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2)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2화(112/210)
112화. 영웅 (2)
WBC는 MLB 사무국과 선수 협회가 주관하는 대회로 현존하는 야구 국가 대항전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였다.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은 프리미어 12나 올림픽과 같은 대회에 차출을 거부할 수 있지만, WBC만큼은 예외였다.
게다가 상금도 다른 대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 2023년을 기점으로 우승 상금은 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꾸준하게 치솟기 시작했고, 현 대회 총상금은 무려 5400만 달러에 우승 상금만 해도 700만 달러.
비록 여전히 월드컵과 UEFA 챔피언스 리그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확연히 높아진 상금, 야구에 열광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남미, 아시아에 몰려있기 때문에 시청자, 중계권료, 각종 수입이 적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 상금이 의미 있는 수치로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대회에 확실한 권위가 실린 만큼 국내에서도 야구 선수들에 특례를 선사했으니, 2038년에 치러진 11회 WBC부터 3위 이상 올라설 수 있다면, 군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 여전히 한국의 WBC 성적은 지지부진했다.
3위는커녕 4강 진출도 쉽지 않았던 것이 현실. 다른 대회에 달리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는 대회에서 한국은 더 이상 야구 강국이 아니었다.
2023 예선 탈락
2026 8강 탈락
2029 8강 탈락
2032 4위
2035 예선 탈락
2038 8강 탈락
그것이 한국 야구의 현주소.
한국의 야구 팬들도 한국의 국가 대표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4강 정도가 현실적인 목표.
하지만 딱 한 나라, 반드시 이겨주길 바라는 한 나라가 있었다.
ㄴ일본한테 언제까지 지기만 할 거냐?
ㄴ대회 나가면 머하겠누~ 또 일본한테 벽 느끼고 돌아오겠지~
ㄴ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본한테 야구로 이기기 힘들다 ㅠㅅㅠ
E스포츠에서의 라이벌리는 한중전이라면, 야구와 축구에서의 라이벌리는 한일전.
ㄴ인프라 차이가 얼만데 당장 우리나라 고교 야구팀은 100개 남짓인데 일본은 4000개임. 프로 야구 선수 양산하는 고교 팀도 200개가 넘고 ㅋㅋㅋ
ㄴ전국 대회까지 출전하는 한국 고교 야구팀은 50개 정도밖에 안 되고 ㅋㅋ;
ㄴ그 인프라 차이에서 이 정도 차이밖에 안 나는 것도 어쩌면 기적일 수도 있다;
그 상대는 아시아의 절대 강호 일본.
하지만 냉정히 보건대 야구에서의 한일전은 한국의 열세였다. 특히 100% 전력이 출전하는 WBC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이 도드라졌다.
당장 국가 대항전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한 2023년 이후 WBC에서의 상대 전적은 6전 1승 5패. 압도적인 열세였다.
그런 상황 속, 역대급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2041 WBC의 일본 국가대표팀. 한국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바라는 일은 더욱이 요원해졌다고 봐야 했다.
그럴 줄로만 알았다.
한국 대표팀의 한줄기 혜성이 떠오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태준, 한국 WBC 대표팀 참전한다!] [‘원더스의 원더 원’ 이태준, 이제는 ‘코리아의 원더 원’ 되나?]리그 7위, 그로 인해 원더스의 모든 팬이 내려놓았던 우승. 그 기적을 개인의 힘으로 일으켜낸 이태준이라는 이름의 혜성이 번쩍였을 때.
ㄴ원더스 팬입니다. 이태준이라면 진짜 모릅니다!
ㄴ우리라고 뭐 우승할 줄 알았음? 작년 여름 즈음 지나가는 야구 팬 붙들고 “올해는 원더스가 우승합니다!”라고 말하면 정신병자 취급 받기 십상이었음 ㅋㅋㅋ
ㄴ맞지 ㅋㅋㅋ 원더스도 우승시켰는데 뭔들 못하겠냐?
ㄴ한국 국가대표 마지막 우승 2015년 VS 부산 원더스 마지막 우승 1992년 ㅋㅋㅋ
ㄴ킹능성 있다!
한국의 야구 팬들은 다시금 뇌리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미국 야구계가 요동치고,
일본 야구계가 경계하는 그 선수라면,
한국 야구계에 다시금 부흥을 일으킬 ‘기적’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고.
[[단독] 뉴욕 메츠 VS 일본 대표팀 경기 SPOR-TV에서 생중계된다!] [뉴욕 메츠 선발 투수는 이태준! 3이닝 정도 소화 예정] [이태준, 1번 타자로 출격 예정!]ㄴ와! 뉴욕 메츠 vs 일본? 이건 못 참지 ㅋㅋㅋ
ㄴ낮 경기라고? 알빠임? 무슨 일이 있어도 볼 거다!
ㄴ3500만 달러 선수 위엄 드가자~~~~~!!!
***
당연한 말이지만, 본인의 입지가 확실한 메이저리거들은 연습 경기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든 강한 인상을 남겨 코칭 스태프의 눈에 들기 위해 사활을 거는 마이너리거들과 다르게 그들의 연습 경기는 어디까지나 컨디션을 점검하고 기량을 확인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특히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더욱이 그러한 경향이 강했다. 아무리 컨디션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 상태일지라도 어떻게든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관행이었으니까.
그런 상황 속, 태준은 3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 연습 경기에서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선수 중 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연습 경기에서 구태여 전력을 다해서 공을 던지지 않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로지 승리를 위한 투구를 펼친 적이 없었다.
가령 좌타자와의 승부에서 일부러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고 투구를 펼친다거나, 혹은 특정 구종만을 활용해서 투구한다거나. 승리보다는 실험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었다.
다른 이유 없이 그래도 됐으니까. 하지만, 이번 연습 경기에서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기고 싶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상대를 짓이기고 싶었다.
그 의지에 로건 라이트는 조언을 남겼다.
[그런 건 이제 혼자 고민할 필요 없지. 네겐 지금 최고의 우군이 있잖아? 단언컨대 그 녀석이라면 네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있을 거야.]가장 믿을 수 있는 우군, 리암 쿠퍼라면 원하는 답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고. 그러니 리암 쿠퍼를 찾아가라고. 로건 라이트의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 자부심 강한 로건 형님도 리암 쿠퍼와 호흡을 맞출 때만큼은 고개를 가로젓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로건 라이트가 경험했고, 동시에 태준도 최근에 경험하기 시작했던 리암 쿠퍼의 진가.
그간 수많은 전설적인 투수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리암 쿠퍼라면 분명 해답을 내어줄 수 있을 터. 그 길로 태준은 리암 쿠퍼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쿠퍼. 다음 경기에서 허락된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고 싶어요.”
당돌한 것을 넘어서 건방져 보이기까지 하는 요구를. 하지만 리암 쿠퍼는 그런 태준의 맹랑하기 그지없는 요구에 조금의 난색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네 공이라면 못 할 것도 없지.”
오히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
“넌 내가 여태 봐온 최고의 투수니까.”
리암 쿠퍼는 그 대답과 함께 태준의 요구를 받아들었다.
***
리암 쿠퍼에게 최고의 투수는 누구였는가. 그 질문에 리암 쿠퍼는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로건 라이트. 여태 그를 넘는 투수는 없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강의 팔색조 투수라고 평가를 받는 로건 라이트. 바로 그 투수라고.
“로건 라이트는 투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투수였습니다. 변화구 컨트롤, 마인드 컨트롤, 나무랄 데가 없죠. 다른 투수는 스트라이크 존에 넣고 빼는 것도 어려워하는 커브마저 정교하게 로케이션할 수 있는 투수였는데, 그런 로건 라이트가 만약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그건 로건 라이트의 문제가 아니었을 겁니다. 분명 그의 공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포수의 문제였을 테죠.”
비록 빠른 공은 가질 수 없었지만,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갖춘 투수. 그런 로건 라이트와 호흡을 맞췄던 것은 리암 쿠퍼에겐 다신 잊을 수 없을 짜릿한 경험이자 선수로서 누릴 수 있던 최고의 영예였다.
“하지만, 앞으로 제 평생에 로건 라이트만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다시 만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로건 라이트와 호흡을 맞췄던 것은 오랜 멍울로 남아 있었으니, 누군가 만약 리암 쿠퍼에게 야구 선수로서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는 또 한 번 일말의 고민 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전성기의 로건 라이트와 호흡을 맞춰보는 것. 그와 함께 월드 시리즈를 제패하는 것.”
리암 쿠퍼가 호흡을 맞췄던 로건 라이트는 이미 전성기에서 꺾여 내려온 이후의 로건 라이트. 그렇기에 짙게 드리운 아쉬움.
‘전성기 시절의 로건 라이트는 어땠을까.’
포수로서 좋은 투수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그 갈망. 리암 쿠퍼는 그 갈망을 십수 년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
그리고 지금, 그 오랜 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전성기의 로건 라이트. 평생에 그리던 그 투수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으니.
퍼어엉-!!!
“스트라이크!”
어쩌면, 전성기의 로건 라이트보다도 더 빼어난 실력을 지닌 투수가!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리암 쿠퍼에게 이태준은 그런 투수였다.
2월 25일, 본격적인 WBC의 개막을 앞두고 치러지는 일본 국가대표팀과의 연습 경기.
“좋았어! 리! 네 투구! 역시 최고라고!”
그 경기는 일본 국가대표팀의 선두 타자의 삼진과 함께 시작됐다.
***
그렇게 태준이 리암 쿠퍼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본의 타자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려 가는 현장, 플로리다의 트레디션 필드.
그곳에 태준에게 아주 익숙한 얼굴의 인물이 방문해 있었다.
이제는 은퇴하고서 야인으로 물러나 있던 전 부산 원더스의 에이스 투수, 정준이었다.
“오우, 역시 태준이. 연습 경기에서도 진심으로 던지네.”
그는 이번 KBC 방송사의 2041 WBC 특별 해설 위원으로 초빙되었고, 대회가 열리기에 앞서 먼저 플로리다에 입국했었다.
“감독님. 저런 투수 데리고 우승 못 하면 안 됩니다? 아시죠?”
그런 정분의 옆에는 선수로서 그보다 8년 선배이자 현 WBC의 지휘관을 맡게 된 박찬섭 감독이었다.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박찬섭 또한 정준과 마찬가지로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적 있었던 투수 출신. 그런 인물이 이태준의 진가를 모를 리는 만무했다.
“아무렴. 안 그래도 이태준이 나와줘서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는 요즘이다.”
오히려 이태준의 혜성과도 같은 등장에 숨을 돌릴 수 있던 참이었다. 대표팀에게 이태준의 합류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그래서, 찬섭이 형. 태준이 어떻게 쓸 생각이야? 타자로 쓸 거지?”
하지만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한들 지휘관은 박찬섭. 박찬섭 감독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갈릴 수 있는 것이 야구.
이태준을 에이스 투수로 여겨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팀과 맞붙게 하는 것은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매한가지였을 터.
문제는 타자였다. 이태준을 타자로 활용하려면 지명 타자 슬롯을 할애해야 했을 터인데 경쟁 대상이 이번 시즌 KBO에서 타율 0.332에 25개의 홈런을 때려낸 대구 썬더스의 우타 빅뱃 장동호. 그런 타자를 밀어내고 태준을 지명 타자로 선뜻 기용하기엔 아직 태준이 보여준 표본이 너무 적었다.
“글쎄···. 그건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 아직 장동호가 7 이태준이 3. 그런 느낌이야.”
지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마이클 베넷을 상대로 거둔 4타수 4안타 경기.
그리고 트레디션 필드에서 치러지는 연습 경기에서 거둔 나쁘지 않은 성적.
분명 타자 이태준도 고려의 대상이었겠지만, 아직 보여준 게 훨씬 많은 장동호가 박찬섭 감독에겐 조금 더 계산이 서는 선수.
“그래? 사실 나는 태준이가 동호보다 더 잘할 것 같았거든. 그래도 선수 기용 문제는 형 재량이니까. 길게 말은 안 할게.”
정준은 태준과 같은 팀에서 뛰었었기에, 그가 갖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믿고 충분히 도박 수를 던져봐도 괜찮다고 생각했겠지만,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는 걸 알기에 그 이상의 간섭은 하지 않았다.
‘뭐, 7 대 3이라 했었나? 그 정도 차이라면···. 어쩌면 오늘 연습 경기에서 뒤바뀔지도 모를 일이겠네.’
자신이 믿는 태준이라면 박찬섭 감독이 지켜보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것이 있었기에.
그렇게 정준과 박찬섭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태준은 1회 초, 일본 국가대표팀의 공격을 KKK, 3연속 탈삼진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