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92)
희연과 범수가 신이 난 포즈를 하는 그 순간에,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내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김성찬 선수였다.
우리 스튜디오 건물 2층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UFC 상위 랭커.
“어… 어디 계세요? 스튜디오 안 계시던데.”
“아, 저희 이번에 캠핑카 빌려서 캠핑 나왔어요.”
“아.”
김성찬 선수가 머뭇거렸다.
“무슨 일 있나요?”
“아… 그, 뭐냐.”
“지금 사람들 되게 많이 와 있죠?”
“아. 아시는구나.”
김성찬 선수가 내 말을 듣고 안도하는 말투로 바뀌었다.
“네. 아마, 저희 취재해 보겠다고 몰려오는 유튜브 렉카들이 많을 거예요.”
“아. 맞아요.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 전화드렸는데, 이미 알고 계시네요.”
“네. 하하하. 혹시 도장에 들어와서 귀찮게 하는 사람 있어요?”
“아, 몇 명이 우리 체육관 문 열어보긴 하더라고요. 근데 우리가 돌아보니까 공손히 인사하고 나가던데요.”
“크크크.”
김성찬 선수의 답을 듣고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할까요? 우리 애들이 가서 말 걸면 다 도망가긴 할 텐데.”
“아. 놔두세요. 유튜브 렉카도 시간이 생명이라, 이삼일만 지나도 화제성 떨어져서 물러날 거예요.”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흐응… 이거 예상하고 캠핑 오자고 한 거였군.”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희연이 중얼거렸다.
“하여튼 촉은 좋아요.”
범수가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게 무슨 촉이야. 돌아가는 판 보면 다 아는 건데.”
“엄마는 귀찮게 하는 사람 없으려나?”
“하하하. 요즘 엄마는 선글라스 끼고 친구들이랑 여행 떠나셨어.”
“어, 그래?”
“응. 내가 한 일주일 다녀오라고 했어. 엄마는 제주도 갔어.”
“푸하하. 다 준비를 해 놨군.”
“응.”
“그런데 너희 어머니 미모가…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귀찮지 않을까?”
“요즘엔 마스크 덕분에 너무 편하더라고. 아줌마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엄마라고 알아보기가 힘들어. 밥 먹을 때만 좀 조심하라고 했지.”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러네. 잘했다.”
희연과 범수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부랴부랴 캠핑 온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 편하게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좋아. 일단, 마트에 가서 고기 구울 것 좀 사자고. 바베큐 그릴부터 사용해 봐야지.”
“오오! 촬영 시작해야지?”
“그럼 당연하지.”
을왕리는 생각보다 사람이 붐비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아주 쾌적하게 캠핑 1일차를 만끽할 수 있었다.
– 딩딩딩딩딩~
10시쯤 되어 내가 와인으로 살짝 취했다고 느낄 때 전화가 울렸다.
“엇.”
나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전화 건 사람은 바로 고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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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었어?”
고현석의 목소리.
“오오.”
“왜?”
“아니, 형님이 다정하게 인사해주시니까 좀 놀라워서요.”
“…”
내 말을 들은 고현석이 잠깐 침묵을 지켰다.
웃고 있느라고 입을 다문 건 물론 아니다.
“…까불지 말고.”
“하하. 오늘은 어떤 일로?”
“너 어디에 가 있는 거냐?”
고현석의 목소리가 약간 날카로워졌다.
“네? 저희는 캠핑 왔습니다. 여기 서해 쪽이에요.”
“하. 진짜 태평하군. 지금이 그럴 때냐?”
고현석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 지금이 어떤 때인데요.”
“너는 지금 전국민 이목 집중시켜 놓고서 그 말이 나와? 일단 너 찾아다니는 사람 지금 한둘이 아니잖아. 그리고 곧 이사진 선거인데 한가하게 캠핑을 다녀?”
“우와…”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했다.
“지금 그 말, 진담으로 하시는 거죠?”
“그럼, 이 자식아.”
“저는 이사진 선거에도 안 나갈 거고, 주주 대표 같은 거 할 생각도 없는데 그걸 왜 신경 써요. 그리고 국민 이목 집중시킨 건 삼촌이지 제가 아닌데요.”
“순진하네. 선거 안 나가면 선거에 전혀 신경 안 써도 되는 줄 알아?”
고현석이 물었다.
“아니, 저도 주주니까 물론 회사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선거 자체가 그렇게 회사 미래가 달린 사안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이사진이 설령 바뀐다고 해도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해 보려고 제가 캠핑도 못 갈 이유는 없어요.”
“그럼, 지금 너는 중립이라고 하는 거야?”
고현석이 말했다.
“괜히 가만있는 사람 중립이라고 말하지 마시고요. 저는 아직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생각 없는 게 자랑이냐.”
“지금은 새로운 이사진 후보도 안 꾸려졌는데 생각이 있으면 그게 이상한 거죠. 저는 이사진 후보들 비전 보고 천천히 결정할 겁니다.”
“어휴. 이 자식 하여튼 그놈의 입은…”
이렇게 중얼거리는데,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잠깐 실례. 나 고현욱이야. 나하고 얘기해도 될까?”
“엇. 네.”
“현석이가 먼저 인사하겠다고 해서 전화를 시킨 건데, 얘기가 좀 이상한 데로 샜네. 미안하다. 내가 간단하게 용건만 전할게.”
“네.”
고현욱의 흔들림 없는 사무적인 목소리에 내 목소리도 덩달아 차분해졌다.
“곧 L자동차 이사진 선거가 있을 거야. 총회 날짜 받았지.”
“네. 받았어요.”
“응. 우리가 사퇴한 그 순서 그대로 진행 돼. 자동차, 전자, 그리고 생명 순서로.”
“네. 알고 있어요.”
“미리 말해 두지만… 이번에 자동차 선거에서 기선 잡는 게 중요해. 네가 힘 좀 빌려주기 바란다.”
“아.”
예상과 달리 상당히 직설적으로 부탁해 오는 고현욱이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저는,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말이죠.”
“응.”
“삼촌과 형 중에서 이 사람이 좋고 저 사람이 싫어서 지분을 행사할 생각은 없어요.”
“그럼?”
“비전을 봐야죠.”
“…”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저는 L자동차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서 나은 방향으로 말하는 쪽을 지지할 거 같아요.”
“예를 들면, 현준이가 원하는 비전 같은 게 있나?”
고현욱이 차분하게 물었다.
“오.”
그래. 이런 건 좋은 반응이다.
내가 혹시 생각하는 방향이 있으면 그걸 자기들 정책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거잖아.
이게, 무조건 자기 편 들어달라는 것보다 훨씬 나은 태도다.
“음… 일단. 제가 생각하는 L자동차의 방향은.”
“응. 생각한 게 있구나.”
고현욱은 차분히 말을 들을 준비를 마쳤다.
이게 고현욱이 대표이사로서 갖고 있는 재능이겠지.
“지금 L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만년 2위잖아요. 사실 국내 자동차 회사 중에서 2위지, 사실상 벤츠나 BMW하고 밑에서 경쟁하는 수준이죠.”
나도 차분히 말을 시작했다.
“그렇긴 하지.”
“그러면 선두를 추격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보여야 할 태도가 있을 텐데, 그게 없는 게 불만이에요.”
“어떤 태도?”
“도전적인 태도죠.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리는 세단하고 세 종류하고 SUV 세 종류만 만들고 있잖아요.”
“아.”
“지금 새로 전기차 시장도 만들어지고 있고. 또 이름 좀 있는 자동차 회사들은 자기들 개성 알리겠다고 특수 자동차를 너도나도 만들잖아요. 지금 회사별로 점점 자동차들이 서로 달라지고 있다고요.”
“음.”
“그런데 L자동차는 너무 평범해요. 오픈카도 도전해 보고, 스포츠카도 만들어 보고, 완전 전기차도 만들어 보고. 그리고…”
나는 잠깐 침을 삼키고 하고 싶었던 말을 이었다.
“요즘 차박(차로 숙박) 문화가 유행인데 캠핑카도 좀 만들어 보고.”
캠핑카에 타고 캠핑카 얘기를 하자니 좀 쑥스럽긴 하구만.
“야, 이 등신아.”
옆에서 듣고 있던 고현석이 끼어들었다.
“어, 형님. 아직 계셨군요.”
“이 자식이…”
고현석이 이를 갈더니, 말을 이었다.
“그게 말이 쉽지. 지금 L자동차 포지션으로 그게 쉽냐? 막말로 오픈카 만든다고 해 봐. 벤츠 오픈카를 사겠냐, L자동차 오픈카를 사겠냐.”
“아… 얼마전에 보니까 벤츠 오픈카는 제일 싼 게 6000만 원이던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3000만 원대 오픈카가 시장에서 사라졌어요. 옛날엔 푸조도 있었고 크라이슬러도 있었는데. 그 시장을 노리는 건 어때요?”
“뭐, 뭐?”
구체적인 회사 이름과 가격대가 나오니 당항하는 고현석이었다.
“개발하려면 앞으로 5년 이상 걸려, 이 자식아. 도대체 경영을 모르면서 무슨 비전이야, 비전이.”
“에효.”
내가 한숨을 푹 쉬고, 받아쳤다.
“저야 경영진이 아니니까 모르죠? 구현할지 말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경영진이 생각할 일이고요. 저는 주주로서 그냥 의견 내는 겁니다.”
“…”
“저는 그냥 일개 주주예요. 경영에 참가할 생각 없다니까요. 경영권 넘볼까봐 그렇게 걱정을 하시더니 왜 저보고 경영을 걱정하래? 진짜 이상하네.”
“아니…”
고현석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 걸 고현욱이 막았다.
“알았다. 무슨 말인지.”
“…”
“사실 현준이 말이 틀린 건 없어. 사실 L자동차에 후발주자로 도전자 이미지 요구하는 건 자동차 잡지 같은 데서도 많이 나오는 얘기니까.”
“그렇죠. 한 번 그거에 부응해 보는 카드도 한 번 도전해 볼만 해요. 현기차하고는 점유율 경쟁 안 되고, 그리고 수입차들한테도 추격받는데 말이죠.”
“그래. 알았어. 생각해 볼게. 우리도 현준이 의견 존중할 테니, 좋은 쪽으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
“네. 그럴게요.”
“그래. 캠핑 잘 즐기다 와라.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여기에서 전화가 끊어졌다.
“우와…”
범수가 옆에서 감탄했다.
이제는 내 신분을 숨길 것도 없어서, 그냥 스피커폰 모드로 해 놓고 와인을 홀짝이며 통화했다.
당연히 희연과 범수도 대화를 훤하게 다 들었다.
“지금 전화한 게 그 고현욱 맞지?”
“응.”
“고현석이라는 사람은 잘 모르겠고. 어쨌든 고현욱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아닌가?”
“그렇지.”
“게다가 재계 2위의 총수고. 그런데 너한테 지금 쩔쩔매고 있네?”
“글쎄. 쩔쩔맨 건가?”
내가 머리를 긁었다.
“마지막에 얘기하는 거 못 들었어? 좋게 생각해 달라고. 또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라고!”
“아.”
그 말을 들으니 쓴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제3자가 들으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괜히 그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모습을 남한테 보여줘서 고현욱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드는걸.
“아, 짜증나는 통화했더니 목이 칼칼하다. 다시 술이나 먹자.”
“응. 이제 조개 구울까?”
“오. 그럴까?”
바베큐 그릴을 이용하기 위해 삼겹살을 사 왔었고, 또 인천 앞바다니까 이 동네에 풍부한 구이용 조개를 잔뜩 사 왔었다.
– 탁! 따닥!
숯불을 키워서 조개를 올리니, 맛있는 소리와 함께 조개들이 통통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크아… 죽이는구만.”
범수가 감탄하며 카메라 앵글을 조절했다.
캠핑카를 주차하고 셋팅하는 장면, 그릴을 펴서 고기와 와인을 먹는 장면, 그리고 지금 조개를 올려서 굽는 장면.
모두 야무지게 촬영하고 있었다.
이번 영상은 꽤 중요하다.
바로 범수의 데뷔 영상이니까.
“오늘은 캠핑카 업체에서 상담받은 영상 편집해서 올릴 거고… 캠핑 영상은 내일 올리자. 내일이 정식으로 범수가 데뷔하는 날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며 와인잔을 내밀었다.
“오.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