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00)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00화(100/210)
100화. 원더스의 원더 원 (3)
투타 겸업.
속칭 ‘이도류’.
단어 그대로 야구 선수가 투수와 타자의 역할을 동시에 이행하는 것을 의미.
이태준의 투타 겸업 천명은 그날 한국 야구계의 온라인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수 있었다.
[원더스의 영웅 이태준, 투타 겸업에 도전장!] [국내 야구계 투타 겸업 성공 사례? 21세기엔 없었다!]야구라는 기술적으로 굉장히 난도가 높은 스포츠이기에 한 우물만 죽어라 파도 그 끝을 보는 일은 절대로 녹록지 않기에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도전하는 선수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도전한 선수들조차 대개 그 극악의 난도 앞에 무릎을 꿇고 1~2년 안으로 포기하는 것이 부지기수.
[80이닝 미스터 제로 투수에게 타격? 글쎄···?] [이태준에게 투타 겸업이 시기상조인 이유] [4년 넘게 실패해온 타격, 한국시리즈에서 도전이 맞나?]그러다 보니 이태준의 투타 겸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보다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더 많았다.
ㄴ투수 잘하는 거 알겠는데? 갑자기 투타 겸업? 타이밍이 너무 이른 거 같은데?
ㄴ그것도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이게 맞음?
ㄴ이태준 제가 타격이 됐으면 드래곤스에서 어떻게든 됐을 텐데. 이건 너무 무리수 같음;
ㄴ인정; 그냥 투수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더 나아 보임
ㄴ222
ㄴ333
물론 그 근거가 빈약한 것도 아니었다. 투타 겸업의 난도가 다른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보다 몇 배 이상 어렵다는 것을 차치하고도 일단 이태준이 타격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태준은 전업 투수가 아닌 전업 타자. 1군은커녕 2군에서조차 1할 타율도 기록하지 못한 형편없는 실력을 지닌 타자였다.
[이태준 드래곤스 시절 타격 지표](데이터 사진)
이태준 타격은 그냥 답도 없음 ㅋㅋㅋ 얘 5시즌 동안 2군에서도 2할 타율 친 적도 없음
ㄴ와 상상 이상으로 절망적이었네? 이태준 투수 재능이라도 찾은 게 진짜 기적이었구나;
ㄴ5시즌 했는데도 안 됐던 거면···. 그냥 놓아주는 게 맞지 않냐? 심지어 투수로 승승장구 중인데;
ㄴ내 말이 그 말임. 괜히 타자 한답시고 잘 되던 투수 쪽까지 밸런스 흐트러지는 거 아닌지 걱정도 되고;
ㄴ윗 댓글에 격하게 인정!
그것이 이태준의 투타 겸업을 수많은 사람이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
그렇기에 곧 치러지게 될 한국시리즈의 6차전 경기는 태준에게는 새로운 시험대이자 본인을 둘러싼 선입견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
한국시리즈에서 두 게임 연속 완봉승을 기록하고서 세 번째 경기에 등판한 투수.
그 투수가 마지막 경기에서까지 3이닝을 6개의 삼진과 함께 무피안타 무사사구로 막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3회 말, 원더스의 공격. 투수는 1차전에서 맞상대를 치렀던 마이클 베넷.
퍼어엉-!!!
“스트라이크!”
[153.3Km/h]그 투수가 지금 마운드 위에서 흩뿌리는 공, 그것은 마치 고하는 듯했다. 질 때 지더라도 쉽게 지진 않겠다고. 적어도 원더스를 선혈이 낭자한 상처투성이로 만들어버린 뒤에 쓰러지겠다고.
「베넷 선수, 오늘도 좋은 투구를 이어나갑니다! 지금까지 총 여덟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안 피안타는 사사구는 제로! 삼진은 5개를 잡아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를 다시 돌려서 보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 정도인데요! 그 경기도 정말 수준 높은 투수 경기였죠?」
1차전에서 만났던 투수, 마이클 베넷. 그는 그 경기에서 4회까지 퍼펙트를 이어나갔고, 최종 성적은 7이닝 1실점 13K. 가히 상대를 압도해냈다는 평가를 받아낼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 1차전의 경기와 오늘의 경기는 확실하게 다른 경기다! 라고 말할 수 있을 타자가 지금 타석에 들어섭니다!」
「하하, 그렇네요. 저 선수는 그날 1차전에 나오지 않은 선수니까요. 그리고 아마 이 선수의 타격 정말 많은 분이 궁금해하고 계실 거라 가히 단언합니다.」
그리고 그런 투수를 상대로 이번 시즌 1군 경기 데뷔 타석에 서는 타자가 있었으니.
「3회까지 원더스의 마운드를 완벽하게 막아내 준 투수 이태준! 그 선수가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태준. 그 선수가 지금 모자 대신 헬멧을 쓰고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손에 쥐고서 타석에 들어섰다.
“이태준 안타! 이태준 안타! 이태준 안타!”
그 순간 관중석에서는 이태준의 안타를 바라는 팬들의 응원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때가 왔지.]그리고 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태준의 스승으로 있었던 테드 윌리엄스는 그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다소 비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테드, 네가 허락할 정도면, 이제 완성됐다고 봐도 되는 건가?] [허, 완성? 뭘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저 녀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 아직 한참 멀었지.]타자 이태준은 이제 출발선을 막 넘어선 미완의 대기.
[애초에 너도 저 녀석을 처음 마운드에 처음 세웠을 때, 완성해놓고 세워둔 건 아닐 거 아냐?] [흐흐, 그렇지. 딱 달릴 수 있을 정도로만 교정해놓고 선상에 올려놨었지.] [지금도 같아. 딱 달릴 수 있을 정도. 지금의 태준이는 딱 그 정도의 타자야.]달려온 길보다 앞으로 달려가야 할 길이 훨씬 더 많이 남은 선수.
[근데 저 녀석한테 그 정도면 됐잖아? 안 그래?] [흐흐, 맞지.]그리고 보이지 않는 결승점까지 믿을 수 없을 속도로 달려갈 수 있는 선수.
타석에 선 이태준이 눈빛을 빛내기 시작했다.
***
타석에 올라섰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태준의 자리는 마운드가 아닌 그곳이었을 텐데 어딘가 낯선 기분이 든다.
“후우.”
그런 그의 시야엔 홈 플레이트가 아닌 마운드, 그리고 상대해야 할 투수가 보였다.
“어이, 명준이네 형님. 여기서 다 보시네.”
그리고 뒤쪽으로는 말을 걸어오는 상대 팀의 포수가 있었다.
위너스의 포수, 정힘찬은 태준이 타석에 올라서자마자 인사치레의 말을 건네왔다.
“그래도 신삥이라 적당히 봐주고는 싶은데. 우리가 너한테 당한 게 너무 많아서 말이지. 봐주지는 못할 것 같다.”
태준은 그 말에 대답 대신 헬멧의 챙을 살짝 어루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자세를 다잡은 뒤 마운드를 응시했다.
‘오늘 베넷의 구위는 최고조. 높은 코스로 꽂아 넣는 강속구와 낮게 떨어지는 너클 커브. 이 두 가지로 타자들을 제압해나가고 있다.’
그 시야에 잡힌 190cm의 길쭉한 신장과 호리호리한 체격의 외국인 투수, 마이클 베넷.
최고 구속 154~5Km/h까지 기록되는 강력한 속구와 130Km/h 초중반대 정도 형성되는 낙차 큰 너클 커브를 주 무기로 이따금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구사하는 완성형의 정통파 우완 투수.
당장 한국에 입성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롱 릴리프로 뛰었을 정도로 그 실력이 나름 출중했던 투수. 한국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투수 중에선 탑 레벨의 투수.
‘그리고 오늘 경기, 몸쪽 제구가 꽤 정교하게 들어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 정보가 부족한 신인 타자로는 어떠한 볼 배합을 가져가야 할까. 나라면 어떤 볼 배합을 설계했을까.’
이윽고 그 상황에 놓인 단서들을 조합한다. 연산 속도를 높이고, 뇌리에 떠도는 수많은 파편이 마치 퍼즐처럼 착착 자리를 찾아 움직인다.
슈우우우웅-!!!
그 순간, 마이클 베넷이 마운드 위에서 공을 힘차게 흩뿌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사고를 끝마친 태준도 앞발을 내디뎠다.
파아악-!!!
앞발을 강하게 내디딘 후 뒷발을 안쪽으로 틀었다.
이어서 오른쪽의 견갑을 당겨 회전력을 가한다.
강한 풀백 동작.
타격 폼도 투구 폼과 마찬가지로 몸의 탄력과 회전력을 극한으로 활용하여 임팩트 순간에 최고의 힘을 끌어모아야 하기에, 태준은 풀백 동작을 제대로 가져갔다.
그것은 마치 새총을 강하게 쏘기 위해 줄을 팽팽해질 정도로 당기는 것과 같은 이치.
부우웅-!!!
이윽고 응축시킨 힘을 폭발시킨다. 그 순간에 상체를 살짝 눕혀 배럴의 경로를 공의 궤적과 일치시킨다.
마치 토네이도 이는 듯한 로테이셔널 어퍼 스윙. 이태준의 방망이는 호쾌하게 돌아갔고,
따아악-!!!
그대로 스윗 스팟에 공을 직격시킨다.
타구는 너무도 명백할 정도로 라인 안쪽으로 들어온 상황.
즉, 인 플레이 타구.
인 플레이 타구가 만들어진 이상 그 결과는 이제 타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태준은 본인이 만들어낸 타구의 정착지가 어디인지 구태여 확인하지 않고 1루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와아아아악-!!!
그 순간에 터져 나오는 1루측 관중석의 함성과.
“허, 씨발. 이게 머선 일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스크를 풀어헤치고는 타구가 나아간 방향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는 정힘찬의 모습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태준은 1루를 돌아 2루, 2루를 돌아 3루, 그리고 홈 플레이트까지.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파도처럼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
KBO의 출범 초창기는 그야말로 광란의 시대였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가히 전설로서 여겨질 기록들이 세워졌고,
그것은 긴 역사 속에 고고한 금자탑으로 남아 있었으니.
1984년, 일본에서 건너온 한 선수는 한 시즌에 무려 427.1이닝이라는, 지금에 와선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냈고,
1986년, 광주의 한 야구 선수는 262.2이닝을 던지며 0.99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 이 역시 불멸의 전설로서 길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1984년. 부산의 한 야구 선수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홀로 다섯 경기를 등판하여 40이닝을 던졌고, 그렇게 4승을 기록하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4승’
그것은 부산의 야구 팬들에겐 평생에 잊을 수 없는 전설이었으며, 넘어서 불세출의 신화로서 추앙받았다.
그리고 반세기의 세월을 건너 지금 이 순간. 한 사내가 그 불세출의 전설과 견줄 수 있을 하나의 전설을 새겨놓고자 했으니.
[이태준, 한국시리즈 3연속 완봉승으로 3승 달성할까?]ㄴ3연속 완봉 3승이면 인정이지;
ㄴ첫 경기는 심지어 퍼펙트게임이었음; 인정할 수밖에 없음;
ㄴ우리는 이태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비록 지금은 관리 야구의 시대였기에, 4승까지는 도달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의 3연속 완봉승.
그것만으로도 그 전설과 감히 견줄 수 있을 업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전설을 넘어선 신화를 지금 사직 야구장에 새롭게 새겨넣었으니.
상대 투수는 마이클 베넷. 상당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디펜딩 챔피언 팀의 에이스 투수.
무대는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 그것도 원더스의 21세기 첫 우승을 목전에 둔 경기.
상황은 공식적인 1군 타격 데뷔 경기의 첫 타석.
결과는 우측 담장을 넉넉히 넘어가는 초대형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이런 선수가 있다고 한다면 믿을 수나 있겠습니까? 앞선 두 경기를 완봉승으로 막아낸 투수가! 오늘 경기도 3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낸 투수가!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냈다고 하면 그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태준 선수가 그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허···.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조금 멍한 느낌이 듭니다. 이태준 선수의 타격. 솔직히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었거든요. 최근 타격 훈련을 병행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기간이 너무 짧기도 했고, 이태준 선수가 아직 드래곤스에서 뛰던 시절의 성적을 살펴봐도 그렇고요. 그래서 사실 오늘 경기에 타석에 서는 건 너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었는데···. 허허, 제 생각이 틀렸던 것 같습니다. 방금의 스윙. 군더더기가 없이 정말 깔끔하고 강력했습니다!」
또한, 그것은 모두의 예측을 아득히 벗어난 결과이기도 했다.
[ 광주 위너스 VS 부산 원더스]ㄴ신앙심 부족했던 사람들 자수해라 ㅡㅡ 일단 나부터···.
ㄴ회개합니다. 저도 못 믿었습니다···.
ㄴ2군에서 4년 넘게 2할 타율도 못 치던 타자가 대뜸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에이스 투수한테 초구 홈런을 갈긴다? 시나리오도 이렇게 짜면 욕먹겠다;
ㄴ리얼 ㅋㅋㅋㅋ 근데 됐죠? 이게 돼 버렸죠?
ㄴ사람들 죄다 야알못 만들어버리는 이태준···. 당신은 도대체···.
경기를 해설하던 해설 위원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지켜보고 수많은 이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으니.
이태준은 자신의 KBO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그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