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68)
현민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런가 봐?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네.”
“응. 엄밀히 말하면 현욱이 형 일이니까.”
현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군.”
“L생명이나 전자나 내 지분이 그룹에서 3위야. 그런데 3위면 뭐해. 현욱이 형이 시키는 대로 주주권 행사해야 하는데.”
“아.”
현민의 말에 나도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고현욱은 몰라도, 고현석보다는 확실히 자기 줏대가 있는 녀석이다.
형들과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데 불만이 없을 리는 없겠지.
“그러면 너도 지금같은 전쟁통에 독립 노려 봐도 되는 거 아냐? 대주주가 자기 결정권이 없으면 그게 무슨 대주주야.”
“…”
현민은 웃기만 하고,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쉽게 말하는 건 좀 실례겠지. 너도 복잡할 테니까.”
“하하. 그러게. 어쨌든 오늘 내가 너한테 전달할 부탁은 사실 현욱 형의 부탁이야. 알지?”
“음. 알지.”
나와 현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떤 부탁인데?”
“입장을 알려 달라는 부탁. 주주총회 안건 봤지?”
“응. 봤어.”
“다른 안건들은 다 형식적인 거고, 제일 중요한 건 이사진 재신임 건이야.”
현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재신임이 이루어지면, 현욱 형의 그룹 승계가 주주총회에서 완전히 승인받는 거고, 아니면 이사회 다시 뽑는 거겠군.”
“응.”
내 말에 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사회를 다시 구성하면, 삼촌의 영향력이 공식적으로 커지는 거고.”
“그렇지. 잘 알고 있네.”
현민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내 눈을 힐끗 보며 물었다.
“부탁이 뭔지는 알겠지?”
“응. 재신임 투표에서 찬성표 던져달라는 거겠네.”
“응.”
“후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걸 너한테 직접 시켰단 말이지? 나한테 와서 정식으로 부탁하고 대답받으라고.”
“응…”
“그러면 싸움이 지금 쉽지 않다는 얘기네.”
“…”
현민은 말로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현욱이 형이 나한테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었는데. 두 달도 안 돼서 나한테 너를 보내는구나.”
“음. 그러게.”
“솔직히 나 같으면 현욱 형의 자리에는 힘들어서 못 있을 거 같아. L그룹 전체 지분의 반을 물려받았는데, 놀기는커녕 평생 만나지 말자고 한 배다른 동생한테 엎드려야 하니 원. 고달퍼서 살겠나.”
내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맞아.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너하고 생각이 비슷해.”
현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나처럼 괜히 형들 딱갈이나 하지 말고, 나처럼 하고 싶은 거 해. 어차피 남들이 인생 다섯 번 살아도 벌지 못할 돈 있잖아. 이런 걸 집들이로 살 수 있고.”
내가 라이카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하. 맞아. 나도 그냥 여행이나 다니고 싶은데, 형들한테 코가 끼어 있네.”
이렇게 말하고, 현민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런 점에서는 네가 부러워. 우리는 돈과 권력을 가져서 행복한 거보다, 그걸 빼앗기고 남들이 나눠 갖자고 덤빌까 봐 불행한 게 더 크거든.”
“아…”
“그러니까 형들은 결국 나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나를 자기들 무기로 써먹으려고 하지.”
이렇게 말하는 현민의 눈이 약간 흔들렸다.
“너도 마음 고생 많이 한 거 아니까. 이런 얘기 쉽게는 못 하지만… 그래도 너는 돈을 잃어도 되고 낭비해도 되는 처지니까 좋은 거야. 우리 3형제는 그걸 못해. 돈도 몰래 써야 돼.”
“주주총회 앞두고 더 그러겠네. 펜트하우스 못 묵는 거 보고 짠하더라.”
내가 진짜 불쌍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니까. 그리고 지금도 주주총회에서 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어. 나도 거기에는 선을 좀 긋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네.”
현민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너도 확실히 특이한 녀석이긴 하다. 현욱 형이나 현석 형은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그러지만.”
나도 현민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
하지만 계속 이렇게 센치한 대화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나는 좀 실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재신임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은 커?”
“아니. 솔직히 나는 반반이라고 봐.”
현민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헛.”
“일단 주주총회 순서는 이래. L자동차, L전자, 그리고 L생명.”
“응. 그렇더라.”
“재미있게도 파이가 작은 순서지. L그룹이 100이면 자동차 12, 전자 30, 생명 40 정도 돼.”
“음.”
“이중에서 전자하고 생명은 기를 쓰고 지키고 있어. 그런데, 자동차는 솔직히 쉽지 않아. 여력이 없어.”
“그런데 하필 자동차 총회가 제일 먼저네? 로비가 덜 돼서 첫 투표에서 지고 나면 다음 총회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내가 말했다.
“응. 그렇다고 가장 파이가 작은 자동차에다가 들일 수 있는 노력의 한계도 뻔하고.”
“음. 딜레마네.”
“그래서 자동차는 내 줄 각오를 하고 있어.”
“그렇구나.”
“일단 이렇게 불투명한 상황이라, 현준이 네가 갖고 있는 주식이 상당히 힘이 세졌어. 알지?”
현민이 웃으며 물었다.
“알지. 현욱이 형은 그렇다치고, 현석 형은 짜증 내고 있겠구만.”
“크크크. 맞아.”
“재신임 투표 실패하면, 저쪽에서는 삼촌이 나오는 거지?”
“아니. 삼촌은 투사 역할만 할 거야. 삼촌이 내미는 사람은 따로 있어.”
“누구?”
“삼촌 아들. 우리 사촌 형.”
“아. 그때 얘기했던. 이름이 고현세였나?”
“응. 기억력 좋은데? 미국 듀크대 MBA야. 삼촌이 진작 가문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그 아들이 자수성가로 실력 키웠다는 이미지를 얻는 이득이 있었지.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 후보로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지.”
“그렇군.”
그때, 누군가가 스튜디오 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네~!”
대화를 위해 일부러 자리를 피해준 희연과 범수가 저럴 리 없는데.
내가 문을 열자, 체육관 관원인 선수가 서 있었다.
“저, 누가 와서 스튜디오를 찾는데요. 이 사람은 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누군데요?”
“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명함을 줬어요. 보여드리라고.”
“응?”
그 명함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 L미래기획실 실장. 고현세.
“야.”
내가 현민을 툭 치고 명함을 보여줬다.
“헐.”
“너, 마주쳐도 돼?”
내가 현민을 배려해서 물었다.
“까짓거. 나도 이 기회에 인사하지 뭐.”
의외로 현민이 쿨하게 나왔다.
“그런데 양반은 못 된다. 말 꺼내니까 바로 나타나냐…”
“가문에서 쫓겨났으니 양반은 못 되는 거 맞지.”
내 말에, 현민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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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마이 커즌.”
분명히 유창한 영어인데, 뭔가 촌스럽다.
“아. 안녕하세요.”
“응. 쏘리. 코로나라서 악수는 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더라고.”
고현세가 과장되게 웃으며 말했다.
“마이 네임 이즈 현세. 고장혁 이사가 내 아버지. 그래서 우리, 커즌스. 롸잇?”
“풉. 네.”
생각하고는 다르게 뭔가 귀여운 캐릭터군.
재벌집 아들들은 유학파가 많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 외국으로 보내니까.
‘커즌스’라고 S 철저하게 붙이는 거 보니 분명 본토 영어 맞는데, 자꾸 촌스럽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잠깐 생각해 보니 이유를 알 수 있는 거 같았다.
‘어이 조카님!’하던 자기 아버지 멘트랑 언어의 국적만 다르지 너무 비슷하잖아.
“안녕하세요.”
현민도 일어나서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오우!”
현민의 얼굴을 보더니 고현세가 과장되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나더 커즌!”
“푸하하. 형 진짜 왜 그래요. 엉터리 영어까지 하고.”
현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형님은 한국말 잘 못 하니?”
내가 묻자, 현민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보다 더 버터 발음이긴 한데, 한국말 잘 해.”
“그래도 영어가 편해요! 나 엘리먼트리 스쿨부터 미쿡에서 다녔으니까.”
고현세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영어 못해요, 한국말로 합시다.”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으응. 한국 사람들은 내가 영어로 하면 신나서 영어로 많이 해 주던데!”
고현세가 약간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다가 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현민에게 인사했다.
“어쨌든 현민이는 오랜만이네! 작년에 미쿡에서 보고.”
현민의 말대로 발음에 버터가 많이 발라져 있긴 했지만, 유창한 한국어였다.
“네. 이제 한국에서 활동하는 건가요?”
현민이 물었다.
둘이 말없이 서로 쏘아보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히 내 오버였군.
“하하하. 알면서 그래. 나도 이제 본격적으로 L그룹 경영에 참여할 거니까!”
“아…”
정말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밝히는 고현세였다.
항상 세련된 태도를 보이던 현민도 순간 어떤 말을 이을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일 정도.
“현준이한테 할 말 있으시죠. 제가 자리 피해드릴까요?”
현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현세는 현민이를 봐도 전혀 당황해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현민도 예상한 모양인데, 자신의 행보를 저렇게 당당하게 밝힐 거라고는 생각 못 한 모양이다.
“아냐. 잘 됐어. 나는 오늘 현준 커즌하고 인사하러 왔거든!”
응? 부탁하러 온 게 아니고?
“현준 커즌… 이상해요. 그냥 이름 부르세요.”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오. 땡큐!”
고현세가 활짝 웃었다.
이 인간. 싫어하기가 좀 힘든 스타일인데.
고장혁은 고현욱에게 부딪치는 역할.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 역할은 고현세.
그런데 고현세를 보고 나니 그 작전이 아주 주효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장혁은 고현욱과 진흙탕 싸움을 가져가면서 자기 이미지 깎이는 건 신경 안 쓰겠지.
그냥 고현욱의 이미지를 흔들어서 같이 땅으로 곤두박질치면 된다. 그러려면 개싸움이 최고지.
그리고 뒤에서 그 싸움 구경하고 있던 고현세가 나서서 ‘합리적 유학파’ 이미지를 갖고 고현욱의 라이벌로 등장한다.
이게 고장혁은 물론이고, 고현세의 성격에도 아주 잘 들어맞는 작전이다.
‘원투 펀치가 아주 죽이게 들어가겠군.’
내가 생각하는 동안, 고현세가 말을 이었다.
“현민이까지 있으니 잘됐네. 나는 오늘 현준한테 인사하러 왔거든.”
“인사요?”
부탁이 아니라?
“응. 현준이도 L그룹 지분을 엉클 무혁한테 많이 받았다면서. 그러면 대주주잖아. 내가 경영에 참여할 거면, 당연히 대주주한테 인사를 다녀야지. 게다가 커즌인데. 인사를 안 오겠어?”
해맑은 대답이었다.
사실 너무 맞는 말이긴 하다.
“현민이 있어서 껄끄럽지는 않으세요?”
“하하하.”
고현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현민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말을 이었다.
“사실 현민이도 알 거야. ‘나도 경영에 참여해 보겠다’라고 하는 게 오너 가문에게 하나도 미안해 할 일이 아니라는 거. 안 그래?”
고현세가 현민을 보며 물었다.
“훗. 사실 그렇긴 하죠.”
현민이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