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88)
범수가 생각난 듯이 말을 꺼냈다.
“응.”
“잡을 수 있어? 유튜브는 미국 회사라 명예훼손으로 사람 찾는 건 협조 안 해준다는데. 미국엔 명예훼손이란 게 없다나?”
“아.”
내가 그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중요한 건, 명분이지. 유튜브의 협조가 아냐.”
“그게 뭔 소리야?”
“유튜브가 협조 안 한다는 게,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고.”
“응?”
희연도 그 말은 언뜻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생각해 봐. 주작 의혹 제기했다고 그놈을 찾으려고 하면 내가 찌질하고 나쁜 거잖아.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지금은 우리 엄마하고 나한테 더러운 놈이라고 했어? 그런 악플을 단 놈을 찾으려고 하는 건 내가 나쁜 짓하는 게 아니라고. 그냥 유튜브 협조를 못 얻어서 잡기가 어려운 거지. 맞지?”
“아. 맞지.”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튜브 협조 없이도 잡는 방법 있다는 거야?”
“응. 그럼.”
내가 환하게 웃었다.
희연과 범수는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그 사실에 선뜻 생각이 닿지 않는 거다.
내 재산이 수천 억이라는 것.
“시간은 좀 걸릴 거야. 그래도 확신을 갖고 기다려 보라고.”
나는 웃으면서 말한 뒤, 화제를 바꿨다.
“자, 뭐 사러 가는지 알 거 같아?”
그러자, 희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촉이 왔어.”
“뭐?”
나도 호기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캠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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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촉 좋은데.”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응. 여행 준비하라고 해 놓고 뭐를 사러 간다고 하니까. 게다가 시내로 안 가고 일산 쪽으로 빠진다? 그러면 덩치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 추리해 보면 아무래도 캠핑카인 거 같아서.”
희연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오. 추리력 인정이다.”
“정말 캠핑카 사는 거야? 그리고 그걸로 여행 가는 거야?”
범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응. 오늘부터 3박 정도 하고 올 생각인데, 어때?”
“좋지. 나 안 그래도 엄마한테 일주일 여행 갔다 온다고 했어.”
희연이 웃으며 말했다.
“일주일? 통 큰데.”
“그런데, 누구랑 여행 간다고 했어?”
범수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응? 누구랑 간다고 하냐니?”
희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남자 둘이랑 일주일 여행 간다고 하면 뭐라고 하시는 거 아냐? 혹시 여자친구들끼리 여행 간다고 뻥 쳤나 해서.”
범수의 대답을 들은 희연이 픽, 코웃음을 쳤다.
“훗. 뭐하러 그러냐. 그냥 유튜브 촬영하러 간다고 했어. 나 요즘에 유튜브 활동 활발하게 하는 거 부모님도 아시니까.”
“오오. 하기야, 유튜브 영상 올라오는 게 일 했단 증거니까 부모님도 믿기 쉽겠다.”
범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너는 21세기에 사는 21살이 왜 이렇게 꼰대 같니.”
희연이 한숨을 쉬었다.
“응?”
범수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냥 내가 일을 하러 가는 거고, 부모님은 내 영상 올라오면 ‘얘가 무사히 있구나’ 안심하겠지! 그런데 굳이 ‘얘가 거짓말 안 하고 진짜 일하러 간 거 맞구나’라고 증빙할 이유는 없어. 나는 성인이라고.”
“…”
범수가 머리를 긁었다.
“그런가.”
“나는 부모님 입장에서 이미 직업 제대로 갖고 있는 성인 딸이야. 여자 대학생이라고 성인 됐는데도 통제받는 건 옛날 일이거든. 직업이 없으면 몰라도. 나는 수입도 엄연히 내고 있잖아?”
희연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네… 그런 생각은 좀 부러운데.”
범수가 말했다.
“야. 너도 부모님한테 그렇게 말씀드려.”
내가 끼어들었다.
“응?”
범수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이제 수입도 꽤 많이 들어오고. 우리 채널 편집자라는 어엿한 직함이 있잖아? 너도 대학 졸업 전에 취업한 거라고.”
내가 계속 말했다.
“오오! 그런가?”
범수가 손뼉을 쳤다. 그리고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이 씨. 열라 억울하네.”
“응? 왜 억울해?”
범수의 말에 희연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어제만 해도 집에서 유튜브 보고 있는데 엄마가 ‘너는 그렇게 빈둥거리기나 하고, 졸업해서 뭐 할래? 이 웬수야!’ 소리치더라고. 근데 습관처럼 아무 대꾸도 안 하고 당하고만 있었네?!”
“풉. 야. 우리 이제 유튜버니까 유튜브 보는 거 일하는 거거든? 모니터링.”
내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
“그러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렇게 받아쳤어야 하는데!”
“크크크. 이번에 집에 가면 엄마한테 꼭 얘기해.”
“알았다. 근데 우리 엄마가 유튜버를 직업으로 쳐 줄지는 모르겠다… 좀 구닥다리라.”
범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휴. 어머니 계몽 좀 시켜드려. 지금 우리 채널 매출이 얼만데.”
나도 쓴웃음을 짓고 화제를 돌렸다.
“그런 얘기보다 코스나 짜 보자.”
“응. 좋아.”
희연이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일산에서 차를 찾아서 공항 쪽으로 빠질까 하는데 어때.”
“좋다! 일산에서 인천공항 가는 고속도로 타기 쉽잖아.”
범수가 말했다.
“음. 나도 그 생각했어. 기왕 캠핑카 구한 거, 굳이 도심으로 다시 올 필요 없잖아. 그대로 고속도로 타서 첫 번째 기점으로 가는 거지.”
이렇게 말하고, 나는 P자동차 네비게이션 화면을 조작해 동료들에게 지도를 보여주었다.
“자, 여기. 가 봤어?”
“오오. 을왕리 해수욕장.”
이렇게 말하며 나는 지도를 확대했다.
“자, 여기가 오토캠핑장.”
을왕리 해수욕장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오토캠핑장이 있었다.
“와. 딱이네. 캠핑카 처음 몰아보는 거니까 아무래도 캠핑장에서 시작하는 게 낫지.”
“저번에 동해안 도로 타고 내려갔으니까, 이번에는 을왕리에서 시작해서 서해안 타고 내려가자고. 괜찮지?”
“괜찮다.”
희연과 범수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은 을왕리, 둘째 날은 안산, 그리고 셋째 날은 태안반도 정도 생각하고 있어. 거기까지 가 보고 좀 더 있고 싶으면 더 내려가자고. 오케이?”
“오케이!”
“좋아. 나도 한 일주일 집에 안 들어온 다음에 엄마가 등짝 때리면 ‘나 출장 갔다 왔소!’라고 점잖게 얘기해야지.”
범수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풋.”
희연이 웃음을 짓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근데, 그냥 이대로 가도 되는 거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캠핑카 같은 걸 돈만 있다고 사자마자 바로 끌고 올 수가 없을 텐데… 면허 문제도 있고. 등록도 해야 할 거 아냐.”
희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 그거.”
“응. 오늘 돈 있다고 바로 찾아올 수 있을 리가… 이 차만 해도 그렇잖아.”
희연이 손가락으로 차량 계기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네. 혹시 우리 몰래 다 사 놓은 거야?”
“아니? 이제 가서 볼 건데.”
내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휴… 야. 그럼 오늘 우리 여행 못 가.”
희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실 날카로운 지적이긴 하다.
돈만 있다고 캠핑카를 판매점에서 바로 몰고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희연과 범수가 모르는 게 있다.
돈이 아주 많으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거.
“그런데 내가 한 가지 정정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응? 뭔데.”
“캠핑카라기보다는… 이제부터 모터홈(motor home)이라고 부르자고.”
“이제 와서 갑자기?!”
* * *
‘모터홈’ 업체는 일산에서 파주로 넘어가는 길에 있었다.
“인구밀도가 낮아서 노는 땅이 많네. 캠핑카 전시해 놓기 딱이네.”
라는 이름의 업체였다.
거대한 천막을 세워 놓고, 그 안에 7~8대 정도 되는 모터홈을 전시해 놓았다.
“우와. 우와.”
천막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육중한 모터홈과 캠핑카가 맞이해주었다.
엄청난 위용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시선을 압도하는 면이 있었다.
“야. 이번 영상도 보나마나 성공이다.”
희연이 나를 바라보고 웃었다.
“그러게.”
“어떻게 할까? 바로 찍기 시작할까?”
범수가 FX9을 손에 고쳐 쥐며 물었다.
“아냐. 미리 허락은 받아 놓긴 했지만, 그래도 시작한다고 고지는 하고 시작하자.”
“응? 미리 허락 받아 놨어?”
“응. 괜히 P자동차 살 때처럼 갑질 당하기 싫어서, 구매 의사도 다 밝혀 놨어.”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쾌활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모터앤캠프 영업이사 임강훈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자기 명함을 내미는 임강훈은 덩치가 큰 40대 남성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아직 명함이 없습니다.”
“오! 실물로 보니 더 미남이시네! 요즘 아주 채널이 핫하던데요. 하하.”
임강훈이 내 얼굴을 보며 웃었다.
“어머. 우리 채널도 밝혔어?”
희연이 놀라서 물었다.
“응. 밝혔어.”
내가 웃으면서 답하자, 희연이 중얼거렸다.
“웬일이래… 신분 잘 안 밝히지 않나?”
“하하. 그럴 일이 있었어.”
희연이 말에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우선 임강훈에게 촬영 양해를 구했다.
“저, 바로 촬영 들어가도 될까요? 자동차 설명하고 구매 상담 과정을 찍고 싶은데.”
“오. 좋죠. 하하.”
임강훈이 흔쾌히 답했다
“제가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해도 될까요? 제 얼굴도 나오고, 이사님 얼굴도 나오는 식으로. 물론 원하시면 모자이크처리할 수도 있고, 아예 다른 앵글로 얼굴 안 나오게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 기회에 방송 타는 거죠.”
사실 모터앤캠프와 그 영업이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이 노출되는 게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길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범수가 찍고 있는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갔다.
“기본 프레임은 바스트업(증명사진처럼 가슴 윗부분과 얼굴이 프레임에 걸리도록 촬영하는 것)으로 잡아 줘.”
나는 범수에게 간단하게 지시했다.
“야. 새삼 어색하다.”
범수가 카메라를 조작하면서 말했다.
“뭐가?”
“원래 네가 화면에 걸리게 찍는 적이 없었잖아. 네가 뷰파인더에 걸리니까 되게 이상해.”
“하하하. 마스크 썼는데도 이렇게 키크고 잘생겼는데 그동안은 왜 출연 안 했대요?”
임강훈 이사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도 우리가 방문한다니까 채널 영상을 꽤 열심히 모니터한 모양이다.
“신비주의 전략이죠, 뭐. 자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선언하고, 진행을 시작했다.
“자, 채널에서 오늘은 모터홈을 구입하러 왔습니다. 참고로 유료 광고 일절 없습니다. 저희가 모터홈 구매하는 과정을 담는 영상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진행을 시작했다.
“모터홈과 캠핑카의 차이점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사실 저희가 구매하려는 건 캠핑카가 아니라 모터홈이거든요.”
“엇, 네.”
마이크가 내밀어지니까 임강훈 이사도 각을 잡고 답변을 시작했다.
“캠핑카나 모터홈이나 공통점은 이동식 거주공간을 갖췄다는 거죠. 차이점은… 캠핑카보다 모터홈이 더 큰 개념입니다. 주거 기능을 할 수 있는 차를 통틀어서 모터홈이라고 해요. 그 중에서 특히 캠핑 용도인 차를 ‘캠핑카’라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고, 임강훈 이사는 설명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