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3)
정말? 경영권을 포기한다고? 개가 똥을 끊지?
원래 사람이란 부당하다고 생각하던 일도, 막상 그 부당함이 자기 이득으로 환원되면 입을 다물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러니까 역사가 그렇게 더디게 바뀌는 거기도 하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 형제가 모두 기업을 물려받는다는 모습은 대외적으로 보이기 좀 안 좋아서, 그룹 계열사들 중 대표적인 것 몇 개만 우리 형제가 물려받고, 다른 곳의 경영권은 놓는 방향으로 했어.”
저 ‘우리 형제’라는 말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군요. 그룹 전체를 가족이 물려받는 게 아니라 계열사 몇 개를 물려받는다.”
“응. 그래서 L전자는 내가, L자동차는 현석이가.”
고현욱이 고현석을 슬쩍 돌아보며 물었다.
흥. 알짜배기 계열사는 형제가 잡고 놓지 않겠다는 거군.
하지만 그것도 꽤 통 커 보이는 양보이긴 하다. 밖에서 볼 때는 말이지.
“물론 경영권을 가지지만, 실제 주식의 소유는 많지 않을 거야. 아버지가 갖고 계시던 L전자와 L자동차는 5퍼센트 이내야. 그러니까 그걸 다 물려받아도 경영권의 전부를 독점할 수는 없는 거지.”
“그렇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5퍼센트를 가지고도 사실상 회장 가문이 회사를 쥐락펴락하는 일이 많이 연출되는 게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액면으로는 분명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러니까 우리 L그룹이 우리나라 재계에서 시대를 바꾸는 한 족적을 내미는 거지.”
“그것도 맞는 말씀이네요. 그런데, 현민이는요?”
“현민이는… 일단 우리처럼 어느 한 계열사의 대주주가 되지는 않을 거야. 아직 어리니까. 그리고 3형제 모두 최대주주의 역할을 하면 모양새가 안 좋으니까.”
“…”
“자, 현준아. 너 똑똑하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음…”
짐작이 갔다.
아버지가 보유하고 있는 L생명 주식 39퍼센트. 내가 3퍼센트를 물려받으면 대략 1.2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가 된다.
“현민이도 바깥의 눈치를 보느라고 대주주 자리를 포기하는데… 네가 대주주가 되면 좀 곤란한 거야. 이해하지?”
고현욱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바로 그 얘기다.
“아. 그러면, 이 L생명 지분을 포기하란 말인가요?”
내가 이렇게 묻자, 고현욱이 빙그레 웃었다.
어디까지나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느라고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는 게 뻔히 보였다.
“아니. 너 고생도 많이 하고, 우리 가문이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일방적인 양보를 하라고 하면 안 되지.”
고현욱이 이렇게 말하고, 잠깐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오늘 시세보다 10퍼센트 더 쳐줄 테니까, 돈으로 받으면 어떨까?”
“아.”
“그리고, L전자와 L자동차 같은 것도, 사실 아버지 지분의 3퍼센트면 꽤 큰 거야. 그러니까, 그냥 그것도 돈으로 환산해서 말이야. 모두 10퍼센트 쳐줄게.”
그제서야 입을 다물고 있던 박창수가 끼어들었다.
“아시다시피 이게 상당히 큰 금액이라서요. 상속세도 생각하셔야 해요. 현금은 56억밖에 못 받으시는 상황에서, 주식 자산은 그거보다 훨씬 큽지요. 그러면 현금 받은 걸로도 상속세 못 내는 상황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배려해 드리는 거지요.”
“아.”
내가 입을 비죽 내밀었다.
“저기… 잠깐 제가 말해도 될까요?”
“어. 그럼.”
고현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유언장 내용을 보니까 제가 주식으로 상속을 받는 거고, 그걸 사시겠다는 얘기네요?”
“사는 건 아니고…”
박성수의 말을 내가 끊었다.
“어. 아니에요. 좀 확실히 따져 볼 필요가 있어요. 사실 L그룹이든, 아니면 L그룹 가문은 유언장의 제 내용을 집행하는 과정에는 사실상 관여를 안 하지요. 제가 그냥 아버… 회장님 유산을 받게 되는 거잖아요.”
“그, 그렇죠.”
박성수가 곤란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저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 받은 주식을 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거고요. 가령 30퍼센트를 시장에 내놓는다든가 해서요.”
“…”
“그런데, L그룹 주식이 시장에서 안 팔리는 것도 아니란 말이죠? 게다가 이 정도의 보유분이면 웃돈 얹어서도 팔 수 있죠. 경영권 확보나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이니까.”
“…”
나를 뺀 세 명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러면, 저는 이 주식을 팔지 말지도 고민하지만, 또 누구한테 얼마 받고 팔지도 결정해야 하는데, 그걸 사겠다고 하시면서 ‘배려’라는 말을 쓰고 계시네요?”
“햐… 이 색…”
“가만 있어.”
고현석을 다시 고현욱이 말렸다.
“10퍼센트는, 제가 판다고 매물 올리면 사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부를 웃돈의 최소치 같은데요.”
“이제 보니 기업 사정에 대해 빠삭하네. 그런 건 어떻게 알았지?”
고현욱이 묻자, 고현석이 끼어들었다.
“내가 그랬잖아. 다 지들 꿍꿍이 속이 있다고. 이런 상황도 다 시나리오 짜 놓고 대비하고 있었던 거라고!”
“아니, 이런 건 그렇게 뭐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니고요.”
내가 말했다.
“응?”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셨죠? 저 놀고 싶어도 놀 돈이 별로 없어서, 그냥 알바하면서 웹소설하고 유튜브 봤어요. 그런 데 보면 이런 얘기 많이 나와요.”
“허. 웹소설? 유튜브?”
고현욱이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 나온 김에 또 하나.”
“응?”
“보통 상속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상속세 최대한 줄이려고 주식 가치를 있는 대로 떨어뜨려 놓잖아요. L그룹 계열사들의 가치도 엄청 떨어져 있던데… 게다가 L생명은 L그룹의 현금통이잖아요. 이거 엄청 평가절하시켜 놨잖아요. 이걸 지금 시기에 파는 건 저로서는 너무 바보 같은 일 아닙니까? 갖고 있으면 가치가 원상복구 되어서 지금보다 2배는 값이 올라갈 텐데.”
“그런 얘기도 웹소설에서 배우나?”
고현욱이 황당해 하며 물었다.
“아니요? 이건 뉴스에서 봤지요. 몇 년 전에 S그룹이 상속세 줄이려고 이 방법 썼었잖아요? 말씀대로 뉴스에서 대서특필했었고.”
“허…”
고현욱과 박정수의 말문이 막혔다.
“알바 열심히 한다면서, TV는 열심히 보나보지?”
고현석이 말했다.
“요즘 누가 뉴스 TV로 봐요. 유튜브로 보지.”
내가 핀잔을 줬다.
“…”
“아. 유튜브 말씀이 나와서 말인데.”
“응.”
“제 유튜브 계정 팔로우하셨어요?”
“응?”
고현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박성수의 얼굴을 돌아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시킨 거 맞구만.’
내 뒤를 캐라는 지시는 했어도,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얘기는 안 했겠지.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박성수를 돌아본 것이다.
“기왕 팔로우해 주시는 거 세 분 다 해 주시지.”
내가 웃으며 말했다.
구독자 10명
“…”
방 안에서 잠깐 침묵이 흘렀다.
한 마디로 내 주식 상속분을 헐값에 사 버리려는 수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보다 내가 아는 게 많았고, 또 내 말빨이 또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니까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한 모양이다.
게다가, ‘당신들이 내 뒷조사 들어간 거 내가 다 안다’는 걸 발뺌할 틈도 주지 않고 기정사실화해 버렸으니, 더욱 벙어리 모드에 돌입하는 그들이었다.
“그러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침묵을 깬 건 고현석이었다.
그래도 이럴 땐 저런 캐릭터가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점잖은 척하던 고현욱과 박성수는 쩔쩔매고 있는데 말이지.
“음. 솔직히 저로서도 L생명의 대주주가 되는 건 부담이 많이 되네요.”
“응?”
그 말을 들은 L그룹 사람들의 표정이 순간 펴졌다.
내가 뭔가 유화적인 말을 꺼냈으니까.
특히 표정이 가장 밝아진 것은 박성수였다.
그로서는 이 일이 제대로 성사되지 못하면 조인트를 제대로 까일 테니까.
‘왠지 사람 보는 눈이 없을 때 더 무섭게 갈구는 건 고현욱 쪽일 거 같은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도 투자 목적으로 L그룹 주식들을 조금 보유할 마음은 있지만, 대주주로 주주총회 불려 다녀야 할 정도로 갖고 있을 생각은 없네요.”
“아, 그래? 다행이네.”
고현욱이 더욱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
이번에는 고현석도 입을 다물고 이쪽 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괜히 자기가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분위기 조질까봐 신경쓰고 있었다.
한 마디로,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살짝 웃고, 말을 이었다.
“저도 좀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요. 그런데 기업 경영에 시간 쓰는 건 제 인생 계획하고는 거리가 있어서.”
“어… 그러고 보니, 현준이. 전공이 뭐더라?”
그래.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나하고 피가 반이나 섞여 있는 형제들이다.
나는 엄마 성을 따라서 ‘장씨’이고, 저들은 아버지 성을 따라 ‘고씨’이지만.
엄마가 달라도, 아버지가 같잖아.
하지만 너무 슬픈 만남이다. 하나는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또 하나는 웃는 낯이지만, 어디까지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거짓 웃음이다.
게다가, 내가 대학생이라는 것만 알지, 내 전공도 모르잖아. 아무리 봐도 형제 사이라고 하기에는 남 부끄럽다.
“미컴과요.”
“응?”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요. 줄여서 미컴.”
“아. 미디어.”
고현욱이 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맞아. 그런 과 있지. 어쩐지 웹소설이다, 유튜브다 하더니.”
혼잣말처럼 하더니, 나를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알다시피 경영대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재밌겠다. 어떤 면에서는 부럽네.”
“네…”
후계자 수업을 받느라고 경영대밖에 갈 수 없었다.
부러워해야 하는 거냐, 불쌍해해야 하는 거냐.
나는 유전자 반쪽의 차이로 못 얻었던 특권이고 의무다.
“어쨌든, 제 전공은 기업 경영하고는 거의 관련이 없어서요. 저는 제 일이 좋아서요. 계획도 있고.”
“응. 응.”
고현욱이 고개를 연신 끄덕여 내 말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어설프게 지분 갖고 있어 봐야 기업 내 서열 1, 2위하고 척을 지고 제가 어떻게 버티겠어요? 몸도 망가지고 마음도 망가지겠지.”
잠깐 쉬었다가, 나는 한쪽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덧붙였다.
“벌써 유튜브 구독도 해주시는데. 저는 그거 찾은 게 정말 놀라워요. 아이디가 제 이름도 아니고, 동영상 올린 것도 없는데 어떻게 검색이 되지?”
“…”
침묵이라는 이름의 인정.
“그럼, 지분은 우리한테 넘기는 걸로?”
“대부분 넘길게요.”
“대부분?”
“네. 괜히 대립하고 싶진 않지만 저도 호구는 아니니까요. 투자 가치가 높은 주식이니까, 1~2만 주씩은 들고 있을게요. 나머지는 넘기지요.”
“음.”
그 정도는 장 씨 형제에게도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보통 1천만 주 이상은 들고 있어야 지분 1퍼센트를 넘기는 주식들이니까.
결국 아버지에게 받은 L그룹 주식 중 대부분을 양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말씀하신 10퍼센트는 말도 안 되고요. 지금 제가 알기로 30퍼센트 이상 평가절하돼 있는 주식을 그렇게 팔 수는 없죠.”
“그럼…”
“평가절하하기 이전 금액으로 맞춰서 다시 제시해주세요. 지금 이 자리에서는 말고요.”
나는 당당하게 요구했다.
원래 이게 맞는 거다.
유언장에 그렇게 명시된 이상, 이 자리에서 아쉬운 사람은 저쪽이었다.
애초부터 내가 갑이었다고.
이렇게 만들어 준 아버지.
몇 년 동안 아버지이기를 거부했던 그 남자에게 좀 놀라기도 했고, 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아버지와 나와의 문제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남보다 못한 형제들하고는 관계 없는 이야기라고.
“야, 솔직히 서로 얼굴 계속 보는 거 힘들지 않냐? 그냥 지금 다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지금 정확한 시세도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결정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웃기지마. 아까 화장실에서 다…”
“아니야. 이건 현준이 말이 맞다.”
고현욱이 나섰다.
“중요한 문제야. 그리고 협상에 따라 몇 백 억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문제고. 이걸 지금 당장 결정하라고 하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러려고 당신이 불렀잖아. 하지만 내가 완전 호구가 아니란 걸 아는 순간, 잽싸게 태세전환하는 고현욱이었다.
“그래요. 그러면 얘기 대충 됐네요. 현금은…”
“그건 주식 얘기까지 다 끝낸 다음에 드리는 게 어떨까요?”
“아니요? 뭐하러요? 그러면 마치 조건 거는 거 같잖아요. 그냥 공탁 걸어주세요. 제가 상속세 제하고 찾아 갈 테니까.”
“엇.”
‘공탁’이라는 말이 나오자 다시 박성수가 놀라며 물러섰다.
“알았어. 그런 건 너 편한 대로 해줄게. 그 대신, 지분 얘기는 좀 좋게 좋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
고현욱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나도 이렇게 인사하며 살짝 목례했다.
회장 집무실을 걸어 나오는데, 고현석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저 새끼, 지 엄마랑 똑같아. 한 푼이라도 손해 안 보려고 하는 거 봤지? 불여우 같은 종자들.”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