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3)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3화(113/210)
113화. 영웅 (3)
유니폼은 부산 원더스의 유니폼이 아닌 뉴욕 메츠의 유니폼.
상대도 KBO의 선수들이 아닌 현역 메이저리거와 NPB에서도 가히 최강의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로 구성된 일본 국가대표팀.
그런 상황에서도 태준의 투구는 한국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고,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선두 타자에 이어 2번 타자도 삼진.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어서 3번 타자까지 삼진. 이닝의 세 개의 아웃 카운트를 전부 삼진으로 잡아낼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세 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태준이 기록한 투구 수는 고작 11구.
그야말로 상대를 압도한 뒤 태준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런 태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로건 라이트가 왜 그렇게까지 리암 쿠퍼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지 새삼 느껴볼 수 있었기에.
“타자의 심리를 이렇게까지 빠르게 읽어내고, 최적의 볼 배합을 도출시킬 수 있을 줄이야···.”
태준도 나름 자신도 상대와의 심리전과 볼 배합을 구상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넓었고, 경지는 더욱이 심오했다. 리암 쿠퍼의 볼 배합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한 차원 높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 나도 무슨 감정인지 잘 알지. 나도 저 녀석과 호흡을 맞췄을 때. 딱 그 감정이었거든.]“그렇네요. 리암 쿠퍼가 아직 은퇴하기 전에 만날 수 있게 된 건, 제겐 너무도 큰 행운이었네요.”
그런 포수와 함께 배터리로서 호흡을 맞춰볼 수 있는 것은 투수에게 있어선 크나큰 행운. 덕분에 2041시즌을 앞둔 태준의 자신감엔 불이 화르륵 붙을 수 있었다.
또한, 그 생각은 홈 플레이트에서 그의 공을 받았던 리암 쿠퍼 또한 공유하는 생각. 리암 쿠퍼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준에게 다가가 말했다.
“하하하!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넌 역시 최고의 투수였어!”
그리고 호탕하게 웃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요구하면 100%, 아니 200, 300%의 기량으로 응답하는 투수.
그런 투수를 십수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금 만날 수 있었기에.
“올해, 한번 제대로 불태워 보자고.”
“아무렴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서로의 주먹을 맞대며 기분 좋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배터리.
한편 그들의 모습을 허망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허, 뭐 저런 투수가 다 있어···?”
그들은 일본 국가대표팀의 타자들.
방금 태준에게 KKK로 휩쓸려 나갔던 선수들이었다.
***
2041 WBC를 앞둔 일본 국가대표팀은 가히 최정예 군단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당장 타선에서 지난 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32개의 홈런을 때려낸 아오키 렌, WBC 특별 규정으로 합류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주전 코너 외야수, 앤드류 헤이스를 비롯한 현역 메이저리거가 6명.
지난 시즌 NPB에서 0.348의 타율과 40-40클럽을 달성한 제2의 스즈키 이치로, 키무라 카이토까지. 우승 후보인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의 타선과 견주어도 크게 밀리지 않는 타선을 구축해놓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 속, 일본 팬들의 이번 WBC를 향한 기대는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전설의 1군’이 완성되어 있었으니까.
그런 일본 국가대표팀은 뉴욕 메츠와의 연습 경기에서 모든 주전 선수가 모두 집합한 상태였다.
또한, 경기에 나선 그들은 연습 경기라고 설렁설렁 임하지 않았다.
전력 분석원이 준비해둔 자료를 꼼꼼하게 파악했고, 그와의 승부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하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참담했다.
앤드류 헤이스도 아오키 렌도 일본이 자랑하는 메이저리거들 모두 이태준에게 삼진으로 가로막혔다.
그것도 끈덕지게 승부를 늘어뜨린 끝에 당한 삼진이 아닌, 4구 삼진, 4구 삼진, 3구 삼진.
심지어 3번 타자로 나선 아오키 렌은 3연속 헛스윙이라는 치욕적인 결과를 안은 채 타석에서 물러나야 했다.
“뭐, 뭐야. 디셉션이 저 정도였다고···?”
단순히 변화구의 커맨드와 구위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투구의 인터벌의 변주, 공 숨기기. 태준의 디셉션은 도저히 읽어낼 수 없을 정도로 난해했다.
“그뿐이야? 무슨 공을 던질지 당최 심리를 읽을 수가 없어.”
거기에 더해지는 리암 쿠퍼의 볼 배합. 이태준이라는 이름의 성벽을 더욱이 드높였다.
그렇게 앞선 타자들이 침음을 삼키는 중 5번 타자 키무라 카이토가 타석에 섰다.
키무라 카이토.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의 3루수로 신장 180cm에 체중도 85kg으로 야구 선수치고는 크지 않은 체격을 가졌지만, 태준보다 한 살 어린 24살의 나이로 타율 0.348에 OPS(출루율+장타율) 1.153, 45홈런 41도루로 NPB 리그 MVP를 석권한 타자.
일본 내 그의 위상은 타자 버전 키사라기 유타. 그만큼 기대치가 높은 선수였다.
부우웅-!!!
그런 그의 별명은 ‘미스터 풀스윙’.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살벌하게 돌려대는 그의 방망이는 보통의 투수들은 움츠러들 수 있을 정도.
그리고 그 타자에게 한국의 야구 팬들은 안 좋은 경험이 있었다.
그것은 작년 2039시즌에 치러진 WBSC 프리미어12에서의 한일전 경기.
때는 2039년 WBSC 프리미어 12의 결승전.
차세대 슈퍼스타 이명준의 약진, 그리고 국내로 복귀한 사이 영 레이스 2위 출신의 정준.
비록 전력상으로 열세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두 명의 선수의 존재는 한국 팬들에게 열세를 뒤집을 기적을 기대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한 타자에 의해 철저하게 와해 되고 말았다.
[키무라 카이토 연타석 홈런! 정준마저 함락시키다.] [세월은 이기지 못하는 건가? 정준, 3이닝 만에 6실점 강판]그 당시 22살의 신예에 불과했던 키무라 카이토는 부산 원더스의 영원한 전설이자 대한민국의 절대적 에이스 투수였던 정준에게 연타석 홈런을 때려냈고,
그렇게 한국은 결승전에서 11 대 2의 완패.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 치욕적인 경기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정준은 은퇴를 선언했고, 키무라 카이토는 NPB 최강의 타자로 거듭나 있었다.
‘키무라 카이토. 스윙만 보면 마구잡이식으로 풀스윙을 갈기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타이밍을 잡는 능력이 귀신 같은 타자. 초인적인 동체 시력과 타고난 감각으로 어떤 구질이든 두세 번 확인하고 나면 타이밍을 읽어낼 줄 아는 타자다.’
일본 대표팀 감독, 후지타 료타의 언사에 따르면 ‘스즈키 이치로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를 합쳐놓은 느낌의 타자’. 물론 NPB 슈퍼스타를 띄워주기 위해 조금 과장해서 말한 것일 테지만, 플레이 스타일만 놓고 보면 그 말이 딱 맞았다.
정교함과 파워를 고루 갖춘 완성형의 타자. 현역 메이저리거와 충분히 대등한 실력을 지닌 타자였다.
태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와의 승부를 쉽게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였다.
리암 쿠퍼는 태준에게 특정 구질에 대한 사인을 보냈다. 그 사인을 태준은 그 순간,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그려 넣을 수 있었다.
‘마치 기계처럼 공을 쫓을 수 있다고? 과연 그게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까?’
이윽고 그립을 쥐었다. 엄지와 약지, 소지로 공을 감싸고 남은 두 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리고 공을 밀어 넣었다. 필 니크로의 너클볼. 그것은 오늘 경기에서 아직 던진 적 없는 구질이었다.
그리고 NPB에서는 너클볼을 구사하는 투수가 아쉽게도 단 한 명도 없었다.
부우웅-!!!
아무리 기계와 같은 감각을 지닌 타자라 할지라도 그 낯선 구질을 초구부터 감각적으로 받아치는 것은 어려운 일.
일단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것을 인지하는 키무라 카이토는 있는 힘껏 풀스윙을 휘갈겼지만,
퍼어엉-!
아쉽게도 공은 그의 방망이를 유유히 지나쳤으니,
모든 바람에 영향을 받는 구질, 너클볼.
그것은 키무라 카이토의 호쾌한 스윙이 일으키는 바람에도 나부끼며 그대로 리암 쿠퍼의 미트 속으로 안길 수 있었다.
낯선 투수가 던지는 한없이 낯선 구질. 방망이를 크게 헛돌린 키무라 카이토.
그는 입술을 짓씹고는 마운드 위의 투수를 노려봤다.
180cm의 작은 신장(물론 야구 선수 기준)에서도 뿜어지는 강한 아우라. 그 짙은 전운이 마운드까지 도달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으, 표정 하나 살벌하네. 그렇게 기분이 더러워질 공이었나?] [뭐랄까. 너클볼이 그래. 처음 만나게 될 땐 아주 골치 아파지는 구질이지. 그리고 투수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마 저 꼬맹이 녀석. 적잖이 언짢았을 테지.] [그건 그냥 테드. 너처럼 성격이 독해서 그런 거 아냐?] [선수에게 성격이 독한 건 강점이지. 아마 예컨대 저 녀석은 너클볼에 완전히 당해버린 데 자존심이 꽤 상했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어디 그 병신같은 공을 또 던져봐라. 내 이번에는 반드시 때려버릴 테니까!’라고.]테드 윌리엄스의 말마따나 키무라 카이토는 자신의 실력이 자부심이 가득한 선수였고, 당연히 자존심 또한 강했다.
그런 선수가 고작 시속 65마일, 105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느린 공에 꼴사납게 방망이를 헛돌린 셈이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을 터.
스트라이크를 빼앗긴 그는 마운드 위에 선 태준을 지긋이 노려봤고, 태준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마치 ‘그래서 어쩔 건데? 그렇게 노려본다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라고 맞받아치듯이.
그런 상황 속, 태준은 리암 쿠퍼의 사인을 확인한 뒤 곧바로 자세를 다잡았다. 이윽고 던졌다. 직전과 같은 구종. 너클볼을.
딱-!
그리고 키무라 카이토는 이번만큼은 그 공을 건드렸다. 하지만 태준의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방향이었고, 결과는 파울.
그것으로 노 볼 투 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타자는 이미 너클볼에 휘둘린 상황에 태준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다채로웠다. 즉, 압도적으로 유리한 승부.
그 승부에서 태준은 완벽한 압승(壓勝)을 위한 신호를 리암 쿠퍼로부터 받아들었고,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윽고 거침없이 공을 흩뿌렸고, 그 순간 내리꽂는 팔의 힘과 밀어내는 손끝의 감각은 평형을 이룬다.
태준의 역동적인 투구 동작에서 뿜어져 나온 구질을 키무라 카이토는 본인의 초인적인 동체 시력을 통해 간파했다.
움직이지 않는 실밥. 이번에도 너클볼이었다. 3연속 너클볼. 그리고 그 공의 방향은 스트라이크 존 안팎. 자존심 강한 타자 키무라 카이토는 3연속 같은 구질에 당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마치 토네이도가 몰아치듯 그의 방망이는 호쾌하게 돌아갔다.
‘아!’
그 찰나의 순간. 키무라 카이토는 아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패배를.
너클볼은 회전을 억제하는 구질이기에 빠를 수 없다. 그렇기에 회전에 가미되는 너클볼은 최악의 배팅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태준이 구사하는 너클볼은 느리지 않았다.
부우웅-!!!
그렇게 눈 깜짝할 새 키무라 카이토의 방망이는 이번에도 맹렬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랐고.
퍼어엉-!!!
여전히 불규칙한 변화가 담긴 그 공은 그대로 리암 쿠퍼의 미트 속에 안겨 들어갈 수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구 삼진.
3연속 너클볼에 정준을 함락시켰던 NPB 최강의 타자가 3연속 헛스윙, 3구 삼진이라는 꼴사나온 성적표를 받아드는 순간.
그는 멍한 표정으로 구속이 기록된 전광판을 바라보았고,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83.7mile/h]‘83.7마일’
km로 환산하면 ‘134.7km’.
태준이 구사한 마지막 너클볼.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의 너클볼이었다.
[ 일본 VS 뉴욕 메츠]ㄴ방금 공 뭐임? 설마 저거 너클볼이었음? 83.7마일인데?
ㄴ어, 어케 했누···? 너클볼 연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면서;
ㄴ완전 RA 디키 앵그리 너클볼인줄;
ㄴ갑자기 완성도 개쩌는 너클볼 구사하는 것도 모자라 빠른 너클볼까지 장착하는 이태준···. 당신은 도대체···?
ㄴ지나가는 원더스 팬입니다. 익숙해지세요. 이태준 원래 저런 투수입니다 ㅋㅋㅋ
ㄴ느껴지실 겁니다. 차원이 다른 성장의 속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