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58)
해안고속도로를 따라 강릉부터 시작해서 부산까지 내려가기.
이게 내가 동료들에게 제안한 다음 코스였다.
“서울 안 가고?”
“응. 지금 서울 가면 시끄러울 거 같아서. 차라리 여기서 연락만 가려 듣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그리고 취재도 좀 피하고.”
“아.”
김성찬 선수의 체육관과 우리 스튜디오가 붙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 채널을 모니터링해 보면 금방 알아낼 수 있다.
김성찬 선수가 어설프게 보복하는 질 나쁜 인간들은 막아줄 수 있지만, 기자는 막아줄 수 없는 법.
취재당하지 않기로 한 이상, 당분간 서울은 안 가는 게 상책이다.
“그럼 내가 운전할게.”
“안돼에~!!”
“절대 안 돼!”
희연의 말에 나와 범수가 냅다 소리질렀다.
“어머. 왜 그래.”
“왜 그러냐니. 너는 운전 금지야.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 변하면서.”
범수가 희연에게 말했다.
“이건 나도 백프로 범수에게 찬성.”
희연이 P자동차 시승 중에 선보인 운전 솜씨는 범수와 나를 모처럼 단결시켰다.
“일단 범수가 먼저 해.”
“오케이!”
“어휴…”
희연이 모처럼 풀죽은 얼굴을 했다. 원래 순순히 넘어갈 성격이 아니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범수와 내가 상상 이상으로 완강했으니까.
나는 그 덕에 뒷자리에 앉아서 채널 모니터링을 할 수 있었다.
강릉에서 내려와 삼척 쯤 지날 때다.
“응?”
“왜.”
내가 놀라는 것을 보고 희연이 물었다.
“ 운영자라는 사람한테 연락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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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음과 궁금증.
전자가 후자를 이기면 늙었다는 증거라고 누가 그랬다.
묘하게 설득력 있는 말이다.
나는 21살 먹은 대학교 3학년생이니, 전자가 이길 리가 없지.
결국 나는 운영자가 메일로 보낸 전화번호로 연락을 넣기로 했다.
스피커폰으로 우리 세 명이 함께 들으면서 통화를 하기 위해 우리는 동해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으아… 경치 진짜 죽이네.”
범수가 감탄했다.
이름난 해수욕장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동네에서 펜션 같은 거 잡아서 묵어도 좋겠다. 여기가 어디야?”
희연이 물었다.
“삼척하고 울진 중간쯤이야.”
내가 네비게이션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삼척이나 울진이나 처음 듣는 지명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듣는 이름도 아니네. 여기쯤 오면 진짜 한적하고 좋구나.”
희연이 감탄했다.
“그러게. 이따가 여기 바닷가 횟집 찾아서 영상 찍으면서 점심 먹자고.”
“응!”
내 말에, 희연이 행복하게 웃었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희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하기 싫은 통화를 하고 나서 해야 하네…”
“하하하. 그러니까 후딱 끝내고 회 먹자고!”
내가 웃으며 희연을 달랬다.
“응. 보나 마나 좋은 소리 안 나올 거 같은데.”
휴게소가 한적해서, 다른 사람 들을까봐 눈치를 볼 필요도 거의 없었다.
우리는 해변을 보고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전화를 꺼냈다.
“녹음 버튼 눌러.”
“녹음해도 돼?”
희연의 말에 범수가 물었다.
“남의 통화 녹음하는 건 불법이지만, 자기가 통화 당사자면 얼마든지 해도 돼.”
“아.”
“맞아. 그래서 아예 모든 통화를 녹음 버튼 누르면서 하는 사람도 많더라.”
나도 희연의 설명에 맞장구치고, 통화 버튼과 녹음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남자가 받았다.
약 40대 초중반쯤 되는 목소리.
의 나레이션을 담당하던 그 목소리다.
하지만 를 진행할 때의 차분한 톤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아마 현재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안녕하세요. 채널입니다. 메일에 전번 남겨주셔서 전화 드려요.”
“…”
침묵.
이렇게 적대감이 대번에 느껴지는 침묵도 오랜만이다.
“아아. 네.”
목소리가 무섭도록 차가워졌다.
냉철한 시사 전문가의 목소리 소유자.
그런 사람이 대놓고 차가운 말투를 내려고 작정하니 장난 아니군.
얼어붙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어떤 일로 연락하셨나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침묵은 불편하니까.
“L그룹에서 얼마 받았어요?”
엇. 뭐가 이렇게 직설적이야.
“네?”
내가 범수와 희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들도 나처럼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얼마 받았냐고. 아주 대놓고 그렇게 L그룹 편을 들고… 남의 채널은 죽든 말든 생각도 안 하고…”
“저는 한 푼도 안 받았는데요.”
“아하. 그럼 소문대로 아예 고현욱 부회장이 운영하는 채널인가?”
“아니요. 고현욱 부회장하고도 관계 없는 채널입니다.”
나는 차분하게 답했다.
“거짓말 마욧!”
거의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린 것 같은 목소리.
“…”
“그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면 어떡해? 우리가 영상 올리고 바로 그런 영상을 올리면 어떡하냔 말이요.”
“아니… 그런 영상이라니.”
너무 당당해서 오히려 내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지금 우리 채널이 무슨 거짓말하는 채널로 낙인찍혔잖아요.”
평소의 카리스마는 완전히 출타한 목소리다.
“아니, 잠깐 진정하세요.”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원래 이렇게 찌질한 인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멘탈이 나간 상태다.
“뭘 진정해요. 3년 넘게 공을 들인 채널이 공중분해되게 생겼는데. 당. 신. 들. 때문에.”
한 음절 한 음절 또박또박 발음하는 게 거의 무슨 저주를 거는 거 같았다.
“헐.”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이다.
“아니, 잠깐만요. 우리 영상이 잘못된 것처럼 말하시는데, 그쪽 영상이 이상한 거 아닌가요.”
내가 차분히 반박을 시도했다.
“우리 채널 영상이 뭐.”
운영자가 땡깡을 부리는 말투로 되물었다.
“아니, 거기가 먼저 악마의 편집으로 영상을 올렸잖아요. 고현욱 부회장 이상하게 보이도록.”
“우리가 무슨 악마의 편집이야. 그쪽이 악마의 편집이지.”
“아앙? 그게 뭔 김밥 껍데기 벗기는 소리야.”
내가 듣다 못 해 이렇게 받아쳤다.
“응? 김밥 뭐?”
상대가 당황한 틈을 타서 내가 받아쳤다.
“아니, 거기는 원래 영상을 짤라서 올렸고, 나는 그대로 올렸잖아요. 근데 왜 내가 악마의 편집인데? 원래 없는 걸 붙여서 올렸나?”
내가 계속 다그쳤다.
“…”
잠깐 침묵이 흐른 사이, 내가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는 그냥 무편집본을 올린 것뿐이에요. 그거 때문에 그쪽 채널이 낙인찍힐 수는 있겠지만,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지.”
“아니야! 아니야!”
이 인간 완전 이성을 상실했구만.
“내가 너네 채널 망하게 할 거야. 너네 상대 잘못 건드렸어. 우리 채널 구독자 42만인데 겁도 없이!”
남자가 더욱 흥분했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갔구만.
“38만 명.”
“응? 뭐?”
내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끊자, 그 남자가 놀라서 물었다.
“38만 명이라고요. 42만 명은 어제고. 4만 명 빠져서 38만 명.”
“으아…”
갑자기 남자가 우는 소리를 냈다.
“조금 전만 해도 39만이었는데 또 1만 빠졌어! 나는 끝났어! 끝났다고!”
“아, 진정하고 정신줄 좀 잡아요!”
내가 소리를 꽥 질렀다.
“우리도 편집 안 했거등!”
운영자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
“잉?”
이건 또 무슨 말?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럼 그 영상은 누가 짜깁기한 건데?”
왠지 마지막 말은 거짓말 같지가 않아서, 내가 차분히 물어보았다.
“우리도 받은 영상을 올린 거라고! 그게 편집이 된 건지 안 된 건지 어떻게 알아?”
“아니, 화면이 뚝뚝 끊기는데 그걸 몰라요?”
내가 범수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이렇게 말했다.
범수는 내 말을 확인해 주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원본인지 편집본인지 정도는 금방 알아차릴 것이었다.
“원래 우리 채널에는 편집자가 따로 있어. 그런데…”
자포자기한 듯 남자가 말했다.
“그런데요?”
“특종인 거 같아서… 조금이라도 빨리 안 올라가면 다른 채널이 금방 올릴 거라길래.”
“앗…”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희연과 범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도 나와 비슷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거하고는 상황이 많이 다른데?
‘아니, 인제 보니 고장혁. 매수도 안 한 거였어? 돈도 안 쓰고 채널 운영자 속여서 자기 손 안 대고 코 푼 거야?’
내 머리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럼, 고장혁네한테 매수당한 게 아니라… 특종 욕심 때문에 확인 안 해 보고 올린 거란 말이네요?”
내가 정리해서 물었다.
“…”
잠깐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 침묵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국내 대표적인 시사 유튜브 채널 운영자로서, 지금 내 질문에 ‘응’이라고 대답하기엔.
‘쪽팔린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오히려 입장에서는 회생의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닌가?
보도 채널이니, 악의적으로 편집을 조작했다는 건 거의 돌아올 수 없는 선이다.
하지만 그게 누군가한테 원본이라고 속은 거라면?
물론 제대로 확인 안 한 것도 잘못이긴 하지만, 죄의 경중이 조금 달라진다.
“그렇구나… 다른 채널이 올리기 전에 빨리 올리려고 확인 작업을 생략하고 바로 올린 거군요.”
“…”
내가 말했지만 다시 침묵. 하지만 이번 침묵은 긍정을 표하는 침묵이다.
“어휴. 42만이나 되는 채널이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해요. 그러니까 당하지.”
내가 안타까운 말투를 섞어서 말했다.
“35만까지는 금방 올랐는데… 그 다음부터는 구독이 오르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초조해지고.”
헉.
나와 동료들이 다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왠지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구독자가 줄어드는 것만이 채널 운영자를 초조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구독자가 무서운 기세로 늘어나다가, 그 상승세가 꺾였을 때에도 초조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게 사람의 욕심이다.
결국 모처럼 던져진 특종 기회에 잠깐 눈이 뒤집힌 거지.
“거기 채널은 그 영상 어디서 구한 거요?”
운영자의 목소리가 약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같이 사태를 공유하고 나니, 조금이나마 진정이 됐겠지.
“저는 직접 찍었어요.”
“아. 그럼 누구한테 받은 거 아니고?”
“네. 우리는 시사 채널 아니지만, 거기는 시사 채널이라 소스 확인 하셨어야 하는 거 같은데.”
“내가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