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62)
쭉 뻗은 동해안 도로.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다.
이런 도로 상황에서 풀악셀을 때려보고 싶을 만도 하건만, 희연은 나한테 한 말이 있어서인지 꾹 참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편하네.’
나는 뒷자리에 앉아서 유튜브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관심 끄기로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됐을지 궁금은 하네.’
사실 채널 들어가보는 건 별로 에너지가 드는 일도 아니다.
나는 를 검색해서 채널로 들어갔다.
– 구독자 34만 명.
한나절 사이에 3~4만 명의 구독자가 더 빠졌다.
이 정도면 채널의 몰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된 거 같다.
표면적으로 구독자가 이 정도 빠졌으면, 구독자 1명당 조회수는 더 줄어들기 마련이니까.
‘결국 예상대로 운영자는 아무 액션도 못 취하는군…’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응?”
“왜?”
내가 놀란 티를 내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범수가 뒤돌아보았다.
“어라?”
나는 범수에게 대답하지 않고, 댓글 하나에 몰입했다.
– 안녕하세요. 채널 기자 겸 PD로 재직 중인, 아니, 재직 중이었던 정한성이라고 합니다.
장문으로 쓰여진 댓글은, 워낙 많은 시청자들이 대댓글을 다는 바람에 위로 끌어올려져 있었다.
– 아까 사과문 올라온 걸 보신 분들 있을 겁니다. 이번 일은 순전히 채널 소유자가 소스가 불확실한 영상을 채널 동료들에게 양해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올리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채널 소속 PD와 기자들이 소유자에게 영상을 내리고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계속 요청을 했습니다.
허. 운영자 때문에 채널 동료들이 피해 입는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행동을 직접 취할 것은 예상 못했었다.
– 채널 소유자는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사과문을 게시하더니, 영상 제공자의 협박을 받고 3분도 안 되어 사과문을 삭제했습니다. 이로써 채널 소속 기자들은 더 이상 소유자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쿠데타라기보다는 엑소더스다.
– 구독자 40만이 넘는 채널의 소유자로서,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것을 지금까지의 작업에 대한 애정으로 참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같이 할 수 없어, 독립을 선언합니다. 조만간 뜻을 같이 한 채널 동료들이 새로운 채널을 만들 것이며, 그때 공지하겠습니다.
이 댓글에는 엄청난 수의 대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 우와. 안 그래도 운영자가 얼굴마담인 거 같더니, 결국 혼자서 사고 친 거구나.
– 객관적으로 보도하던 PD하고 기자들은 무슨 죄냐?
– 새 채널 파면 반드시 옮겨 가겠습니다.
– 걍 운영자 쫓아내고 이 채널에서 계속 하면 안 되나?
채널 전체를 욕하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채널의 운영자와 멤버들을 구별하고 있었다.
확실히 댓글을 단 소기의 효과는 거두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범수야. 이거 좀 봐.”
희연은 운전 중이었으니, 나는 범수에게 내 폰에 뜬 댓글을 보여주었다.
“오오. 대박!”
“뭔데, 뭔데?”
희연이 이렇게 말하더니, 길 옆에 차를 세웠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도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어머. 어머. 진짜 그 운영자 하는 짓이 너무 바보 같다 싶었더니… 채널 키운 사람은 따로 있었네.”
“그러게. 이 사람들 진짜 화났겠다.”
범수가 말했다.
“화가 났으니까 이런 댓글을 달지. 아예 갈라서기로 결심하고 선언을 한 거잖아.”
“응.”
“그런데 왜 댓글로 달았을까? 아직 30만 구독자가 넘어서 게시글 다는 것도 문제 없을 텐데.”
희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뻔한 거 아니겠어?”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응? 뭐가?”
“게시판에 액세스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거지.”
“아!”
“운영자가 독단적으로 운영했다잖아. 그러니까 게시물이고 영상이고 업로드는 운영자만 했었을 거야. 그러니까 이번 사고 친 영상도 지 혼자 맘대로 올렸을 거고.”
“그렇구나… 채널은 엄청나게 커졌는데 시스템 내실은 하나도 안 따라갔구나.”
“응. 원래 유튜브 채널이란 게 구독자 많다고 채널로서 제대로 갖춰졌다는 걸 뜻하는 게 전혀 아니잖아.”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래서 댓글로 단 거구나. 좀 짠하다.”
희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시청자들이 호응해 주잖아.”
“글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
“조금 있다가 봐. 우리는 차 세운 김에 잠깐 앉아 있자.”
희연과 범수가 내 반응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데에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우왓! 야! 그 댓글 지워진 거 같아!”
범수가 외쳤다.
“어휴. 예상대로네.”
내가 머리를 긁었다.
“설마 그 운영자가 댓글 지워버린 거야?”
“왜 안 그러겠어… 아까 성격 보면 모르겠냐. 고장혁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자기 팀 사람들한테는 예의 전혀 안 지키는 거지.”
“어머. 진짜 최악이다.”
희연이 중얼거렸다.
“불쌍하다. 채널을 열심히 키워도 소유권이 없으면 진짜 다른 사람 좋은 일만 할 수도 있구나.”
범수가 말했다.
“유튜브에서 그런 일 많은 거 알잖아. 그냥 동료 잘 만나거나 운이 좋았을 뿐인데 자기가 잘나서 그랬다고 착각하는 인간들이 많으니까.”
“그러게. 그런데 아까 그 PD라는 사람 불쌍하다. 기껏 댓글 달았는데 5분만에 지워졌네.”
“응. 사과문은 3분만에 지웠는데 댓글은 5분만에 지워졌네. 오히려 예상보다 더 걸렸는데? 하하.”
내가 웃었다.
“야. 웃음이 나오냐. 나는 속상하다. 아유. 못 볼 꼴 봤네. PD랑 기자 불쌍해.”
희연이 나에게 말했다.
“음. 그래서 말인데.”
나는 여유 있게 입을 열었다.
“어?”
“일단 이 사람들한테 접촉해 보자.”
“접촉?”
“응. 우리하고 이 사람들하고 협업할 만한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아?”
“오오.”
희연과 범수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구나!”
“우리 채널로 스카웃하게? 그런데 이 사람들 자기 채널 이미 만들기로 했잖아…”
희연과 범수가 번갈아 말했다.
“응. 그건 이 사람들하고 접촉해서 물어 봐야지. 그런데 일단, 우리 채널에 곧바로 소속시키는 걸 생각하지는 않아.”
“그럼?”
“희연이 채널하고 우리 채널하고의 관계처럼, 우리 채널을 중심으로 한 채널 네트워크를 만드는 거지.”
“오오!”
범수가 손뼉을 쳤다.
“마치 우리 채널의 자회사처럼 만든다는 거네?”
“뭐… 굳이 말하자면 ‘자회사’보다는 ‘자매 채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멀티 채널’이네?!”
희연이 말했다.
“그러게. 만약 된다면 이게 진정한 MCN이 될 수도 있겠다.”
MCN은 ‘멀티 채널 네트워크’의 약자다.
지금은 유튜버들의 소속사처럼 쓰이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지금처럼 채널을 연합하는 일 자체를 가리킨다.
“근데 댓글 지워졌잖아? 그 사람 아이디 기억 나? 그걸 알아야 연락을 하지.”
희연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응. 아까 스크린샷 찍어 놨어. 그리고…”
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미 그 사람 채널에 들어가서 연락처 남겨 놨어. 제보 이메일이 써 있더라고. 하하.”
“오오!”
– 딩동댕동~ 딩동댕동~
타이밍 좋게 전화벨이 울린 건 바로 그때였다.
구독자 363029명
“여보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PD 정한성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이렇게 소개할 수밖에 없네요.”
정한성이었다.
“네. 반갑습니다.”
“하하하. 네.”
정한성이 웃었다.
“하하. 좀 이상한가요. 제가 반갑다고 하는 게.”
내가 웃으며 물었다.
“글쎄요. 채널하고 엮이는 바람에 제 직장이 폭파되긴 했지만, 뭐 그쪽 채널이 가해자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 말에 한 번 웃어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운영자하고는 지금 계속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상황인가요?”
“그 사람. 지금 우리 멤버의 전화고 문자고 다 씹고 있어요.”
정한성이 힘없이 뱉었다.
말투를 들어보니, 짜증이 날 대로 나서, 이제는 거의 포기 단계에 이른 것 같았다.
“아. 그렇군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차피 독립을 생각하시면, 오히려 상대가 그렇게 나오는 게 속 편할 수도 있겠어요. 뭐, 이런 말이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그렇죠… 지금 사실 최악의 상황입니다. 협의로 운영자를 내보내려고 해도 저렇게 잠수를 타서야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진절머리가 난다는 말투였다.
“네. 그런데 협의를 하면 운영자가 채널을 제작진에게 넘기고 나갈 가능성이 있긴 하나요?”
“하. 솔직히 말하면 없죠!”
탄식과 같은 답변.
역시 예상대로였다. 운영자란 인간 위인을 보면 대충 그림 나오니까.
“그럼… 싸들고 나오셔야겠네요.”
“네. 그렇죠. 그런데…”
정한성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네. 어차피 구독자가 40만이었으면 업으로 삼아 일했던 스테프가 많을 거 아니에요. 독립 할 거면 빨리 하셔야 할 텐데.”
“공지는 그렇게 했지만 쉽지는 않네요.”
“왜요.”
“공간이고 장비고 다 그 사람 소유라서요. 저렇게 나오면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어요.”
“네.”
나는 잠깐 쉬었다가, 곧바로 용건을 전달했다.
“사실 그런 상황이 예상되어 연락 드렸습니다. 댓글을 저렇게 지워버리고 잠수 타는데 독립을 해 가도록 도와줄 거 같지가 않아서요.”
“아… 무슨 말씀이신지.”
“독립을 하려면 공간과 장비, 그리고 실질적 제작진들이 새로운 채널을 팠다는 걸 널리 알릴 경로. 이 두 가지가 필요한 거잖아요.”
“네. 그렇긴 하죠. 하지만 둘 다 구하기 쉬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아마 운영자가 그렇게 독단적으로 운영했으면 수입 배분도 공평하지 않았겠네요.”
“그렇죠. 채널의 구독자가 많이 늘었어도, 우리는 월급으로 받았었으니까. 돈을 많이 모으지도 못했죠.”
“그렇군요.”
결국 채널의 소유주라는 이유로 채널에서 나오는 수입도 혼자 먹었군.
동료들은 졸지에 직원이 되었고. 이래서 처음에 소유권과 이익 배분을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한 거다.
“좋습니다. 제가 제안을 드리죠. 일단 저희에게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편집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드릴 수가 있고요.”
“엇. 정말이요?”
정한성이 놀라서 물었다.
“네. 지금 어쨌든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건 채널이에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죠. 그러면 옮기더라도 이렇게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을 때 새로 채널을 파는 게 훨씬 유리할 거 같아요.”
“…”
정한성이 잠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맞아요. 옮기려면 조금이라도 빨리 옮겨야 구독자들을 최대한 데리고 갈 수가 있죠. 그런데.”
“네.”
“저희한테 이렇게 해주시는 이유는?”
“아. 저는 저희 채널을 키우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채널에서 보도 콘텐츠 만드시는 분들과 연합하면 성장에 확실히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저희보고 채널에 들어오란 말씀인가요?”
정한성의 질문에 경계심이 묻어났다.
“아니요.”
“네? 아니라고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채널을 키우는 게 아니라 확장해서, 여러 채널이 연합한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해요. 그래야 채널의 한계를 넘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네. 새롭게 만드시는 채널은 저희랑 별도로 만들어서 운영해 주시면 됩니다. 대신, 저희 채널과 일종의 협력 관계랄까. 저희 채널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어 주시면 됩니다.”
“… 잠깐만요.”
“네.”
“이거 좀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데, 혹시 애초부터 저희 채널을 차지할 생각으로 이번 일 설계하신 건가요?”
“하하하.”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거 아니에요. 마침 저희가 갖고 있는 영상의 이상한 편집본을 어떤 채널이 올렸길래, 그냥 우리 영상을 올렸을 뿐이에요. 그 전까지는 이름만 들어봤지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요?”
“네. 이게 만약 제 계획대로 흘러간 상황이라면, 지나치게 절묘하지 않나요?”
내가 웃으며 물었다.
“하하하. 그렇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