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12)
“봐. 우리 얘기 나올 줄 알았어.”
희연이 나와 범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사실 저것도 우리가 먼저 한 거긴 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가 기획한 거긴 하다.
하지만 범수의 편집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기도 했다.
“그런데 편집을 진짜 잘했어.”
하지만 범수는 ‘왜 나 따라하냐’라고 투덜거리는 대신, 진심으로 칭찬하고 있었다.
“저쪽은 서로 다른 카메라와 편집자가 찍었을 거 같아.”
희연이 범수에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너 따라하긴 했는데, 너를 온전히 따라하진 못했다’라는 위로였다.
“그렇긴 해. 그래도 어쨌든 기획도 좋고, 기술도 좋다. 저기는 진짜 오랫동안 준비한 것 같아.”
범수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사실 유튜브에서 이런 식으로 소스 하나를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게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긴 하지만.”
나도 한마디 덧붙였다.
“아냐. 그래도 이런 신기한 체험하는 데서 영상 여러 개로 만드는 건 그래도 우리 채널이 선구자라고 봐.”
희연이 힘주어 말했다.
희연으로서는 편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게 가능했다.
나의 기획과 범수의 기술 조합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놓고 자부심을 부려도 되는 거다.
“음. 그렇긴 하지. 그런데 그게 다른 채널들도 많이 쓰는 기법이 되는 건 좋다고 봐. 우리가 기법 하나 정착시킨 거니까. 흐흐.”
범수가 말했다.
“하하. 진짜 예술가 다 됐네.”
희연이 범수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누가 나 몰래 표절하면 열받겠지만, 내가 만든 기법 따라해주면 좋아하는 게 기술자고 예술자인 거라고.”
“기술자도?”
“그럼. 기술자는 돈만 벌면 되는 사람이라고 예술자하고 대비시키는데, 그거 아니잖아? 기술자 중에서도 자부심 있는 사람들 많이 봤어.”
범수가 말했다.
“그건 그래. 기술자하고 예술자는 사실 구별 잘 안 되지. 우리 같은 최신 미디어 종사자들한테는 더욱.”
내가 맞장구쳤다.
“악플은 없냐?”
“악플도 있지.”
– 나는 박정구가 걍 싫어. 그래서 양재호도 딱 싫어. 같이 다니면 아마 결국 이미지 박살날 걸.
– 그러게. 영상에 쌈마이 티 많이 나서 못 봐주겠다. 나는 걍 채널이나 계속 보련다.
사실 이런 소수의 시선은 박정구나 양재호로서는 신경도 안 쓰일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우리 채널에 대한 악플이 나타났다.
– 이 짝퉁이지. 짝퉁 재벌. 진짜 재벌이 나타났으니 인제 거기도 끝이다.
– 그러게. 영상 기술력도 여기가 좋고, 콘셉트도 잘 잡았네. 잘 가라.
– 크크크. 맞다. 그 색히들. 인제 진짜가 나왔으니 짜질 일만 남았네.
“풉.”
내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내가 아까 웃은 이유야.”
“응?”
이렇게 묻는 희연과 범수도 웃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유튜브 생리를 잘 모르네.”
내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는 독자들도 있을 거야.”
희연이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겠네.”
우리는 다시 우리가 생각하는 ‘그 댓글’을 찾아봤다.
– 유튜브 채널을 여전히 무슨 TV채널처럼 접근하는 애들이 있네. 아직도 구별이 안 되냐? 유튜브 채널은 선택이 아니야. 확장의 문제지.
– 뭔 소리야?
– TV 뉴스나 드라마면 비슷한 장르의 콘텐츠가 화제를 모으면 원래 있던 채널이 손해 보잖아? 시청률 빼앗기니까?
– 그렇지? 유튜브는 달라?
– 다르지. 유튜브는 선택이 아냐. 시청자들을 빼앗아오지 않는다고.
– 아.
– 생기고 나서 채널 구독자 수가 더 늘었다고. 바보들아.
그래. 그거다. 양재호는 우리한테 ‘위협적인 라이벌’인 줄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상 우리 채널 시청자들을 더 늘려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댓글에서 벌써 과 가 도대체 몇 번이 반복되었나.
그게 다 우리 채널 광고가 되는 것이다.
양재호 채널로 유튜브 입성한 신규 시청자들한테 바로 그 댓글이 링크가 되는 거다.
게다가 그 영상 댓글에 우리 채널이 계속 언급된다?
그러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곧바로 반응한다.
“경쟁이란 아름다워.”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 * *
– S그룹은?
양재호가 박정구를 끼고 유튜브에 안착하고, 이런 질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 응? 무슨 소리야.
– L그룹 유튜버도 나왔고, G그룹 유튜버도 나왔잖아. S그룹은 안 나오냐고.
– S그룹? 그래도 급이 또 다르지 않냐? L그룹하고 G그룹 시가총액 합해도 S그룹 못 따라가지 않나?
– 그러게. 그 집안사람들은 열심히 집안 단속하고 있을걸.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양재호와 박정구의 영상이 올라오고 약 일주일 지나서였다.
그에 대한 소문이 돈 것은.
– 그런데 S그룹에서 누가 하나 시작한다는데?
– 그래? 누군데?
– 글쎄. 황태자급인가?
– 거기는 집안이 되게 넓어. 외가일 수도 있고.
– 크크크. 몰라.
어쨌든, 이런 추측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 채널 구독자가 더 늘어난 건 물론이다.
구독자 8424235명
다시 일주일 후, 나는 모처럼 L전자와 L자동차의 합동 파티에 초대받았다.
L전자의 ‘자동차용 반도체’가 매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L전자가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 입성하는 건 너무 적절한 판단이었다.
장소는, 무려 고현욱의 자택이었다.
“와우.”
희연과 범수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감탄했다.
“뭐야. 별로 기대 안 했는데, 엄청나게 화려하네?”
“기대 안 했어?”
범수의 말에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우리나라 재벌집 자택 중에 L그룹은 별로 언론에서 떠든 적이 없잖아? 그래서 별로 호화롭지 않을 줄 알았어.”
“확실히 호화롭지 않기는 해. 뭔가 중후한 느낌이다.”
희연이 범수의 말을 받았다.
“사실 평수는 굉장히 넓어. 우리나라 단독 주택 중에 평수로는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걸.”
내가 천천히 말했다.
“그런데 가격으로는 탑이 아닌가 봐?”
“응. 이쪽 동네가 부동산 시세 상승률이 별로 안 좋은가 봐.”
“아하. 우리나라에서는 집의 넓이보다는 집의 가격으로 유명해지니까.”
내 설명을 듣고 희연이 이해하겠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하기야. 집 가격하고 실제로 집이 호화로운 거하고는 다르니까.”
범수도 덧붙였다.
“이것도 예전에 말이 많았었어. L그룹이 S그룹이나 G그룹에 비해서는 요령 없다는 이미지가 있잖아? 회장 자택도 꼭 땅값 안 오르는 데 샀다고들 했었대.”
내가 말하자, 범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오. 그걸 어떻게 알았… 아.”
범수가 말을 멈추었다.
어떻게 알긴. 내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니까 알지.
게다가.
내가 어린 시절에 엄마의 손을 잡고 아버지 고무혁 회장 집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엄마가 나와 아버지를 재회시키기로 결심한 시절이었다.
엄마는 나를 그대로 혼자 기르는 게 맞을지, 아니면 어느 정도 커서 ‘나는 왜 아버지가 없어?’라고 물을 때 아버지를 소개해주는 게 맞을지 엄청나게 고뇌했었다.
그리고, 그게 나를 위해 나을 거라는 결론을 내고 나를 아버지에게 소개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주 잠깐이지만, 나를 집안으로 들여서 키워볼 생각을 했었고.
“나, 이 집에서 잠깐 살았었어.”
내가 천천히 말했다.
“아.”
희연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적응 문제도 있고, 배다른 형제들과의 관계 문제도 있고. 문제가 계속 생기는 바람에 아버지 소유의 다른 집으로 이사도 갔었지. 그러다가 다시 엄마랑 둘이 살게 됐지만.”
내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집이 설마….”
희연이 말했다.
“응. 이 집이야. 딱 봐도 오래돼 보이잖아? 이래 봬도 이거 1980년대 초반에 지은 집이래.”
“그렇구나.”
희연과 범수가 내 눈치를 봤다.
“워낙 어릴 때라,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들어오니 새삼 기억이 잘 난다.”
내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눈치 보는 동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도 띠면서.
하지만 굳이 내 감정을 꾸며내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아버지의 다른 아들들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달까.
“그럼, 오늘 촬영도 예정대로 할까?”
범수가 물었다.
L그룹 총수의 가든파티니, 유튜브 각이다.
당연히 우리 모두 촬영 장비 하나씩 챙겨 왔다.
“당연한 거 아냐? 우리는 유튜버라고. 게다가 현욱 형님한테 촬영 허락도 받아 놨어.”
내가 말했다.
“호오. 총수가 자택을 유튜브에 공개한다?”
“세상 많이 변한 거지. 그리고 이제는 유튜브 공개에 대한 사람들 생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더라고.”
희연이 말했다.
“어떻게? ‘유튜브에 나오는 게 좋은 거구나’ 이렇게?”
“그것도 있지만.”
범수의 말에 희연이 대답했다.
“어차피 찍힐 거, 기왕이면 정식으로 촬영 허가해 준 상태에서 어떻게 나올지 협상하는 게 이익이다. 이렇게 바뀐다고 해.”
“오. 그거 말 되네.”
범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이 대문에서 계단 위로 올려다보이는 본관 그림이 상당히 좋네. 계단 올라오는 시선으로 일단 찍으면서 따라갈게. 너네는 둘이 자연스럽게 파티 초대되어서 오는 사람처럼.”
카메라 감독 모드가 발동한 범수의 지시에 따라 나와 희연이 계단을 올라갔다.
“훗. 무슨 드라마 남녀 주인공 된 거 같네.”
희연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드레스와 턱시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셋 모두 꽤 깔끔한 파티 복장으로 차려입었다.
확실히 호화 단독주택 마당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는 나와 희연을 밑에서 따라오며 찍으면, 그림은 좋을 게 틀림없다.
“몬테카를로에서는 그런 느낌 안 들었어?”
내가 웃으며 물었다.
“몬테카를로는 영화. 이건 드라마.”
희연이 곧바로 대꾸했다.
“풉. 정확하네.”
그 말에는 나도 웃음이 나왔다.
* * *
“공간은 찍으셔도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객들의 얼굴은 엄격하게 가리셔야 합니다. 대표님께서 부탁하셨습니다.”
누가 봐도 ‘파티 관리자’로 보이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공손하게 말했다.
“아, 네. 대표님께 허락받으면서, 그 주의도 들었어요. 모자이크 처리도 하고, 그 전에 자신의 얼굴이 찍히고 있다는 느낌부터 안 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공손하게 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하객들에게 ‘촬영 가능하냐’고 묻는 것도 삼가시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다시 관리자가 공손하게 덧붙였다.
“아. 물론이죠. 혹시 자기도 찍어달라고 하기 전에는 부탁도 안 할게요.”
치밀하군.
이 조건을 덧붙일 생각을 한 게 고현욱일지 고현민일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유튜버들의 생리에 대해 점점 잘 알아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나는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보통의 유튜버라면 ‘동의 없는 촬영 안 하겠다’라고 약속해 놓고 하객들에게 돌아다니며 ‘얼굴 나오셔도 괜찮죠?’라고 물어볼 테니까.
‘어째 고현석의 아이디어라고는 생각 안 드는군.’
사실 이렇게 꼼꼼하게 촬영 조건을 따지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여어. 왔어?”
관리자가 물러나고, 현민이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어째 일부러 관리자에게 공적인 메시지를 전하게 한 후 나타난 분위기다.
“오. 그래.”
내가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어. 오랜만입니다. 하하.”
희연과 범수도 웃으면서 현민에게 인사했다.
고현욱이나 고현석과는 달리, 현민에게는 희연과 범수도 편한 느낌을 받았다.
현민은 자기 형들과는 달리 ‘인싸’ 기질이 풍부한 녀석이니까.
“오. 반가워요. 여기는 몬테카를로 저택에 비해서는 좀 볼 게 없지만. 그래도 예쁘게 찍어 주세요. 아, 그 전에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현민이 멋진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