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0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05화(105/210)
105화. 이젠 안녕 (3)
야구의 역사는 깊다.
메이저리그의 시초격 리그인 내셔널 리그가 창설된 것은 1876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160년 전.
그 깊은 역사 속에선 수많은 투수가 있었고 그들이 구사한 수많은 구종이 존재했다.
당장 가장 기본이 되는 구종, 포심패스트볼로 유명했던 투수를 나열하자면, 월터 존슨과 레프티 그로브부터 사첼 페이지, 놀란 라이언, 로저 클레멘스, 아롤디스 채프먼 등등 전부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투수가 있었으며,
이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른 구종들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주 극소수의 투수만이 구사했으며, 그러한 이유로 아예 별종으로 받아들여지는 구종이 있었으니.
너클볼.
손가락에 힘을 주며 공에 회전을 가미하는 여타의 구종들과 완전히 차별되는 원리로 공의 회전을 주지 않고 손가락의 관절로 밀어서 던지는 구종.
이론상 최고의 변칙성을 지닌 구종이었다.
[투수는 컨트롤할 수 없고, 타자는 칠 수가 없고, 포수는 잡을 수가 없고, 가르칠 코치도 없고, 투수의 대다수가 배울 수 없는 구종이지. 어떻게 보면, 변화구라는 말에 가장 적합하게 어울리는 구종이라 할 수 있지.]공기의 저항, 실밥의 위치, 심지어는 공에 새겨진 미세한 흠집, 타자가 맞히려고 휘두르는 방망의 바람마저 공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기에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기까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그 장점이 확실한 만큼 리스크도 큰 구종이기도 해. 그 리스크 때문에 한때 나도 너클볼을 구사하긴 했지만, 끝내 포기해야 했지. 그 정도로 너클볼은 익히는 것 자체가 리스크 덩어리인 구종이야.]하지만 제대로 된 너클볼은 구사해내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울뿐더러 다른 구종들과는 완전히 상반된 원리를 지닌 구종이기에 투수의 메커니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너클볼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 연마하다 보면 다른 구종을 던지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그것이 실전에서 너클볼을 구사하는 투수가 극소수에 불과하며, 너클볼을 구사하는 투수는 볼 배합의 9할 이상을 너클볼만을 던지는 이유.
하지만 시스템의 힘은 그 거대한 리스크마저 극복할 수 있었으니.
[그런 너클볼을 아무런 리스크 없이, 메커니즘에 아무 영향도 받지 않고서 익힐 수 있다? 그건 정말 신이 내린 축복이지.]그야말로 신이 내린 축복.
태준은 지금 그 축복을 온몸으로 느끼는 중.
시스템을 통해 구종을 습득할 때마다 느껴지던 오묘한 감각. 그 감각은 분명 평소와는 다른, 조금 낯선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공을 직접 던져보는 것으로써,
비행하는 공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두 눈으로 포착하는 것으로써 더욱이 선명해질 수 있었다.
지금의 태준은 너클볼을 던질 수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너클볼이 아닌 너클볼러 ‘필 니크로’의 너클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너클볼이었다.
태준이 백승수에게 그 너클볼을 던지는 영상을 보여줬을 때, 그의 떡 벌어진 입은 쉬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허···. 그러니까 이걸···. 시즌이 끝나고부터 연마를 시작했다는 거죠?”
비록 선수로 뛰어본 적 없었지만, 백승수 역시 야구계에 몸을 담은 지 오랜 인물. 그 너클볼이 익히기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수 없었고, 또 이태준이 구사하는 너클볼이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 수준인지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이런 너클볼을 던질 줄 알면. 필요하겠네요. 너클볼을 안정감 있게 잡아줄 수 있는 포수가. 그러면, 너클볼을 받을 수 있는 포수 리스트도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슬슬 시작하겠습니다.”
백승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본인의 꽤 값이 나가 보이는 노트북을 켰다. 이윽고 그의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에이전트 백승수는 야구계에서 경력이 상당히 두터운 인물. 그 범주는 국내외를 막론했고, 오히려 미국 쪽에 더 강한 영향력이 있었다.
[이태준 영입 전쟁, 빅마켓 전부 뛰어든다] [‘공 빠른 로건 라이트’ 이태준의 행선지는 어디?] [이태준, NPB 키사라기 유타보다 더 높은 금액 예상!] [연 3천만 달러 이상? 비 메이저리거 선수 역대 최고 금액 가능성!]언론 플레이.
미국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그 기사들은 분명 태준의 몸값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었다.
세간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이태준의 적정가는 연 3천만 달러. 미국에서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아시아의 투수에게 한화로 무려 380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까지 언급되는 상황이었다.
“허, 3천만 달러···.”
그간 자신이 벌어들인 돈의 거의 300배에 달하는, 너무 아득해서 실감도 제대로 나지 않는 액수.
그런 상황 속, 메이저리그 팀들의 본격적인 러브 콜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팀은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였다.
“마이너리그 거부권, 트레이드 거부권에 2041시즌 연봉 3500만 달러. 만약 이태준 선수가 장기 계약을 원한다면 3억 달러 이상의 규모도 가능하다. 이게 양키스의 제안입니다.”
“연봉으로 3500만 달러···.”
물론 과거만큼 엄청난 투자를 감행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양키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재력을 지닌 팀.
그 팀이 제안한 계약 규모는 마이너리그 거부권과 트레이드 거부권은 물론 세간에서 흘러나오던 연 3천만 달러에 무려 500만 달러를 더한 액수였다.
프로는 철저한 자본주의의 논리가 적용되는 곳. 메이저리그는 그러한 경향이 짙은 리그였다.
그렇기에 시세보다 웃돈을 크게 얹은 양키스의 제안은 분명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제안이었을 터.
하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제안을 받았음에도 태준의 태도는 다소 미온했다.
“양키스는 크게 생각 없으시죠?”
그리고 그런 태준의 반응은 에이전트 백승수도 어느 정도 예상하는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태준이 원하는 조건 중 가장 우선시 되는 조건
‘월드 시리즈 제패가 가능한 팀’.
물론 양키스도 근 10시즌 간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에서 3위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는 ‘강팀’이었겠지만, 당장 지난 시즌 지구 3위로 마무리한 그들은 샐러리캡을 초과했던 터라 적잖은 사치세를 지불 해야 했던 상황.
그런 팀이 추가로 3500만 달러를 투자하기 위해선 기존 전력의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했을 터.
현재 그들은 우승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양키스의 현 주전 포수인 헨리 맥그리거. 투고타저의 경향이 완연한 메이저리그에서 0.8 이상의 OPS와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하는 선수였겠지만, 아쉽게도 수비 지표는 하위권. 특히 프레이밍 점수는 거의 최하위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는 현재 양키스와 연평균 15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이 네 시즌가량 남아 있었기에 양키스를 떠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은 상황.
양키스는 태준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팀이 아니었다.
하지만 양키스가 태준에게 그런 제안을 던진 것만으로도 의미를 제법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양키스의 그 제안으로 이태준 선수의 몸값은 3000만 달러 이상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태준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구단은 그 가격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테고요. 우리는 그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만 하면 될 겁니다.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네, 그렇게 하고 있겠습니다.”
에이전트 백승수의 말처럼 급한 건 메이저리그의 구단들이지 태준이 아니었다. 그것이 FA 신분을 취득한 스타 플레이어의 특권.
그렇게 양키스의 폭탄과도 같은 제안이 지나가고서, 두 번째 폭탄이 투하됐으니,
양키스의 제안이 들어오고서 정확히 이틀 후, 아직 태준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이전, 사직 야구장의 체력 단련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한창 열중하는 중.
태준의 휴대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으니.
“네, 백승수씨. 이태준입니다. 네, 어···. 네? 뭐라고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에이전트 백승수. 그런 그의 전언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전언이었으니.
[뭐야, 무슨 일이길래 그리 호들갑이야? 뭐 양키스보다 돈을 더 많이 내준 팀이라도 나왔데? 한 4000만 달러는 주겠데?]그런 태준의 반응에 뒤편의 두 귀신도 관심을 보였으니.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러면 무슨 일인데 그래?]“그···. 단장이 이번 주 내로 직접 오겠다고 합니다.”
[뭐야. 겨우 그런 일로 호들갑 떤 거야? 아, 잠깐···.]태준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던 이유. 그것은 단장이 직접 태준에게 미팅을 요청했기 때문. 사실 스타급 선수에게 단장급 인물이 먼저 다가가는 건 왕왕 있는 일이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다소 이례적인 경우.
[곧 윈터 미팅 기간이잖아? 근데 그걸 포기하고···.]당장 그 주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윈터 미팅이 계획되어 있을 텐데,
지금 태준을 직접 찾아오겠다고 말한 단장은 그 윈터 미팅보다 이태준과의 계약을 더욱 우선으로 두고 있었다는 것.
[한국까지 오겠다고? 허, 그 단장 누군지는 몰라도 네게 꽤 진심인데?]심지어 미국으로부터 무려 11000Km 이상 멀리 떨어진 먼 타향, 한국까지 직접 방문하겠다고 한 것.
그것은 그 단장이 이태준에게 지극정성이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로건 라이트는 그 인물이 누구인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되는 듯했다.
[혹시 윌리엄 파커 단장?]“네? 그걸 형님이 어떻게 아셨어요?”
[흐, 왠지 그 녀석일 것 같더라고.]그런 로건 라이트의 추측은 적중했다.
[만나 봐. 너에게 나쁠 것 없을 거야. 아니지, 지금의 네겐 파커와의 만남은 꽤 좋은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네.]메이저리그 단장과의 첫 만남.
그 만남은 미국이 아닌 이곳 한국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
메이저리그의 윈터 미팅.
시즌이 종료되고 12월 중 치러지는 행사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관계자와 에이전트들을 포함하여 미디어, 야구계 관계자들이 한 데 모여 선수의 트레이드나 FA 계약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현안을 두고서 논의하는 자리.
그 자리에서 온갖 관계자들의 입으로부터 언급되는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와 숱한 메이저리그의 관계자들로부터 ‘공 빠른 아시아의 로건 라이트’라 불리는 부산 원더스의 이태준.
“흠, 브레이브스 녀석들. 키사라기를 영입하려는 데 꽤 진심이던데? 3억 달러 이상도 상정하고 있다는 것 같아.”
“키사라기 유타라면 그럴 만하지. 165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부상도 거의 겪지 않았으니까.”
먼저 NPB에서 2040시즌 212이닝 270개의 탈삼진과 1.27의 평균자책점, 23승 2패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기록한 투수, 최고 구속 165Km/h를 기록한 NPB 지바 롯데의 괴물 투수, 키사라기 유타였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입성을 앞둔 그를 영입하기 위해선 3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정론.
심지어 키사라기 유타가 소속된 에이전트는 그 유명한 보라스 에이전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상당한 금액이 필요했을 테니, 이미 꽤 많은 빅 마켓 팀들의 키사라기 유타의 영입을 위해 많은 금액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문제는 이태준이지. 들었어? 악의 제국의 1년 3500만 달러 계약을 찼다는 거.”
그런 상황 속 이태준의 행보. 그것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후, 그러게 말이야. 무조건 단년 계약 제시에 3500만 달러도 거절. 대체 얼마를 바라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양키스의 제안을 고사한 것만 보더라도 이태준 측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많은 돈이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까.
“혹시 이태준에 대해 아는 정보 좀 있어?”
“아쉽게도. 아는 게 그리 많진 않지.”
그렇게 메이저리그의 단장들이 턱없이 부족한 정보에 헤매는 중,
“그러고 보니 윌리엄 파커 단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던데. 윈터 미팅에 참석하지 않은 건가?”
“그런 것 같아. 이번 윈터 미팅에서 뭔가 얻어낼 필요가 없다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거나. 둘 중 하나겠지. 스토브리그 기간에 이 자리보다 더 중요한 자리가 있을지 싶겠다만···.”
누군가는 윈터 미팅에서 정보를 취득하고 교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약속을 위해서. 윈터 미팅 자리가 아닌 다른 장소, 아주 먼 타향으로 발길을 옮긴 상태였으니.
12월의 중순. 창밖으로 눈이 내리던 날. 인천 공항.
“이태준 선수의 전속 에이전트. 백승수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미스터 백. 윌리엄 파커입니다.”
뉴욕 메츠의 단장. 윌리엄 파커는 지금 막 그곳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