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44)
정명선이 비굴한 모습으로 덕담 아닌 덕담을 던졌다.
‘흥. 러브콜은 무슨…’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는데, 이병만 선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패밀리라니? 우리가 무슨 조폭인가? 패밀리라고 하게.”
그러자 정명선뿐 아니라 정호영과 그 옆 남자까지 화들짝 놀라는 게 눈에 보였다.
“헉. 실례했어요. 그럼 뭐라고…”
“아카데미!”
“네?”
“원래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격투기 팀 중에 ‘슈트 복스 아카데미’라고 있어요.”
“아. 하하. 그렇구나! 격투기 단체는 아카데미라고 부르는구나!”
정명선이 과장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병만 선수가 토를 달았다.
“우리는 격투기 단체 아닌데? UFC 같은 데를 격투기 단체라고 하고, 우리는 도장이라고 하지! 아니면 체육관! 아카데미라니까!”
이병만 선수가 다시 수정.
“아. 그렇군요. 하하. 오늘 좋은 거 많이 배우네. 단체는 또 다른 말이고 도장.”
이병만 선수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쩔쩔매는 정명선이었다.
* * *
– 야. 이게 뭐야. 이게. 이건 선 넘었지.
– 진짜 시청자 무시하냐? 너무 바보 취급하는 거 아냐?
– ‘그런데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뭐 이런 건가? 유튜브 시청자들이 만만하니?
“하아. 왜 실제 상황을 보여 줘도 믿지를 못하니…”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며 희연이 중얼거렸다.
“뭐 어때. 우리가 각오한 반응이잖아. 내가 봐도 너무 주작 같다.”
내가 웃으면서 희연을 달랬다.
“그래도 답답하단 말야. 어휴. 인간들. 맨날 속고만 살아왔나.”
희연이 말했다.
“응. 맨날 속고만 살아왔어.”
“어머?”
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희연이 눈을 크게 떴다.
“유튜브에 주작 영상이 얼마나 많은데. 조금만 신기한 상황이면, 대부분 다 주작으로 판명났었잖아. 그러니까 유튜브 시청자들은 정말 속고 살아온 사람들이지. 저렇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잠자코 두고 보기만 할 거야?”
희연이 물었다.
그러자, 범수도 조심스럽게 희연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래. 어차피 우리가 실제 상황이라는 걸 증명할 수는 없잖아. 괜히 자기들끼리 ‘주작’이라고 결론 내 버리면 우리 채널도 그건 극복 못 할 걸?”
범수의 말도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응. 맞아.”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범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음.”
희연도 같이 옆에서 의심스러운 눈치를 보냈다.
“무슨 생각이 있는거구만?”
“어. 어떻게 알았지.”
내가 피식 웃자, 범수가 말했다.
“이제 나도 네 캐릭터에 약간 적응이 됐달까… 뭔가 머릿속에 그려놓은 게 있을 때 지금 같은 말투와 표정이 되는 거 같아. 그치?”
범수의 말에 희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하. 일단 댓글 달리는 거 좀 보자.”
– 일단 동영상이 너무 깔끔해. 이게 무슨 실제 상황이야? 완전 세트장에서 찍은 걸 화면으로 실토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 게다가 격투기 선수들이 이렇게 뒤에서 팔짱 끼고 뒤에 서서 참교육을 나서준다고? 이게 말이 되는 시츄에이션이냐?
– 그리고 무슨 격투기 도장이 이래? 유튜브 채널이 격투기 도장을 후원한다고?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얘기 아냐?
스튜디오 꾸미는 영상에도, 그리고 이번에 정명선의 분노 조절 영상에도, 아직 배경이 되는 도장이 UFC 김성찬 선수의 도장이라는 사실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모든 등장인물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유튜브 출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했던 이병만 선수만 빼고.
하지만 이병만 선수는 아직 대중에게 얼굴을 많이 알린 존재가 아니다.
그 덕에 전명선 일당의 초상권 문제를 피해서 동영상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정말 너무 가짜로 만들어낸 ‘주작 영상’처럼 보이는 효과가.
이번에는 정말 ‘주작’을 외쳐대는 댓글의 비율이 앞의 영상들에 비해 엄청나게 높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립적인 입장의 댓글들도 여전히 있었다.
– 글쎄… 사실 저런 일이 일어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아?
– 그러게. 정말 협박 당하니까 보호하기 위해 격투기 도장 협찬한 걸 수도 있고.
그러자 반박 댓글이 달렸다.
– 하. 이런 바보들이 있으니까 주작 영상이 계속 나오는 거구나.
– 격투기 도장이 그렇게 한가하냐? 겨우 초짜 유튜버 협찬을 받는다고?
– 저기 서 있는 격투기 선수들도 다 덩치만 큰 가짜라는 데 500원 건다. 아니면 중고등학교 때 잠깐 훈련했던 애들이겠지. 알바라고, 알바.
사실 사정을 모르는 제3자가 보면, 반박 댓글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댓글에는 쉽사리 반박 댓글이 달리지 못했다.
– 나, 저 선수 아는데. 헤비급 이종격투기 이병만 아냐?
이 댓글은 반박글을 부르는 대신, 댓글란에서 묘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이 댓글에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 이병만이 누군데?
– 검색을 좀 해 봐. 검색을. 검색해 보니 격투기 선수네. 국내 전적 보니까 4승 2패.
– 4승 2패? 그러면 걍 허접한 선수 아냐?
– 헤비급에서 6전이나 했으면 어쨌든 프로 선수 아니냐. 4승이 쉬운 줄 아니? 격알못 색히야.
– 야. 유튜브에 저 선수 나오는 영상도 있어. 김성찬 선수 채널.
마지막 댓글을 단 시청자는, 아예 김성찬 선수의 채널에 있는 영상의 링크까지 걸어놨다.
– 그럼 그냥 김성찬 산하에 있는 무명 격투기 선수가 역할 받아서 주작 영상 출연해 준 모양이네. 돈 받았겠지. 저 사람들 생활비도 모자라.
– 그래. 그게 제일 설득력 있다. 풋. 김성찬 선수가 저 사실 알면 저 선수 자르지 않을까? 완전 도장 망신인데. 주작 알바가 웬말이냐.
이렇게 약 이틀에 걸쳐서 댓글이 오간 후, 김성찬 선수의 채널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김성찬 선수가 UFC 시합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에 촬영한, 일종의 ‘출사표 영상’이었다.
– 어?
– 저 로고 뭐야?
– ‘아무나 안 하는 일’ 채널 로고 아냐? 저게 왜 김성찬 선수 트렁크에 있냐?
– 아니, 협찬이 진짜였다고? 진짜 유튜브 채널이 협찬을 했어?
우리 채널의 로고는 아주 눈에 확 띄게 잘 나왔다.
김성찬 선수도 신경을 써 줘서, 운동용품 회사 로고 옆에 있는데도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당연하지. 우리가 찍었으니까.
내가 수리받은 FX9으로 아주 신경 써서 찍었다.
그건 김성찬 선수와 그의 도장이 우리의 협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 설마 참교육 영상 나오는 체육관이 김성찬 선수 도장이었단 말야?
– 주작이라던 색히들 잠깐 나와서 말 좀 해 봐라.
– 이게 머선129.
– 500원 건다는 놈 있지 않았나?
– 500원은 관심 없고, 손에 장 지지겠다던 놈들은 집합해라.
그리고 한나절 후, 똑같은 영상이 우리 채널에 올라왔다.
제목은,
– 우리 채널이 후원하는 김성찬 선수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였다.
설명에는 이렇게 달았다.
– 김성찬 선수 채널에도 같은 영상 올라와 있습니다. 물론 김성찬 선수에게 허락받았습니다.
거기에 달린 댓글.
– 야, 이 채널 진짜 정체가 뭐야?
– 중립 박길 잘했어.
– 야. 진짜 주작거리던 놈들 이 기회에 아가리 닥쳐라.
이렇게 순식간에 여론이 반전되던 바로 그 순간, 우리 채널의 오랜 팬인 ‘매드미니’의 댓글이 등장했다.
– 이럴 줄 알았어. 이 색히들 아주 지능적인 주작이다.
– 주작충 또 하나 나왔네. 야. 김성찬 선수가 직접 인증했는데 못 믿냐?
반박 댓글에, 매드미니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 이 색히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주작 준비했어. 일반인이 밝힐 수 있는 차원을 넘었다. 주작 감별 채널에 정식으로 의뢰했어. 조금만 기다려.
매드미니의 신념이 느껴지는 댓글이었다.
구독자 155553명
– 김성찬 선수. 언더독(운동경기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받던 선수나 팀) 평가를 비웃듯이, 3라운드 TKO로 승리. UFC 라이트급 랭킹 3위로! 타이틀전 도전에 한 걸음 나아갑니다.
언론에는 이런 보도가 실렸다.
갑자기 죽은 아버지 에게 물려받은 유산 중 일부는 고현욱에게 웃돈 팔고 해서 현금 1000억 이상, 주식 2000억 이상.
세금 떼고 2500억 이상의 재산이 생겼다.
이 정도로 운빨이 솟는 사람 옆에 있으면 다른 사람도 운이 좋아지는 걸까?
솔직히 후원자인 나도 김성찬 선수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35살에 육박한, 그러니까 커리어의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김성찬 선수가 다시 하이 랭킹을 차지해버릴 줄이야.
타이틀전 때문에도 있지만, ‘노장의 투혼’으로 보도 초점이 맞춰지면서 김성찬 선수의 주가가 폭등해버렸다.
“야. 투자 감각 죽이는구만.”
범수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게. 나는 이번 일 전에는 김성찬 선수가 누군지도 잘 몰랐는데. 이제는 맨날 공중파에 잡혀.”
희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김성찬 선수의 트렁크에는 우리 로고가 찍혀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그 로고들을 가렸지만 유튜브에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한 김성찬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는 이야기가 다르지.
‘아무나 안 하는 일 채널’ 로고가 김성찬 선수와 함께 격투기 관련 유튜브 채널을 덮었다.
그 결과,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구독자 수가 15만을 뚫어버렸다.
“구독자 숫자로 이벤트 하는 건 포기해야 하나 봐. 속도를 따를 수가 없어!”
범수와 희연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수익 창출은 승인됐고, 구독자 10만 명 넘으면 신청할 수 있는 ‘실버 버튼’도 바다 건너서 우리에게 배송되고 있는 와중이다.
그 결과, 우리 채널 자체가 유튜브에서 화젯거리가 되어버렸다.
– ‘아무나 안 하는 일’ 채널. 초단시간 안에 구독자 15만 명 모은 비결
– ‘아안일(우리 채널을 줄여서 부르는 명칭)’의 정체는 무엇인가
– 어그로 채널인가, 주작 채널인가, 아니면 정말 대기업의 기획 채널인가
“진짜 우리 채널을 다룬 영상들이 올라오는구나…”
같이 유튜브 영상을 검토하던 희연이 중얼거렸다.
“하하하! 할 일도 없어. 오히려 잘 된 거 아냐? 우리 채널은 이제 유명해졌다고. 구독자 늘어나는 일만 남았다.”
범수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음. 그런데 각오했던 콘텐츠가 올라왔다.”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화면을 가리켰다.
“어머. 이 사람…”
유튜브에는 소위 말하는 ‘주작 감별’ 채널이 여러개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의 주작 여부를 감별해주는 채널들.
그중 하나에서 올라온 영상이 우리 눈앞에서 플레이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주작감별사 정구지전입니다.
은테 안경과 검은 마스크를 쓴 20대 남자가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다.
“정구지전이 뭐야?”
희연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정구지가 부추의 사투리일걸? 그러니까 정구지전이면 부추전 아닌가?”
범수가 말했다.
“오. 나도 뭔가 했는데, 네 말이 맞는 거 같다.”
나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야. 근데 이거 오리지날 아니잖아?”
범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 그러네. 주작감별 영상으로 유명한 사람은 정국전 아냐?”
“응. 아무래도, 그 채널 짝퉁 느낌이 나. 이름부터.”
희연의 말에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휴. 정국전 본인이 등판할 것이지.”
“그 사람은 진짜 주작이라고 감별된 사람만 올리니까.”
“이 사람은? 우리가 주작이라고 판단이 서서 영상 올리는 거야?”
희연이 물었다.
“일단 보자고.”
내가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 요즘에 뜨고 있죠? ‘아무나 안 하는 일’ 채널? 이제부터 ‘아안일’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제 채널이 주작 감별로 유명한데, 저한테 제보가 많이 오더라구요.
“너 채널 아니잖아.”
범수가 얼굴을 찡그렸다.
“야, 얘 구독자가 몇만이야?”
“2.8만명.”
“하. 겨우 그 정도 구독자를 갖고 ‘주작 감별로 유명하다’고 하는 거야? 꿈도 야무지네. 듣보잡 주제에.”
범수가 비웃었다.
“어우, 야. 그러지 마. 내가 이 채널 합류하기 전에 구독자가 딱 이 정도였어. 그때도 ‘듣보잡 여캠’이란 소리 들었을 거 같아서 소름끼친다.”
희연이 범수의 팔을 때리며 말했다.
“엇. 그런가…”
범수가 머리를 긁었다.
“갑자기 구독자 늘었다고 너무 기고만장하고 다른 채널 업신여기지 마! 구독자 많다고 갑질하는 채널들 되게 없어 보여.”
희연이 강하게 말했다.
“으. 알았어.”
범수가 이렇게 말하고, 화제를 돌리듯이 내게 물었다.
“정국진은 얼만데?”
“정국진은 30만. 딱 10배네.”
“우와. 우리보다도 2배나 많네.”
범수가 놀랐다.
“30만이라고? 주작 감별이 그렇게 인기가 많아?”
희연도 뜻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