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139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139화
미천한 꿈(4)
“…진심인가?”
나는 자라같이 목을 쭉 빼어 핸드폰을 바라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요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뭐,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어렸을 적 크레파스로 종이에 그렸던 ‘상상 속 미래의 풍경’처럼 우주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는 않으니까.
물론 민간 우주여행 회사가 몇 생기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스타트업 수준이고.
그러므로,
“놀리려는 건가.”
솔직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이 아무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엔 전문 우주비행사를 태우겠지. 날 데려갈 리가 없다.
나중에 관광 상품이 나오면 무조건 해볼 생각이지만서도.
“…흠.”
물론 그럼에도 나는 술렁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고, 결국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첫 빠따로 데려가 주면 뉴욕 삼거리 한복판에서 100연 피아노 격파하고 바지 내림 ㅇㅇ
고귀하고 존엄한 이미지를 쌓는 내가 걸기에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이다.
-당연히 투자도 하고용
거기에다가 돈까지 걸고. 이 정도면 충분히 진심이 전해졌을 거라고 보는데,
“…답변이 없구만.”
하루, 일주일, 한 달,
수 개월이 지나도 결국, 대답이 돌아오지 않더라.
그냥, 한순간의 해프닝이었다는 소리다.
“후우 ….”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은 원래 한반도 특성상 거의 순삭으로 끝나고, 겨울이 찾아왔다.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상업활동을 쳐내다 보니 시간의 흐름이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물론 마냥 상업활동을 한 것만은 아니고,
“아니… 아니 잠깐만요.”
“음주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고 계십니까?”
나는 이리저리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교수’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만,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 백세대학교의 ‘명예교수’만 하시겠다니요…!”
욕망의 항아리 그 자체인 나는 수많은 대학들의 러브콜에도 그 욕심이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는 않았는데,
결국 서울음대에서 교수 생활을 함과 동시에 다른 대학에서 ‘명예교수’ 타이틀을 따낸다는 방법을 떠올려 버렸다.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명예만 취하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이 얼마나 개꿀일 수가 있을까?
난 곧바로 각 대학에 연락을 돌렸고, 약속을 잡았다.
물론,
“너무합니다!”
“크흠….”
각 대학들의 임원들이 반응은 하나같이 ‘너무하다’는 반응이었고, 나도 그걸 모르지는 않기 때문에 괜히 멋쩍게 대가리나 몇 번 긁적일 뿐이었다.
이야기가 너무 정체되는 느낌이 들면 마지막 수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고.
근데 이게 은근 효과가 좋더라.
“…아, 아니요 잠시만요!”
끝까지 혀를 차는 인간들과, 그럼에도 잡으려는 임원들.
비율로 따지자면 대략 8:2 정도가 아닐까?
당연히 잡는 쪽이 8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일어나실 것까지는…! 아, 알겠습니다! 우선 명예교수 직함을 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저희 학교에도 학기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수업을….”
“그 정도쯤이야 뭐.”
“오오!”
대학들은 나를 품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
그것이 비록 ‘명예교수’라는, 한 개인에게 대학의 명예만을 부여하는 형태라 하더라도.
그들 또한 대학의 명성에 나를 더하고 싶을 테니까.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부상조라고나 할까.
여튼 간에, 앞으로 할 일도 대강 정해졌고.
“이제… 도일이랑 같이 대학에 다니는구나!”
“그렇지.”
“같이 오티도 가구… 여름방학에는 여행도…!”
봄이는 싱글벙글, 매우 들떠 하더라.
“입학하기 전에 차도 하나 뽑아야겠어.”
“좋은 차 타면 엄청 눈에 띌 거야!”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고급 차를 타고 싶다는 욕망은 남정네 대부분이 가지고 있으니까.
다만,
“트럭 살 건뎅. 안에 스튜디오 차려놓으려구.”
흔히 택배용으로 쓰이는 탑차를 안에 이동식 스튜디오를 차려놓는다면?
…솔직히 말해서, X나 두근대지 않는가?
“오…!”
봄이도 고급스러운 자동차보다는, 그런 재미있는 환경이 더욱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재밌겠다아…! 빨리… 3월이 왔으면 좋겠어!”
또다시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겨울 방학이 끝나고.
이윽고 졸업식 날이 되었다.
이상 한파 때문에 온몸이 와들와들 떨리기는 하지만, 적어도 우리반 애들의 얼굴에는 괴로움 비스무리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내 응원 덕일까, 상향 합격을 했든 아니면 조금 하향 지원을 했던,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
“졸업하고도 자주 보자…!”
“동창회도 하구!”
“오늘 쏘삼고?”
“아재 같아.”
우리는 다 같이 뒤풀이를 가졌다.
‘성인’이라는 딱지를 달았기에 당연히 메뉴 주변에는 소주와 맥주가 동반되었고,
여느 스무 살들이 겪었던 것처럼 길거리에 파전을 만드는 애들이 속출했다.
“이야 비둘기도 회식하겠네.”
“아 개더러워.”
“봄이 너는 술 안 먹었어?”
“먹었어! 조금 취했어! 근데 맛이 별로 없어….”
슬쩍 보니 소주 두 병을 혼자 다 조진 모양이었다.
봄이는 술이 엄청 센 듯하다.
“그만 일어날까.”
“응!”
인사불성자가 더 생기기 전에, 우리는 결국 자리를 정리했다.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봄이만 따로 빠져나와 걷게 됐는데,
편의점이 나오고, 그 앞에 공원도 있더라.
우리는 거기서 아이스크림과 미니 양주를 하나 사서 나왔다.
양주는 내 거였다. 커진 몸은 알콜 수용량을 엄청나게 늘려주었으니까.
우리는 벤치에 앉아, 한참이나 손에 든 것을 깨작거렸다.
먼저 정적을 깬 것은 봄이였다.
“엄마 엄청 기뻐하셨어. 나 서울음대 붙어서….”
“….”
“원래는 대학 갈 거라고 생각 못 하셨대. 맨날 애니만 보고 있었으니까….”
…그랬다.
봄이는 무대에 서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아이였다.
아니, 두려워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다고 해야 할까.
“근데… 도일이 너랑 만나고 나서 대회에도 나가구… 연습도 더 열심히 하구…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됐어.”
봄이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동시에, 목소리도 차악 가라앉았다.
마셨던 알코올이 뒤늦게 올라온 것일까, 아마 봄이 인생에서의 첫 취중 진담이겠지.
“이건 아직 아무한테도 말 안 한 건데… 이제는 코스프레 의상 입고 거실까지 돌아다닐 수도 있어…!”
“그, 괜찮은 거 맞니?”
물론 당연하게도 첫 취중 진담은 이불킥 요소도 포함되게 마련인 법이고.
“응 괜찮아.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진짜 만족스러워.”
“…다행이구만.”
봄이가 주변에 내뿜던 아직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서서히 옅어져 갔다.
대신에,
“크흑… 우리 봄이가 이렇게 잘 크다니…!”
눈동자에 깃들어져 있던 특유의 총명함은 더욱 빛을 발했으며, 그것은 다른 이들과 구별되는 거물의 상징이었다.
“고마워!”
매우 순수한 미소였다.
나는 뭐랄까, 그것이 너무 눈부시고 낯간지러워서 양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고농도의 뜨거운 알콜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몸에 열이 화악 달아올랐다.
“난 있잖아, 언젠가는 도일이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
“….”
“지금까지 해왔던 일은 의미 없는 일이 아닐 거야. 아직… 적당한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을 뿐이야.”
“….”
…솔직히 말하자.
봄이한테 처음으로 내 꿈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진지하게 이해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평소 하던 괴악한 짓거리처럼, 이루지 못할 정말 괴악한 꿈을 가지고 있구나, 정도의 취급을 받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봄이는 그 누구보다도 나의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었으며, 응원해 주었다.
…지금껏 없었던, 든든한 아군이었다.
“그러니까 너무 낙담하지 마!”
“…고마워.”
“응!”
어느새 다 비워진 1만 2천 원짜리 고급 아이스크림.
뭐랄까, 쭈뼛쭈뼛한 분위기.
“노래라도… 들을래?”
봄이는 그 분위기가 썩 근질근질했던 모양인지 가방에서 무선 이어폰과 핸드폰을 꺼내서 곡을 찾기 시작했고,
나는 이제부터 이어폰에서 흘러나올 밝고 경쾌하기 짝이 없는 애니 오프닝을 기대하며 심호흡을 했다.
다만,
티링-!
티링~! 티링!
봄이가 노래를 틀기도 훨씬 전에, 내 핸드폰이 울리더라.
“…진짜 오랜만이네.”
“응?”
“나 핸드폰 알람은 다 꺼놓거든. 근데 이 양반 메시지는 울리더라고?”
역시나, 핸드폰 잠금화면에 떠오른 것은 트짹 앱이었다.
당연하게도 보낸 사람은 그 소유주였고.
“…뒤늦게 사과라도 하려는 건가.”
화성 얘기를 마지막으로, 대화가 흐지부지 끝났었는데.
나는 그의 제안을 당연하게도 ‘장난’으로 받아들였었다.
다만,
-(번역) 답장을 못 해서 미안해. 본의는 아니었지만,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여유가 없었거든.
-(번역) 근데 이제는 괜찮아. 다시 정식으로 제안할게. 같이 처음으로 화성 땅을 밟아보지 않을래?
“…?”
반년 만에 그에게서 돌아온 답장은,
그저 사과뿐만이 아닌,
사과 후, ‘제안’이었다.
“아니….”
“누구야?”
“멜론 애스크.”
“아…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랑 같이 콘서트도 했었지? 무슨 일인데? 혹시 니슬라랑….”
봄이가 살짝 눈을 게슴츠레 떴다.
아주 합리적인 의심이기는 했지만,
“에이 상도덕이라는 게 있지.”
“…의심해서 미안.”
“아니야. 우선 이거 좀 봐.”
나는 봄이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고, 이 사람이 계속 나한테 놀리려 한다고 고자질할 생각이었다.
“…우와.”
근데 봄이의 반응이 내 예상과는 다르더라.
기분 나쁜 ‘우와’가 아니라, 진짜 놀란 듯한 ‘우와’더라.
“진짜 화성에 사람이 갈 수 있게 되는구나아….”
“저번에도 이러다가 대화 끊기더라고. 아마 진심은 아닐 거야.”
“그런 거야?”
“봐봐. 이 반년간의 공백.”
“….”
봄이는 계속해서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난 이자의 메시지가 반년 전 장난의 연장선이라고 봤다. 더는 어울려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봄이의 생각은 다시금 나와 조금 달랐고,
“그래도… 한 번 더 대화 나눠보는 거 어때?”
고개를 갸웃하며, 제안을 하기도 했다.
“아니… 암만 그래도 첫 비행에 나를 태워주겠어? 우주비행사니 학자니 자리도 부족할 텐데.”
“그래?”
“그렇지.”
“근데 그게 왜 도일이가 우주선에 못 탄다는 이유야?”
진심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궁금해하기까지 했다.
“…응?
“도일이 몸 진짜 튼튼하니까… 우주비행 훈련 같은 거 받으면 되지 않을까?”
“….”
“머리도 좋으니까 공부도 하구….”
“잠깐만.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라고?”
“왜 안돼?”
…그렇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난 지금까지, 왜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왜 ‘처음’으로 화성에 갈 자격이 없다고 여겼던 거지?
…인류 처음으로 화성에서 악기를 연주한다는,
최초의 우주 음악가의 타이틀을,
왜 놓치려고 했던 거지?!
“…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고도수의 술도 자극하지 못했던 나의 심장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박동치기 시작했다.
“그런 거였구나.”
나는 곧바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쌉가능 ㅇ
답장은 거의 30초 만에 돌아왔는데,
-(번역) 근데 백악관 양반들 설득 시켜야 됨 ㅎㅎ
-(번역) 같이 가자.
내용이 딱 봐도 엄청난 난관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