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0)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0화(10/210)
011화. 경력직 신인 투수 (4)
소상혁이 마운드를 막 내려왔을 때만 하더라도 코칭 스태프들의 표정은 밝았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갈 수 없었다.
“하진이 구위는 여전히 좋습니다. 불펜에서도 문제는 없었어요. 방금도 그냥 멘탈 문제였어요.”
5회 초 유하진이라는 폭탄이 그라운드 위에 투하된 시점. 그들의 낯빛에 생기가 지워졌다.
“한동안, 어떻게든 자초한 위기는 스스로 막고 오라는 식으로 맡겼었는데. 이거 걔한테는 독이었었나 봅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계속 흔들릴 때마다 내려버린다고 해서 될 문제도 아닌데. 그래도 이번 경기는 실책도 나온 그런 경기였으니까. 계속 기회는 줘 봐야죠. 하진이는 어떻게든 1군에서 뛸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잖아요. 계약금 4억짜리 투수인데.”
“골치네요. 골치···.”
1군 투수들까지 통틀어서 가장 위력적인 직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고작 2군에서 헤매는 꼴이니. 코칭 스태프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던 6회 초. 또다시 터져 나온 내야수의 실책.
“하아, 진수야! 여기서 펌블이 나오면 어떡하냐···.”
그 순간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모두의 뇌리에 이전 이닝의 잔상이 훑고 지나갔다.
“하, 그러게요. 투수가 데뷔 경기면 더 집중해주고 그래야지. 아휴···.”
“양진수 교체할까요?”
“일단 두죠. 그리고 정근이 올려 보··· 아, 알아서 가네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선수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을 때 앞선 이닝과 같은 상황이 연출된 셈이니. 웬만한 신인 투수들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 그리고 태준은 이제 막 마운드를 오른 신인 투수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걱정은 이어지는 투구 앞에 말끔히 녹아내릴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실책이 나온 후 곧바로 다음 타자를 상대로 3구 삼진. 투구의 템포도 빨랐다. 포수와 사인을 맞추고 나면 그 즉시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다음 타자도 3구 삼진. 투구에 망설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실책 이후 던진 공 6개가 전부 스트라이크. 낭비된 공은 하나도 없었다.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가 쌓였다.
딱-!
“아웃!”
그리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잡혔다. 몸쪽 높은 코스로 과감히 찔러넣은 포심패스트볼.
[135.5Km/h]그 빠르지 않은 속구를 스트라이크 존 안팎에 초구부터 꽂아 넣는 감용. 이태준은 투수에게 필요한 ‘강심장’을 가진 투수였다. 그 결과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코칭 스태프가 감탄을 마지않았다.
“실책이 나왔는데도 흔들리는 기색이 전혀 없다고···? 이게 신인 투수 맞아요? 공 던지는 것만 보면 베테랑이야 베테랑.”
“그래도 타자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다르긴 다르네요. 신인 느낌은 확실히 아니야.”
직전의 이닝과 같은 출발. 하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3구 삼진, 3구 삼진, 초구 포수 팝플라이 아웃. 추가 실점의 위기를 겨우 공 7개 만에 매조질 수 있었다.
그렇게 태준이 투구를 끝마칠 즈음 한 코치가 약간의 호기심을 보였다.
“그나저나, 방금 이태준이 던진 볼 배합··· 정근이 볼 배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방금 승부에서 보였던 볼 배합. 평소 송정근이 가져가는 볼 배합과 느낌이 많이 달랐기 때문.
“설마··· 방금 이태준이 볼 배합 주도했던 건가?”
배터리 코치의 시선도 어느덧 태준을 향해 있었다.
***
그라운드 위의 집중력은 전염되기 쉽다.
따악-!
“좋아! 좋아! 나이스! 동점! 동점!”
6회 말, 원더스 타자들의 방망이에 시동이 걸리며 추가 2득점에 성공. 스코어는 5 대 5. 동점이 되었다. 이윽고 7회 초. 원더스의 그 어떤 선수도 이 경기에서 패배를 상정할 수 없었다.
“오오···! 정준 선배님 나왔다!”
정준.
부산 원더스 소속 선수 중 역사상 최고의 커리어를 남긴 투수이자,
2030년대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제1의 투수.
“정준 선배님 투구 볼 날도 얼마 안 남았지. 볼 기회도 별로 없고.”
“오늘은 또 어떤 투구를 보여주실까···!”
불펜에 있던 투수들의 집중력은 가파르게 치솟는다.
그 원동력은 기대. 그리고 동경.
투수들의 투수, 정준이 마운드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상동 야구장에 감도는 기류 자체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
정준은 정준이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정준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Km/h. KBO 1군의 평균 구속인 146Km/h보다 4Km/h 정도 느렸다. 하지만 그 느린 포심패스트볼을 보좌하는 무려 7개에 달하는 구종.
커터, 싱커, 스플리터, 너클 커브, 슬라이더, 써클 체인지업,
그리고 MLB에서도 내로라했던 커브까지.
그 다채로운 구종에 더해지는 빼어난 제구력. 그것으로 정준은 남다른 경지로 비상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대구 썬더스 2군의 타자들은 37살의 정준에게.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그저 예상된 결과였을 뿐.
첫 이닝부터 KKK. 3연속 탈삼진.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력.
그리고 남은 이닝에서도 압도적인 면모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의 투구를 가만히 지켜보던 로건 라이트도 어느샌가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래. 기억났다. 저 동양인 투수. 예전에 레인저스에서 뛰던 그 녀석 맞지?]‘네, 맞아요. 기억나셨나 보네요.’
정준이 텍사스 레인저스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잔혹사를 끊어냈던 때는 로건 라이트가 한창 선수로 뛰던 시절과 그리 멀지 않은 시점. 얼굴과 이름까지는 기억나지 않더라도 정준의 투구에 녹아 있는 독별함은 분명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때보다 구위는 확실히 준 거 같다만. 공 던지는 스타일은 여전하네. 여기선 레벨이 달라. 마치 빅 리그 투수가 AA에서 뛰는 느낌이랄까?]‘딱 그 느낌이죠. 정준 선배. 아직 1군에서도 에이스 투수니까요. 아, 혹시 그 당시 정준 선배가 한국에서 어떤 별명으로 불렸는지 아세요?’
[흠··· 글쎄? 어떻게 불렸는데?]부드러우면서 역동성까지 갖춘 투구 폼,
MLB 내에 손에 꼽힐 수준으로 정교한 제구력,
그리고 다채로우면서 위력적인 구종까지.
원하는 곳에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
당시의 정준으로부터 한국의 야구팬들은 어느 한 선수의 자취를 떠올릴 수 있었다.
‘동양의 로건 라이트였어요.’
역사상 최고의 기교파 투수, 로건 라이트.
그리고 정준을 가리키는 별명은 ‘동양의 로건 라이트’였다.
물론 체격부터 해서 이것저것 다 뜯어 보면 많은 차이가 있었겠지만. 그건 로건 라이트가 워낙에 독보적인 투수였기 때문이지. 당시의 정준은 ‘동양의 로건 라이트’, ‘K-라이트’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투수였다.
[흠, 기교파라는 것 말고는 크게 닮은 구석은 없어 보인다만. 저 정준이라는 녀석도 나와는 다른 또 다른 나름의 강점이 지닌 녀석이니까. 그래도 팬들이 그렇게 불렀다면 받아들여야지.]‘형님은 기교파 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투수잖아요.’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인물, 로건 라이트.
정준의 별명 속의 그 ‘로건 라이트’.
그는 지금 타자들을 말 그대로 압살해 나아가는 정준의 전성기 시절을 한참 웃도는 투수였다.
정준 선배조차 쳐다도 보지 못할 수준으로 한참 웃도는 재능.
그런 그의 재능은 지금 내게 있다.
나는 축복 받은 야구 선수다.
그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준. 저 정준이라는 녀석 말이야. 같은 팀에서 뛰고 있을 때 보고 많이 배워 둬. 지금 너에게 꽤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을 테니까.]그리고 겸손해야 한다.
나는 로건 라이트의 재능을 전수받은 선수이지,
로건 라이트 그 자체가 아니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이후로도 로건 라이트와의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졌다.
그즈음 경기도 끝이 났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경기 종료!”
스코어는 7 대 5.
정준의 성적은 3이닝 무실점 퍼펙트 6K.
부산 원더스 2군은 그렇게 승리를 거뒀다.
“끝이다! 이겼다아아아-!”
정준의 삼진으로 승리가 확정된 순간, 부산 원더스의 더그아웃. 그곳에서 누군가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수고하셨습니다!”
“나이스! 이겼다!”
비록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퓨처스 리그의 경기였을 뿐이지만, 승리의 기쁨만은 같았다. 기쁨의 환호라는 것은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마땅한 권리.
“태준! 오늘 투구 좋았다! 흐름 제대로 넘어갈 뻔했던 거 네 덕에 막았다!”
“태준아, 아까 정말 미안했다. 반드시 아웃 잡아줬어야 했던 건데.”
나 또한 오늘만큼은 그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어쨌든 막았고, 이겼으면 된 거죠.”
“··· 고맙다.”
동료 선수들과 함께 어우러져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좋네요. 이 분위기. 이 감정.’
이거, 느낌이 썩 괜찮았다.
***
퓨처스 리그의 경기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되기에 대략 4시쯤에 경기가 끝이 난다. 그렇기에 퓨처스 리그의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곧바로 오후 훈련에 들어간다.
물론 선수들은 한창 더운 날씨에 경기를 뛰다 온 터라 오후 훈련은 그리 길게 진행되지 않는다. 5시쯤이 되면 모든 단체 훈련은 종료. 이제 개인 훈련의 시간이다.
“양진수, 신차호. 너희 둘은 남고. 펑고 조금만 더 받고 들어가자. 각각 20분씩. 이의 없지?”
오늘 경기 실책을 범했던 키스톤 콤비, 양진수와 신차호 둘은 빼고.
수비 코치의 나머지 훈련을 알리는 호령에도 그들의 표정에 억울함 따위 묻어나 있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경기를 자칫 질 뻔했던 것에 대한 죄책, 그리고 한 명의 선수로서의 자책. 그 두 가지의 감정이 육체의 피로를 넘어서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태준 또한 늘 그래 왔듯이 나머지 훈련을 자처했다. 시작은 간단한 웨이트 트레이닝. 기본적으로 보디빌딩이 목적은 아니기에 주로 무분할로 전신 운동, 최대한 몸이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코어를 먼저 잡아준 후 체력의 70~80% 정도 소모한다는 느낌으로 진행한다. 그렇게 몸에 열을 잔뜩 올려놓고서 마무리로 러닝을 시작한다.
“후우-! 후우-!”
러닝을 하는 이유는 체력, 그리고 심폐 지구력을 기르기 위함. 이를 위해 먼저 호흡을 일정하게 다잡는다. 제대로 된 호흡이 따라오지 못할 때의 러닝은 그 효과가 절감되기 마련. 한정된 훈련 시간을 가장 능률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호흡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달리는 동안 신체의 움직임 또한 호흡만큼이나 중요하다. 선수의 타격과 투구는 전부 전신을 활용한 움직임. 그렇기에 러닝을 하면서도 꾸준히 움직임을 신경 써야 했다.
“하아-! 하아-!”
러닝은 육체와의 싸움이 아닌 정신력과의 싸움. 한계라고 여겨질수록 자신을 더욱이 몰아붙인다. 인간의 육체는 고통을 느낄 때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더욱이 단단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것은 근육뿐만 아니라, 심장과 폐와 같은 장기들도 마찬가지. 심폐 지구력은 그렇게 향상된다. 어느덧 전신이 땀으로 젖어있던 태준은 더욱이 자신의 육체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정 순간에 다다르면 엔돌핀이 솟아나기 시작하며 체내의 고통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몸은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한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그곳으로 도달한다. 그 상황에서 30분을 더 잇는다. 물론 더 뛸 수야 있겠지만, 태준은 육상 선수가 아닌 야구 선수.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오버 트레이닝은 금물일 테니.
그리고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이야··· 1시간을 넘게 뛴 것 같은데도 자세가 망가지질 않네? 역시 저 몸은 타고난 것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나 봐.”
태준과 마찬가지로 단련실에 남아 추가 훈련을 하고 있던 선수. 정준이었다. 그의 훈련은 사실 30~40분 정도 전에 끝났었지만, 태준이 언제쯤 러닝 머신 위에서 내려올까 궁금한 마음에 남아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
“피는 못 속인다는 건가. 어째 명준이랑 똑같네. 아니지, 형 쪽이 좀 더 독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속으로 아우라를 닮은 두 형제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던 찰나. 드디어 태준이 러닝 머신에서 내려오고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야. 드디어 끝났나 보네. 진짜 독하다 독해. 형제가 아주 똑같어.”
정준의 목소리가 들리자 태준은 살짝 커진 동공으로 정준이 앉아 있던 쪽을 쳐다봤다.
“혹시···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딱히 기다렸던 건 아니고. 너 얼마나 오래 뛸 수 있나 한 번 보고 있었어. 야, 근데 그걸 1시간 넘게 뛸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죄송합니다.”
“선수가 열심히 하는 거에 뭘 죄송이야. 나도 보기 좋으니까 계속 보고 있던 거지. 야 그나저나 뛰는 거 보니까. 드래곤스 있을 때도 계속 그렇게 했던 거 같어?”
“네, 계속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래, 그럴 거 같드라. 자세가 딱 잡혀 있어. 암튼. 고생이 많네.”
“아, 네! 감사합니다.”
선배로서 열심히 하는 후배가 더 좋게 보이고 더 챙겨주고 싶은 건 비단 장민영뿐만은 아니었다. 정준도 마찬가지. 이런 야구를 잘할 가능성이 차고 넘치는 후배에겐 뭐라도 알려주고 싶은 것이 선배의 마음이다.
“야 태준아. 너 투수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했지?”
“일주일 조금 안 됐습니다.”
“정말? 일주일밖에 안 된 거 맞아?”
“네, 일주일 정도 됐습니다.”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굳이 제 왼팔에는 로건 라이트의 재능이 깃들어 있으며, 시스템이 도와주고 있고··· 와 같은 공상과학적인 이야기를 꺼낼 이유는 없었다.
정준은 그 대답에 잠시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일주일 만에 그런 투구 폼으로 그런 포심을 던지고 그런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이태준. 이 녀석은 타고난 천재다. 그런 이태준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태준아.”
“네, 말씀하세요.”
이태준이라면.
“너 혹시, 내가 던지는 구종들 한 번 배워볼 생각 없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으리라.
정준의 생각은 어느새 그곳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쯤 태준의 동공도 살짝 더 확장됐다. 물론 정준이 건네준 말에 대한 경탄도 있었겠지만,
【대상 <정준>이 당신의 투구에 감탄합니다.】
【대상 <정준>을 튜터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새로운 메시지. 태준의 시야는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