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77)
처음 입을 연 건 희연이었다.
“네. 여름이잖아요. 원래 첫 코스로 차완무시가 나오는 건 뜨거운 음식으로 언 몸을 데워주는 효과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여름용 차완무시로 차갑게 했어요.”
“아!”
희연이 이렇게 감탄한 다음, 자기 앞에 놓인 작은 액션캠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들으셨죠? 차가운 차완무시래요! 먹어볼게요!”
“…”
범수는 희연을 보고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왜?”
범수의 시선을 느낀 희연이 날카롭게 물었다.
어차피 생방송이 아니라 편집해서 쓸 거기 때문에, 희연이 멘트하는 대신에 끼어들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 없이 대화 나눌 수 있다.
“아니, P자동차 운전대 잡은 연님 씨하고 스시집 다찌에 앉아 있는 연님 씨는 너무 다른 인격이라 신기해서 그래.”
“으이그… 그럴 줄 알았다. 쓸데없는 트집 잡지 마!”
이렇게 말하고 희연이 범수 등짝을 치려다가 엄마 눈치를 보며 참았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의식하며 차완무시에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꽂았다.
“우와! 차완무시에 해산물이 잔뜩 들었어요! 이게 뭐지… 전복, 그리고 새우도 들었고… 날치알까지!”
“그거 날치알 아닙니다.”
유민혁 셰프가 말했다.
“어머. 그럼요?”
“설마 캐비어인가요?”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 초대에서 유민혁 셰프가 한 말이 생각났다.
‘캐비어(철갑상어알), 푸와그라(거위간), 트러플(송로버섯)을 모두 사용한 스시를 만든다고 농담처럼 던졌었는데… 설마?’
세계 3대 진미를 스시에 도입한다는 포부를 정말 실행에 옮긴 걸까.
“네. 맞아요. 캐비어. 철갑상어 알입니다. 핫핫.”
유민혁 셰프가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어머. 캐비어가 들어간 차완무시라고요?”
희연이 반색을 하더니 빠르게 차완무시를 입에 넣었다.
“캐비어가 뭐냐? 비싼 거냐?”
“지금 거기에 캐비어 1만 원어치 들어가 있습니다.”
유민혁 셰프의 대답은 그야말로 가장 알기 쉬운 적절한 설명이었다.
“예에? 티스푼으로 반도 안 되는데요?”
범수의 눈이 커졌다.
“그럼 이 차완무시 한 그릇만 해도 1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소리잖아…”
범수가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퍼뜩 생각났는지 나를 보며 외쳤다.
“현준아! 컨셉하고 너무 잘 맞는 거 같다! 한 그릇에 1만 원이 넘는 계란찜이라니! 물컵 하나 만큼의 양인데.”
“이제 알았냐. 여기 전세 낸 것처럼 마음껏 이야기하며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아무나 못 하는 일이야.”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내 예상 하나가 더 적중한 게 있다.
지금 이 자리는, 단순히 축하 자리가 아니라, 한 달 동안 유민혁 셰프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신 메뉴를 소개하는 자리다.
물론 그 신메뉴 런칭의 대상은 엄밀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엄마겠지만.
“우와. 전복이고 새우고 다 너무 탱글거려요. 식감이 너무 좋아요!”
음식을 씹어 삼킨 희연이 연신 감탄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야말로 행복감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네. 사실 젤리도 차가우면 더 탱글거리잖아요. 그 원리도 이용하기 위해 차완무시를 식힌 거예요. 그러면 계란도 그렇고, 전복과 새우도 탱글해지죠.”
“그렇구나! 정말 세심하네요.”
희연이 한 스푼 더 떠서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뭔가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데?”
“오. 민감하시네요. 트러플 오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렸어요.”
“어머. 트러플 오일을?”
“네. 직접 트러플을 사서 만든 거예요.”
“하아… 범수야.”
희연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응?”
“트러플을 직접 사다가 만든 오일을 넣었다는 건, 이 계란찜 가격이 또 1만 원 이상 뛰었다는 소리야.”
“뭐? 2만 원 넘어간다고? 재료값만?”
“응. 재료값이 그러니까, 팔 때는 5만 원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차완무시야. 우리가 먹는 게.”
“우와…”
범수도 감탄하고 서둘러 차완무시를 입에 넣었다.
“죽이네!”
“크크크.”
범수의 원초적인 반응도, 희연이 설명과 어우러지니 묘한 매력이 있었다.
“자, 어떠세요? 혜민 씨.”
그리고 때가 왔다.
조심스럽게, 유 셰프가 엄마에게 물었다.
“음…”
– 꿀꺽.
유 셰프와 내가 동시에 침을 삼켰다.
나는 영상 때문에 저절로 긴장감이 올라가고 있던 참이니까.
“정말 맛있어요. 캐비어하고 트러플이 들어갔으니까 맛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하지만?”
다시 꿀꺽. 침이 삼켜졌다.
“캐비어와 트러플을 동시에 쓴 건 욕심이 아닌가 싶어요. 전복과 새우는 맛이 강하잖아요. 안 그래도 얘들 맛에 가려져서 캐비어 맛이 다 가려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캐비어가 받쳐주는 역할을 할 거면 날치알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예요.”
“…”
유 셰프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트러플 오일이라는 향이 강한 애가 섞이니까, 캐비어는 거의 숨은그림찾기 같은 존재가 돼 버렸어요. 이건 캐비어와 트러플을 같이 넣으려는 욕심에 본질을 좀 잃어버린 맛이랄까?”
“아…”
“그리고, 아까 광어와의 궁합은 좀 걱정되는 수준이네요. 아까 상당히 마일드한 맛의 광어에서, 향과 맛이 확 강해졌어요. 그런데 이 다음에 이 흐름을 유지하려면 계속 강하게 나가야 할 텐데… 그러면 손님 미각이 피로해질 텐데요.”
“…”
범수와 희연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어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크크. 캐릭터 확실하지?”
내가 작은 소리로 희연에게 물었다.
“어. 너네 어머니… 대단하신데? 여러 가지 의미로.”
“응. 하하.”
이런 식으로 희연과 엄마가 각각의 소감을 이야기하며 코스가 진행되었다.
희연과 엄마가 번갈아 입을 놀릴 때마다 유민혁 셰프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예상대로, 유민혁 셰프는 푸와그라, 캐비어, 그리고 트러플이 모두 올라간 스시를 주인공으로 내 왔다.
거기에 대한 희연의 평가.
“우와. 이런 꿈의 조합은 감히 상상도 못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걸 먹어보게 되다니! 태어나서 다행이에요!”
엄마의 평가.
“역시. 이것도 욕심이 묻어나네요. 푸와그라는 요즘 유행하는 오리 말고 거위로 쓰신 모양이네요? 거위 간이 더 고급이긴 한데, 향은 더 강해요. 다른 재료와 어울리게 하려면 오리가 더 나을 뻔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동물성 재료인 푸와그라가 해산물 사이에서는 너무 튀어요. 아이디어는 좋은데, 밸런스는 다시 계산하셔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이것도 3대 진미를 같이 쓴다는 상징성만 추구한 거 같아서, 비평가들은 싫어할 거 같아요.”
그야말로 순한 맛, 매운 맛이다.
완벽한 컨셉으로 우리 채널에 올라갈 두 개의 영상, 완성이다.
* * *
“응? 이 목소리는?”
현민과 함께 의 영상을 모니터하던 고현욱과 고현석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목소리 알아?”
“넌 어려서 기억 안 나나? 장현준 엄마잖아. 이 미친 놈이 자기 엄마까지 등장시키려는 거야?”
고현석이 이빨을 드러냈다.
“허. 목소리밖에 안 나오는데 그걸 알아?”
“발성연습 빡세게 한 영화배우니 목소리가 어디 안 간다. 근데 이거 제정신이야, 형?”
고현석이 고현욱을 보고 물었다.
“…”
“이 미친 놈. 유튜브에 자기 엄마를 드러낸다고? 머리 좀 있는 줄 알았더니 자멸하는 패를 내?”
고현석이 중얼거렸다.
“…”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구독자 621093명
– 50만 이벤트는 저희 채널 첫 영상이 올라왔던 방문 영상으로 합니다. 구독자 여러분,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 성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찍어 온 영상은 실험적으로 과 에 서로 다른 편집으로 올라갑니다!
희연의 시선으로 촬영한 영상은 에.
그리고 엄마의 시선으로 촬영한 영상은 에.
이렇게 나눠서 동시에 올렸다.
그리고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 각각의 영상을 끝까지 보시면 50만 이벤트 참가 방법이 있습니다.
라는 말을 달아놓았으니까.
그리고 각각의 영상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를 자막으로 넣었다.
– 이번에 올라온 과 영상 중 더 좋은 쪽을 골라주세요. 그리고 그 이유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추첨해서 5분께 저녁 식사권을 보내드립니다.
의 저녁 식사는 1인당 20만 원.
100만 원을 투자해 준비한 이벤트다.
두 영상 모두 끝까지 봐야 이벤트 참여하게 해 놓은 게 전략의 포인트다.
– 이 자식들. 50만 이벤트라면서 자기들끼리만 쳐먹어? 뭘 좀 베풀어야 할 거 아니냐. 척 봐도 채널 수입 엄청 나오겠구만.
– 등신아. 게시물 좀 끝까지 읽어. 영상 보면 이벤트 따로 있거든?
– 아 그래? 땡큐. 선리플이라.
– ㅋㅋㅋㅋㅋ. 등신아.
“어휴. 속 터져. 크크.”
범수가 이런 댓글 타래들을 보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냅둬. 어차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안 읽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 게다가 여긴 유튜브 아니냐. 커뮤니티 게시글 열심히 읽는 시청자들 거의 없어.”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범수를 달랬다.
어쨌든 ‘댓글 이벤트’의 효과는 상당했다.
하나의 소스로 두 개의 영상을 올렸으니 물론 거부감도 있을 수 있다. ‘날로 먹냐?’는 반응도 소수지만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를 ‘이벤트성’으로 런칭하고, 거기다가 상품도 걸었으니 시청자 대부분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삽시간에 영상은 조회수 37만, 영상은 조회수 31만을 돌파했다.
단 하루만에 달성한 수치다.
그리고 이벤트 응모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 저는 올라온 게 더 좋습니다! 연님씨 좋아하는 게 전해져서 너무 좋았어요. 우후훗.
– 연님 채널에서는 연님 씨 먹는 거 봐서 좋고, 이 채널에서는 연님 씨 시선으로 음식 봐서 좋고. 둘을 조합하면 완전체입니다. 완전 좋아요!
– 100만 이벤트 상품은 연님 씨와 점심 식사로 해주세요.
‘연님씨’ 팬들의 댓글. 소름 돋는다, 이것들아.
– 그래도 맛집 영상은 좀 즐기는 맛을 봐야지. 비평하는 영상보다는 이렇게 칭찬하면서 먹는 영상이 더 좋네요. 저는 이 좋습니다.
– 음식에 집중하는 영상이 더 좋아요. 한 표.
– 유튜브에서도 골치아픈 비평 들어야 할까요. 저는 같은 영상 보러 유튜브 옵니다.
이게 을 선택한 시청자들의 일반적인 반응.
아무래도 을 선택하는 시청자들이 훨씬 많았다.
– 푸와그라, 캐비어, 트러플을 스시에 올린다? 솔직히 욕심이죠. 이걸 그냥 맛있다고 추켜세우는 영상만 올라왔으면 솔직히 한심해 보일 거 같아요. 저는 .
– 새로 멤버 영입하신 거죠? 이분은 전문 성우나 아나운서 같은데… 어쨌든 목소리가 너무 멋있어서 선택입니다.
– 이분… 채널에서 발굴하신 분인가요? 그냥 대본 읽는 게 아니라 진짜 본인 생각을 저렇게 막힘없이 하시는 거면 ‘대어’를 발굴하신 거 같은데… 이 더 좋음.
약 2.5:1 정도의 비율로 을 선택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을 좋게 봐 주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엄마 데뷔는 성공적이야.’
나는 혼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이런 댓글이 달려서 좀 섬뜩하긴 했지만.
– 근데… 이 목소리… 분명히 아는 목소린데? 옛날에 많이 들어봤던 사람인데?
– 어라? 너도 그래? 나도… TV에서 듣던 목소리야.
– 전문 아나운서 같은 사람인가 보네. 케이블 TV 같은 데서 본 거 아닐까?
– 아니야. 10년 이상 지난 과거에 듣던 목소리인데…
– 목소리가 좋으면서도 꽤 캐릭터가 있음. 한 번 들으면 안 잊어버릴 목소리이긴 함.
원래는 당분간 엄마를 목소리 출연만 시킬 작정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엄마의 정체가 시청자들에게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내가 생각에 잠겨 턱을 만지는데, 범수가 침묵을 깼다.
“매드미니는? 이벤트 참가했어?”
“응. 찾았어.”
희연이 킥킥 웃으면서 답했다.
“으잉? 매드미니가 이벤트 참여 댓글 달았다고?”
희연의 말에는 나도 놀라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응. 봐.”
희연이 자기 폰으로 매드미니 댓글을 찾아서 보여줬다.
– 두 영상 다 등신 같은데, 그래도 괜히 있는 척하는 어설픈 비평 영상보다는 그냥 웃고 즐기는 영상이 그나마 덜 등신 같네. 둘 중 하나 고르라면 나는 .
분명히 매드미니의 댓글이었다.
댓글 내용이, 분명히 응모 조건 충족이다.
“응모했어… 이 인간, 버젓이 욕을 달면서 확실하게 응모했어!”
내가 외쳤다.
“크크크.”
희연이 못 참고 어깨를 흔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이해한다. 초밥은 못 참지.”
항상 이럴 때면 하해 같은 이해심을 발휘하는 범수가 목소리를 깔면서 인자하게 말했다.
“아니. 응모는 해도 되지. 그런데 응모를 하면서까지 욕을 하네?”
희연이 범수를 보고 말했다.
“그게 바로 츤데레의 삶인 거야… 바보야. 매드미니는 우리 채널 없이는 못 사는 몸이 되었다고.”
범수가 희연에게 충고하듯이 말했다.
“하하…”
희연과 내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근데, 매드미니가 당첨되면 그것도 재밌겠는데?”
“완전 무작위 추첨하기로 했으니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희연의 말에 내가 웃으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