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31)
이런 체인이 작동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한나절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유튜브의 세계에서는 ‘다음 날이 되었다’라는 표현도 속도감이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유튜브 렉카들은 자기들이 해당 NFT와 코인을 구매하면서, 그 시장에 실시간으로 뛰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어차피 영상 하나 대박 쳐서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게 ‘유튜브 렉카’의 세계다.
그런 사람들한테 저런 사행성 높은 아이템을 보여줬으니 보도하러 달려가서 자기들부터 ‘줍줍’하는 게 당연했다.
– 제가 한번 사 보겠습니다!
– 제 영상에 NFT를 걸어보지요. 제 영상도 1년 후면 100배 가치가 뛰어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이렇게 취재한답시고 가서 자기들이 가장 먼저 소비자가 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후우. 우리 학교에도 코인 때문에 저런 눈빛 하는 애들 많았는데.”
범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지금 1코인이 얼마냐? 여전히 1,050원이야?”
희연이 물었다.
“아니. 1,255원 정도네.”
범수가 태블릿을 들어 검색해 보고 말했다.
“허. 앉은 자리에서 박정구 돈 벌었네.”
“제대로 상장되지도 않은 코인이 벌써 들썩인다 이거지.”
“문제는 저게 시작이라는 거.”
“이거 사실상 2차 코인게이트 아냐?”
희연이 말했다.
그 말이 솔직히 내 마음을 찔렀다.
“생방송 스트리머들이 코인으로 시청자들 떼먹으려고 한 거였잖아. 코인 게이트. 그러다 걸렸었고. 근데 이게 그거랑 많이 달라? 방송 플랫폼 바뀐 거 말고.”
희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머리를 긁었다.
과연 이걸 그냥 무시하고 내 일에 집중해야 하나.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만드는 몇 가지 포인트가 생겨났다.
* * *
“이거 대박이라니까. 이런 아이템 처음 봤어.”
양재호가 단체톡방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10명 정도가 참여한 톡방이다.
모두 양재호 또래의 ‘귀하신 자재들’로 보였다.
“뭐가 대박인데.”
“요즘 세금 때문에 그림들 많이 사잖아? 걸 데도 없어서 창고에 쌓아두고, 그리고 괜히 관심도 없이 미술관 열어서 운영하는 척하고. 얼마나 힘들어?”
“그래서?”
“그러니까 NFT로 사는 거잖아.”
“그건 벌써 유행 탔잖아. 새로울 게 없는데.”
“근데 그걸 코인이랑 결합했다니까.”
양재호의 흥분이 채팅으로도 드러났다.
“야. 코인 한물갔다.”
일단 톡방 멤버들의 전체적인 반응은 그닥 좋지 않았다.
“그건 전체 판이 그런 거고. 이제 코인 시장 전체를 보지 말고 하나하나를 봐야지.”
양재호가 강변했다.
“응. 그건 맞는 말이지. 근데 네가 말한 건 비상장 코인이고.”
“상장이 필요가 없다니까? 이미 플랫폼에서 쓰고 있기 때문에 상장이 없어도 쓰임새가 확실하게 보장이 된 거니까.”
양재호가 답답해하는 게, 톡으로도 느껴졌다.
“그 플랫폼은 얼마나 믿을 만한 회사인데? 제대로 된 데야?”
“그건 우리 기준으로 볼 때는 안 그렇지. 그래도 아이템이 확실하니까 플랫폼이 엄청 튼튼해질 건 정해졌잖아?”
양재호의 말이었다.
“어휴. 그건 순환논법이잖아.”
“순환논법?”
“응. 믿을 만하냐? 물어봤더니 플랫폼에서 쓰여서 괜찮다 하고. 그럼 플랫폼이 확실하냐? 물어봤더니 아이템이 좋아서 그런다 하고. 그럼 그 아이템 좋은 건 어떻게 믿냐고 하면? 플랫폼 있어서 좋은 거 맞다고 그럴 거 같은데?”
이 단톡방에는 양재호보다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아니야. 아이디어가 좋으니까 아이템이 좋다고 하겠지.”
양재호가 이 채팅을 입력하는 데에는 좀 시간이 걸렸다.
갑자기 말문이 막혔었으니까.
“아이디어 좋다고 아이템이 성공하면 지금 온 세상이 재벌이야. 아이디어보다 자금력이 더 중요한 걸 몰라? 자금력 묻고 있는 거잖아.”
“이잌. 아이템이 좋으니까 자금력이야 금방 생기지.”
“또 저런다. 그거 또 순환논법이야. 너 진짜 요즘에 돈이 없냐? 왜 그런 데 휩쓸려.”
“뭐야, 이 색히야?”
– 양재호님이 채팅방에서 퇴장하였습니다.
“허. 나간 거야?”
“쟤 요즘에 왜 저래.”
“유튜브 시작해서 저래. 뭔가 바람이 잔뜩 들었어.”
“아니야. 그런 것도 있지만, 저 자식 아직 제대로 프로젝트 하나 굴려본 게 없잖아. 초조한 건 둘째치고, 인정은 받아야겠는데 경험이 없는 거지. 그러면 저렇게 병크를 터뜨리게 마련이고.”
“하. 지금 와서 경험 쌓기는 글렀지 뭐. 게다가 코인으로 시작? 푸하.”
양재호가 채팅방에서 나가자, 채팅의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쟤, 다시 초대해달라고 하면 어떡할까?”
“받아주지 마.”
* * *
박정구 같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도 되는’ 유튜버들이 첫 타석에 들어서고.
그다음으로 시사 채널과 렉카 채널들이 두 번째 타석.
그리고 그다음 순서가 남아 있었다. 세 번째 타석은 돈이 필요했다.
양재호나 퍼플마스크 같은 돈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
퍼플마스크를 섭외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박정구와 가까이 있던 양재호가 그 역할을 하게 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 자. 재벌집 자제들이 어떻게 재테크를 하는지 보여드릴게요. 여러 가지 세금 문제들이 있잖아요? 제약도 많고.
양재호는 이렇게 영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의 플랫폼에 접속한 양재호는, 민팅이 된 결과물, 즉 유튜브 영상의 NFT를 대거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날 쓴 코인은 10만 코인.
약 100만 달러 정도였다.
‘코인의 큰손’의 등장이다. 코인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구독자 11984723명
– 반갑습니다. 퍼플 마스크님.
다시 이메일이 왔다.
“오.”
나는 반가워서 자리에서 펄쩍 일어났다.
이 이메일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어때요? 분위기를 보니 좀 초조하시죠? 지금 유튜브가 온통 저희 NFT 얘기로 들썩거리고 있으니까요.
초조했던 건 맞다. 이 메일을 보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
– NFT 콘텐츠의 가격을 정해 놨다고 하더라도, NFT 열풍 때문에 전체 시세가 오르고 있어요. 그래서 판매자들이 가격을 재조정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불티나고 팔리고 있는 중이지요. 그리고, 그걸 거래하는 데 쓰이는 코인도 폭증하고 있고요. 벌써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메일은 이런 식으로 초조함을 유발하고 있었다.
결국 하고 싶은 건 하나다.
– 지금이라도 너무 늦은 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저희 프로젝트에 동참하세요! NFT와 코인의 특성상, 2배 정도의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니까요.
첫 번째 파도.
박정구와 양재호 같은 거물이 그 파도에 끼어 있었다.
두 번째 파도는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사실 박정구와 양재호는 한 몸이다.
둘이 MCN 계약까지 맺은 상태니까.
그런데 막상 ‘NFT’와 ‘코인’ 시국이 되자, 둘의 사이를 대중이 잊어버렸다.
흥미로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양재호는 재벌이니까 이 문제에서 박정구와 처지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 둘은 어느 때보다도 똘똘 뭉쳐 있다.
–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셔야지요. NFT는 그 사람의 자산이에요. 원래 있는 권리인데 못 행사하고 있는 겁니다. 자기 자산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는 게 유튜버의 역할 아닐까요. 자신의 구독자들이 부자되는 기회 열어주는 게 선한 영향력 아닐까요. 그게 노블리스 오블리제죠.
“뭔 개소리야.”
참으려고 했는데 웃음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던 메일이지만, 막상 내용을 보니 신물이 올라왔다.
‘선한 영향력’, ‘노블리스 오블리제’.
좋은 말은 다 갖다 썼다.
근데 하는 수작은 다 보인다는 거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 희연과 범수에게 톡을 보냈다.
– 기다리던 메일 왔어. 전달할게. 읽어 보고 답장 줘.
– 오. 알았어.
– 진짜 예상대로 왔네?
동료들에게서 답장은 금방 도착했다.
그들도 이 문제에 잔뜩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 * *
세 시간 후, 우리는 에 모였다.
“이게 런치 오마카세라는 거지? 평소에 파는.”
“응. 생각해 보니 맨날 이 가게에서는 특별식만 먹었어. 제대로 리뷰하려면 엄마하고 안 와야 할 거 같아.”
희연의 말에 내가 답했다.
“그러게. 런치 오마카세 10만 원이면 요즘에는 가성비 메뉴 아닌가?”
“그러게? 코로나 때문에 스시 가격이 엄청 올랐잖아. 요즘 오마카세 10만 원이면 혜자 소리 듣는다고.”
범수가 말했다.
“왜 그럴까.”
희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일본 여행이 막혀서 일본으로 맛집 여행 가던 사람들 발길이 다 우리나라 초밥집으로 몰려서 그렇다는 말이 있더라.”
내가 답했다.
“아하.”
“그리고 원래 펜데믹이란 게, 보통 서민들한테 영향을 끼치지, 오마카세 먹는 중산층 이상에게는 영향을 덜 미치는 경우도 있고.”
“아. 펜데믹으로 평소보다 지갑 가난해지는 건 중산층 이하라는 거지?”
희연이 말했다.
“응.”
“씁쓸하네.”
“음.”
그때, 유민혁 셰프가 우리의 침묵을 깼다.
“자. 광어부터 시작합니다.”
“저기요. 셰프님.”
희연이 입을 열었다.
“네?”
“저희가 와서 더 잘해주시고 하는 거 아니시죠?”
“설마요. 유튜버한테 평소 안 주던 거 주면, 다른 손님들 상대할 때 엄청나게 곤란해져요. 유튜버한테 주던 거 왜 우리한테는 안 주냐고. 하하.”
유 셰프가 웃으면서 답했다.
“어머. 그렇구나.”
“블로그 시대를 거치면서, 유튜브 시대로 와서 확실히 바뀌었어요. 요즘에는 홍보할 때 더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유 셰프가 말했다.
“셰프님도 블로그 홍보 경험 많으시죠? 그리고 ‘블로거지’ 관련 경험이라든가.”
“어휴. 그거 책으로 써도 될 정도로 많이 겪었죠. 저도 독립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여러 업장을 거쳤으니까요.”
“그런데 ‘유튜버거지’라는 말은 없네요? 차이가 느껴지나요?”
범수가 물었다.
“음.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그렇구나.”
범수의 눈이 빛났다.
“이것도 상당히 재밌는 현상이라고 봐. 왜 그럴까?”
“블로그는 블로그끼리의 네트워킹이 약했고. 유튜브는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채널들끼리 논쟁도 많이 하고, 댓글도 훨씬 활성화돼 있으니까?”
희연이 말했다.
“아하.”
“블로그는 아무래도 댓글 다는 사람들이 서로 한 덩어리라는 느낌이 안 들었잖아. 근데 유튜브 댓글은 좀 다르지.”
희연이 계속 말했다.
“아하. 이런 거 논문으로 나온 거 있을까?”
범수가 물었다.
“응? 글쎄?”
“그냥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생의 의견인 거지?”
범수가 진지하게 물었다.
“어우. 왜 그래. 적응 안 되게.”
희연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거 진짜 연구 대상일 거 같아서. 네가 하는 말, 증명 안 된 거 아냐?”
범수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렇지. 내가 아는 한.”
“그래. 확실히 유튜브는 대중들의 학습효과가 강한 거 같아. 그래서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도 확실히 조심해서 써야 하고. 몇 번 속으면 대중들이 파악하니까.”
“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범수도 자연스럽게 화제를 오늘 만난 목적으로 가져오고 있었다.
“얘기가 그렇게 되네.”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할 타이밍이 되었다.
원래는 5명이 앉는 자리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중간 자리를 띄워서, 우리 세 명만 앉았다.
메인 다찌에서 벗어난 아일랜드이기 때문에, 원래 한 명의 셰프가 담당하는 곳이다.
즉, 우리 세 명과 유민혁 셰프에게만 들리는 상태에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얘기.
일부러 으로 온 이유이기도 하다.
“메일 읽어봤지?”
“그럼. 네가 기다리고 있던 내용이네.”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아.”
“왜?”
“증거능력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