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98)
* * *
“하. 저 어린노무 색히가…”
김병득이 벌컥벌컥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아가리가 잔뜩 살았네요. 저런 놈들은 아가리를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데. 애들 풀까요?”
“잠깐 좀 있어 봐.”
김병득이 생각에 잠겼다.
“남궁훈한테는 연락 없어요?”
“아직 없어. 이 자식, 타이틀전 시간 고지했는데 아예 문자를 씹어?”
유튜브 복싱 선발전 날짜와 같은 날에 타이틀전을 부랴부랴 잡은 김병득이다.
그리고 ‘참석하라’고 고지했는데 남궁훈이 묵묵부답인 것이다.
“이 자식이 진짜. 앞으로 평생 글러브 못 끼는 손으로 만들어줄까.”
– 부르르~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문자가 울렸다.
– 총재님. 타이틀전 감사합니다. 참가하겠습니다.
“으응?”
남궁훈의 답에 오히려 당황한 건 김병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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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된 거야?”
김병득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중얼거렸다.
남궁훈이 경기에 참여하겠다고?
물론 그걸 유도한 거긴 하다.
에서 잡은 날짜와 같은 날에 타이틀전을 잡아서 남궁훈에게 선택을 유도한 것.
남궁훈이 이렇게 쉽게 이쪽을 선택한다고?
솔직히 김병득 자신도 예상 못 했던 상황이다.
게다가, 그러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체념하듯이 이쪽 시합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목소리가 해맑기 그지없다.
이건 더 예상 못 했던 상황이다.
“아. 그렇군. 참가하겠다고. 잘됐군.”
김병득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 네! 타이틀전 상대는 누구인가요!
전화기 너머에서 남궁훈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응? 아. 그거.”
김병득이 당황했다.
사실 상대도 잡아놓지 않았거든.
처음부터 쪽으로 떠나가려는 남궁훈의 다리를 찢을 생각이었지, 진짜 시합 잡아줄 생각이 없었다.
“잠깐 있어 봐.”
– 네?
이렇게 묻는 남궁훈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타이틀전 잡은 거잖아.”
김병득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 네. 그렇죠.
“그래서 타이틀전 상대를 알려주면 좀 그렇지. 먼저 알게 되는 사람이 유리하잖아? 복싱이란 건 실력도 실력이지만 전략이 중요한 건데. 정식으로 발표할 때까지 기다려.”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얘기였지만 일단 이렇게 둘러댔다.
– 네? 제가 챔피언이니까 상대는 제가 상대인 줄 알 텐데요.
남궁훈이 의문을 표했다.
남궁훈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가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설명이었다.
“아, 일단 그렇게 발표하기로 정했으니 기다려. 괜히 말 많이 하게 만들지 말고. 쯧.”
김병득이 귀찮다는 듯이 뱉었다.
– 네, 네.
남궁훈이 잠자코 받아들였다.
어차피 스포츠 지도자 중 대부분은 자기가 데리고 있는 선수를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않는다.
김병득이나 남궁훈이나 이런 상황에 인이 박인 것이다.
“좋아. 알았어. 그럼 너를 믿고 추진하겠어.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어차피 시합은 강행할 거고, 안 오면 너 알아서 해라라는 태도를 보였던 김병득.
상황이 바뀌니 바로 책임 전가하는 말을 한다.
– 네! 알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하지만 남궁훈은 전혀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흔쾌히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끊어.”
대전료가 얼마냐고 물어볼까 봐 겁이 난 김병득은 잽싸게 전화를 끊었다.
“하. 이 색히. 뭐가 이렇게 업됐어?”
김병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좋아할 건덕지가 없는데?
‘에서 하는 일이 뭔가 틀어졌나?’
나름대로 유튜브와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을 해 봤지만, 여전히 대회가 성황리에 준비 중이라는 소식만 검색되었다.
“하. 이상하네.”
김병득이 머리를 긁었다.
골치가 아파져 왔다.
상대를 누구로 할지 안 정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대관료하고 인건비를 어떻게 마련하지? 게다가 관객도 못 받으니, 투자한다고 해도 건질 수가 있나?’
“어휴.”
한숨을 쉰 김병득이, 휴대폰을 꺼내 주소록을 뒤졌다.
그리고 주소록에 뜬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어. 잘 있었냐.”
KBBF 랭킹 1위, 장정훈 선수였다.
– 어. 누구시죠?
“야. 이 색히야. 너는 내 번호도 저장 안 해 놨어?”
김병득이 살벌하게 물었다.
– 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 아. 대표님. 죄송해요.
“총재님이라고 불러. 싸가지 없는 색히.”
– 하아. 네. 총재님. 웬일이세요.
공손하지가 않다. 다그쳤더니 한숨까지 쉰다.
‘이 색히가 쳐돌았나.’
살벌한 욕설을 들려줄까 하다가, 김병득은 일단 한 박자 쉬기로 했다.
우선 시합 출전 승낙을 받아내는 게 더 급하니까.
“너. 요즘 뭐 하고 있냐?”
– 요즘? 딸배하죠, 딸배.
“딸배가 뭐냐?”
– 배달이요. 음식 배달. 요즘 유행어예요.
“크읔. 내가 그런 양아치 같은 말을 알 턱이 있냐.”
김병득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상대가 속으로 ‘자기가 제일 양아치면서?’라고 중얼거리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 얼마 전에만 해도 꾸빵 상하차를 했었는데, 코로나 덕분에 딸배가 돈이 좀 되네요. 상하차하다가 허리 나가는 줄 알았어요.
“그래. 그래. 알았고.”
장정훈의 말이 길어지는 기미가 보여 김병득이 황급히 끊었다.
– 네.
“너 시합 나가. 타이틀전.”
– 시합이요? 타이틀전?
“그래. 너 우리 단체 한국 랭킹 1위인 거 알지?”
김병득이 상기시키듯이 말했다.
하지만 장정훈의 대답은 꽤 심드렁했다.
– 아직도 1위예요? 심하다.
“말조심해, 이 자식아. 어쨌든 네가 도전권자야. 이번에 타이틀전 이기면 챔피언도 될 수 있어.”
– 어우.
별로 내켜 하지 않는 반응이다.
한국 챔피언이라고 해 봤자, ‘딸배’ 수입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걸 장정훈도 이미 잘 아니까.
“아. 너 이기게 해 줄 수도 있어.”
김병득이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다른 단체에 이적하려고 했던 남궁훈 따위. 선수 이미지 곱게 보존해 줄 필요가 없지.’
김병득의 판단이었다.
– 저 시합 못 나가요.
“이 자식아. 평생 딸배만 하고 살 거야? 챔피언 도전하는데 지금만큼 기회는 없어.”
– 그런 게 아니라…. 시합은 언젠데요?
“다음 주 토요일.”
김병득이 민망해하며 말했다.
– 푸하하.
“왜 웃어.”
– 그걸 어떻게 나가요, 제가.
“시합 감각이라면 내가 5일만에 살려줄게.”
어차피 지금 김병득에게 시합의 질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 저 배달해야 한다니까요. 그리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뭐. 뭔데?”
김병득이 짜증을 냈다.
– 저 지금 말이죠.
“응. 이 자식아. 뜸 들이지 말고 한 번에 말해. 되도 않는 핑계 대지 말고.”
– 저 지금 93kg이에요.
“뭐?”
김병득의 눈이 커졌다.
– 시합 나가려면 25kg은 빼야 할 텐데. 그거 가능한 거예요? 일주일도 안 남은 시간에? 푸하하.
장정훈은 뭔가 통쾌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크읔.”
김병득이 이를 악물었다.
“배달도 한다며. 뭘 쳐먹고 그렇게 쪘어. 권투선수가!”
– 시합을 해야 권투선수죠. 시합 나간 게 벌써 2년 전인데.
“…”
– 그리고 상하차하다가 허리 다쳐서 운동 못 하니까 바로 살 뒤룩뒤룩 찌더라구요. 저, 시합 나갈까요? 시합이 아니라 뱃살 쇼가 될 거 같은데? 푸하하.
– 철컥.
김병득은 짜증이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 * *
– 땡땡땡!
공이 울렸다.
“헉. 헉.”
남궁훈 선수가 숨을 몰아쉬었다.
“우와. 진짜 재밌다. 실제로 보니까 복싱이란 거 재밌는 거네.”
희연이 감탄했다.
시합 종료.
YOUBC(youtube boxing federation)의 첫 공식 시합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어때?”
채점이 이루어지는 동안, 나는 범수를 향해 물었다.
시합이 벌어지고 있는 스튜디오에 있는 사람은 20명도 안 됐다.
그래서 시합 중간에 우리끼리 대화를 나누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선수 2명, 심판 3명, 링닥터 2명. 그리고 선수의 코치진 각 2명, 총 4명. 이렇게 10명.
거기에 링 아나운서 1명.
그리고 우리 채널의 멤버들과 촬영 스태프 합해서 7명.
이게 전부였다.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복싱 시합을 무사히 진행한 것이다.
“응. 좋아. 아주 좋아.”
범수가 흥분한 얼굴로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링 위에는 36개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360도로 돌아가는 VX(virtual experience) 촬영장비를 맞춰 놨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카메라 12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카메라 12개, 그리고 선수들의 얼굴 높이에 있는 카메라 12개.
이렇게 총 36개의 카메라가 링 주변을 촘촘히 에워싸고 선수들을 다각도로 찍고 있었다.
이렇게 셋팅하면 각각의 카메라가 앵글을 촘촘하게 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포인트는, 선수는 고정되어 있는데 카메라가 움직이는 화면 효과를 내는 거다.
“카메라로 링을 다 둘러치다니! 이런 광경은 상상도 못했어요. UFC도 안 했던 건데.”
진행요원을 자청한 김성찬 선수가 말했다.
“UFC도 무관중 경기를 하긴 했지만, 그냥 정말 오프라인 경기 형식에다가 관중만 뺀 거잖아요. 임시형태죠. 반면에 우리는 처음부터 온라인 형식으로 설계했으니까.”
내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그러게요. 카메라가 링을 다 가리고 있는데, 관객이 없으니 그게 애초부터 문제가 안 되네요! 생각도 못 했어요.”
“맞아요. 우리는 처음부터 유튜브 방송을 전제하고 하는 시합이니까. 카메라의 시야 확보만 신경 쓰면 돼요.”
몇 안 되는 관계자들은 어차피 링 주변에 딱 붙어서 관전한다.
가까이 붙어서 보면 카메라를 피해 링 전체를 보는 게 어렵지 않다.
“대단해요. 처음부터 온라인 경기에 특화한 셋팅이라니.”
“PC게임리그도, 처음에는 선수들이 게임하는 광경을 보여줬는데 이제는 그냥 게임 화면만 보여주는 중계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해요. 그걸 복싱에도 도입해 본 거죠.”
내가 웃으며 설명했다.
“그렇군요. 다른 걸 참고했다고 해도, 기발하긴 하네요.”
김성찬 선수가 칭찬했다.
“네. 아마 관중 있는 경기하고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올 거예요.”
내가 말하자, 김성찬 선수가 씨익 웃었다.
“어휴. 안 그러면 큰일 나겠어요. 이렇게 돈을 많이 들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