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57)
“잠깐 있어 봐. 뭐라고 나오는지 들어보자.”
희연은 신중한 태도였다.
입술에 손을 대고 집중해서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영진 기자가 계속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두 번째 영상이 올라오고, 첫 번째 영상이 상당히 한 쪽에 유리하게 편집된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오오. 저기까지 다루다니.”
범수가 감탄했다.
– 이에 대해 첫 번째 채널을 올린 시사 채널에 비판적인 댓글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두 채널이 지금 L그룹 내에서 부딪친 양측 진영을 각각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으. 우리는 대변하는 거 아닌데.”
범수가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퍼뜩 깨달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닌가? 하고 있는 건가?”
“하.”
나는 범수의 반응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기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두 채널이 실제로 L그룹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두 채널의 영상 때문에 L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넷 미디어의 위력이 이 정도가 되었습니다.
기자의 말은 여기에서 끝났다.
– 정영진 기자,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 말이 정말 실감이 나는데요. L그룹은 물론, 두 채널에 대해서도 계속 취재가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앵커가 이렇게 정리했다.
“요즘 뉴스는 옛날하고는 좀 다르네. 앵커나 기자가 자기 의견 얘기를 많이 하는구나.”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응. 나도 공중파 뉴스 오래간만에 봤는데, 확실히 옛날 기억하곤 좀 다르네.”
희연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보세요들! 지금 그런 얘기 하고 있을 때냐고.”
범수가 참다못해 끼어들었다.
“그럼?”
내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지금 못 들었어? 취재한다잖아. 우리를.”
범수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맞아. 그건 귀찮게 됐지. 하지만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응? 취재 안 받을 거야?”
범수가 놀라서 묻는 말에 내가 차분히 대답했다.
“응. 우리도 언론이라고. 언론이 자기 목소리로 자기를 표현해야지, 다른 언론이 자기를 규정하게 하면 안 되잖아. 취재 당하면 저쪽 목소리에 휘둘리게 돼.”
“아…”
희연이 끼어들었다.
“그거 교수님한테 들은 얘기네.”
“하하. 맞아.”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우리 구독자 늘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범수가 말했다.
“일단 여기서 언급된 것 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거야. 거기다가 취재까지 당하면 오히려 역효과날 수 있어. 일단 우리 페이스를 빼앗기지 말자고.”
내가 차분하게 범수를 달랬다.
“나는 현준이 말에 찬성.”
희연이 말했다.
“으. 희연까지.”
범수가 울상을 지었다.
“소화불량 걸리지 말고 일단 우리 페이스대로. 유튜브는 한 발 삐끗하면 끝이야. 괜히 휘둘리지 말자고.”
희연이 범수를 보며 말했다.
범수도 희연의 말까지 들은 다음,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래. 너네 말이 맞다.”
범수의 반응을 본 희연이 나를 돌아보고 물었다.
“이제 뭐 하지?”
“일단, 모니터링 좀 하자.”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모니터링? 어디?”
“.”
“아. 거기.”
“댓글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지 않아?”
“개 궁금해!”
희연이 활짝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자, 그럼 아이패드 열어봐. 같이 보자.”
“그럼 나도.”
범수도 끼어들었다.
– 채널 관리자님 빨리 해명해주세요. 늦을수록 오해 더 쌓입니다.
– 해명할 거 있으면 빠르게. 사과 할 거 있으면 더 빠르게!
– 진짜 L그룹 관계자한테 돈 받은 거예요? 그런데 고현욱이 보복하면 어떡하려고? 그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센 걸로 치면 한 10위 안에 들지 않나?
예상보다, 댓글들은 에 더 공격적이었다.
“우와… 좋은 말로 ‘뚜까패고’ 있어.”
범수가 감탄했다.
“결국 고현욱한테 악마의 편집한 게 완전히 걸려버렸다 이거네.”
희연이 말했다.
“응. 지금 우리는 피라냐한테 물어뜯기는 악당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논평했다.
– 아니, 아직 해명도 안 나왔는데 너무 몰아세우는 거 아냐? 여기는 중립 박을 줄 아는 인간이 없냐?
이런 댓글도 간간히 달렸다.
– 중립? 일단 고현욱이 그렇게 말을 많이 했는데 이 영상에서는 거의 안 한 걸로 편집된 것만 봐도 각이 안 나오냐?
– 하여튼 중립충들은 답이 없어요. 말만 나오면 중립, 중립. 중립만 외치면 지들이 똑똑한 줄 알지.
하지만 이런 댓글이 압도적인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줄줄이 달린 다음과 같은 댓글들.
– 구독 취소.
– 차단 기능은 없냐?
– 나도 언팔.
– 난 신고. 18.
– 진짜 배신감 느낀다.
“우와… 난리 났어.”
희연이 겁먹은 투로 말했다.
확실히, 채널 하나가 융단폭격 당하고 있는 모습은 꽤 살벌했다.
‘피라냐 비유는 내가 했지만 진짜 찰지군.’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야. 아까만 해도 구독자 42만 명 넘지 않았었어?”
“응.”
“지금 막 39만 대로 떨어졌어.”
“허.”
10퍼센트도 안 빠진 거라고 하지만, 한 나절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면 그야말로 공포스럽다.
“진짜 대중의 눈 밖에 나면 채널 몰락이 금방이구나.”
희연이 말했다.
“응. 저게 우리 채널의 미래가 안 되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우와…”
범수도 살벌함을 느꼈는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범수는 내 예상과는 다른 말을 이었다.
“내가 그때 댓글 몇 번 달았던 게 얼마나 생각 없는 건지 확실히 알겠다.”
“오! 이제라도 알았냐?”
“음. 뭔가 주작 냄새 나거나, 여론갖고 장난질치는 냄새 나면 진짜 난리나는구나. 조심해야겠네.”
일단 범수 스스로가 그걸 깨달았다면 나로서는 큰 안심이다.
“야. 정신 차렸구나. 나도 걱정했는데. 진짜 다행이다.”
희연이 범수의 등을 툭툭 쳤다.
웬만하면 범수에게 손을 대지 않는 희연이었다.
저 정도면 지금 범수의 반응에 정말 반가움을 느낀다는 거였다.
“우리 댓글은 봤어?”
“응. 이제 봐야지. 하지만 괜찮을 거야.”
– 는 고장혁 편이고, 이 채널은 고현욱 편인 거야?
– 편이 아니라 그냥 고현욱 거 아냐? 아직 채널 주인 얼굴 안 까졌잖아.
– 헉! 재벌 회장이 유튜버로 삽시간에 25만 구독자 모은 거야? 개소름이다.
우리 채널에 대해 궁금해 하는 댓글들이 전면에 떠 있었다.
이럴수록 구독자는 늘어나게 돼 있다. 좋은 현상이지.
– 그냥 고현욱한테 돈 먹은 색히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한 거 아냐?
– 고현욱한테 고용된 게 나쁜가? 일단 이 채널이 올린 영상이 무편집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 한, 나는 나쁠 거 없다고 생각해.
– 그래. 고장혁 같은 인간이 침공했는데 고현욱 편 드는 게 나쁜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아.
– 고장혁이 무슨 짓을 했는데?
– 그건 구글링해 보셔. 우리나라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있는 나라여.
– 제가 ‘고장혁은 누구인가’로 영상 올렸어요. 링크로 와서 봐 주세요.
“크하하. 댓글에 지 영상 홍보하는 놈도 생겼다.”
범수가 웃었다.
“하하. 그러게.”
나도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해? 그냥 둘 거야?”
“뭐, 이상한 링크만 아니면.”
나는 선선하게 답했다.
“그래도 이거 노매너 아닌가? 댓글 지울 수도 있어.”
“놔둬.”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나도 첫 영상 예고를 ‘스시맨’의 영상에 댓글로 달았었지.
내가 한 일을 남에게 못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좋아. 일단 우리 채널 물어뜯는 댓글은 별로 없다.”
“매드미니는 안 달았냐? 궁금하네.”
“아, 맞다. 매드미니.”
범수도 내 말을 듣고 문득 생각났는지 댓글들을 뒤졌다.
“아직 안 달았어.”
“야. 야. 우리도 웃기다. 왜 자꾸 악플러가 왔는지 안 왔는지 보고 있는 건데.”
희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하하. 재밌잖아.”
내가 웃으면서 답했다.
“아, 진짜 은근히 안 그런 거 같으면서 관종이라니까…”
* * *
유튜브 채널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니 시간이 훌쩍 갔다.
어느새 7시가 지나서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자, 저녁이 됐으니 영상 찍자.”
“또 찍어? 아주 뽕을 뽑는구만.”
범수가 말했다.
“최소한 코너스위트 숙박비는 뽑고 가야지?”
내가 이렇게 말하자, 희연과 범수가 코웃음을 쳤다.
“됐거든요! L그룹 가문 도련님! 어쩐지 돈 걱정 안 하는 게 이상하다 했어. 이제 우리도 그러기로.”
희연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답해 줬다.
“아니지. 내 돈이니까 걱정할지말지는 내 마음대로 하면 되지만, 너네는 너네 돈 아니니까 걱정해야지.”
“헉.”
희연과 범수가 기함이 들렸다.
“그러니까 제작비 대비 조회수 안 나오면 너네가 내 대신 스트레스 받으라고. 알았지?”
“현준아.”
범수가 말했다.
“응?”
“내가 너 본 이후 최초로 대기업 사람 같다는 걸 느꼈다.”
“어휴. 됐고. 내려가자.”
“어딜?”
“프렌치 레스토랑 예약해 뒀어. 2층이더라.”
“어머!”
희연이 박수를 쳤다.
“최고급 코스로 했어. 여기 미슐렝 별 2개 받았대. 1인분에 28만 원이더라.”
“야. 너 말은 그렇게 하면서 행동은 완전 거꾸로다?”
“룸서비스하고 조식 뷔페 체험 영상 찍었으니, 정식 레스토랑 식사 영상도 찍어야지.”
“그래!”
희연과 범수가 힘차게 대답했다. 우리는 저녁에 또 근사한 20분짜리 영상을 확보했다.
* * *
다음날 체크아웃하면서, 희연은 기지개를 켰다.
“아. 이렇게 호텔 시설 제대로 이용해 본 적은 처음인 거 같아.”
그러자 범수도 희연을 따라하면서 말했다.
“우와. 나는 이런 호텔 처음 이용해 봐.”
“아유. 옆에서 짠내나는 말 하지 마.”
희연이 범수에게 눈을 흘겼다.
“자, 그럼 이동하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동료들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우리의 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