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24)
“자, 박정구 님이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파티에 초대했을 분이에요. 그러니 오신 분을 쫓아낼 수는 없지요. 대신 8번째 손님이 오시면 바로 나가신다고 약속받겠습니다.”
– 오. 대인배.
– 저걸 받아준다고? 양아치 짓을 받아줄 필요가 있나.
– 그냥 우쭈쭈해준 다음에 살살 보내는 게 상책 아닐까?
– 다음 손님 왔다고 순순히 나가줄까?
– 안 나가면 어쩔 건데? 시청자 수가 지금 몇 명인데.
“쩝.”
내가 보여준 댓글 창을 확인하고, 박정구는 내가 손짓으로 안내해 준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박정구 채널 시청자들이야 박정구 편이지.
그래서 자기 채널 시청자들 앞에서 자기 페이스로 휘젓고 다니는 게 박정구의 스타일.
하지만 그로서도 100만에서 200만을 향해 가고 있는 동시 시청자들 앞에서 방역법 무시하는 행동을 할 용기는 안 날걸.
“나도 초밥 주나?”
박정구가 나를 힐끗 보며 물었다.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민혁 셰프가 잽싸게 내 눈치를 봤다.
“풉.”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락교하고 초생강만 드릴 수 있을 텐데요.”
“응. 응. 맞아요.”
나한테 맞장구치듯이 유 셰프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헐. 너무 짠 거 아냐. 참치 해체쇼까지 하면서?”
“저건 예약된 손님을 위한 겁니다. 예약된 손님이 직접 드리면 모를까, 제가 드릴 수는 없죠.”
일단 내 의향을 확인한 유 셰프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휴. 치사하네. 됐어. 뭐 얻어먹으러 온 건 아니니까.”
박정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일단, 왔으니까 축하를 해야죠. 의 구독자 1,000만 돌파를 축하합니다! 하하.”
박정구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내가 박정구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게 다인가?”
갑자기, 엄마가 입을 열었다.
“앗. 아니죠! 아니죠!”
박정구가 자리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제가 박혜민 씨 팬이거든요! 그래서 오늘 인사를 하러 온 것도 있죠.”
이렇게 말하며, 박정구가 엄마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
범수가 나를 보았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하고 싶은 대로 놔두라는 거다.
옛날 같으면 박정구가 엄마한테 접근하는 게 싫었겠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팬이면 거리 유지.”
엄마의 잔뜩 깐 목소리.
“네?”
엄마 쪽으로 걸어가던 박정구가 멈칫했다.
“팬이면 거리 유지해주는 게 국룰이에요. 입으로만 팬이라면서 막 다가오는 건 스토커고.”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네.”
박정구가 약간 얼떨떨해하며 대답했다.
“나한테 할 말 있어요?”
엄마가 물었다.
“아. 네. 있습니다.”
“근데 조금 전에 팬이라고 했는데, 팬이라고 하는 사람 중에 막 다가오면 스토커고, 이상한 질문 하면 파파라치나 기레기인 거고. 그래. 혹시 그런 질문 던질 건가?”
“어, 음.”
박정구가 또 잠깐 멈칫했다.
‘흥. 맞구만.’
솔직히 나도 박정구가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대충 알 거 같았다.
“아니, 제 시청자들이 궁금해해서.”
“풉.”
– 저 색히. 퍼플 마스크하고 관계 물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
– 근데 당황했다. 당황했어.
– 뭔가 사전에 차단당해서 좀 힘이 빠진 느낌?
– 그런다고 포기할 박정구가 아닌데?
“그래서, 여기 채널 주인장하고는 무슨 관곕니까!”
박정구가 외쳤다.
엄마가 초장부터 기를 죽이지 않았으면, “퍼플 마스크 엄마란 거 인정하시죠! 퍼플 마스크 아버지도 누구인지 인정하시고!”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풉.”
엄마가 다시 웃었다.
인제 보니 엄마와 내 웃음소리가 닮았구먼.
“오늘 이 자리가 그거 발표하는 자리 아냐. 우리가 같은 멀티 채널 소속이라고. 여기 난입하느라 그 대목은 못 들었나 봐요?”
엄마가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시선을 다찌 쪽으로 향했다.
“아니, 그 멀티 채널 얘기 말고.”
“어떻게 예상하고 한 치도 안 벗어나냐. 어디 가서 내 팬이라고 하지 마요. 지금 이 방송 보는 사람 중에서 한 명도 안 믿을걸?”
엄마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
박정구가 말을 잃었다.
“여기 음식 맛있어. 축하하러 왔으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얌전하게 있어요.”
“초생강밖에 없는데요.”
박정구가 항변했다.
“이 집. 초생강 잘해. 아무 데서나 먹는 초생강인 줄 아나 봐?”
엄마가 곧바로 받았다.
박정구가 더는 못 당하겠다고 생각했는지, 엉거주춤 몸을 돌렸다.
– 야. 저게 여배우 포스구나.
– 그러게.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 전성기 때는 카리스마 쩔었대.
뜻밖에 조회수 올라가는 포인트가 만들어졌다.
고개를 돌리는 그의 시선에 걸린 것은 현민이었다.
“여어. 형은 안 왔나 봐?”
엄마한테 기세로 밀린 걸 만회하려는지, 박정구가 허세 낀 표정으로 현민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형? 오고 있는데?”
“엇?”
박정구가 순간 흠칫했다.
“8번째 손님.”
– 오. 고현욱? 고현석?
– L그룹이 또 오는 건가?
“하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순간 당황한 박정구를 보고, 현민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잌.”
박정구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자. 초생강입니다. 안동에서 수확한 생강에 쌀 식초로 새콤한 맛을 내고, 유자 폰즈로 단맛을 첨가했습니다.”
유 셰프가 오마카세의 정식 메뉴처럼, 설명을 곁들이며 초생강을 박정구 앞에 올렸다.
“크흨. 진짜 초생강이네.”
박정구가 이를 악물었다.
– 크크크. 이건 푸대접도 아니고 대접도 아냐.
“자. 자. 그러지 마시고. 초생강이 맛있는지 시식 좀 하고 소감도 말하세요. 초생강 무시합니까?”
내가 웃으며 박정구에게 말했다.
“이런….”
박정구가 나에게 눈을 흘겼다. 하지만 그도 방송을 아는 인간이지.
– 사가각.
잠깐 망설인 박정구는, 초생강을 하나 이빨로 베어 물었다.
질감을 남아 있도록 만든 초생강인지, 꽤 경쾌한 소리가 나며 씹혔다.
“으음! 생강의 아린 맛은 없어지고 초의 상큼한 맛이 혀를 공격하는데 난데없이 깊은 향이 쏟아져! 이 향은 유자인가!”
“하하하!”
박정구가 일부러 과장된 멘트를 치는 걸 보고,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방송을 아신다니까.”
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해주었다.
박정구 타입을 상대하면서 내가 깨달은 요령이 하나 있다.
박정구가 “나 자리에 앉을게!”라고 했을 때 안 앉히려고 엉거주춤거리다 보면 그의 페이스에 넘어가는 거다.
그리고 “안 되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신이 난 박정구가 “안 되긴 뭐가 안 돼! 나 이런 놈인 거 몰라!” 외치는 거고.
카메라 앞에서는 한번 상대방 페이스에 말리면 그걸 뒤집기란 정말 힘든 거고.
– 크크크. 박정구도 별수 없군.
– 먹방 멘트를 다 외치네.
– 말린 거지.
당연히 이 흐름을 읽은 시청자들도 있었다.
“음. 그리고.”
잠깐 머리를 굴리던 박정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또 할 말이 남은 걸까?
“저도 선언 한번 할게요. 이제 특수 채널 말고 개인 채널 천만 시대가 열렸단 말이지?”
“그렇지요.”
우리나라에서도 1,000만이 넘는 채널은 물론 있다.
하지만 한류 아이돌, 아동 전문 채널, 방송국 채널을 제외하고 나면 그 수는 5개 이하로 줄어든다.
“그리고 그중에 ‘재벌 유튜브’가 유력한 장르고.”
“흠. 그렇죠.”
내가 다시 박정구의 말에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그리고 그 ‘재벌 유튜브’의 선두 주자는 ”
“또 축하해주시는 거군요. 감사합니다.”
“2,000만. 아니, 1,500만 안에 따라잡아 주겠어!”
“응?”
“우리 양재호느님 채널이 그거 앞지를 거라고! 은 내년 이맘때쯤 되면 그 장르 3위가 돼 있을 거라고. 하하하!”
– 뭐야. 약 올랐나 봐. 갑자기 도전 선언이네.
이런 댓글이 달리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게 정말 박정구가 처음부터 마음먹은 멘트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자리에서 무언가의 이름을 말하면, 그건 곧바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홍보 효과로는 최고지.
양재호 채널에 대한 칭찬도 필요 없다.
그냥 경쟁 관계에 있다는 것만 말해도, 노출과 각인 효과가 장난 아니니까.
“후. 그렇군요. 홧팅.”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흐흐흐.”
박정구가 나를 보고 음흉하게 웃었다.
뭔가 내가 약이 오르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내 채널에서 자기 채널 홍보를 보란 듯이 했으니까.
그리고 그 효과가 충분할 거라는 것도 분명하니까.
‘그런데 그걸 알 정도면, 다른 것도 알 텐데?’
나는 그 점이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장르가 크면, 우리한테도 아주 고맙죠.”
내가 이렇게 말했다.
“흐흐. 그래.”
박정구가 내 웃음을 보고 같이 웃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어! 빨리 오셨네요!”
내가 외쳤다.
“나왔어! 결과 나왔어!”
“오!”
“응? 누구지?”
신이 나서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 사람은 바로 유정구 관장이었다.
그는 우리의 유튜브 권투 리그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
사실 1,000만 기념으로 우리 멀티 채널을 소개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우리가 만든 유튜브용 복싱 리그, YOUBC였다.
어쨌든 유정구 관장의 최근 모습은 영상으로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
박정구가 그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에, WBU하고 통합 타이틀 매치 성사됐다고! 으하하!”
“세상에! 빨리 답이 왔네요?”
“응! 덥썩 물었지!”
이렇게 외친 유 관장이, 곧바로 입을 막았다.
“아. 이 발언은 좀 그런가? 방송 중이지?”
“하하. 자막 잘 넣으면 괜찮을 거예요.”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유 관장을 안심시켰다.
WBU는 세계 5대 복싱 기구 중 한 곳이었다.
3대 복싱 기구에는 안 들어가지만, 그래도 전통과 규모를 갖고 있는 단체.
우리 리그의 챔피언과 WBU챔피언의 통합 타이틀전이 성사된 것이다.
그러니까, WBU가 자신의 챔피언과 우리 기구의 챔피언의 위상이 서로 비벼볼 만하다고 인정했다는 얘기.
“자. 이건 우리 채널 대표님이 발표하지? 내가 말재주가 없어서.”
“아, 네. 오늘 파티의 8번째 멤버는 바로 유정구 관장님이에요. 복싱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는.”
유 관장의 말에 따라 내가 카메라를 보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에, 세계 단체와의 통합 타이틀전을 추진했어요. 그런데, WBU가 받아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