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28)
이야기가 재밌게 돌아간다.
“아. 그 얘기구나.”
그런데 더욱 재밌는 것은, 현민의 반응이었다.
그는 또 한 번 내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오늘은 어떻게든 네가 주인공이다, 야.”
현민이도 아는 거다.
“혹시 너도 이번 건 알아?”
“무슨 소리야. 나도 네 채널 구독했잖아. 열심히 보고 있다고.”
현민이 웃었다.
“호오.”
내가 이렇게 대꾸하는데, 중늙은이 한 명이 물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라고?”
“네. 유튜브에 우리 딜러가 상담하는 거 몰카가 올라와서…”
최상현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그 설명을 들어 보니 가관이다.
최상현의 말을 들으면 딜러가 몰카 피해자다.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이게 생각보다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최상현이 설명에 이렇게 덧붙이는데, 문이 열리고 한 명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배꼽 인사.
아, 저 아저씨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 몰랐네.
전용호였다.
“청담 전시장 전용호 부장입니다. 제가 상황 설명을 좀 해드려도 될까요?”
이렇게 말하고, 주주들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기 시작한 전용호.
“???”
그리고 곧 그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아니…”
내 얼굴을 발견하자, 커진 그의 눈이 희번득거리며 돌아갔다.
안 되는 상황 파악을 어떻게든 해 보려는 것이리라.
“아. 이분은, 이번에 대주주가 되신 장현준 님입니다. 처음 얼굴 뵈어서 놀라셨나 보네요. 킥.”
현민이 나를 소개하다가 ‘킥’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 현민이 내 채널을 봤다면, 나 말고 현민이도 상황 파악 다 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지금 일부러 나를 소개하는 태도로 볼 때,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녕하세요.”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웃으면서 그에게 인사했다.
썩소이긴 했지만.
“아, 네. 안녕하세요. 고 이사님께서도 와 계셨네요. 아… 안녕하세요.”
전용호는 나와 현민에게 번갈아 보며 인사인지 뭔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 대충 들었는데. 몰카 당했다고?”
중늙은이 한 명이 말했다.
“아, 저…”
전용호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이것도 무슨 몰카 같은 건가요?”
전용호는, 순간적으로 이 상황 자체가 자기를 놀리기 위한 이벤트인가 하는 희망을 가진 거 같다.
“뚱딴지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이게 왜 몰카야?”
중늙은이가 짜증을 냈다.
“그, 그렇지요.”
전용호가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그걸 보고 내가 물었다.
“그거, 당사자하고 이야기가 다 끝났던가요?”
“네, 네?”
“지금 단순 몰카가 아니라, 불친절 상담에다가 계약 강탈 건에 대한 촬영분이 올라간 거잖아. 그러니까, 그 영상 올린 고객하고 이야기가 다 된 거냐고요.”
“어… 얘기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만.”
전용호가 떠듬떠듬 대답했다.
“뭐야? 아까랑 얘기가 다르네? 불친절에 계약 강탈? 이건 무슨 소린데.”
중늙은이 한 명이 외쳤다.
최상현의 설명에는 이런 부분이 거의 누락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그 얘기가 상대의 관점에서 다시 자세하게 까발려지는 것 자체가 전용호에게 부담이겠지.
“아, 그…”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내가 나섰다.
나도 현민에게 주연 자리를 빼앗기고 싶은 생각은 없던 차에, 전용호가 나타나 주었으니 오히려 고마운걸.
“어떻게 말씀입니까?”
극존칭. 이게 아까 나한테 거의 반말을 던지던 중늙은이의 현재 말투다.
“촬영한 당사자와 한 번 더 대화를 시도해 보시고, 그거 내일 저한테 알려주시죠. 제가 한 번 처리 방법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거 좋네요. 장현준 이사… 아직 이사는 아니지만 대주주니까 일단 임시로 부르겠습니다. 장 이사님이 이런 쪽으로 잘 아시거든요.”
현민의 말이었다.
“이런 쪽이 어떤 쪽 말씀이십니까?”
중늙은이가 물었다.
“유튜브 여론 쪽이요. 아마 장 이사님 하라는 대로 하면 잘 마무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 그럼 그렇게 하지.”
“그래, 그래!”
중늙은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아주 충성스러운 자들이다.
“마침 저도 P자동차 지분을 갖게 된 김에, 운영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관계자로서 전시장 시찰도 해 보고 싶었고요. 지금 이 부장님, 전시장 소속이시잖아요. 그쵸?”
내가 말했다.
“네. 그렇죠.”
“그럼, 내일 전시장 시찰 안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전용호 부장을 보고 물었지만, 대답은 최상현이 했다.
“그럼요! 잘 됐네요! 전 부장. 내일 편한 시간 여쭤서 안내 잘 해 드려요. 이번 일 어떻게 해결할지 지혜도 얻고.”
“네, 네!”
전용호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럼 조금 있다가 저하고 시간 약속 잡아요. 내일 쉬는 날 아니죠?”
내가 묻자, 또 최상현이 대신 대답했다.
“아닙니다!”
에이. 딜러들은 주말에 일하느라 주중에 자유롭게 쉬는데, 왜 그걸 당신이 대답해.
하지만 그런 상사의 갑질에 항거할 수 있을 전용호가 아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오늘 모임은 이걸로 마쳐도 되겠네요.”
놀랍게도, 오늘 폐회를 선언한 건 현민이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현민의 말에 1초만에 ‘총회’가 끝났다. 뭐 이러냐.
약 2분 후, 복도에서 나는 전용호와 마주했다.
“내일 몇 시가 좋으세요.”
내가 태연하게 묻자, 전용호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그래서, 나도 옛날부터 꼭 해보고 싶던 대사를 던졌다.
“어떻게 되긴. 짜증 나게 해서 내가 샀어요. 당신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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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네 회사에서 역할이 뭐냐? 아니, 가문이라고 해야 하나?”
전용호와 약속을 잡고 헤어진 다음, P자동차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민에게 물었다.
“나? 이것저것 하고 있어. 일단 나는 제조업보다는 금융에 관심이 많아서, ‘홀딩스’ 주식 위주로 물려받았어. 그래서 여러 대주주 모임에 참석하면서 슬슬 활동 시동 걸고 있지.”
현민이 웃으며 답했다.
그래. 원래 이 자식은 똑똑한 놈이었다. 벌써 능력을 과시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5살 이상 차이 나는 형들한테 대접받는 것만 봐도.
“어휴. 되게 구체적이네. 어째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막내하곤 좀 다르다.”
“너도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아니다.”
현민이 말을 하다 말았다.
‘너도 재벌 서자하고는 좀 다르다’라는 말을 하려다 참았겠지. ‘재벌 서자’하고 ‘재벌 막내’는 어감부터가 다르니까.
“근데 홀딩스? 그럼 L모터홀딩스도?”
P자동차의 지주회사이기도 하고, 내가 많은 지분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돈놀이하는 회사지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로 자동차 산업 쪽으로 투자하는 곳이다.
“응. 거기도. 너하고 내가 거의 비중이 같은 대주주야. P자동차처럼. 그런데 거기는 여기랑 느낌 많이 다르다? 제대로 된 주식회사니까.”
“어우… 너 왜 나 따라다니냐.”
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하하. 따라다니는 거 아냐. 나도 내 관심사에 따라서 지분을 형들이랑 나눴거든. 너하고 나하고 우연히 겹치는 게 있는데, 아마 서로 이유는 다를걸?”
현민이 웃으며 말했다.
“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현민의 설명이 말은 된다만, 그게 우연이기만 한 걸까.
어쨌든 현민이 나에 대해 견제 역할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위치가 된 건 확실하다.
“그렇게 보지 마… 나는 너한테 우호적이라니까.”
현민이 석연치 않아 하는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야. 그런 말 자기가 하면 더 이상해.”
내가 말했다.
“어휴. 진짜. 한마디도 안 넘어가요. 근데, 그거 아냐? 내가 어렸을 때부터 너한테 정말 많이 배웠어.”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너는 항상 사람들한테 당당했잖아. 너 어릴 때도 업신여기려는 사람 많았거든. 그런데 네가 그거 당차게 다 받아냈었어. 나는 막내라서 굉장히 심약했는데 완전 반대였지. 나중에 성장해서, 너한테 배운 거 많이 써먹었거든.”
“그으래애?”
이건 좀 닭살 돋는 이야기군.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랬나?
하기야 상속 협상 첫날부터 엄마가 걱정했던 것도 이거다.
한마디도 안 지는 내 성격.
그런데 그걸 거울삼아 이 재벌집 영재 도련님이 성장했단 말이지? 기분이 좀 이상하군.
“그래. 그래서 어떤 의미에선 네가 내 스승이나 마찬…”
“닥쳐. 닭살 돋는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나도 씨익 웃으면서 말하긴 했다.
“풋.”
현민도 내 반응이 웃긴지,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너 유튜브 하는 거 재밌더라.”
“얼마나 본 거야?”
“다 봤지. 어그로 아주 잘 끌던데?”
“내가 어렸을 때 너네 가문 사람들 얼굴 보고 느낀 게 하나 있지.”
“뭔데?”
현민이 묻자, 내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내 존재 자체가 어그로구나. 그래서 기왕 그렇게 된 거. 그걸 좀 십분 활용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하하하. 역시 멋져. 너는.”
현민이 웃고 나서, 표정을 바꾸고 말을 꺼냈다.
“근데 그 ‘아무나 못 하는 일’ 컨셉 정말 마음에 드는데. 가끔 나도 끼워 줘도 돼?”
“으잉?”
현민이 지금… 동료가 되자고 제안하는 건가? 이건 생각하지 못한 전개인데.
“동료로 끼워 달라고?”
“응. 동료라고 해야 하나? 아마 채널 운영하려면 스텦들이 생겼겠지. 그런데 나는 그렇게 정기적으로는 못 할 거 같고.”
“흠…”
“너도 돈이 많이 생겼으니까 아이템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저번에 우리 회사 내실 찍어 갔던 것처럼, 또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을 거 아니냐. 하하.”
오.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하지만, 나는 바로 조금 전에 현민의 위력을 봤다.
지금 현민이가 우리 채널에 개입한다면, 아무래도 내가 휘둘릴 게 분명하다.
“일단, 반은 거절할게.”
“응? 반 거절?”
“음. 정규 멤버로 끼워주는 건 당장은 곤란하고.”
“그래. 어차피 그렇게는 못 한다니까.”
“좋아. 그럼, 일단 생각 나는 아이템 있냐?”
내가 현민에게 물었다.
“오. 이건 어때?”
이렇게 말하며, 현민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핸드폰이었다.
“응? 그게 뭐야?”
“이번에 휴대폰 사업 접은 회사 있잖아? 그 회사에서 만들던 폰.”
“그 화면 이상하게 접히고 돌아가는 폰?”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솔직히 나도 눈이 번쩍 떠진다.
“응.”
현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을 조작해 보였다.
– 취리릭.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접혀 있던 화면이 돌아가면서 펴졌다.
기존에 봤던 폰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이걸 진짜 만들기는 했구나!
“오오오!”
솔직히 이건 못 참지.
나도 결국 감탄사를 질렀다.
“이거, 1차 프로토 타입이야.”
“1차?”
“응.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