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0)
“오오오… 너무 잘한다. 자동차 유튜버셨어요?”
범수가 엄지를 내밀며 감탄했다.
“응. 너 진짜 잘한다. 역시 내가 동료 잘 뽑았어.”
나도 범수에게 맞장구치고 물었다.
“자동차에 평소에 공부 많이 하는 거야?”
“사실…”
내 질문에 희연이 입을 열었다.
“너네가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첫 아이템이 자동차 아니었으면, 아마 나한테 거절 당했을걸?”
“아.”
“어쨌든, P101 시승하게 했으니, 같이 하길 잘 한 거 같아.”
“오. 그럼 오늘만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하는 거지?”
“…”
거기에는 희연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확답을 안 했다.
역시 밀당을 할 줄 아는 인재구만.
“지금 동영상 올렸어.”
“응? 뭐를?”
“조금 전에 너 뛰어가서 자동차 주위 도는 거. 그거 1분짜리 티저 영상으로 올렸어.”
“오. 그건 괜찮겠네?”
“응.”
그 티저 영상 덕에, 시승할 때는 구독자 3800을 찍었다.
“그런데…”
“응?”
“아까 그 부장 나온 부분은 진짜 올릴 거야?”
희연이 걱정스럽게 웃었다.
“아. 그거.”
나는 씨익 웃었다.
물론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놨지.
구독자 3951명
– 부아아앙~
“오우.”
운전석에 앉은 희연이 거침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희연이 운전석, 이승준이 조수석. 그리고 범수와 내가 뒷자리에 탑승했다.
“히이익.”
이승준은 아예 기함이 들려버렸다.
“고객님. 조, 조금만 조심해서…”
이승준 입장에서는 모처럼 시승시킨 차가 긁히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는 일이겠지.
“나 운전 잘 해요. 이 차가 배기량이 얼만데 이 정도 밟았다고 땀을 흘려요.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 딜러가.”
“야. 너 운전 실력 믿을 수 있는 거 맞지? 이거 긁으면 대리님뿐 아니라 우리가 큰일난다!”
범수가 희연에게 외쳤다.
“장현준 돈 많은 거 같은데. 내가 이거 긁으면 그냥 이 차로 인수하면 되는 거 아냐? 풉.”
희연이 나를 힐끔 돌아보며 말했다.
“어어어! 앞에 봐!”
나는 대답 대신 이렇게 외쳤다.
지금 나한테 돈이 갑자기 생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갑자기’ 생긴 돈이라고.
아버지가 엄마하고 나를 버리고 10년 넘게 가난뱅이 집안에서 살았다고.
‘그래. 고급차면 어떠냐. 긁으면 한 대 더 사면 되지’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거 같냐.
“긁으면 긁은 사람이 사는 거지!”
나는 이렇게 외쳤다.
“피. 치사하다. 얘.”
희연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니… 자기가 몰겠다고 그렇게 나섰으면 사고나면 내 책임이냐?”
이렇게 말하는데, 희연이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꾸었다.
“자, 저는 지금 P101 카브리올레 운전석에 타고 있습니다. 일단 배기음부터 들려드릴게요.”
– 부우웅~
어차피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희연이 갑자기 녹화 모드로 바꿨으니 주위 사람들이 얼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이이이익…”
하지만 너무 심하다.
자동차의 엔진이 워낙 고성능이다보니, 희연이 가속 페달을 계속 밟으니 몸이 사정 없이 가속력도를 느끼고 비명을 질러댔다.
입에서 희한한 신음이 절로 터져나왔다.
“자. 자. 제 옆에 탄 스탭들 입에서 신음 터져 나오는 거 들리시죠?”
– 고오오오~
“으그그그…”
이번에는 범수가 해괴한 비명을 질러댔다.
“어때요! 차의 가속력이 느껴지시죠?”
희연이 희열에 찬 얼굴로 카메라를 보고 외쳤다.
그러더니, 다시 우리를 보고 말했다.
“이 아이디어 어때? 배기음만 녹음하는 게 아니라, 신음소리를 녹음하는 거지. 요즘 유행하는 ASMR 연출 기법을 이렇게 쓰는 거야. 좋겠지?”
“야! 너 무슨 성격에 문제 있냐?”
범수가 외쳤다.
“좀 천천히 몰아! 애가 왜 운전대를 잡더니 갑자기 인격이 변하고 난리…”
범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희연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 부우웅~
“으그그극~!”
다시 범수의 말이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으로 변했다.
“하아. 하아.”
다시 희연이 속도를 낮추자, 잠시 차 실내에서는 숨을 몰아쉬는 소리만 들렸다.
“자. 이제는 자동차 실내 기능을 한 번 살펴봅시다! 일단 최신 자동차답게 첨단기기로 무장된 건 당연한데요. 그래도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볼게요.”
앞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차분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진행을 하기 시작하는 희연이었다.
“…”
우리는 그런 희연을 경외에 찬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하아…”
다시 청담 전시장으로 돌아와서 주차가 완료된 후, 우리는 긴 한숨을 쉬었다.
“살아서 내렸구나.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범수가 힘이 풀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 엄살 떨지마. 위험한 순간 하나도 없었구만.”
“그러게요. 나이도 어리신데 운전 되게 잘하시긴 하세요.”
이승준이 말했다.
“부딪쳐야 위험한 건가? 저런 고성능 자동차를 ‘풀악셀’을 때려 밟는 사람이 어딨어? 숨도 안 쉬어지더구만!”
이승준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범수가 따졌다.
“원래 고성능 자동차는 ‘풀악셀’ 때려서 목이 확 뒤로 젖혀지는 맛으로 타는 거야.”
희연이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콘텐츠로도 좋다고. 원래 카레이서들이 레이싱카 조수석에 레이싱 모델들 앉혀 놓고 엄청 밟아대서 소리 지르게 하는 영상들이 있거든? 그 영상들 조회수 엄청 높아.”
“야. 그건…”
내가 뭐라고 항변하려다가 말았다.
‘그건 노출 심한 여성들 비명 지르게 만들고 그걸 즐기는 남자들이 보는 거잖아.’
이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희연에게 그런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그런데 범수가 또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바로 입에 담는 성격을 발휘했다.
“야. 그건 여자들이 비명지르니까 남자들이 많이 본 거지… 지금은 현준이하고 내가 비명질렀는데 그걸 누가 좋다고 보냐?”
“아… 그건 그렇네. 풋.”
희연이 웃었다.
“어쨌든, 나도 그 카레이서들처럼 한 번 해보고 싶었어. 재밌긴 했잖아? 그치?”
희연이 말했지만, 범수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재밌긴 뭐가 재밌어.
“어쨌든, 오늘 진짜 알차게 맘껏 찍었다. 가속하는 것도 찍고, 자동차 뚜껑 열고 닫는 것도 찍고. 실내 전기장치도 찍고…”
희연이 화제를 바꿨다.
“응. 이번 콘텐츠는 20분짜리 영상 두 개는 나올 거 같아.”
내 대답이었다.
“두 개?”
범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실내와 실외로 나눠도 될 거 같고… 아니면 첫 인상과 주행기로 나눠도 될 거 같고.”
“오. 그러네. 말 들어보니까 20분 동영상 세 개도 나올 거 같은데?”
범수가 그제야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응. 오늘 찍은 거 영상 날 나올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그런데…”
희연이 말끝을 흐렸다.
“응?”
“아까 그 전 부장이란 사람 나오는 부분. 그거 진짜 동영상으로 올릴 거야?”
희연은 계속 그 부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응. 그건 내가 생각이 있어.”
“어떤?”
범수도 궁금함을 표했다.
“응. 그건 내가 오늘 집에 가서 확인할 거 좀 해 보고 알려줄게.”
“…”
희연과 범수가 모처럼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둘 다 내가 하는 말이 석연치 않다는 뜻이겠지.
“저… 그런데.”
우리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이승준이 말했다.
“네?”
“아까 말씀드렸던 쇼룸의 P101은 안 찍으세요?”
“아! 맞다!”
나와 범수는 손뼉을 쳤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범수가 희연을 보고 따졌다.
“야! 너무 속력을 내는 바람에 혼이 나가서 중요한 거 잊고 있었잖아!”
“어머…”
희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범수를 쳐다보았다.
“별소리를 다 들어보네.”
“어쨌든 빨리 찍으러 가자!”
내가 선언했다.
* * *
“우와. 빨간 P101은 또 완전히 다른 감각이네.”
“그러게. 색깔을 완전히 유광으로 했네.”
희연의 말에 범수가 맞장구쳤다.
“네. 요즘 무광 도색이 유행인데, 빨간색은 아무래도 유광이 훨씬 인기가 많다더라고요.”
“오. 좋은 정보다.”
이승준의 설명을 듣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갑자기 희연이 ‘연님’으로 바뀌어서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빨간색이 진짜 너무너무 반짝이죠? 무광 도색이 유행해도 빨간색 자동차만은 유광을 찾는데요. 빨간색 스포츠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뚝심 같은 게 아닐까요?”
“야이. 신호 좀 하고 시작해…”
범수가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희연은 저렇게 갑자기 대화를 하던 도중에 녹화 모드로 들어가는 데 재미들린 거 같았다.
‘뭐. 그래도 멘트는 잘 따네.’
“저. 여기서는 촬영하시면 안 돼요.”
그때 들리는 전용호 부장의 목소리.
“네?”
“시승 차 촬영하시는 건 담당 딜러 권한이니까 그렇다 쳐도, 여긴 쇼룸이니까. 다른 고객들에게 방해됩니다.”
“어머. 다른 고객들이 어디 있다고…”
희연이 따지는 걸, 내가 제지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는 소리 내지 말고 바로 찍고 빠질게요.”
그러자 전 부장이 나에게 성큼 다가왔다.
“안 됩니다. 아예 찍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쇼룸에서 찍는 경우도 있던데.”
“그건 딜러가 전시장 전체의 딜러들한테 양해 구하고, 전시장에 허락 받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더니, 전용호는 이승준을 돌아보았다.
“허락 받았어?”
“아… 아닙니다.”
전용호라는 인간은 도대체 왜 자기 상담 안 하고 쇼룸에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를 방해하는 거냐.
‘설마 이걸 방해하려고 지키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우연히 쇼룸에서 우리를 발견하고 방해하러 온 걸 거야. 그래야 덜 불쌍하지.’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네. 알겠습니다. 여기는 다음에 찍죠.”
“어머! 장현준!”
희연은 내가 한 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이자 화가 난 모양이었다.
“아니야. 쇼룸에 있는 자동차는 원칙으로 하면 전시장 전체의 동의를 얻긴 해야 할 거야.”
“…”
이렇게 말하고 이승준을 보니,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딜러들끼리 서로 양해하며 봐 줬겠지. 그런데 누가 갑자기 나서서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하면, 또 이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테고.”
“…”
이승준과 전용호의 얼굴을 보니 정곡을 찌른 모양이다.
결국 다른 딜러들끼리는 원칙과 상관 없이 양해해주던 부분인데, 전용호가 걸고 넘어진 거다.
“다음에 찍자.”
“다음에 언제?”
희연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