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80)
“이 독채에는 테이블이 이거밖에 없는 건가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눈으로 확인이 되는 구조다.
“네. 그렇습니다.”
여직원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대단한 사치군. 사람이 살아도 될 정도의 집 한채 안에 테이블 딱 한 개만 갖다 놓다니.’
“2인만 앉기에는 좀 아까울 정도로 넓은 공간이네요.”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점원에게 물었다.
“네. 아무래도 독채가 필요한 모임이 있으니까요. 더 많은 손님도 수용 가능합니다. 4인이 오시면 4인 테이블을 놓습니다. 가끔 테이블 없이 정원 파티 형식으로 이용하시는 고객님들도 계십니다.”
여직원이 세련된 발음으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렇군요. 어쨌든 너무 좋네요.”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지만, 속은 좀 쓰렸다.
‘일단 혹시 몰라서 녹음은 하고 있지만, 이거까지 올리지는 못하겠지.’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식당은 이름이 뭔가요?”
“저희 식당은 이름이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런 데가 서울 한복판에 아직 남아 있다니.
여직원이 다시 배꼽인사를 하고 사라진 다음, 나는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서 주위를 찍었다.
“조경부터가…”
나는 테이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테이블 주변의 정원을 찍었다.
고장혁이 와서 화면에 걸리적거리기 전에 최대한 담아 놓을 생각이었다.
촬영한 영상 업로드할 수 있는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촬영하고 있는 사실을 가게에서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다.
왜냐고?
이 정도로 ‘프라이빗’한 환경을 자랑하는 식당에서 테이블 주변을 카메라로 감시하고 있다면 말이 안 되잖아.
일단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들부터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여어. 조카님.”
약 5분 후, 고장혁이 도착했다.
내가 약간 일찍 온 거라, 거의 약속 시간에 칼 같이 맞춰 온 것이다.
‘이건 좀 의외군. 저렇게 보여도 시간은 잘 지키는 사람인 건가.’
“바로 밥 줘요.”
고장혁은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풋.”
“왜 웃나, 조카?”
고장혁이 나를 보고 물었다.
“이런 공간에서 밥 달라고 하니까 뭔가 안 어울려서요.”
“아. 하하.”
고장혁이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밥 맞아. 여기, 한정식집이야.”
“아. 그렇군요. 드디어 메뉴를 알았네요.”
“하하. 원래 고급 입맛 가져보겠다고 프랑스식, 일본식 찾던 인간들이 결국 어디로 돌아가는 줄 알아?”
“한식이군요.”
내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응. 그렇지. 여기 갈비찜이 아주 맛있어. 육회도 죽이고.”
“그렇군요.”
약간 꼰대 같은 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서 먹는 갈비찜과 육회가 맛있을 거 같다는 생각은 했다.
“여기는 1인분에 얼마인가요?”
내가 궁금해하던 걸 묻자, 고장혁이 씨익 웃었다.
“여기는 그렇게 돈 안 받아.”
“그럼요?”
“공간 값을 받지. 대관료. 음식은 그냥 거기 딸려 있어. 2명이 오나 4명이 오나 똑같이 받을걸?”
“그래요? 그럼 파티 열어서 한 20명 초대하면 개이득이겠네요?”
“하하하. 여기 사람들은 바보인가? 파티용 대관료는 따로 책정돼 있지.”
“아.”
내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얼만데요?”
“글쎄? 나도 비서가 예약해서 자세히는 모르는데, 한 ‘한 장’ 정도 되지 않을까?”
“…”
한 장이 얼마야.
이런 태생부터 갑부가 말하는 한 장이 얼마인지 감이 안 왔다.
“한 장이 얼마죠? 1억?”
“하하. 아냐. 쏘리. 천만 원 정도 하겠지.”
“아.”
생각보다는 소박하군.
“나도 가문에서 쫓겨나서 고생 좀 했어. 생각보다 단위수가 높은 사람 아냐. 어때? 이 삼촌, 인간적이지?”
고장혁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흐흐흐. 생각보단 소박하시네요.”
나도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
고장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촬영 벌써 시작했는가?”
“아, 네. 여기 공간이 너무 멋있어서 일단 찍고 시작했겠죠.”
“그렇겠지. 근데…”
“네.”
“내 얼굴이나 목소리 안 나오는 거지?”
“하하하.”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조회수 떨어져, 이 인간아.
어떻게 음식과 멋진 공간에 고장혁 안 걸리게 찍을까 궁리하고 있는데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럼요.”
“그래. 오늘 자네 엄마 얘기할 건데 그걸 영상에 담아서 공개할 정도로 바보는 아닐 테지. 그래도 워낙 조카님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좀 물어봐야겠더라고.”
“네. 그 얘기는 안 담을 거예요.”
엄마 얘기가 나오자 저절로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 너네 엄마 정도면 이런 프라이빗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만 한 사람이지. 대한민국을 빛내던 인재 중 한 명이었으니까.”
“…”
고장혁의 이 말에는 대답 없이 웃어주기만 했다.
“저, 삼촌. 일단 부탁이 있어요.”
“뭔가? 조카님이 부탁을 한다니 긴장되는데.”
“여기 촬영한다고 물어볼 건데, 옆에서 좀 거들어주세요.”
“하하하. 알았어. 여기에서 촬영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손님은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조카님이 얘기 꺼내 보라고.”
“네.”
그리고, 허락은 너무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아. 이 독채 내부의 촬영은 얼마든지 가능하십니다. 다만, 이 독채 외부의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종업원의 얼굴도 안 나오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사실, 허락이랄 것도 없었다. 아예 방침상으로 허용을 해 놓은 거이다.
“그으래?”
놀란 것은 고장혁이었다.
“여기, 촬영해도 되는 장소였어?”
“네. 이 공간에서의 활동을 담는 건 대관하신 고객님 자유니까요.”
종업원이 상냥하게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파티도 한다면서요. 파티하는데 촬영 못하게 하면 그것도 이상하죠.”
내가 말했다.
“그렇군.”
“좋아요. 그럼 카메라 셋팅 들어갑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며, FX9을 테이블 구석에 올려 놓았다.
“엇. 엄청 큰 카메라잖아…”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고장혁이지만, 카메라는 무서워하는 게 보였다.
“이 카메라는 음식만 촬영할 거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아. 응.”
“정원 모습은 오시기 전에 찍어 놨고요.”
“음. 음.”
나는 고장혁을 안심시켰다.
“좋아. 좋아. 내가 오늘 조카님한테 한 턱 쏘는데, 촬영할 거리까지 제공해서 기분이 좋네? 삼촌이 한 건 올렸지?”
“하하. 네.”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고장혁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어때. 이제 조카가 삼촌 도와줄 건가?”
“제가요?”
“시치미 떼지 마시고. 주주총회. 선거.”
“아.”
나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말했다.
“일단 엄마 얘기부터 하죠.”
“흥. 조카도 만만치가 않다니까.”
고장혁이 이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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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카님 엄마 얘기는 꽤 상처가 될 텐데. 얼마나 자세하게 어디까지 얘기해 줘야 할지 모르겠어.”
고장혁의 말이었다.
“…”
나는 옅은 미소를 띠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딱히 나를 위해서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고장혁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일로 시끄러워지는 것은 고현욱과의 싸움에서 엄청난 호재가 될 수 있다.
엄마와 아버지 관계에 대한 내 추리(?)가 맞다면 말이지.
“괜찮아요. 좀 확실하게 알고 싶은 게 있어서.”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고장혁이 재밌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그래? 뭘 좀 아는 게 있나? 어렸을 때라서 세상 돌아가는 거 하나도 모를 때 아냐.”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걸 느끼죠.”
“흐음…”
고장혁이 머리를 긁었다.
“네 아버지 말이다. 무혁이.”
“네.”
고장혁이 자기 동생 이름을 부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착한 인간은 아니야. 하지만 너네 아비 고무혁이는 생각보다 더 악독한 인간이지.”
“네.”
“알고 있나?”
“아버지와 관계되었던 여자 연예인들… 엄마말고도 있지요?”
“흐흐흐.”
고장혁이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있다 뿐이겠냐. 아주 수두룩했지. 그 자식. 여러 인생 망쳤어. 그중에서 너네 엄마, 장혜민 씨가 제일 대어긴 했지만.”
“…”
‘대어’라는 말이 살짝 기분 나빴다.
“90년대하고 2000년대 초반에 사고치고 다닌 거 생각하면, 무혁이가 L그룹 이어받은 건 기적이지. 사실 내 아버지, 너 할아버지도 무혁이 때문에 아주 학을 뗐었어. 하도 난봉을 피워대서.”
“그랬군요.”
“내가 얌전히만 있었으면 내가 무혁이한테 권좌를 빼앗길 일은 없었을걸.”
고장혁이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이 말은 허풍은 아닐 것이다.
첫째 고장혁도 인격에 대해 말이 많았다.
하지만 맨날 여자 문제로 시끄러운 둘째 아들에게 굳이 권좌를 물려주고 싶었을까?
그런데도 고장혁이 먼저 자기 아버지를 내부고발하고 나서면서 쫓겨나는 그림이 그려졌다.
‘삼촌이 저런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를 친 데에는 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내막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군.’
“왜 그러셨어요? 진짜 가만히 계셨으면 L그룹 총수가 되셨을 거 같은데.”
“흐흐흐.”
고장혁의 이빨이 아까보다 더 많이 보였다.
“그건 내가 조카님하고 더 친해지면 말할 기회가 있겠지. 지금은 그 얘기 하려고 만난 거 아니잖아. 원래 하던 얘기를 계속하자고.”
“아, 네.”
역시, 바로는 해 줄 생각이 없군.
나름대로 밀당을 잘하는 고장혁이었다.
“어머니한테 아버지 어떻게 만났는지 들은 적 있나?”
고장혁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아니요.”
나는 질문이 떨어진 지 0.1초도 안 돼서 대답했다.
“흐흐. 그렇군. 얘기할 리가 없지.”
“네. 아버지하고의 추억? 사연? 이런 얘기는 엄마 입에서 한 번도 나온 적 없어요.”
“그래…”
고장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다. 인사드려.’
어머니의 어색한 소개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외갓집에 의해 키워지다, 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은 유치원을 다닐 때쯤이었다.
그때 엄마는 억지로 미소를 보이며 나를 아버지에게 인사시켰었다.
“그게 그냥 남들의 지탄을 받는 관계였기 때문만은 아니었겠죠.”
내가 한숨을 한 번 몰아쉬고 말했다.
“응?”
“제가 어느 정도 커서 학교 들어갈 나이가 됐을 때, 엄마는 아버지와 재회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둘 사이에 애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좋은 음식점 같은 데를 갔었는데, 거기서도 서로 대화가 거의 없었으니까.”
“아.”
“그 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