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0)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0화(110/210)
110화. 아시아의 로건 라이트 (4)
태준은 오늘 연습 경기에서 본격적인 투구를 진행하기 이전. 공을 던지기 최적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손톱을 세심하게 관리했다.
[투수에게 손 관리는 생명이고 필수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지 않도록 굳은살도 적절히 관리할 줄 알아야 하고, 그건 손톱도 마찬가지지. 갈라지거나 깨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해.]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하기에 앞서 태준은 매일매일 손가락에 배기는 굳은살을 세심히 다듬었다.
그리고 손톱은 꽤 값이 나가는 네일 샵까지 방문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했다.
[이제 넌 연봉 3만 달러를 받는 선수가 아닌 3500만 달러를 받는 선수야. 그리고 그런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건 죄악이라는 걸 명심해. 네가 몸 관리를 못 하는 순간 메츠의 이번 시즌 계획은 그대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을 테니까.]“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상 방지를 위한 관리. 태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그 관리를 더욱이 철저히 지켰다.
그 결과, 스프링 트레이닝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지금, 신체에 이상 증세가 느껴지는 부위는 전혀 없었다.
덕분에 투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더욱이 정교해졌다.
너클볼은 기본적으로 다른 공에 비해 손톱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종.
지금 놀라운 수준의 변화를 보이는 그 너클볼은 태준이 그간 얼마나 관리를 잘해왔는지를 알 수 있을 방증.
부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태준의 손을 떠나간 공은 공중에서 춤을 췄고.
타자의 방망이도 덩달아 춤을 췄다.
그리고 포수의 미트는 안정감 있게 공의 궤적을 쫓았다.
“오, 젠장. 방금 너클 대체 뭐야? 이 정도였어?”
그 공을 방금 헛스윙한 타자는 그렉 벨킨.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710개의 안타를 때려냈고, 지난 2년간 뉴욕 메츠의 주전 3루수를 지켜온 사내.
즉, 레귤러 메이저리거였다.
방금 태준이 던진 공은 그런 타자마저 난색을 보이도록 만들었다.
“놀랍지 않아? 고작 몇 달 익힌 것만으로 이런 너클볼을 던질 수 있다는 게.”
“흐, 놀랍긴 하네. 다만 지금은 내가 상대해야 할 투수인 게 문제겠고.”
이미 완성된 투수가 구사하는 너클볼. 그 너클볼의 심상치 않은 완성도는 단 1구부터 여실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그렉. 이 승부에서 너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 하나 알려줄까?”
“무슨 정보?”
“지금 1회는 내가 아니라 저 친구가 볼 배합 주도권을 갖기로 했단 말이야? 그런데 1회는 너클볼만 던지겠다고 하더군. 어때, 이 정도면 알려줬으면 칠 수 있지?”
그리고 태준은 1회는 그 너클볼만을 던지겠다고 천명한 상태.
“거 참 내. 네가 대체 뭘 알려주려나 했더만. 그러면 그렇지. 참 유용한 정보 알려줘서 고맙네.”
태준이 자신과의 승부에서 너클볼만을 던지리라는 사실은 타석에 선 그렉 벨킨도 이미 알고 있던 정보였다.
다만 그 정보는 알고 있다고 한들 하등 쓸모가 없던 것이 문제였을 뿐.
애초에 너클볼이라는 구종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공.
부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회전이 감기지 않아 마치 나비처럼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공.
이론상 가장 완벽한 ‘변화구’인 너클볼은 그 공이 들어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쉬이 건드릴 수 없을 공이었다.
결과는 4구 삼진.
“돌겠네. 저 너클볼. 생각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아.”
너클볼은 힘 조절이 조금이라도 엇나가 공에 회전이 감기는 그 즉시 느리기만 한 배팅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태준이 구사하는 너클볼은 그런 조잡한 너클볼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구속 빼고 다 가진 듯한 구종.
삼진을 당한 그렉 벨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동감.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허, 1회에 너클볼만 던지겠다고 한 이유가 있었네?”
그리고 공을 받는 리암 쿠퍼는 태준이 구사하는 너클볼의 불가해한 수준의 완성도에 혀를 내둘렀다.
너클볼이라는 구종은 애초에 투수도 포수도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공. 그런데, 이태준이 구사하는 너클볼은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고 있었다.
방금의 4번의 너클볼 전부 리암 쿠퍼가 미트를 가져다 댄 곳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에 도달했다.
“한평생을 너클볼만을 연구하고 던졌던 필 니크로쯤 되어야 너클볼의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그걸 고작 몇 달 만에 던지고 있는 셈이니.”
그 순간 리암 쿠퍼는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이윽고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마운드 위에 선 저 투수, 이번 시즌 뉴욕 메츠의 에이스가 될 투수의 아우라가 홈 플레이트까지 아주 진하게 흘러져 나오고 있음을 느꼈기에.
딱-!
“아웃!”
딱-!
“아웃!”
이어지는 두 타자를 전부 가볍게 범타 처리. 총 13개의 투구. 그중에서 단언컨대 실투는 단 한 구도 없었다.
모든 공엔 회전이 감기지 않았고, 심지어 정교하진 않지만 제구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마치 전문적으로 너클볼만 구사하는 투수의 너클볼과 같이.
“헤이! 니크로! 방금 투구 너무 좋았어!”
1이닝 투구가 끝나자마자 리암 쿠퍼는 태준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
“어···. 그러니까···. 지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거지?”
이태준을 더욱이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이역만리 트레디션 필드까지 찾아온 일본의 스카우트들. 그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너클볼···. 이건 계산에 전혀 없었던 건데···.”
단순히 너클볼을 구사할 수 있는 정도임을 넘어서 마치 전문 너클볼러라도 된 것처럼 공을 던지는 면모. 그것이 드러났기에.
“더 큰 문제는···. 저런 너클볼을 던져도 기존의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거겠죠.”
그런 완성도 높은 너클볼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처했을 터인데, 2회 초에 등판해 선보인 투구. 결과는 이전 이닝과 마찬가지로 삼진 하나를 곁들인 삼자 범퇴.
총 12개의 공을 던졌고, 구사된 구질은 너클볼을 포함한 11종류였다. 기본적으로 너클볼이라는 구종은 다른 구종과 메커니즘이 완전히 상반되기에 다른 구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곤 하지만, 방금의 투구에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공이 커맨드가 완벽했고, 그들이 알던 ‘아시아의 로건 라이트’ 이태준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제 필 니크로의 너클볼을 곁들인.
예상했던 대로 메이저리그 타자들과의 승부에서도 이태준은 확연한 경쟁력을 갖춘 투수였다.
그렇게 일본 스카우트들의 경계심이 더욱이 짙어지던 그 순간.
따아악-!!!
그라운드에서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
투구와 타격. 그것은 신체적인 메커니즘에서는 꽤 많은 지점에서 갈리지만, 이론적인 접근으로는 꽤 많은 것들이 닮아 있었다.
따라서 실력이 뛰어난 타자는 투수로서 어떤 공을 던져야 하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실력이 뛰어난 투수는 타자로서 어떠한 공을 타격해야 할지를 더 잘 이해한다.
그러한 의미로 본다면, 태준은 분명 뛰어난 타자가 될 자질이 충분한 선수였다. 투수가 승부에서 어떤 공을 던질지를 더욱이 영민하게 통찰할 수 있었으니까.
그것이 태준이 2041시즌을 앞두고 과감히 투타 겸업을 천명했던 가장 큰 이유.
2회 말, 마운드를 지키던 태준은 그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방망이를 들고서 타석에 올라섰다.
“헤이, 에이스! 오늘 투구 좋던데? 특히 너클볼이 아주 예술이던데? 필 니크로가 살아서 돌아왔다 해도 믿어질 정도였어.”
그러자 홈 플레이트에 앉아있던 포수.
이번 시즌 태준과 더불어 뉴욕 메츠에 새롭게 합류한 안토니오 로페즈였다.
“그렇습니까? 로페즈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믿음이 가네요.”
그런 그는 너클볼러와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포수였다.
즉, 그는 이번 시즌 리암 쿠퍼가 자리를 비우게 될 때 태준과 호흡을 맞추게 될 포수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타자는 너클볼이 날아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포수도 너클볼이 날아오는 것을 알고도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너클볼을 잡을 줄 아는 포수라는 건 수비력에서 특별한 재능을 갖춘 포수라는 점.
리암 쿠퍼에겐 미치지 못하겠지만 안토니오 로페즈 역시 상당히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포수였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 서 있는 태준과 같은 25살의 백인 투수. 태준과 마찬가지로 오늘 경기 3이닝 투구가 예정되어 있던 벤자민 마카키스.
주 구종은 최고 157Km/h까지 기록되는 포심패스트볼과 150Km/h 부근의 컷패스트볼. 그리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지난 시즌 126.2이닝을 던져 3.77의 평균자책점, 10승 7패, 120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좌완 투수였다.
그런 벤자민 마카키스에게 뉴욕 메츠가 요구하는 기대치는 3선발.
즉, 여태 태준이 만났던 투수 중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난 투수.
서울 드래곤스의 마리아노 산체스도 광주 위너스의 마이클 베넷도 감히 명함을 내밀 수 없을 레벨의 투수였다.
“조심하라고. 지금 마카키스의 공이 꽤 좋으니까.”
이를 증명하듯, 오늘 경기 벤자민 마카키스의 성적은 2.1이닝 무실점 1피안타 무사사구 2K.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태준이가 메이저리그 레벨의 투수와 상대해보는 건 처음이네.]하지만, 그 투수는 투타 겸업을 천명한 태준이 올해부터 숱하게 상대하게 될 수많은 투수 중 한 사람.
[마이너리그에서 뛸 게 아니라면. 누굴 상대하던 이겨내야지. 그리고 태준이 이 녀석은 충분히 이겨낼 재간이 있는 녀석이고.] [마운드에 섰을 때처럼?] [흐흐, 그렇지.]로건 라이트와 테드 윌리엄스의 말마따나 누굴 상대하던 이겨낼 실력이 충분한 타자. 그런 태준을 바라보는 두 전설의 눈빛엔 조금의 걱정도 묻어나 있지 않았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하지만, 벤자민 마카키스는 그런 태준에게 왜 자신이 메이저리그 레벨의 투수인지를 초구부터 아주 단단히 일러 줬으니.
스트라이크 존 몸쪽 가장 깊은 곳에 꽂힌 포심패스트볼.
[152.2Km/h]아직 몸이 다 완성되지 않았을 2월임에도 측정되는 빠른 구속. 태준은 그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봤다.
하지만 그렇게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빼앗겼음에도 태준의 포커 페이스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그것은 테드 윌리엄스의 반복된 가르침이기도 했다.
[예전에 태준이한테 이런 말을 했었지. 보더 라인에 걸치는 공은 때려 봐야 좋은 타구를 만들기 어려우니. 건들 생각도 마라고. 그리고 아쉬워하지도 말라고.]본인의 타격 존을 명확히 설정한 다음, 그 타격 존을 빠져나가는 듯한 공은 타격할 생각도 말라.
만약 투수가 계속해서 그런 공만 던진다면, 그냥 삼진을 당하고 다음 타석을 기다리라고. 괜히 안 좋은 공에 쫓기듯 방망이를 휘둘러 봐야 본인의 메커니즘만 흔들리고 좋은 타구도 만들어낼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투수는 기계가 아니고, 다 태준이나 로건, 너처럼 던질 수는 없을 노릇이거든. 투수는 한 승부에서도 실수를 꽤 여러 번 하게 되어 있어. 그건 메이저리거라고 해서 다를 게 없지. 그렇기에 그 실수를 얼마나 놓치지 않고 붙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좋은 타자를 나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 될 수 있겠지.]좋은 투수는 본인의 실투를 얼마나 잘 감추느냐로 판가름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좋은 타자는 투수의 실투를 얼마나 잘 포착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판가름할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따아악-!!!
아주 살짝 가운데로 밀려 들어간 체인지업. 태준은 그 공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잡아당겼고,
방망이에 맞은 공은 마치 물수제비처럼 그라운드를 빠르게 가로질러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그대로 꿰뚫었다.
아주 깔끔한 안타였다.
“허, 제법이잖아? 저 살짝 몰린 공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잡아당겼어.”
그리고 그 안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 안타가 단순히 우연으로 만들어진 안타가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
지금의 안타가 나오기 전, 벤자민 마카키스가 던진 5개의 공, 그중 3구는 보더 라인에 걸쳤고, 2구는 빠졌다.
그리고 빠진 공엔 방망이를 전혀 내지 않았고,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들어온 보더 라인에 걸친 공은 커트하며 승부를 끌었다.
그리고 실투가 나온 그 즉시 뽑아낸 안타.
“그 살짝 몰린 공을 놓치지 않고 받아친다? 타격도 보통 수준이 아닌데?”
“그렇지. 저건 집중력이 보통 뛰어난 것이 아니고서야. 만들어낼 수 없는 타격이겠지.”
감독 이찬열과 이번 시즌 메츠에 새로이 부임한 타격 코치 후안 소토는 동시에 그의 타격에 감탄을 보였다.
그런 상황 속, 1루를 밟은 태준은 배터리의 동향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날 전혀 보고 있지 않네.’
그렇게 계속해서 배터리의 동향을 치밀하게 살핀 뒤 오른쪽 어깨를 2루를 향해 살짝 열었다. 이윽고 투수의 키킹이 이뤄지려 하는 그 순간.
타아앗-!!!
그대로 2루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