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1)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1화(111/210)
111화. 영웅 (1)
많은 야구 선수들이 말한다. 도루의 책임은 포수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오히려 도루는 포수의 책임보다 투수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보인다.
“제아무리 포수의 어깨가 강하고 팝 타임도 짧고 송구도 신속하고 깔끔하다 해도 투수가 주자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답도 없어요. 타이밍을 이미 빼앗긴 상황에 좋은 송구가 나온다고 한들, 달라질 확률은 극히 낮거든요.”
아무리 포수가 도루를 저지하는 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고 한들 투수가 주자에게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겨버린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테니까.
그것이 투수가 타석에 선 타자뿐만 아니라 베이스를 밟고 있는 주자와의 심리전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
또한, 그것은 간혹 몇몇 투수들이 주자가 나가기 시작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 지금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투수, 벤자민 마카키스. 그는 아직 주자와의 심리전에 능숙함을 보이지 않는 투수였다.
‘그뿐만 아니라 포수도 1루수도 2루수도 유격수도 모두 날 의식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태준은 투수로 뛰었었기에, 또 내야수로도 뛰어본 적 있었기에 낌새만 봐도 대략적인 심리의 유추가 가능했다. 태준이 그라운드에 흐르는 기류를 읽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짧았고,
‘투수의 호흡에 집중하면서, 공을 던지려는 조짐이 보이는 그 즉시 뛴다.’
도처에 깔린 단서를 분석하고 결단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도 짧았다. 그렇게 투수가 키킹 동작에 들어가는 그 순간, 태준은 거침없이 2루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촤아악-!
슬라이딩은 한쪽 다리를 구부리며 들어가는 스탠드업 슬라이딩. 투수이기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같은 무모한 슬라이딩은 감행하지 않는다.
“세이프!”
결과는 넉넉한 세이프. 투수도 포수도 내야수도 그라운드 내의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완벽하게 허를 찔러낸 도루 시도의 결과였다.
“오, 방금 마카키스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는데? 저런 도루는 포수가 리암 쿠퍼였어도 막기 어려웠을 거야.”
그런 것들은 당연히 감독인 이찬열의 눈에도 아주 명료하게 띄었다. 그 또한 현역 시절 140개의 도루를 기록한 나름 준족형의 타자 출신이었으니까.
“그래도. 웬만하면 도루는 자제해야지.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다만 태준의 도루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할 필요 또한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태준 이번 시즌 뉴욕 메츠의 계산서에 에이스로서 이름을 올린 선수. 그런 선수가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하다 다치게 되는 일이 생겨선 아니 될 테니까.
태준도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도루 시도를 무리해서까지 시도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럴 필요는 없을 테니까.
‘이태준은 언제든지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주자. 투수에게 그 정도면 의식시키면 된다.’
그저 1루에 있을 때 투수에게 도루에 대한 압박을 줄 수 있을 정도. 그 정도면 충분했으니까.
따악-!
그리고 언제든 주루 플레이는 적극적으로. 가능하다면 한 베이스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결단력.
[과감하게. 하지만 무모하지 않게. 그 적정선을 빠르게 찾을 수 있어야 해. 좋은 주루 플레이는 수비수들을 급하게 만들거든. 그렇게 되면 실수가 나올 확률도 더 높아지는 거고.]태준은 빠른 발을 활용하여 안타가 만들어진 그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고, 3루를 그대로 홈까지 쇄도했다.
“세이프!”
그리고 좌익수의 송구가 도달하기 전, 홈 플레이트를 밟아 팀의 선취 득점을 안길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적응 기간이 딱히 필요하거나 하진 않겠네. 주루 센스도 타고났어.”
그런 태준의 퍼포먼스를 뉴욕 메츠의 감독 이찬열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
야구 팬들에게 2월은 여전히 겨울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연습 경기 소식을 제외하면 즐길 거리가 워낙에 없는 시기였으니까.
그렇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스프링 트레이닝이 이뤄지는 애리조나와 플로리다로 향해 있었다. 또한, 그곳에서 어떤 선수가 두각을 드러내느냐는 제법 흥미로운 관심거리.
기자들도 이를 알기에 연습 경기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을 향해 강한 스포트 라이트를 비추곤 했다.
그런 상황 속, 이태준은 현직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참여한 연습 경기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ㄴ와! 우리 갓태준! 타격도 잘하네?
ㄴ심지어 안타 때려낸 투수가 벤자민 마카키스랑 훌리오 도밍게스; 둘 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풀 타임 소화한 투수들 ㄷㄷ
ㄴ투수로는 대뜸 너클볼을 던지고 타자로는 메이저리거들 상대로 안타 치고 ㄷㄷ 갓태준 폼 미쳤다!
2041시즌을 앞두고 투타 겸업을 천명한 그는 투수와 타자 양측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메이저리그를 휩쓸어낸 괴물,
ㄴ제2의 오타니 쇼헤이 나오는 거냐?
오타니 쇼헤이를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오타니 쇼헤이의 등장 이후 전 세계 야구계의 수많은 유망주 선수들이 투타 겸업에 도전했지만, 그 누구도 오타니 쇼헤이가 보인 퍼포먼스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이태준이 오타니 쇼헤이가 남긴 아성에 도전하고자 했으니,
아직 증명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었겠지만, 한국의 팬들은 태준에게 기꺼이 강한 믿음을 보냈다.
ㄴ이태준이 타자만 잘하면 넘어설 수도 있다! 한 번 가보자!
ㄴ이찬열 아들에 이명준 형인데 타격 재능이 없을 리가 없다! 갓태준! 가보자!
이태준이 써 내려 갈 새로운 전설을.
***
한편,
일본 도쿄에 위치한 한 회의실.
그 자리에 올라온 안건은 곧 치러지는 2041시즌의 WBC에 관한 이야기.
일본이 야구 국제 대회에서 입지를 제법 강하게 다질 수 있던 것도 꽤 오랜 이야기. 당장 2023시즌, 오타니 쇼헤이가 당대 최고의 타자였던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로 스위퍼로 삼진을 잡아낸 그 순간은 여전히 전설적인 한순간으로써 회자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대회 이후로 일본은 WBC에서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다.
2023시즌 WBC가 제대로 흥행을 끌어내며 이후 국제 대회로써 위상을 가지기 시작했고,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공화국, 그리고 미국까지. 초창기와는 달리 타자들뿐만 아니라 투수들까지 출전을 불사했기 때문이었다.
2023시즌 이후 총 다섯 번의 WBC가 열렸고, 일본은 4강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었지만, 챔피언이 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2041 WBC.
이번 WBC야말로 우승을 노릴 수 있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도미니카의 카를로스 멘도사, 미국의 일라이자 해리스, CJ 로버츠가 전부 불참을 선언한 대회. 기회입니다.”
당장 도미니카 공화국의 에이스 투수인 카를로스 멘도사, 그리고 미국 최고의 타자이자 현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자 일라이자 해리스, 에이스 투수, CJ 로버츠 모두 부상으로 인해 일찌감치 WBC의 불참을 선언한 상황. 그것만으로도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었던 상황.
“그리고 지금 일본의 전력은 지난 십 수년간 가히 최고 수준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자체의 전력도 지난 세 번의 대회 때보다 확연하게 좋았다. 그 중심에는 단연 NPB의 괴물 투수 키사라기 유타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구속과 스터프는 가히 최상위 레벨. 그런 선수가 1선발로 버텨주고 있는 지금이라면 17년 만의 WBC 우승도 꿈은 아닐 것이라고.
“그런데···.”
하지만 그런 그들의 계산에 제대로 차질을 빚는 선수가 등장했으니.
이태준. 그의 등장은 마치 예기치 못한 쓰나미와도 같았다.
지금 그 회의 자리에 있는 모두가 평생 야구에 인생 바쳐 살아온 정통한 전문가들. 그렇기에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태준이 만약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보였던 폼을 고스란히 유지한 상태라면, 한국은 의외의 복병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사실을.
“그러면···.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기술 고문, 감독, 코치들 모두가 무거운 표정으로 화면 속 영상을 바라봤다.
뉴욕 메츠 자체적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영상과 스카우트들이 직접 트레디션 필드를 방문해서 촬영한 영상, 그리고 분석 자료.
속구의 평균 구속은 아직 2월이기에 140Km/h 대 후반 즈음으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구속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들, 첨예한 컨트롤과 변화구의 무브먼트, 커맨드는 한국 시리즈에서 보여준 그 극강의 실력에서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았다.
“허, 대체 저 너클볼은 뭐죠···?”
심지어는 새롭게 장착된 무기, 너클볼. 공의 회전을 극한의 수준으로 최소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포수가 미트를 댄 곳에 멀지 않은 곳에 곧잘 집어넣었다.
즉, 어쩌면 2041의 이태준은 한국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을 수립한 이태준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들의 탄식은 더욱이 길어졌다.
“그래도. 이번 우리 사무라이 재팬(일본 국가대표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태준이 좋은 투수인 건 맞지만, 두드리다 보면 결국 열릴 겁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태준을 제외하면, 솔직히 말해서 한국의 국가대표는 사무라이 재팬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WBC 일본 국가대표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화로운 라인 업. 로스터에 등록된 현역 메이저리거만 무려 11명. 그중 키사라기 유타를 포함한 4명의 선수가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
현역 메이저리거가 고작 3명에 그친 한국에 비하면 라인 업 자체는 훨씬 두터웠다.
그저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막막하게 느껴질 뿐, 한국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는 계산이 서 있었다.
“모두 알다시피. 이번 WBC. 국민의 기대가 상당합니다. 미국이나 도미니카 공화국도 아닌 대한민국에게 지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 지금 플로리다에 파견 나가 있는 스카우트들에게 다시금 전달하세요. 이태준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기록하라고.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숨소리까지 귀를 기울이라고.”
대한민국은 이태준만 넘어서면 된다. 그 이상의 계산은 필요 없었다.
***
3월이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왔다.
스프링 트레이닝이 거듭되면 될수록 선수들은 조금씩 조금씩 본인의 기량을 되찾아간다. 타자의 배트 스피드는 스프링 트레이닝 초반 때보다 확연하게 빨라졌고, 투수들의 구속 또한 마찬가지였다.
스프링 트레이닝 초반 때 즈음 140Km/h 후반대 정도로 형성되던 태준의 포심패스트볼 구속도 어느덧 150Km/h를 조금씩 넘어서기 시작했다.
[급할 건 없어. 담금질이란 그런 거야. 딱 4월, 4월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면 된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가면 돼.]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메이저리그의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까지 1달 조금 넘게 남아있었으니까. 지금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 성적보다 자신의 실력이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지 철저히 계산하면서 준비해야 할 때였으니까.
따악-!!!
하지만 투타 겸업을 천명한 만큼 태준은 훈련의 강도 자체는 낮추지 않았다. 캠프에 참여한 그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은 투구 훈련보다는 타격 훈련에 조금 더 치중한 상태였다.
또한, 그런 이태준에게 뉴욕 메츠의 코치들은 일절 지적하지 않았다. 그저 태준의 기량과 가능성, 그리고 방향성 정도만 점검해주고 있었을 뿐. 이는 뉴욕 메츠가 이태준을 그 자체로 완성된 투수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따아악-!!!
따아악-!!!
이어지는 부단한 타격 훈련.
그렇게 공을 다 쓴 피칭 머신 동작을 멈춘 뒤에야 그 훈련이 끝이 났고, 그제야 태준은 방망이를 내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언제나 그렇듯, 그 상황까지 오게 되면 육체는 고단하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후, 오늘도 한 1000개쯤 채운 것 같죠?”
[흐흐, 고생했어. 끝나고 손바닥에 배긴 굳은살 관리하는 거 잊지 말고.]“물론이죠.”
그렇게 자신의 뒤에서 스윙을 계속 지켜봐 준 테드 윌리엄스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오우! 태이줜! 요태카지 스윙한 고야?”
태준과 비슷한 우람한 체격의 한 히스패닉 사내가 서투른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왔다.
그 사내의 이름은 올리버 포스터. 포지션은 외야수. 현재 뉴욕 메츠에서 이태준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유일한 선수였다.
“그렇지 뭐. 시즌 중에는 이렇게 못할 텐데, 체력이 남아있을 때. 감 잡아 놓아야지.”
“하하하! 맞지! 그런데 태준. 네 타격감 너무 좋아. 네 스윙을 보면 말이지. 군더더기를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는 느낌이야. 아마 시즌 들어가도 문제없을 거야. 내 장담할게.”
“오, 포스터. 네 말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겠는데?”
올리버 포스터는 뉴욕 메츠와 9년 3억 3천만 달러에 계약한 타자이자 최근 두 시즌 연속 40개 이상 홈런에 OPS(출루율+장타율)도 1 이상을 기록한 타자. 메이저리그에서도 단연 탑 클래스의 타자였다. 그런 타자의 평가였던 만큼 신뢰도는 한없이 높았다.
“하하! 태준. 만약 네가 시즌 들어갔는데 OPS 0.8을 못 넘긴다? 내가 시즌 끝나고 근사한 스포츠카 한 대 뽑아줄게. 어때?”
“흐, 그거 안 받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네.”
“하하! 내 돈 아낄 수 있도록 꼭 좀 부탁하지! 아무튼. 네 타격 폼은 정말 끝내주는 타격 폼이야. 만약 누군가 네 타격 폼을 지적한다면, 방망이를 머리를 힘껏 후려쳐버려. 그 녀석은 무조건 사기꾼일 테니까.”
“명심할게. 좋은 말 해줘서 고마워.”
또한, 올리버 포스터의 좋은 평가는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어느새 태준의 입가에는 미소가 함박 걸려있었다.
[그럼, 누가 가르쳐줬는데. 당연히 최고의 타격 폼일 수밖에.]타격의 신 테드 윌리엄스의 개인 과외를 받는 태준의 타격은 점점 물이 오르는 중이었으니.
연습 경기에서도 총 22타석에 나와서 볼넷 5개를 얻어냈고, 17타수 7안타, 홈런 1개에 2루타 3개. 입스가 완벽하게 극복된 태준에게 더 이상의 걸림돌은 없었다.
그런 상황 속, 뉴욕 메츠의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전 세계 수많은 야구팬의 이목을 끌어당길 흥미로운 경기가 잡혔다.
[[단독] 일본 국가대표팀, 2월 25일 뉴욕 메츠와 연습 경기] [WBC 한국 대표팀, 이태준도 경기 출전한다.]그것은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석한 뉴욕 메츠의 선수들과 일본 국가대표팀의 연습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