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03)
양성웅이 소매를 끌고 김병득을 입구 반대편으로 데리고 갔다.
“….”
양성웅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뭐?!”
대신, 김병득의 놀라는 소리는 크고 또렷하게 들렸다.
양성웅은 고현석의 얼굴을 알아본 게 분명하다.
예전에 박정구에게 난입당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때까지 첫째 고현욱 말고 고현석과 고현민의 얼굴은 대중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L전자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나서, 고현석은 우리나라 재벌가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는 유명인이 되었다.
그러니 고현석을 오히려 못 알아본 김병득이 신기하게 여겨질 상황.
“….”
잠깐 침묵.
그리고 입구 뒤에 있던 김병득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이쪽을 확인했다.
“풋.”
그 모습을 본 내 입에서 실소가 터졌다.
지금 김병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기세가 등등했던 김병득이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 눈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알고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어린 놈의 색히’라고 부르려던 기세 그대로 나가자니 아무래도 나중에 무사하지 못할 것 같고.
그렇다고 갑자기 저자세로 나가자니 모양이 빠지고.
다시 뒤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떡하지!”
이번에는 김병득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꼴사납게 그러지 말고 빨리 들어오지. 쯧.”
고현석은 가만히 고민하고 있을 시간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헛.”
“빨리 들어오라는데 저러네. 더 재미없어지게.”
분명히 위협적인 발언이다.
“음. 으흠.”
김병득과 양성웅이 문 뒤에서 몸을 내밀었다.
“여어. 소문이 진짜였네!”
김병득이 애써 고현석을 외면하고,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
“….”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비겁하군.’
“너무 시선 이쪽으로만 주지 마요. 시선 처리가 다양한 게 좋으니까.”
“뭐, 뭐야? 여기서도 카메라가 돌아간다고?”
김병득이 다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진정하고 다시 허세를 부리려고 했다.
“근데 소문하고 다른 것도 있네? 생각보다 관계들이 좋은가 봐? 사람들이 이걸 아나?”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하다가 진짜 인생 아작 나는 수가 있어요. 아저씨.”
고현석이 말했다.
“앗. 아니, 그쪽한테 이야기한 게 아니라.”
“그쪽?”
“엇.”
고현석이 말끝을 올리자, 김병득이 멈칫했다.
“참고로 말해주지. 지금 여기서 오고 가는 말 밖에 나가서 뻥긋했다가,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 법무팀하고 상대하게 하는 수가 있어.”
“헛.”
“아니면, 다른 방법 읊어줄까? 후회하게 만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고현석은 확실히 이런 기 싸움에 능했다.
김병득도 처음에는 계속 허세를 부려 볼까 고민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 기세를 꺾어 버리는 데에는 몇 마디 말이 필요 없었다.
“아니, 오늘 이런 자리라는 걸 미리 알려줬으면.”
김병득이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지랄.”
고현석이 내뱉었다.
“히익.”
김병득 뒤에 선 양성웅은 이미 몸을 떨고 있었다.
“배 나온 애들 10명이나 데리고 쳐들어왔으면, 서로 인간적인 대우 기대 안 하고 온 거겠지?”
고현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뭐?”
“맛집 온 거 같아서 애들 밥 좀 먹이려고, 요.”
드디어 김병득의 말이 경어체가 되었다.
2분 30초 정도 걸렸다.
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리고 싶군.
“하.”
고현석이 코웃음을 쳤다.
기 싸움은 끝났다.
사실 승자는 정해져 있었다.
원래 김병득 같은 사람들은 같이 주먹 쓰는 사람한테는 안 쫄지 몰라도, 자기보다 돈 많은 사람 앞에서는 납죽 엎드릴 타입이었으니까.
“그럼 먹여. 1층에 자리 잡아 놨으니까.”
“엇, 그럼.”
김병득이 애매하게 말하자, 양성웅이 반가워 어쩔 줄을 몰랐다.
“엇. 형님! 그럼 제가 애들한테 말하고 올게요!”
“아니, 잠깐….”
김병득이 잡았지만, 양성웅은 함정에서 놓여난 토끼처럼 잽싸게 계단을 내려갔다.
“하. 저 색히가.”
김병득이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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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에서도 올라오면서 욕했으니까, 계속 말 편하게 할게. 알았지?”
고현석이 천천히 말했다.
“어, 네. 응.”
김병득이 머뭇거렸다.
“….”
고현세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주 보았다.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밌네? 지켜보자.’
“그러니까, 우리한테 제안을 하러 왔다고?”
“사실 이 친구한테 제안하러 온 거긴 한데.”
김병득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제안해 보시고.”
김병득이 꼬리를 내리는 바람에 분위기가 가라앉자, 그에 따라 고현석의 목소리 톤도 내려갔다.
하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말투와 표정이었다.
“저기 앉고.”
고현석이 턱으로 테이블 하나를 가리켰다.
VIP룸 구석에 있는 보조 테이블이다.
서빙할 때 여유 공간으로 쓰는 것 같았다.
김병득과 양성웅이 마주 보고 앉을 수는 있었으나, 영 모양은 안 나왔다.
“여기.”
고현석이 종업원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고급음식점 종업원답게 배꼽인사.
“여기, 초마면 두 그릇. 우리 음식은 계속 내고.”
고현석이 김병득이 앉은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초마면이 뭐지?”
“이 집, 초마면 잘해. 그거 한 그릇씩 먹어.”
“밑에 애들은.”
“아.”
고현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종업원에게 말했다.
“밑에 몇 명이야?”
“10명 앉으셨습니다.”
“저기는 우리가 먹는 거랑 같은 코스로.”
“어라?”
그 말을 들은 김병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애들은 왜 코스?”
“딱 꼬라지 보니까 맨날 딱갈이만 하고 제대로 된 거 못 먹는 신세들인 거 같아서. 영화 보니까 송강호가 자기 애들한테 그러더만? ‘나는 애들하고 겸상 안 합니다!’ 같잖아서.”
“난, 안 그러는데.”
김병득이 입맛을 다셨다.
“아, 됐고.”
고현석이 잘랐다.
“우리하고 얘기하려면 우리 먹는 거랑 속도 맞춰야 할 거 아냐. 그쪽 코스 시켜서 처음부터 먹는 거 내가 기다려줘야 하나?”
고현석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알겠수다.”
김병득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우리도 식사 끝나 가니까, 쳐들어온 사람들이 맞춰 줘야지.”
“음.”
“요리는 두 개가 남았습니다. 식사는 뭘로 하실까요?”
종업원의 말이었다.
코스가 거의 막바지로 접어든 건 사실이었다.
“나는 초마면.”
고현석이 답했다.
“저도 초마면으로 할게요. 되게 궁금해지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고현세도 마찬가지.
“알겠습니다. 그럼 초마면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종업원이 물러가고, 양성웅이 조심스럽게 돌아왔다.
“여기 앉으래.”
김병득이 양성웅에게 자기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아, 네.”
양성웅이 잔뜩 눈치를 보며 앉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김병득에게 물었다.
“우리도 뭘 먹는 겁니까?”
“응. 초마면 먹으래.”
“초마면이 뭡니까?”
“아, 됐고.”
고현석이 그 말을 끊었다.
“히익. 네.”
양성웅은 고분고분함을 넘어서 고양이 앞의 쥐 모드였다.
“자, 우리가 한가한 사람이 아니니까. 제안이 뭔지 들어보지.”
고현석이 김병득을 말했다.
“알다시피, 이 복싱 리그를 창설하는 바람에, 우리가 개피를 봤다는 거 아닙니까? 이번에도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어서 무리하게 시합 잡아 봤다가, 결국 포기했거든.”
“개소리.”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현석이 내뱉었다.
“내가 듣기에는 그냥 신규 경쟁자 트집 잡아서 몰아내려는 수작 같은데?”
“아닌데.”
김병득이 말했다.
“뭐가 아닌데? 다른 단체가 경기한다고 원래 있는 단체가 경기 못 한다는 게 말이 돼? 원래 경기 못 열던 단체 아냐.”
고현석이 말했다.
호오. 뭔가 공부 좀 한 모양인데?
“다른 단체들은 정기적으로 시합 열잖아요. 오히려 그 단체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두 분 단체만 그러시는 거죠?”
내가 끼어들었다.
“그건.”
김병득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내가 계속 말했다.
“어째 다른 단체들은 가만히 있단 말이지? 계속 두 분만 그러시네. 다른 단체들한테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 게 눈에 보여요. 그러니까 결국 오늘은 어깨들 대동해서 온 거고.”
“다른 단체들은.”
“다른 단체들은 이렇게 트집 잡는 거보다는 유튜브라는 매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겠죠. 그게 현명한 생각이니까.”
“우리도 협력할 생각 정도는 하고 있어.”
“응?”
김병득의 이 말은 예상 밖의 것이었으므로, 나는 이쯤에서 입을 다물었다.
“그건 뭔 소리야?”
고현석이 끼어들었다.
“오늘 제안이 그런 거라니까. 어차피 지금 우리 KBBF는 새로운 단체가 챔피언 빼가는 바람에 제대로 작동하기가 힘들어졌어.”
“그래서요?”
내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왠지 오늘 그가 하려는 ‘제안’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에서 우리 단체 사 가라고.”
“허.”
“하.”
고현석뿐 아니라 고현세의 입에서도 탄식이 터졌다.
“이거 뭐 똥 덩어리를 팔려고 왔네? 경기 하나 개최하지 못하는 단체를 누가 돈 주고 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