“그러니까 저는 두 의견이 다 나름 말이 되는 소리라고 봐요. 평소에는 자동차가 예정보다 더 팔리면 반도체 추가 공급 요청하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테니까.”
“음.”
“그리고 코로나가 이렇게 장기화돼서 자동차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고. 그게 자동차 회사 잘못은 아니니까.”
“그것도 그렇지.”
“게다가 L자동차는 이번에 이미지 올라간 것 때문에 이번 상승세 맛을 그대로 봤죠?”
“흠. 아까 말도 그렇고. 정보가 없어서 한 말은 아니라는 건가?”
고현석의 말이었다.
“네. 유튜브에 정보가 없진 않아요. 물론 내부 정보까지 알 수는 없지만, 시장 정보를 아는 데는 꽤 도움이 되죠. 게다가, 저 자동차 관련 유튜브는 열심히 보니까요.”
한국 것만이 아니라 미국, 영국 것도 포함해서.
“그렇군. 열심히 나불대는 걸 보니 아까 내가 ‘멍청한 소리다’라고 한 게 자극이 됐긴 한가 봐?”
고현석이 웃는 소리로 도발했다.
“글쎄요. 그냥 아는 거 말한 건데.”
“어쨌든, 자동차 회사하고 반도체 회사하고 서로 잘못 떠넘기고 있는 건 사실이야. 둘 사이의 여론전이라고 할 수 있지.”
“흠. 그럼 그 사이에서 언론이나 유튜버들의 역할이 올라가겠군요. 어차피 누구 잘못이냐에 대해서 정답은 없는 거니까.”
“그치. 코인충들하고 코로나에도 잘못이 있고. 반도체 회사도 돈 되는 걸 먼저 하려고 하고. 자동차 회사도 예측 못 했고. 다 잘못이 있지. 문제는 그걸 어떻게 앞으로의 사업에 이용하는 거고.”
“재밌는 얘기네요.”
“그 과정에서 L그룹이 자동차와 전자라는 양대 계열사가 뭉쳐서 솔루션 하나 멋지게 제시하는 거지.”
“좋은 얘기네요.”
“덕분에 전자하고 자동차하고 둘 다 주가는 뛰었어. 네가 유럽 가서 이슬람 구독자 늘려온 것보다 아마 너 주식이 돈 더 벌었을걸? 풋.”
“어휴. 뭐 그런 걸 따지고 있어요.”
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할 일도 많아 죽겠는데 내 재산 중 뭐가 돈을 더 벌었나 따지고 있으면 인생이 그거 얼마나 내용이 없는 거야.”
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뭐라?”
“그리고, 주식은 제가 산 거라, 갖고 있으면 그게 손해일 때도 있지만, 구독자는 제가 확보하고 있으면 손해 날 일이 없어요. 장기적으로 뭐가 돈 더 벌지는 계산이 안 되는데.”
“그래. 그래. 알았다. 세계관이 다른데 입씨름해서 뭐하겠냐.”
“네. 어쨌든, 이번 전자하고 자동차 협업이 뭔지 알았고요. 우려할 포인트가 있긴 하지만 명분도 충분히 있네요. 잘 됐어요.”
“그래. 이번에 S그룹 한 방 놓을 거야.”
고현석이 힘주어 말했다.
글쎄. 그건 내가 별로 관심 없는 얘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