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78)
“우와. 그냥 매드미니 주면 안 되나? 다른 시청자들도 빵 터질 거 같은데.”
범수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에휴. 안 돼. 추첨 프로그램 제대로 돌려야지.”
희연이 머리를 저었다.
“어차피 추첨은 우리가 하니까…”
범수가 기대감에 쌓인 얼굴로 말했다.
“안 돼. 그렇게 하면 그게 바로 빼도박도 못하는 주작인 거야. 주작 누명으로 망할 뻔도 하고 흥하기도 했는데 추첨 같이 중요한 걸 주작하면 어떡하냐.”
내가 못을 박듯이 말했다.
“아. 그렇게 말하니 그러네…”
범수는 재빨리 포기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너 사람 됐다… 인제는 이해를 바로바로 하네.”
희연이 중얼거렸다.
* * *
– 딩디리딩딩~
“여보세요.”
“어이.”
“…”
처음 듣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낯선 목소리.
“어, 누구…”
“이 자식아. 내가 누군지 몰라? 나 고현석이다.”
“아.”
그래. 고현석과의 통화는 처음이군. 그래서 ‘알면서도 낯선’ 이상한 기분이 든 것이다.
“웬일이세요. 전화를 다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
고현석의 목소리는 여전히 적대적이었다.
“내가 너네 엄마 목소리를 또 듣고 살아야 하나?”
“네?”
“너, 너네 엄마 출연시켰더라? 제정신이냐?”
“어… 어떻게 아셨죠?”
“뭘 어떻게 알아. 영상 봤으니까 알지. 너네 엄마 목소리라는 거, 아는 사람은 한 번에 알아볼걸?”
“아.”
고현욱과 고현석이 내 영상 팔로우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네.
게다가, 고현석도 한 번에 엄마의 목소리란 걸 알아차릴 줄은 몰랐는걸.
“댓글만 봐도 알겠구만. 벌써 너네 엄마 목소리안지 눈치 챈 시청자들 많아. 지금이야 긴가민가하고 있겠지. 그런데 ‘장혜민이다!’라는 댓글이 나오는 거 일주일도 안 걸릴걸? 내기할까?”
“내기요? 얼마 걸까요?”
내가 반가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 이 색히. 또 말꼬리 잡고 빈정거리지 말고. 제대로 진지하게 들어. 지금 심각하니까.”
“네.”
“너네 엄마와 우리 아버지 관계.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입단속을 시켰지만 완벽한 비밀은 아니야. 알 사람들은 다 알았어.”
“…”
확실히 진지한 주제긴 하다. 나는 일단 잠자코 고현석이 하는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에는 아버지 권력이 시퍼렇게 작동하던 시절이야. 그러니 아는 인간들도 입을 닫았다고. 뒈지기 싫었으니까.”
“네.”
“그런데 아버지가 죽었다고. 게다가 20여 년 전이야.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이제 뭐 비밀로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할 놈들이 있다고.”
“음.”
“입을 열면 내가 다 작살을 낼 거지만, 누가 어디까지 아는지 나도 파악을 못 해. 현욱이 형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입단속을 이제는 완벽하게 시킬 수 없다는 얘기야.”
고현석의 목소리가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런데 20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 탑 배우가 다시 뿅, 하고 나타났다? 언론에서 관심을 안 가질 거 같아?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그동안 뭐 했는지 취재를 안 할 거 같냐고. 이 등신아!”
고현석이 결국 욕설을 뱉었다.
“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내가 차분하게 답했다.
“알겠어? 너 그래도 입을 잘 나불대길래 머리는 좀 잘 돌아가는 놈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걸 알 정도로 머리가 있는 놈 같지가 않은데?”
고현석의 말에는 경멸이 묻어났다.
“아니에요. 알고 있는 얘기였어요.”
“뭐?”
“알고 있었다고요.”
“너 진짜 미친 놈이구나. 너네 엄마를 파고 들 거라는 걸 알면서 지금 일을 벌이고 있다고?”
“네.”
“이 @&$#&*가!”
고현석의 입에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튀어 나왔다.
“형님 입장도 이해 해요. 확실히 형님이나 저는… 이 일로 상처를 받았죠.”
나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적대적이지 않은 태도로 고현석에게 대꾸했다.
“…”
평소처럼 말로 받아치지 않으니, 고현석도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모양이다.
게다가, 조금 전 욕설을 날렸는데도 내가 고분고분하니 더더욱 촉이 왔겠지.
“너. 무슨 생각이냐?”
“확실히, 현욱 형님이나 현석 형님은 이 일로 분명히 상처가 후벼파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저도 입장이란 게 있어서요.”
“그게 무슨 입장인데? 다 같이 망하자는 입장? 너도 같이 망신당할걸?”
“…”
내가 말을 곧바로 잇지 않자, 잠깐 진정되었던 고현석의 언성이 다시 높아졌다.
“너 무슨 큰 착각하는 거 아니냐?”
“무슨 착각이요.”
“너는 안 다칠 줄 알아? 한국 사회가 그렇게 선진 사회가 아냐! 네가 불륜의 결과물인 게 밝혀지면 너도 같이 껌처럼 씹히는 거야. 한국 놈들이 ‘얘는 잘못 없지’라고 이해해 줄 거 같아? 너를 그냥 씹어 먹을 만큼 씹어 먹고 뱉어 버릴걸? 퉤, 하고!”
“아…”
“하여튼 내가 형한테 그랬어. 아예 싹을 밟아 놨어야 한다고. 그런데 괜히 유산 물려 줬더니 쓸데없는 일을 벌이네. 너 진짜 생각 잘 해라.”
고현석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네. 생각 잘해서 행동할게요.”
“…”
“근데 놀랐어요. 제 채널을 그렇게 열심히 봐 주시다니. 내일 모레가 L전자 주주총회인데.”
“…”
“혹시 이벤트 응모도 하셨어요?”
“푸하하. 너, 죽을래?”
고현석이 얼척이 없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형님 혹시 매드미니… 아니다.”
고현석과 실랑이를 더 하려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늘 전화 감사드려요. 저도 이 일을 쉽게 생각 안 하고 있어요. 어쨌든, 내일 모레 총회에서 뵙죠.”
“…”
나는 고현석의 인사를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후우…”
나도 오늘은, 손이 좀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안건이 안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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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전자 주주총회도 L자동차 주주총회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판을 개싸움으로 만들려는 역할을 자처했던 고장혁이 비교적 얌전한 태도를 취다는 것 정도.
L전자 이사회도 총사퇴 선언을 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 후보 등록을 마무리하고, 새 이사진 선출을 공식화했다.
“L그룹의 모든 계열사에서 이렇게 할 겁니까?”
대주주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이렇게 항의했다.
그러자 고현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계열사라고 하지만, 주식회사로서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따라서 L전자 주주총회에서 다른 회사 이사진의 거취 문제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고현욱 이사는 L생명에서도 대표이사나 마찬가지잖아? 알고 있는 게 있을 거 아뇨?”
주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죄송합니다. 아는 게 있다고 해도, 그걸 이 자리에서 발설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현욱은 역시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흥! 주주총회마다 돌아가며 사퇴 쇼를 벌일 작정인가!”
주주가 이렇게 투덜거리며 앉았다.
– 그러게!
– 너무하다!
이렇게 맞장구치는 청중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 규모는 저번 L자동차 총회에서 고장혁에게 반응했던 부대 단위의 함성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고장혁이 얌전해졌네?”
내 옆에서 영상을 찍고 있던 범수가 중얼거렸다.
“그러게. 저번에는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희연도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회수 별로 안 올라가네…”
범수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러게. 우리한테는 개판이 연출되어야 좋은 건데.”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얌전해진 거야? 이상한데? 박수부대도 없는 거 같아.”
“‘주총꾼’이란 말도 안 나오네.”
범수와 희연이 말했다.
“저번 총회에서 이슈는 원래 있던 이사진을 쫓아내느냐 마느냐가 이슈였잖아.”
“그렇지.”
“그런데 지금은 ‘누가 새로운 이사로 선출되느냐’가 문제잖아.”
“아하.”
내 설명을 듣고 희연이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는 탄핵하는 판이었고, 지금은 선거판이로군.”
“아하.”
범수도 이 시점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번 무대도 탄핵 무대에서 고현욱 쪽이 선거판으로 멱살 잡고 끌어버렸지만.”
“그러네. 그래서 고장혁이 한 방 먹은 거고.”
내 말에 희연이 맞장구쳤다.
“응. 그때 한 방 먹어서 저렇게 얌전히 있는 건가?”
범수가 물었다.
“아니야. 그건 아니고… 지금은 이제 고장혁의 일거수일투족이 고현세의 득표와 직결되거든. 둘이 부자지간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게 저쪽도 이미지 관리해야 하는 타이밍이 된 거야.”
내가 범수에게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그렇구나… 고현욱 리더쉽만 흔들면 되던 때에서, 이제는 한 명의 후보가 됐단 말이구나.”
자기가 이해한 걸 정리하는 범수였다.
“오. 그렇지.”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덕에 우리 채널은 별로 재미를 못 봤네.”
희연이 낙담하듯 말했다.
“그러게. 하하.”
“조회수 올라가는 게 저번이랑 너무 다르다. 지금도 많이들 보긴 하지만… L전자 주주총회가 L자동차 주주총회보다도 조회수가 적을 줄 누가 알았겠어?”
범수가 투덜거렸다.
“오늘 판이 어떨지 대체로 예상이 됐었으니까.”
내가 범수와 희연을 달래듯이 말했다.
“이건 이제 폭발력이 좀 덜한 콘텐츠가 됐으니까, 다른 것도 준비해야겠다.”
“응. 그래서, 의 기획 하나 마련하려고.”
“어떤 거?”
“L그룹 사람들 인터뷰 좀 따려고. 고장혁하고 고현욱하고 동시에.”
“오오…”
범수와 희연의 눈이 커졌다.
“마침 주주기도 하니까. 양쪽 다 거절 못 하도록 판을 좀 짜볼게.”
내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세상은 인맥이야.”
“그러게… 어쨌든 L전자 총회는 서브 채널 키우기로 활용하는 거군. 버리는 거 없어서 좋네.”
“L생명이 본 게임이라면서. 그건 어떻게 되려나?”
범수가 물었다.
“그게 본편이니까… 그 전에 이쪽에서 입질을 좀 줘 보면 먹히기가 쉽겠지.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고현욱과 고장혁이 열심히 선거판을 만들어 놨다.
그 선거 끝날 때까지 내 몸값이 가장 높을 때다.
그러면 그동안은 최대한 올라간 몸값을 이용하는 거다.
물론, 유튜브 채널 키우는 거에 말이다.
‘유튜버가 상팔자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주주총회가 끝나고, 나는 현민과 마주했다.
총회 끝나고 잠깐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오늘도 조회수 많이 올랐어?”
현민이 나를 보고 웃으며 다가왔다.
“많이 올랐겠냐. 현장에서 보는 나도 하품이 났는데.”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그러게. 오늘 형들은 표정이 너무 밝았는데. 확실히 방송하는 사람은 입장이 다르네.”
“이종격투기로 이사 뽑으면 안 되냐? 그러면 나 구독자 1000만 넘길 텐데.”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크크크. 1000만이 아니라 1억도 되겠다, 야.”
현민도 웃으며 한술 더 떴다.
“…”
그리고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현석 형이 전화했지?”
현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