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69)
“네. 맞아요. 그냥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 되는 거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경쟁에 나서는 걸 미안해하면 안 되지! 현민이 여기서 만났다고 어색해하면 내가 이상한 거고!”
고현세가 해맑지만 강력하게 말했다.
“… 맞죠.”
이 말에 현민이라고 어떻게 아니라고 하겠는가.
“그러니까 잘 부탁해! 그리고 현준 유튜브 채널 섭스크라이브(subscribe-구독)했어. 그런데 영상 몇 개만 봐도 알겠어. 상당히 소질이 있더라고. 그냥 영상 만드는 게 아니라, 채널 기획하고 운영하는 거!”
“아.”
“그래서 대주주지만, 그냥 주식 갖고 있기만 하는 건 초큼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중에 내가 경영권 참여하게 되면 파트너 하자고 제안하려고 해!”
“엇…”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의 고현세라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현민이 있어도 전혀 던지지 않고 나에게 던지는 제안도 파격적이다.
‘기껏해야 재신임 투표에 반대표 던져 달라고 부탁할 줄 알았더니…’
“초큼 조심스럽지만, 현욱이하고 현석이는 현준이하고 만나는 거 싫어한다면서? 기업 경영을 그런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내가 경영권 나눠 갖게 되면, 현준이하고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거야!”
고현세가 청산유수로 말했다.
“…”
이 말에는 현민도 복잡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 형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자기도 뻔히 아니까.
내가 만약 L그룹 지분에 더 욕심이 있거나, 경영권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확실히 고현세가 비교우위에 있는 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그럴 생각이 있다면.
“말씀은 감사한데, 저는 경영권에 참여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어, 그래? 왜?”
고현세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유튜브 채널 운영할 거거든요. 이거 운영하기도 시간이 빠듯해요. L그룹 같은 덩치 큰 기업이 돌아가는 걸 세세하게 파악할 여유 같은 건 없어요.”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엇. 그거 아쉬운데.”
고현세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말했다.
“분명히 우리는 잘 맞을 거 같은데. 앞으로 L그룹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서 경영할 거니까.”
“세계적 추세요?”
“응. 세계 시장 점유율 높지. 근데 경영은 세계적이지 않은 가족 경영이잖아.”
“그런데 현세 형님도 가족…”
“아니지. 나는 기업의 가족 경영에 반기를 든 아버지 덕분에 가문에서 축출된 사람이야. 혁명을 일으키는 사람으로서는 제격이라고.”
“오.”
고현세의 청산유수 같은 대답.
“마치 왕국을 혁신시키는 주인공들이 쫓겨난 왕족인 것처럼?”
“그렇취!”
내 말에 고현세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
“나는 경영권 갖게 되면, 현욱하고도 잘 지낼 거야.”
잠깐 침묵이 흐르자, 현민을 보며 고현세가 말했다.
“엇. 그래요?”
“응. 서로 적대할 이유가 없다니까? 아마 몇몇 계열사의 경영권을 나눠 갖게 되겠지. 그럼 협력해야지. 그래야 회사가 크지?”
“…”
확실히 캐릭터하고 포지션 제대로 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게 어디까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고현욱에게 확실히 고현세는 위협적인 적수다.
“이번 주주총회 진짜 재밌겠네요.”
“응. 꼭 오라고. 올 거지?”
고현세가 물었다.
“네. 가야죠.”
나도 웃으면서 물었다. 진짜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굿!”
이렇게 말하고 손을 내밀려다가, 고현세가 머리를 긁었다.
“아, 맞다. 코로나. 자. 팔꿈치 부딪치자고.”
나와 고현세는 웃으면서 팔꿈치를 부딪쳤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번에는 내가 질문을 던졌다.
“응.”
“이번 주주총회 안건 중 하나가 지금 이사진 재신임이잖아요.”
“응.”
고현세는 어디까지나 천진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재신임 반대가 많이 나와야 경영진 참여 길이 열릴 텐데, 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세요?”
“포 슈어.”
고현세가 영어로 대답했다. 눈이 반짝 빛났다. 자신감의 표출이었다.
“투표가 이뤄지는 거 자체가, L그룹 입장에서는 망신일 거야.”
“네?”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회장 가문이 내세운 경영진이 그대로 재신임을 받는다? 일단 투표에 붙이자는 반대 의견이 분명 나왔는데 그걸 투표로 한다? 그거 자체가 벌써 제대로 된 기업 마인드가 아냐.”
“아.”
“현욱이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고현세가 현민을 보고 물었다.
“으. 그 대답을 제가 대신하면 저 형한테 죽어요.”
현민이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하하하! 맞아. 현민이 처지 이해해! 하지만… 앞으로 잘 부탁해.”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현민이는 좀 더 있을 건가?”
“네. 전 좀 더 있다 갈게요.”
“그래! 그럼 난 먼저 갈게! 오늘 대주주들 더 만나야 해! 하하! 씨야!”
이렇게 말하고, 바람처럼 고현세가 사라졌다.
“…”
잠깐 멍하니 있다가, 내가 현민에게 말했다.
“야. 현욱이 형 이길 수 있는 거 맞아? 너네 큰일났는데?”
“…”
현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주주들한테도 저자세로 부탁 안 하고 저렇게 하고 다닐 거 같은데?”
“그렇지. 실제 조건은 장혁 삼촌이 제시해 놨을 테니까.”
“아.”
현민의 대답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현세 형이 말한 게 맞아. 너한테는 현욱보다는 저 사람이 좋은 파트너일지도.”
“그러게. 호형호제 못 하게 하는 사람들보다는 누구라도 더 낫지 않겠냐.”
내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형들의 한계지. 솔직히 현세 형 말이 너무 맞아서 뭐라고 못 하겠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누군가에게 잘못이 있다고 해도, 그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
“음.”
나는 현민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그렇게 말해 줘서. 사실 현욱 형하고 현석 형한테 상처 많이 받았는데, 너까지 그랬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 같아.”
나는 정식으로 현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래. 그래서… 재신임 투표는 찬성으로?”
이렇게 물어보는 현민은 웃고 있었다. 웃자고 던진 질문이다.
“아니. 현세 형 얼굴 보니까 좀 생각해 봐야겠다.”
“푸핫. 좀 봐 줘라. 나 형한테 가서 뭐라고 그러냐…”
“라이카 고맙다고 전해 줘. 저거하고 소니하고 비교샷 한 번 찍어 보려고 했는데.”
“바보야. 라이카는 내가 사 온 거거든? 형은 몰라.”
“아. 그래? 안목 나쁘지 않네. 고마워.”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주주총회 기다려진다.”
내 말에 현민이 머리를 긁었다.
“어우. 피곤하다… 진짜 기업 총수 노릇 왜 하나 싶어.”
“그래. 현욱 형도 때려치우고 유튜브나 하라고 해.”
“풋.”
전혀 기다려지지 않았던 주주총회였는데, 갑자기 기대가 되었다.
승패 예측이 어려우면 그만큼 기대가 되기 마련이니까.
구독자 461233명
시간이 열흘 가까이 흘러갔다.
그동안 구독자 수는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슈가 없으니까 구독자 수 늘어나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기다리던 엄청나게 큰 이슈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니까.
바로 L그룹 주주총회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연달아서 잡혀 있다.
거의 하루 건너 하나 꼴로.
‘주주총회 참석하는 것만 직업처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어.’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첫날은 L자동차, 그 이틀 후 L전자, 그리고 다시 그다음 날 L생명이다.
정신없이 전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 준비됐지?”
“응. 가자.”
내 말에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도 다 챙겼어.”
범수도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케이. 그럼 P자동차 타고 가자고.”
“응!”
나는 희연과 범수 두 명 다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주주 명부 폐쇄일(주주총회를 열기 전에 주주명부를 한 번 닫는다. 그 이후에 주주가 된 사람은 다음 주주총회부터 참석할 수 있다) 전에 희연과 범수에게 관련 사항을 안내했다.
“우리도 참석할 수 있나?”
“응. 내 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이틀 전 범수가 묻는 말에 이렇게 조언을 해 줬었다.
“너네도 이 기회에 L그룹 주식 좀 사. 이번에 정산한 돈으로 사면 되니까.”
“헛. 진짜?”
범수가 눈을 크게 떴다.
“응. 소액이라도 주주가 되면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참석할 수 있어. 기왕 갈 거 주주 자격으로 떳떳하게 들어가는 게 낫지.”
“오오. 그 생각은 못했었네.”
범수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일단 L그룹 주식 사서 계속 갖고 있으면, 손해는 안 볼 거야. L그룹의 전망은 좋으니까. 상속 문제 때문에 평가절하한 게 거의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 100퍼센트로 돌아온 건 아니기도 하고.”
“그럼 계속 오를 거란 얘기네.”
희연도 눈을 반짝였다.
“좋아! 첫 정산금은 그냥 저축하고 투자하는 셈 치고 L그룹 주식 사겠어!”
“알겠어. 그렇게 할게. 재밌겠다. 주주 자격으로 주주총회 참석하다니.”
범수는 물론 희연도 흔쾌히 승낙했다.
“응. 그렇게 하는 게 나도 확실히 마음 편할 거 같아. 카메라도 여러 대 놓을 수 있고, 괜히 수행원이라고 너네 챙길 필요 없고.”
이렇게 해서 우리 셋 다 주주 자격으로 L자동차 주주총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우와. 차들 봐.”
“저거 롤스로이스 아냐?”
“벤틀리… 마이바흐 다 있네.”
평소에는 한 달에 한 번도 보기 힘든 고급 세단들이 L그룹 본사 앞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P자동차의 ‘가짜 주주총회’와는 차원이 달랐다.
L자동차는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그룹 내에서 전자와 생명의 위상에 밀린다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20퍼센트를 먹고 있는 엄청나게 큰 기업이다.
“그래도 L자동차 주주 총회라서 그런지, L자동차도 많긴 하다.”
물론 L자동차도 많았지만,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가 내뿜는 위용에 가려져 버렸다.
“언제 들어가냐… 주차하다 늦는 거 아니겠지?”
범수의 이 말은 기우에 불과했다.
L자동차 본사 건물의 주차 시설은 입구에 길게 늘어서 있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수용하는 데 무리 없을 정도로 넓었다.
많은 차들이 금방 자기 주차 구역을 찾고, 우리도 어렵지 않게 주차를 끝낼 수 있었다.
“카메라 잘 숨겨야겠지?”
일부러 커다란 가방을 챙겨 온 범수가 속삭이며 물었다.
“글쎄…”
일단 안전한 게 제일이라, 범수를 말리지는 않았었다.
“응? 글쎄라니?”
범수가 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주주총회마다 촬영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고 안 그런 경우도 있지. 그런데 오늘은 허용될 가능성도 커. 완전 허용.”
“어머. 왜?”
내 말에 희연도 놀라움을 표했다.
“오늘 주주총회 성격이 그래.”
“그래?”
희연과 범수는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 추측이 맞는지의 여부는 건물 정문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국 차들 엄청 많이 왔네.”
희연이 말했다.
“따지고 보면 당연하지. 지금 L그룹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 싸움은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거의 최초의 유형이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공중파는 물론 종편까지. 다 와 있었다.
그만큼 L그룹에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오늘 생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