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38)
“엇.”
나는 범수를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열라 등신 같다는 말 다음에 나오는 말은…
“당장 하자.”
이거니까.
“크크크.”
범수와 내가 서로를 보며 웃고 나서, 희연의 눈치를 보았다.
왠지 이렇게 죽이 맞는 남자 둘을 한심스럽게 보고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하아…”
희연이 한숨을 쉬었다.
“시대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야. 거기서 시대 얘기까지 나오냐?”
범수가 항변했다.
“아니. 그게 아니야.”
“응?”
“분명 바보 같은데, 확실히 유튜브 재생 목록 이름으로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미워서 그래. 나까지 이런 생각을 하는 시대라니.”
“앗.”
범수와 내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나중에 아무나 못 하는 일 딸기맛, 뭐 이런 재생목록 만들지 마.”
희연이 농담을 던지고, 나와 범수의 눈치를 보았다.
“…”
하지만, 곧 범수와 나의 반응을 보고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괘, 괜찮다고 생각하지 말앗!”
* * *
재생목록을 ‘순한맛’과 ‘매운맛’으로 나눈 뒤, 우리가 다음 순서로 한 일은 ‘순한맛’ 영상을 찍으러 가는 거였다.
소재는? 당연히 FX9와 관련이 있다.
– 다음 영상은 이번 촬영 중에 장렬히 사망… 아니, 부상 당한 FX9과 관련된 영상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이르면 내일 업로드합니다. MCN 관련 제보는 정말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좀 더 수집해서 긴 영상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건 ‘매운맛’에서 봐주세요.
이렇게 공지를 올리자, 금방 댓글이 올라왔다.
– 카메라 A/S 맡기는 게 어떻게 ‘아무나 못 하는 일’이냐? 그건 채널 컨셉에 안 맞지 않아?
– 순한맛 매운맛이래. 나중에는 카레맛, 딸기맛 나오냐?
“헉. 어떻게 알았지.”
우리는 댓글을 보면서, 용산으로 갔다.
“아. 안타깝습니다. 보드에 손상이 가서요. 견적이 545만 원 나오네요. 물리적 충격이라 무상으로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네요.”
용산 A/S 센터에서 나온 견적이다.
“크헉…”
범수가 신음을 토했다.
“어머…”
희연은 입을 가렸다.
“어떻게 할 거야?”
범수가 내 눈치를 보고 물었다.
“뭘 어떡해. 맡겨야지…”
“어. 어. 현준이도 지금 표정 보니까 속 쓰리다. 그치? 얘도 지금 돈 아까워하고 있어!”
희연이 내 얼굴을 보더니 이렇게 외쳤다.
“푸하하! 그러게!”
범수도 신이 난 표정을 지었다.
인간들 성격 아주 이상하구만.
“그럼, 500만 원 견적 나오는데 웃음 나오는 사람도 있냐?”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모르지? 재벌집 아들 정도 되면 신경 안 쓰지 않을까?”
범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네는 재벌집 아들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어…”
“뭐야. 그럼 재벌 아들도 500만 원 깨지면 아까워한다고?”
“그럼. 아까워 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범수가 콧방귀를 뀌었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고현욱은 몰라도 고현석은 확실히 속쓰린 표정 지을 거 같은데.
“일단 진행해 주세요.”
나는 직원에게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야. 망했어. 유튜브 각 안 나와.”
범수가 말했다.
“촬영은 잘됐냐?”
내가 물었다.
“잘 되긴 했는데, 각 안 나와. 영상이 그냥 너무 분위기 다운이야. 이걸 올려서 뭐 해?”
범수가 투덜거리다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야. 이게 무슨 순한맛이냐. 인생의 쓴맛이다, 쓴맛.”
“크크크.”
희연도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희연과 범수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범수의 폰에 찍힌 A/S 맡기는 영상을 모니터했다.
“괜찮네. 이건 영상의 전반부로 하자고.”
“응? 그럼 후반부가 있어?”
희연의 눈이 동그래졌다.
“잠깐만. 나도 545만 원 나오니까 얼굴 진짜 구겨져서 연기할 필요가 없더라. 그래도 이제부터는 톤 바꿔야지.”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자. FX9이 현재 개인 방송 장비로서는 최강자거든?”
내가 대답 대신 화두를 던졌다.
“응.”
“왜 그런지 한번 알아보자고.”
“뭔 소리야?”
“여기가 어디냐. 드래곤 마운틴 아니냐.”
“그렇지. 용산.”
“A/S만 맡기고 떠날 수 있는 데가 아니지? 특히 우리 같은 미디어 전공생들한테는!”
나는 이렇게 말하며, 씩씩하게 상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최대한 씩씩하게 걸을 테니까 뒤에서 찍어!”
나는 범수에게 지시하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어. 무슨 생각인데?”
어차피 음향은 다른 걸로 깔 생각인 걸 바로 캐치한 범수는, 내 뒤를 따르며 물었다.
“FX9의 라이벌들 좀 알아봤어. Z-cam F8, 그리고 URSA mini pro 12k!”
“헉.”
“하나는 900만 원! 또 하나는 1000만 원!”
“그걸 어떡하자고?”
“산다고!”
내가 외쳤다.
“어머…”
“내가 동영상 제목 생각했어. 희연아.”
“뭔데?”
– A/S 545만 원 견적 나왔습니다. 그래서…
“어때?”
“견적 545만 원 나왔으니까, 1900만 원어치 카메라 산다고?”
“그거야!”
“허…”
희연이 감탄했다.
“가만 보면 이 자식이 뭔가 연출에 소질이 있다니까? 안 그래?”
범수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맞는 말이긴 해! 그런데 연출에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희연이 말했다.
“500만 원 견적 나왔다고 아까 거의 울려고 하더니! 바로 1900만 원을 태운다고? 이 영상 하나로 1900만 원을 벌 수 있을 거 같아?”
범수가 외쳤다.
내가 그 말에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물론 아니지.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찍을 영상이 몇 개인데! 하이엔드 카메라 한두 개는 더 있어야지!”
“어머. 얘는 진짜 돈이 많은 거야… 아니면 그냥 마인드가 도박쟁이인 거야…”
희연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어쨌든 카메라 매장으로 가자고!”
나는 더욱 더 걸음을 경쾌하게 옮겼다.
“손님. 여기서 촬영하시면 안 대영.”
그런데 카메라 가게 직원의 목소리가 한껏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상당히 얄미운 목소리와 말투. 하지만 그런 요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 죄송합니다.”
범수가 서둘러서 들고 있던 카메라를 접었다.
“저, 저거 보러 왔어요.”
이 가게에는 Z-cam F8이 진열되어 있었다.
‘시네마 카메라’라고 불리는 제품군 중에서 가장 최신 기종 중 하나. 8k 영상을 자유자재로 찍어댈 수 있는 괴물.
다나와 최저가 900만 원.
FX9의 깨진 부분을 어루만지다가 내가 공부를 좀 했다.
“아. 저거요. 사시려고요?”
“네. FX9 쓰다가 망가져서요. 이번에 저거 사서 비교 좀 해 보려고요.”
“아. 요즘에 저거 시장에서 물건이 말라서요. 좀 가격이 올랐는데.”
깍쟁이 같은 점원의 말투.
“그래요? 얼마인데요?”
“1650만 원인데, 현금으로 하면 1600만 원에 맞춰 드릴 수 있어요.”
“아오. 용산…”
무의식중에 육성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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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한맛 동영상 찍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군요. 용산에서 제품을 사느니 노량진 시장에서 사야 할까요.
다음날, 우리가 올린 영상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 카메라 1900만 원어치를 샀는데, 미소가 안 나옵니다.
거기에는 나와 용산 점원의 대화가 녹음되어 있었다.
“1650만 원인데, 현금으로 하면 1600만 원에 맞춰 드릴 수 있어요.”
“아오. 용산…”
이렇게 영상이 시작된다.
“하하하…”
범수와 희연이 어이없어서 실소 터뜨리는 목소리.
“저, 이거 다나와 최저가 900만 원인데요.”
희연이 묻는 목소리.
카메라는 물론 가게 전경이나 사람 얼굴은 전혀 잡지 않고 있었다.
“그럼 최저가 파는 데서 사시면 되겠네.”
“헉.”
너무 당당한 점원의 반응.
“아니, 나는 코인 채굴을 그래픽카드하고 SSD로만 하는 줄 알았더니… 카메라로도 하나? 왜 가격이 이 모양이에요?”
나도 비꼬며 따지는 목소리.
“코인 채굴한다고 비싸지는 게 아니라… 물건이 귀해지니까 비싸지는 거예요.”
점원의 답답하다는 듯한 목소리.
“네?”
“원인과 결과를 잘 파악해야죠. 코인 때문에 비싸진 게 아니라, 물건이 귀해져서 비싸진 거라고요. 수요공급 법칙 몰라요?”
오히려 나무라는 점원의 목소리.
“헐…”
“지금 코로나 때문에 카메라 시장도 엉망이에요. 그래서 이 카메라 품귀 났다고.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은 없다. 그러면 가격 당연히 올라가는 거지? 중학교 때 공부 열심히 안 했지?”
싹퉁머리 없는 점원의 말투.
“그럼 900만 원에 올려 놓은 업체들은 뭐예요?”
다시 희연의 항변.
“그럼 거기서 사보시라니까?”
비꼬는 듯한 점원의 목소리.
“알았어요. 괜히 실랑이할 필요가 없지. 얘들아, 가자!”
희연의 목소리.
“근데 거기서 구매해도 금방 취소될 거예요.”
점원의 비웃는 말투.
“네? 뭔소리예요.”
“거기 올라와 있는 판매점, 우리집이거든. 구매하면 바로 취소해버릴 테니까.”
“으잉?”
잠깐 대화가 끊기고, 다음과 같은 자막.
– 확인해 보니, 점원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판매점이 오픈마켓 4군데 나오는데, 사이트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판매점은 결국 한 군데네요. 한 군데에서 여러 오픈마켓에 올려놓은 거예요.
“어. 저기 봐요. 지금 우리한테 알림 떴지? 주문 왔다고.”
내가 그 자리에서 주문 절차를 완료했더니, 곧 점원이 말했고, 그 과정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자. 그럼 나는 취소. 구매 취소 누르면 된다고.”
“팔지도 않을 걸 왜 올려놨어요?”
범수의 목소리.
“팔려고 올려놨죠. 근데 오프 매장 와서 그 앞에서 다나와 최저가 검색해서 구매하는 건 무슨 싸가지야? 기분 나빠서 님들한텐 안 팔아요.”
“…”
잠깐 침묵이 흘렀다. 저런 반응을 봤는데 말문이 안 막힐 리가 없지.
“아니… 우리도 내일 따로 주문하면 되죠. 아이디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온라인으로 앞으로 한 달 동안 안 팔 거예요. 어차피 이 물건은 찾는 사람 한 달에 한두 명도 안 나오니까.”
“헉…”
“저기,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