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49)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슬슬 방송 마무리하고 귀가할 출구전략을 생각할 때다.
“그러니까, 퍼플마스크 님은 ‘NFT 자체는 나쁜 거 아니다’라고 하고 계신 거네요?”
“음. 좋고 나쁜 건 잘 모르겠다, 입니다.”
“그렇군요. NFT가 나쁘다는 말씀은 아니셨군요.”
– 푸하하.
댓글 다는 시청자들도 알았다.
양재호가 정신 승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 그게 그 얘기냐?
– 냅둬. 어떻게든 저런 비슷한 결론이라도 안 내면 지금 바로 울어버릴 거 같아.
* * *
– 양복이. 오늘 방송 어떻게 생각하나.
수화기 너머에서 짜증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 음은 뭐가 음이야. 똥이지, 똥. 등신 같은 색히들. 저런 쓸데없는 발악을 한 번 더 들으라고 나한테 방송을 기다리라고 한 거냐?
“그래도 방송 결과는 봐야 아는 거긴 한데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김양복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지 않았다.
– 지랄하네. 코인 시세 방송 끝난 직후 4.8퍼센트 빠졌어.
“엇.”
수화기를 든 김양복의 손에 땀이 흥건하게 배었다.
눈물 겹게 ‘그래도 나쁘단 소리는 아니지요?’라고 확인하던 양재호처럼, 김양복도 ‘설마 저 방송 때문에 코인 빠지겠어?’라고 정신승리를 시도하고 있었다.
근데 4.8퍼센트? 잘못하면 자기 목이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우.”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 내가 이제 결론을 내렸어.
“무슨 결론이요?”
– 어린 노무 색히들은 싸가지만 없는 게 아니라, 능력도 없다고. 내가 이 색히들 비위 맞춰 주면서 일을 시킨 게 잘못이지.
‘언제 비위를 맞춰 줬다고.’
김양복이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 이제 우리 쪽 카드 쓴다.
사실, 어차피 쓰려던 카드긴 하다.
“음.”
– 이거 잘못되면 네 책임이야.
“…”
하지만 바지사장한테는 이렇게 말하는 법이다.
원래 쓰려고 했던 거지만 시치미 떼고 ‘너 땜에 쓰고, 잘못되면 네 책임이야’라고 말해 놓는 것.
끊임없이 책임을 지우고 갈구는 것.
바지사장을 쓰는 근본 원리다.
– 너무 걱정은 마.
“네.”
상대방의 립서비스가 있긴 했지만, 김양복은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어지고, 김양복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네.
우울한 양재호의 목소리.
“방송은 실패네요.”
– 네. 저 구독자가 미친 듯이 빠지고 있어요.
양재호가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네 구독자 날라가는 게 문제냐! 내 모가지가 날라가게 생겼는데!’
김양복이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입밖으로 양재호를 욕하지는 못했다.
등신이지만 재벌집 아들이니까.
“구독자도 구독자지만, 지금 코인 시세 엄청 빠지고 있대요. 한 5퍼센트 날라갔다던데.”
– 어. 그래요? 조금 전에 보니 7퍼센트던데.
“그새 2프로 더 빠졌어요?!”
김양복이 벌떡 일어났다.
목이 날아간다는 건, 직장이 날아간다는 게 아니라 진짜 목숨이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니! 근데 구독자 얘기부터 하시는 거예요? 코인 7퍼센트면 지금 우리가 넣어놓은 돈이 얼마가…”
– 어우. 저한테까지 소리지르지 마세요. 저 지금 혼란해요. 구독자도 문제고. 코인도 문제고.
“허.”
김양복의 말문이 막혔다.
아무래도 양재호는 지금 우는 것 같다.
‘이 자식은 어느 만큼 등신인 거야. 내가 이런 어린애 같은 색히한테 카드 한 장이라도 써 먹어 보라고 줬다는 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김양복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지금 울어요? 이 지경이 됐는데 울고나 있어요?”
– 그러는 님도 우는 거 같은데요. 흙.
양재호가 받아쳤다.
“이런 건 또 받아치네. 아까 퍼플마스크한테 받아치든가. 흙.”
김양복이 절규했다.
* * *
– 지이이잉~ 지이이잉~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내가 기다리던 바로 그곳이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퍼플마스크님.
“네.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쪽 목소리도 상기되어 있었다.
– 음. 이번에 브리치(breach)가 있었습니다. 포착됐어요.
“오. 언제요?”
– 아까 방송 끝나고 한 30분 정도 지나서요.
“지역은?”
– 지역은, 싱가폴.
“엇. 그렇군요.”
서울이 아니라는 점이 좀 실망스럽긴 했다.
하지만 결국 다 연결되어 있겠지.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들이랑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은?”
– 제가 보기에는 99퍼센트예요. 타겟으로 한 데이타들을 보면.
“아하. 그럼 서울하고도 연결이 되겠네요?”
– 네. 지금 대충 보니 나올 거 같아요. 하지만 함정일 수도 있고, 디코이(decoy)일 수도 있고. 해서 좀 검증해 봐야 해요.
“얼마 정도 걸릴까요?”
– 24시간 정도. 또 연락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쥐어졌다.
이번 방송은, 아마 내 채널의 역대 조회수를 갱신할 것이다.
구독자 19999999명
24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방송을 시작했다.
실시간 방송.
리스크는 있지만,
그래도 이번 콘텐츠는 실시간 방송이라는 포맷을 피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예고한 대로 방송을 시작합니다. 지금 시각은 4월 13일. 오후 9시 정각입니다.”
– 악성댓글 사건과 관련된 중대 발표.
약 5시간 전부터 위와 같은 제목으로 실시간 방송 예고를 했다.
그리고 9시 정각에, 방송을 시작했다.
“와우.”
동시접속자 100만 명 넘기고 시작.
구독자 수의 약 20분의 1이니, 그렇게 놀랄만한 수치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감탄이 나오는 수치이기는 하다.
여유 있는 시각에 방송 예고를 한 덕에, 수많은 렉카 채널에서 내 방송 광고를 해주었다.
– 악플러의 배후, 밝혀지나?
– 악플러 관련 발표. 수사 결과 발표일 듯.
– ‘인실X’ 시전하나.
이런 제목의 영상들이 유튜브 홈을 도배했다.
유튜브가 참 편리한 건, 이 렉카 영상들이 그동안의 사건 흐름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는 사실.
지금까지 악플러 검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도 우리 방송을 볼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유튜브가 좋긴 좋아.’
이 가운데 이런 제목도 있었다.
– 대놓고 9시 뉴스와 경쟁하는 . 일부러 9시에 편성.
흠. 나도 확실히 이런 생각을 하긴 했어.
100만명이면 우리 국민의 50분의 1.
이 정도면 시청률 2퍼센트로 방송 시작하는 걸까.
물론 TV는 사람 수가 아닌 가구 수로 따지는 시청률이라서 계산법이 다르기는 하다.
게다가 해외 시청자 비율도 있고.
그래도 어쨌든 시청률 얘기할 때 소수점 안 써도 되는 수준이 됐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갑습니다. 시청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인사하기 위해 숙였던 고개를 들면서 추가로 멘트를 던졌다.
사실 ‘뉴스와 경쟁한다’는 논평은 상황을 꽤 잘 꿰뚫어본 것이기도 하다.
나와 범수가 협의한 카메라 프레임도 뉴스를 의식해서 나왔으니까.
범수가 제어하는 카메라는 나를 마치 뉴스의 앵커처럼 비추고 있었다.
“일단, 오늘 방송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길어지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이렇게 멘트를 쳤지만,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멘트기도 했다.
– 뭔데. 이 자식아. 뜸 들이지 말고 말해. 요즘 시청자들 늘어지는 거 싫어한다.
첫 슈퍼챗은 박정구에 의해 나왔다.
“하하. 네. 그럼.”
나는 목을 가다듬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저희 채널에 성희롱 댓글과 악성 거짓 정보 댓글을 조직적으로 살포한 사람들이 적발되었다는 건 아실 겁니다.”
– 그 얘기인지 알고 왔음.
– 그래서, 배후 잡았다고?
– 계속 수사했던 거임?
댓글이 정신없이 올라갔다.
– 우와. 나는 댓글창 이렇게 빨리 올라가는 거 처음 봤음. 피드백 받으려면 진짜 슈퍼챗 필수네.
시청자들도 이 방송의 스케일에 놀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연이 댓글 몇 개를 고정해서 건네준 태블릿을 이용해서 댓글 피드백을 했다.
“많은 분들이 악플 조직과 관련하여 저희가 수사를 진행했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나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최대한 공식적인 어투로 선언했다.
“저희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저희가 발표하는 것도, 저희가 직접 나서서 수사하거나 조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 그럼 무슨 정보를 알아냈다는 거야?
이런 댓글이 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음. 정보 중에는, 굳이 조사를 안 해도 얻을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있습니다.”
– 그게 뭔데?
– 제보 받았다는 얘기잖아. 바보야.
그래도 댓글이 한꺼번에 많이 올라와도, 댓글과의 소통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사람들이 영상의 맥락에 따라서 올리는 댓글의 내용이 뻔하기 때문이다.
‘제보’라는 말이 담겨 있는 댓글만 해도 내 눈에 띄고 넘어간 것만 10건이 넘는다.
“그렇죠. 제보라는 방법도 있고. 하지만 제보는 아닙니다.”
– 그럼 뭔데!
“이번에는 제삼자가 와서 알려준 게 아니라, 본인들이 알려주었습니다.”
– 응?
– 뭐라고?
– 자수?
“자, 일단. 보안 시스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악플도 넓은 범주에서는 들어가는 이야기니까. 최대한 짧게 정리해드릴게요.”
– 보안?
– 뭔데.
“옛날에는 그랬다고 해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해도 현장에서 안 잡히면 끝까지 안 잡힌다. 얼굴만 갖고 어떻게 사람을 잡냐.”
– 풋. 진짜 옛날 말이네.
“지금 우리가 들으면 옛날얘기죠? 요즘엔 주차 단속 CCTV에 얼굴 하나만 찍힌 거 갖고도 그 사람 집이랑 점심에 뭐 먹었는지도 알아내니까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요즘엔 마스크 끼고 다녀서 또 CCTV 괜찮다고 하는 범죄자들이 있다더군요. 마스크 낀 상태에서 안면인식 개발하는 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발되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죠.”
–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 뜸 들이지 않는다더니!
“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IT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어제까지는 못 잡아내던 걸 오늘부터는 잡아낼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유튜브 악플 같은 게 대표적인 경우죠.”
– 흠.
– 그렇지. 유튜브 악플러 잡았다고 할 땐 솔직히 놀랐었음.
– 한 1년 전만 해도 ‘유튜브 악플은 못 잡는다’가 진리처럼 돌아다녔지.
“맞습니다. 그러니까 나쁜 짓 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해야 해요. ‘이게 지금은 안 걸리지만 앞으로도 안 걸릴까?’ 이렇게요. 나쁜 짓을 아예 하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착한 사람은 얼마 없다고 해요. 다 안 걸릴 거 같으니까 안 하는 거지.”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어쨌든 저희는 발전된 기술에 의해 악플러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는 세상이니 안심할 수가 있습니까? 우리 정보 보안에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어요.”
– 응?
– 무슨 말?
– 정보보안에 돈을 쓰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시청자들 입장에서 흐름으로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였을 수 있다.
“네. 사실, 해킹 시도가 정말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아마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현상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