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2)
“오오.”
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말은, 지금 생각은 ‘같이 간다’라는 소리네?”
“…”
희연이 입을 다물었다.
그건, 물론 ‘yes’의 의미였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영상 길이가 정확하게 20분으로 떨어지지 않지만, 그냥 올렸으면 해. 실외 동영상은 15분, 주행 동영상은 25분 정도로 맞춰서.”
“재구성 안 하고? 20분인 거 하고 아닌 거 하고 광고 수입 단위가 다르다는데…”
내 말을 들은 범수가 물었다.
“응. 그러니까 오히려 더 그래야 할 거 같아. 부자연스럽게 편집해서 20분 동영상 두 개 만들면…”
“아. 악플들 장난 아니겠군.”
“응. 돈 버는 건 좋지만, 돈 때문에 만든 채널은 아니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희연과 범수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찬성.”
“나도.”
슬슬 채널에서 돈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런 제안에 흔쾌히 찬성해주는 걸 보니 역시 동료들 잘 뽑았다 싶다.
“아, 그리고. 이거.”
범수가 USB를 내밀었다.
“응? 이거 뭔데?”
희연이 물었다.
“아. 우리 영상 찍어온 거, 네 개인 채널에도 올리기로 했잖아.”
“응?”
희연이 바로 USB를 받아서 영상을 재생해 봤다.
“오.”
그걸 본 나는 감탄이 나왔다.
희연의 채널에 올라갈 거니까, 이 동영상의 주인공은 차가 아니라 희연 자신이었다.
범수는 희연을 주인공을 돋보이게끔, 게다가 평소 희연의 채널에 올라오는 동영상들과 같은 분위기와 앵글로 멋지게 촬영한 동영상을 또 하나 만들었던 것이다.
“어머… 이건 솔직히 감동이다.”
희연이 정말 기쁜 표정을 지으며 범수에게 감사를 보냈다.
“응. 너 좀 귀엽더라고. 그래서 편집할 맛이 났어.”
아. 저 말은 안 하는 게 좋았을 텐데.
“어머! 뭔 변태 같은 소리야!”
“아니, 뭐가…”
– 카톡.
훈훈하던 분위기가 순간 박살난 찰나, 카톡이 울렸다.
고현욱 형이었다.
– 안녕? 이제 슬슬 네 상속 과정을 마무리해야 할 거 같아.
훗. 웃음이 나왔다.
어느새, 나는 이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처지가 되어 있었다.
구독자 7878명
희연, 범수와 헤어지고 집에 온 나는 L그룹의 주가 동향을 파악했다.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네.”
생각대로다.
며칠 전부터 L그룹 주요 계열 기업들의 주가가 조금씩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죽음 후 상속 작업이 벌어지면서,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눌러놨던 주가다.
이제 슬슬 복구할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사실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는 건데.’
조금이라도 돈을 더 많이 받는 게 목적이라면, 내쪽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면 된다.
처음의 예상은 1500억 이하를 받을 거 같았지만, 이미 L그룹의 주가는 스멀스멀 회복되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다가 15퍼센트의 웃돈을 얹는다?
대충 계산해도 내가 받을 돈은 2000억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상 내일 받는 것보다 모레 받는 것의 차이가 어마어마할 수 있다.
3000억 어치의 주식이라고 가정해 보자.
1퍼센트만 주가가 더 오른 상태에서 받아도 30억 차이가 나는 거니까.
“휘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저절로 한숨이 쉬어졌다.
“그렇게 따지니 돈이란 게 참…”
하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더 얻어내기 위해 그런 공작을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일부러 고현욱, 고현석 형제의 페이스에 말리고 싶지도 않고, 무조건 양보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3000억을 받을 거면 하루라도 빨리 받아서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괜히 일주일 더 기다렸다가 3030억을 받았다고 해서, 그 30억이 정말 그렇게 보람될까.
‘3000억이 없는 상태에서 일주일 더 생활을 할래? 아니면 1퍼센트 수수료 떼고 일주일 기다리지 않고 당장 3000억 가질래?’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왠지 1퍼센트를 떼이더라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게다가, 나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후우…”
“얘. 너는 아까부터 왜 그렇게 한숨을 쉬니.”
엄마가 나를 보고 물었다.
“엄마.”
내가 엄마를 은근한 목소리로 불렀다.
“왜?”
엄마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도 뒤숭숭하지?”
“응. 아무래도… 갑자기 너한테 큰돈이 생긴다고 하니 걱정도 돼. 큰돈이 갑자기 생긴다는 건 사람을 변하게 하기도 하니까.”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협상 다 끝내고 받아버리려고.”
“응. 네 돈이니까. 네가 좋은 대로 결정해.”
“엄마는 정말 이 돈에 대해 관심 없어?”
“응. 나는 네 아버지… 회장님의 돈하고는 엮이고 싶지 않아.”
늘 그랬듯이, 이 말이 나오면 엄마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도 뭔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보다도 훨씬 액수가 많아.”
“그렇구나. 네가 현명하게 쓰기를 바라.”
여전히 액수조차 알고 싶어하지 않는 엄마.
“그 사람들이랑 싸우지 말고. 괜히 그래서 좋을 거 없다.”
대신 내 성격에 대한 걱정이 많다.
“돈 들어오면, 이 집에서 이사 가요. 정원 안 가꿔도 되는 편한 집으로. 좋은 동네로.”
“응. 아니야. 나는 이 집이 좋아.”
엄마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태도는 단호했다.
이 집은 아버지가 사준 거라고 했다.
조그마한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
건물과 대지를 다 합하면 40평대.
꽤 넓지만, 외딴 동네에 있는 낡은 집이다. 절대 살기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사실 이 집을 팔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갔으면 돈의 여유가 좀 생겼겠지만, 엄마는 끝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 집을 떠나겠다는 것을 거절하는 걸 보면, 분명히 뭔가 사연이 있겠지.
하지만 굳이 그런 걸 물어볼 생각은 없다.
어차피…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우리집에서는 금기니까.
“그냥 돈 들어오면 맛있는 거나 먹자.”
엄마가 웃었다.
“애걔. 요즘 맛있는 거 먹으려고 돈 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럼. 가끔 예쁜 옷도 사 줘.”
“…”
엄마의 소박함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
“응?”
“…아니에요.”
엄마에게 곧바로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속금과 유튜브. 이런 걸로 엄마 인생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 * *
“여어.”
고현석이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물론 반가움을 표한 건 아니다.
그의 표정과 몸짓에 비꼬는 투가 잔뜩 섞여 있었다.
“…”
나도 그에게 썩소만 살짝 지어 줬을 뿐, 별다른 인사는 하지 않았다.
“잘 왔어. 오늘은 얘기 정리하자. 괜찮지?”
고현욱은 역시 동생보다는 훨씬 더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네.”
나도 고현욱에게는 한결 밝게 웃어주었다.
“거 참. 받을 돈이 3000억이 넘는 놈이, 우리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형이 저번에 돈봉투 줬으니까 그 돈 쓰느라고 급한 게 없었나보지?”
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
“그게 최대한 너한테 잘 해보자고 준 돈이야. 괜히 너한테 밀당하고 있으라고 준 게 아니고. 짜식이 분수를 모르고… 도대체 몇 번을 나오게 하는 거야?”
고현석이 말하자, 고현욱이 말렸다.
“그쯤 해 둬.”
나는 또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자, 참을 수 없어졌다.
아니. 애초에 참을 생각도 없었어.
그냥 적재 적소에 말을 하려고 속에 담아 뒀던 게 있는 거지.
“그런데… 왜 여기 계속 나오세요?”
“응? 이 자식이…”
“죄송한데요. 그런데 저번부터 꼬박꼬박 나와 계시길래요. 저 보기도 싫어하고. 이 협상 과정도 상당히 귀찮아 하시는 거 같고. 그런데도 매번 나와서 적대적인 말을 하고 계시는데…”
이렇게 말하며 나는 고현욱에게 시선을 돌렸다.
“굿 캅 배드 캅(good cop, bad cop)이 생각나서요.”
“…”
내 말을 듣고 고현욱의 눈이 가늘어졌다.
“…”
고현석도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내 추리가 맞는 모양이다.
나는 그들이 쉽게 대답을 못 하는 걸 보고, 씨익 웃었다.
고현석이 먼저 나쁜 말을 던진다. 그리고 고현욱이 그걸 막으며 상대를 달랜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고현욱에게 무의식적으로 우호도가 올라가게 되는 거다.
예를 들어 1000억을 받으러 갔는데, 고현석이 ‘이 쓰레기 자식한테 뭘 1000억이나 줘? 반만 주지’라고 한다고 치자.
그런데 고현욱이 그런 고현석을 말리고 대신 사과한다.
그러면 상대는 무의식적으로, 고현욱이 900억을 불러도 왠지 그의 제안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이 형제는 일부러 상대 앞에서 서로 입씨름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거다.
나는 이제 그 연극을 더 이상 봐 줄 생각이 없고.
“…”
내 말을 들은 두 형제는 별다른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나도 이 사람들한테 실토를 받는 건 목적이 아니니까.
“자. 어쨌든 빨리 마무리하죠.”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합석해 있는 박성수를 보고 말했다.
“아, 네.”
박성수가 힐끔 고현욱과 고현석 형제의 눈치를 보고 나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L전자, L생명, L자동차 등 L그룹의 핵심 계열사 7개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이 계열사의 주식은 0.3퍼센트 이상 되는 부분을 저희에게 양도해주시면 됩니다. 사실상 문제되는 건, 회장님께서 39퍼센트 소유하셨던 L생명 주식입니다.”
박성수가 설명했다.
“네.”
내가 일괄적으로 3퍼센트를 상속받기로 했으니, 39퍼센트의 3퍼센트면 대략 1.2퍼센트를 물려받게 된다.
이 경우, 0.9 퍼센트 정도의 지분은 내가 내놓고, 그 가치를 돈으로 받게 되는 거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L생명의 지분 중 0.9퍼센트는 현재 시세보다 15퍼센트 높은 금액의 현금으로 받으시는데 동의해주시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오늘 서류 항목을 하나하나 채워가게 됩니다.”
“꽤 오래 걸리겠네요.”
내가 말했다.
“네.”
“좋아요. 한 가지 물어볼게요.”
“네.”
“제가 넘기기로 한 지분을 현금으로 받기로 했었는데, 그걸 다른 계열사의 지분으로 받아가는 건 어떨까요?”
“응?”
고현욱이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지분을?”
고현욱의 말에 내가 최대한 심드렁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자… 예를 들면, 여기 L모터홀딩스 지분이 있는데, 이건 아버지가 49퍼센트 갖고 있었네요? 그러면 나는 1.5퍼센트 지분을 상속받게 되잖아요. 아마 형님들은 저보다 더 많이 받으실 거고.”
“그렇지.”
고현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색히 또…”
고현석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내가 그쪽을 쳐다보니 입을 닫았다.
역시, 조금 전에 내가 ‘굿 캅 배드 캅’ 얘기한 것에 심리적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
일단 고현석이 좀 조용해지니까 한결 낫군.
“그러니까 지금 L생명 주식을 15퍼센트 붙여 돈으로 환산해서… 현금으로 안 받고 그 가치 만큼의 지분으로 받는 거죠.”
“…”
고현욱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저 7개의 계열사 제외하고 말이지?”
고현욱이 확인하듯 물었다.
“그럼요! 저는 경영권에 관심 없어요.”
내 말을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