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29)
“김양복이래.”
“푸하하. 이름이 뭐 그래.”
박정구와 비슷하게 웃었지만, 곧 동료들도 진지하게 영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심각한 내용이긴 했다.
– 자, 그래서 이란 회사가 뭐 하는 회삽니까? 이름에 아예 ‘민팅’이 들어가네?
– 네. 저희가 하는 일은,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소유물에 ‘민팅’ 작업을 해드리는 겁니다.
김양복이 천천히 답했다.
– 아오. 답답해. 그러니까, ‘민팅’이 뭔지 모르면 이야기가 안 되겠네?
박정구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렇죠. 그럼, 민팅에 대해 설명해드려도 될까요?
김양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안 되지.
– 네?
이건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모양인지, 김양복이 진심으로 놀라는 게 보였다.
– 내 채널 시청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바로 설명 듣는 거야. 다른 말로, 가르치는 거.
박정구가 눈을 크게 뜨고 과장된 어조로 말했다.
– 그, 그럼 어떻게….
– 어떻게 설명을 하냐고? 조건 걸고 시작해야지.
– 무슨 조건을?
– 일단, 설명이 3분 이상 이어지면 안 됨. 그리고 지루해서도 안 됨. 오케이?
– 어. 지루하면요?
– 그러면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박정구가 이를 씨익 드러내고 말했다.
– 네.
김양복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 이따가 우리 집 강아지가 화장실 갈 때 됐으니까, 그걸 먹기로.
– 허걱.
댓글창이 난리가 났다.
– 큰일이군. 저 인간 쌍판이랑 복장으로 봐서 입 열자마자 지루할 텐데.
– 이렇게 된 거 그냥 먹고 시작하자.
“어휴. 드러워.”
희연이 질색을 했다.
“그 유튜버에 그 시청자들이지, 뭐.”
범수도 오만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 자. 그럼 그냥 맘 편하게 먹고 시작?
–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박정구의 말에 김양복이 정색을 했다.
– 크크크. 그래. 그렇게 싫은 건 싫다고 하는 용기도 있어야지.
박정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자. 일단 설명 들어봅시다. 지루한지 안 지루한지는 들어보고 결정합시다.
“오. 생각보다 박정구도 유연해졌는데?”
범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똥 먹이고 설명 들으면 그거 냄새를 나보고 견디라고? 이 사람들아. 내 생각 좀 하라고.
박정구가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역시, 보통 사람하고는 생각 회로 자체가 다르다.
– 어쨌든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김양복이 재빠르게 말했다.
– 그래요. 일단 해 보슈.
박정구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 민팅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콘텐츠에 고유 정보를 부여하는 기술입니다.
– 호오?
박정구가 추임새를 넣긴 했지만, 댓글란에서도 똥 얘기가 사라졌다.
“어째 경청하는 분위기?”
희연이 갸웃거렸다.
“저기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이 많으니까.”
– 예를 들어서, 제가 영상을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그 영상 파일은 윈도우 컨트롤 C, 컨트롤 V로 무제한 복제를 할 수가 있죠. 그러면 뭐가 원본인지 모르겠죠? 그래서 원본 동영상에다가 고유 정보를 부여해 놓는 겁니다.
– 음. 그 고유 정보가 NFT라는 거죠?
박정구도 굳이 김양복에게 똥을 먹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넣어줘서 설명을 대화 형식으로 만들고 있었으니까.
– 맞습니다. NFT가 ‘대체 불가 토큰’의 약자거든요. 그러니까 대체가 안 되는 토큰을 걸어 놓으면, 원본 영상을 다른 복제 영상으로부터 걸어놓을 수가 있지요.
– 흠. 그러면 수많은 복제 영상 중에서 원본을 골라낼 수가 있다?
– 그렇지요. 우리 누구나 알지요?
갑자기 김양복이 질문을 던졌다.
– 뭐를?
– 원본 영상하고 복제 영상하고 가치가 똑같을 수 없다는 걸 말입니다. 이게 오프라인으로 ‘물성’이 있는 물건들에는 걸기가 쉬워요. 그림 원본도 그렇고. 또 우리나라에서는 아니지만, 서양에서는 책의 첫 번째 인쇄본을 경매에 올리고 하거든요.
– 음. 맞는 말이긴 한데.
박정구가 턱을 만졌다.
– 네?
– 지금 살짝 지루해질 뻔했음.
– 허걱.
김양복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 한 번 경고 건다? 자, 더 빠릿하게 가 봅시다.
– 어, 네. 네. 그래서, 그런데.
약간 당황해하면서 김양복이 말을 이어갔다.
–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NFT를 자신의 저작물에 걸 거예요. 한마디로 민팅을 한다는 거죠. 그리고, 또 말이죠? 인터넷 시대에는 누구나 크리에이터잖아요? 그러니까 누구나 한두 가지 민팅을 할 저작물이 있다는 거죠.
– 아하. 그러니까 이 그런 서비스를 해 주는 회사다?
– 그렇죠. 일단 일차적으로는 민팅 작업을 대행해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저희가 구축한 플랫폼에서 아주 쉽게 하실 수 있죠.
– 일단 그렇다? 그럼 그거 말고도 있다는 거네?
박정구와 김양복은 어느새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 네. 플랫폼을 구축하니까요. 플랫폼 사업이라고 할 수 있죠. 민팅 작업을 하는 데서 그치면 안 되죠? 저희하고 민팅을 하신 고객들이, 민팅한 자산을 최대의 가치로 인정받고 활발하게 팔리도록 하는 데까지 나아가려는 거죠.
– 호오. 그럼 플랫폼 사업까지 하시는 거네.
– 맞습니다. 물건이라는 건 시장이 있어야 잘 팔리는 거니까요. 여기까지 서비스를 구축해야 제대로 된 서비스죠. 일단 여기까지가 설명의 끝입니다.
– 어라? 벌써? 똥 먹기 싫어서 좀 빨리 끊은 느낌인데.
– 하하. 솔직히 그런 것도 있고요. 하지만 뭐, 대략적인 설명은 다 드린 것도 맞습니다.
김양복이 손사래를 쳤다.
– 여러분 생각은 어때요?
박정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채팅창을 봤다.
– 저 정도면 깔끔하네.
– 이해는 쉽게 됐음.
– 지루하진 않았지만 똥은 먹읍시다.
– 결국 광고네. 그럼 광고비 대신해서 똥이라도 먹어요.
댓글에는 아무래도 ‘똥을 먹여라’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었다.
– 크하하! 역시 내 독자들 답지. 자, 똥을 먹을지 말지는 결정해서, 내가 따로 영상으로 만들게요.
박정구가 웃으며 정리했다.
“박정구답지 않은 정리네.”
희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 모르겠어.”
내가 말했다.
“저 김양복이라는 애가 우리한테 메일 보낸 사람일까?”
범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 하지만 모르겠어. 일단은 평범한 gmail 계정이라서.”
“민팅을 플랫폼에서 해 주고 그걸 팔 수 있게 해 준다라. 뭐, 말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글쎄다. 근데 뭔가 냄새는 나지.”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박정구가 다시 김양복에게 질문을 던졌다.
– 그럼, 우리 채널의 영상들도 민팅을 걸 수 있단 얘기네?
– 네. 그렇죠. 박정구 님 채널의 첫 영상에다가 한번 걸어볼까요?
– 에이. 그건 지금 섣부르게 걸긴 좀 그렇지? 오늘 이 영상을 걸어보는 건 어때요.
– 오. 알겠습니다. 한번 걸어보죠.
“흠. 시연이네. 일단 보자.”
우리 셋은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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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이라고 특별히 기대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이 미리 만들어둔 플랫폼에 접속해서 회원가입을 하고, 영상 하나를 넣어서 ‘민팅’을 하는 과정이 약 5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 이렇게 하면 되는 거라 이거지?
박정구가 흐뭇한 표정으로 물었다.
– 네. 이렇게 하면 이 영상은 민팅이 완료됐습니다.
김양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 흐흐. 생각해 보니 이 영상은 지금 찍고 있으니 민팅을 못 하겠더라고? 그래서 어제 올렸던 영상을 민팅 걸어 봤지. 어렵지 않네? 돈도 안 들어요?
– 네. 일단 민팅 서비스는 무료입니다.
김양복의 대답에 박정구의 눈이 커졌다.
– 아니, 사업 아이템이 민팅해주는 거라면서요. 그런데 그걸 공짜로 하면 어떡해?
– 음. 계속 무료로 할지는 아직 확정은 안 됐습니다만. 그래도 당분간 유료화 방침은 없습니다.
“이쯤 되면 뒷광고네. 플랫폼 뒷광고.”
희연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게. 뻔한 대화 아니냐.”
범수도 맞장구쳤다.
– 자. 그리고 이제 민팅이 완료됐으니, 가격을 책정하시면 됩니다.
– 오. 어제 영상 가격 말이지?
박정구가 눈을 빛냈다.
– 네. 정해 보시죠. 단, 저작권하고는 다른 개념입니다.
– 어제 영상은…. 뭐 평소처럼 찍는 소통 방송이었으니까 특별할 건 없어요.
– 앗. 그러면 얼마로 잡으실 건가요. 다른 영상들이 대체로 어느 정도 가격을 잡는지 알려드려 볼까요?
김양복이 말했다.
– 아니? 뭐 하러? 내가 남들이 얼마 매기는지 알아야 하나? 나 박정군데?
박정구가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센 척을 했다.
– 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김양복이 말을 더듬었다.
– 음. 나도 곧 구독자 1천만을 찍고, 또 1억을 찍을 사람이야. 한마디로 내가 짱이지. 그런데 그런 내 영상이니까 아무리 특별한 거 없어도 만만한 가격을 찍을 수는 없지?
– 그, 그러시겠죠.
김양복이 다시 말을 더듬으며 맞장구쳤다.
그러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 크크크. 개허세네.
– 그러게. 퍼플 마스크한테 맨날 밀리면서.
– 이번에 재벌집 유튜브 프로듀싱하는 거처럼 하더니 결국 구독자 제일 많이 늘어나는 건 퍼플마스크더라.
지금까지는 ‘민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바빠서 댓글창에 대응하지 않던 박정구였다.
– 아, 쫌! 어떤 쌍노무 것이 쌍노무 것 얘기를 해!
하지만 내 이름이 나오자 뜻밖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순간 박정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야. 아닌 척해도 저럴 때는 얼마나 너를 의식하고 있나 나온다.”
희연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게. 내가 그랬잖아. 쟤 아무리 봐도 너 좋아한다니까.”
범수도 맞장구쳤다.
“쿨럭. 그, 그랬어?”
내가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응. 너한테 이겨 먹으려고 하는 게 눈에 보여. 쟤도 주화입마 상태라고. 아닌 척하고 있을 뿐이지.”
범수가 킥킥 웃으며 덧붙였다.
“꼭 무사히 나았으면 좋겠구나.”
내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째 박정구는 점점 더 큰 나락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계속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건 박정구와 김양복의 다음 대화를 듣고 알 수 있었다.
– 십 투더 팔. 열받았어. 일단 2천만 원!
– 헉. 2천이요?
김양복이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솔직히, 이번에는 연기 티가 조금 났다.
“저 금액도 짠 거겠지?”
희연도 나와 비슷한 걸 느꼈던 거 같다.
“음. 아마도.”
– 자, 그럼 이 플랫폼에 돈을 넣어야 하나?
– 어, 아닙니다. 그런데 자기 소유권을 주장하는 거잖아요. 가격을 매기는 행위 자체는 돈이 안 들어가죠.
– 아. 그렇구만!
저 대화도 좀 부자연스러웠어.
역시 전문 연기자들도 아닌 주제에 너무 대놓고 준비된 대사를 치면 안 되지.
– 뒷광고.
– 솔직히 박정구가 지금까지 뒷광고한 게 한둘인가.
– 그래. 증거만 없으면 뒷광고 아니지 뭐.
박정구 팬덤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런 거다.
박정구가 뭔 짓을 해도, 그걸 다 각오하고 있다.
“박정구네 시청자들도 지금 이게 뒷광고라는 걸 알면서 보는 거지?”
범수도 그걸 금방 알아챘다.
“완전히 안다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그게 뭐 어때서? 재밌으면 그만이지. 이런 생각 아닐까.”
희연이 의견을 냈다.
“그런 것도 있고, 어떤 시청자들은 공범의식이 작동할 수도 있을 거야.”
나도 의견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