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5화(115/210)
115화. 천적 관계 (1)
수많은 이들이 말한다. 야구는 기세가 정말 중요하다고.
기세를 타면 약자도 승자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그 기세를 가져오기 위해, 혹은 지키기 위해 선수단과 감독, 코치들은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곤 하며, 그 기세를 위한 온갖 수단을 전략, 혹은 전술이라 일컫는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국가대표팀이 내건 전략은 이태준으로부터 기세를 뺏어오는 것.
오늘 뉴욕 메츠의 선발 투수로 예정되어있는 이태준은 WBC 같은 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투수. 넘어서 대한민국의 중심.
‘결국, 한국을 확실하게 이기기 위해선 이태준, 저 녀석을 꺾어내야 한다.’
아무리 일본 국가대표팀의 전력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전력보다 객관적으로 강하다 할지라도 ‘이태준의 대한민국’은 분명 변수가 될 수 있었을 테니.
그것이 비록 연습 경기였을지라도 라인 업을 전부 주전 선수들로 채워 넣은 이유.
선수들도 감독의 지시에 따라 이태준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었다.
‘그래야 했을 터인데···.’
하지만 그런 그들의 전략은 철저하게 부정당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회부터 이어지던 탈삼진의 향연. 그것은 3회에 이르러서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거세게 몰아쳤으니,
1회부터 2회까지가 상위 타선이었다면, 3회에 준비되어있는 타자들은 7, 8, 9번의 하위 타선.
일본 국가대표팀이 자랑하는 메이저리거들과 키무라 카이토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넘어선 상황이었음에도 태준은 방심은커녕 빈틈없는 압박을 이어나갔다.
「삼진! 삼진입니다! 뉴욕 메츠의 에이스이자 WBC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에이스 이태준 선수가 일본의 타자들을 추풍에 낙엽 쓸 듯 쓸어내고 있습니다!」
「벌써 8개째 삼진인데요. 그중 4번이 3구 삼진, 5구를 초과한 승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속전속결! 대한민국의 에이스 투수가 이렇게나 강합니다!」
그 숨이 막힐 듯한 압박은 조금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그것은 일본 타자들의 표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던 부분.
퍼어엉-!
“스트라이크!”
3회 초, 일본의 아홉 번째 타자, 니시무라 히로시. 나름 NPB에서 3할 타율을 기록했던 타자.
이미 앞선 여덟 명의 타자가 차례차례 삼진을 쓰러져가던 것을 봐왔던지라 잔뜩 짓눌려 있던 상황 속에 맞닥뜨리는 태준의 투구.
‘젠장, 커브가 이렇게 구석진 곳에 로케이션되면 날더러 어쩌라는 거야?’
그의 변화구 제구는 역시나였고,
‘허, 게다가 타격 전까지 무슨 공을 던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디셉션이 까다롭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피치 터널의 구조와 디셉션은 상상을 초월했다. 거기에 더해지는 변칙적인 투구 인터벌.
부우웅-!!!
퍼어엉-!!!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애초에 이태준이라는 투수는 스카우팅 리포트로 규격화할 수 없는 투수. 자료를 통해 분석해본 이태준과 직접 상대해본 이태준은 말 그대로 한 차원이 달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렇게 태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닝, 3이닝을 마치고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피안타나 사사구 하나 없이 아홉 개의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막아내고서.
“고마워요. 쿠퍼. 덕분에 3이닝 9K.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 전 목표했던바, ‘자신에게 허락된 아웃 카운트 전부를 삼진’을 이룬 태준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한 건 이미 완성된 끝내주는 케이크 위에 체리 하나 올려둔 것 뿐이야.”
“다행히도 전 케이크 위에 체리를 보기 좋게 얹은 것을 꽤 좋아합니다.”
“크흐흐, 그건 앞으로도 걱정하지 마. 세상에서 체리 얹는 걸 나보다 잘하는 셰프(포수)는 아마 없을 테니까.”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믿을 수 있는 포수와 만들어낸 협작품. 태준은 2041시즌의 밝은 미래를 오늘의 연습 경기를 통해 더욱 선명한 형태로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러는 한편 일본 국가대표팀의 더그아웃은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
이태준에게 전부 삼진을 당한 아홉 명의 타자들. 그리고 통한의 2루타를 내어준 키사라기 유타, 감독과 코치들 전부.
‘후, 이거···. 아무래도 판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겠는데···.’
그 3이닝의 결과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
WBC.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협회가 주관하는 국가 간 국제 야구 대회. 세계 야구 최강국을 결정짓는 대회로써, 2041시즌 현재에 이른 지금, WBC는 현존하는 야구 국가 대항전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 각국 최정상급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대거 참전하는 유일한 대회이다.
하지만 그 대회가 처음부터 그런 위상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당장 WBC 초창기 당시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거들은 자국의 위상보다 본인의 안위를 더욱 중요시했고, 대회 일정에 맞춰서 몸을 만들어 놓지 않고 설렁설렁 임했다.
그리고 팬들도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부상을 염려하며 선수들의 WBC 참전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2023시즌, 야구의 세계화라는 목표를 두고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와 구단과의 대화를 통해 메이저리거의 참여도를 높였고,
그 결과 2023시즌의 WBC는 메이저리그 계약 신분의 선수만 무려 332명이 참여했고, 그중 40인 로스터 선수만 186명, 올스타 출신 선수는 67명, MVP 수상자만 8명에 달하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 권위의 야구 국가 대항전으로서의 형태를 띨 수 있었다.
또한, 본선 이후 매 경기 매진, 폭발적인 SNS에서의 반응, 기념비적인 시청률의 급상승 등 흥행에서도 성공.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바라던 야구의 세계화는 제법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2041시즌의 WBC의 흥행 여부 역시 흐름이 썩 괜찮았다.
특히 한국에서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이태준 앞에 침묵하는 ‘사무라이 재팬’, 3이닝 무실점 9K 완벽투!] [키사라기 유타에게 2루타! 이태준 타격감까지 폭발하나?] [과정과 결과 모든 것이 완벽했다! Korea의 슈퍼스타 이태준, 2041 WBC의 슈퍼스타 될까?] [뉴욕 메츠의 성공적인 투자! 이태준, 일본 국가대표팀을 침몰시키다!]국내외를 막론하고 연일 쏟아지는 기사.
그 중심에는 이태준이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게 흘러갈 수도 있겠어.”
그 흐름을 흡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나이는 50대 즈음 되어 보이는 중년의 백인 사내, 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 헨리 브룩스였다.
심판을 고용하고 마케팅, 텔레비전 계약을 협상하는 등 메이저리그의 경영 최고 책임자인 그는 이번 2041 WBC의 흥행을 위해 밤낮 없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 나타난 이태준이라는 한국의 야구 선수.
프로 데뷔 이후 약 4시즌하고도 절반가량을 야구 변방 리그인 KBO에서, 그것도 2군에서도 헤매던 선수가 피워내기 시작한 강렬한 불꽃.
14연속 타자 탈삼진, 한 경기 9이닝 20K, 한국시리즈에서 수립한 퍼펙트게임, 페넌트레이스 80이닝, 포스트 시즌 34이닝, 총 114이닝 미스터 제로.
전성기 시절의 로건 라이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구종 구사 능력과 정교한 제구력, 거기에 더해지는 최고 95마일가량의 포심패스트볼.
터프한 멘탈, 평정심, 고도의 심계 등 투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춘 투수.
동시에 슬금슬금 비치기 시작하는 타격 재능.
이번 시즌 뉴욕 메츠와 1년 3500만 달러 계약에 성공한 자타공인 S급 선수.
게다가 아무리 연습 경기라 할지라도 메이저리그의 중위권 팀과 비슷한 수준이라 평가 되는 일본 국가대표팀 상대로 거둔 3이닝 퍼펙트 9K.
“한 선수에게 이렇게까지 기대가 됐던 게 대체 얼마만인지···.”
커미셔너 헨리 브룩스가 그 선수에게 거는 기대는 제법 컸다.
“오타니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군.”
메이저리그의 한 시절을 풍미했던 전설적인 야구 선수를 떠올리게 했을 정도로.
2023 시즌의 WBC. 거기서 오타니 쇼헤이가 펼친 극강의 퍼포먼스.
결승전 무대 마지막 승부. 오타니와 트라웃의 승부는 한 명이 야구인으로서 정말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선수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헨리 브룩스는 이태준에게 그 전설적인 선수의 향수를 어렴풋이 느껴보고 있었다.
다가오는 3월. WBC의 개막을 기다리면서.
***
3월.
태준도 본격적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번 WBC는 예선전부터 미국에서 치러지기에 태준과 같은 메이저리거들이 느낄 부담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선 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니,
이번 WBC 국가대표로 차출된 부산 원더스 소속의 선수는 총 세 명.
“어이! 이태준이. 이게 얼마만이여. 이야, 미국물 좀 먹더니 몸이 더 커진 것 같아?”
“흐흐, 건우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부산 원더스의 주장이자 코너 외야수, 채건우.
“여기서 얼굴 보니 또 반갑네. 그간 잘 지냈어?”
“네, 잘 지냈습니다. 주형 선배님도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부산 원더스의 마무리 투수 박주형.
그 둘은 KBO에서 내로라하는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었으며, 그 덕택에 WBC의 국가대표 선수로 뽑혀온 선수들.
다만 한 사람은 그 두 명과는 다른 이유로 선정된 선수.
“선배님들 혹시 정근이는 어딨어요?”
송정근.
그는 실력으로 차출된 선수가 아니었다. 오로지 이태준의 전담 포수로 뛸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국가대표로 뽑혀왔던 것.
“걔? 아마 훈련장에 있을걸? 걔 미국 온 뒤로 계속 거기서 살더라.”
아무래도 부족한 실력으로 국가대표로 차출된 탓인지 송정근을 향한 여론은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았고, 아직 25살. 어린 선수인 송정근은 선수단과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에휴, 안 그래도 된다고 해도 말을 안 들어. 뭐, 이해는 된다만.”
매일매일 단체 훈련이 끝나는 그 즉시, 타격 훈련장에서 부단히 방망이를 휘두르는 중이었다.
“나중에 네가 한 번 이야기 좀 해줘. 부담 내려놓아도 된다고. 아마 네 이야기라면 귀담아 들어주지 않을까?”
“네, 그래야겠네요.”
자신의 전담 포수이기도 했고, 또 이번 국가대표 일정의 룸메이트이기도 했으니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눌 필요성이 느껴졌다.
다만, 그 전에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선수단과의 가벼운 미팅 후 태준이 향한 곳은 감독실.
“다시 보게 돼서 반가워. 네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어.”
그곳에서 박찬섭 감독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일전에 트레디션 필드에서 만나 가볍게 대화를 나눈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감독실에서 본격적으로 미팅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감사합니다.”
“준이도 그렇고, 다른 코치, 선수들도 그렇고 널 두고 나오는 이야기는 다 좋은 이야기들뿐이더라. 실력도 좋고 자세도 좋고. 분명 국가대항전 경기에서도 제 역할 반드시 해낼 수 있을 선수라고. 나 역시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기대에 부응해보겠습니다.”
태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야구인들, 그리고 팬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막중한 책임감을. 박찬섭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코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결정을 내렸다. 이태준. 이번 WBC에서의 네 역할은···.”
또한, 그것은 증명의 기회였으니.
“에이스 투수인만큼 예선전에서는 일본전의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될 거야. 그리고 지명 타자로 3번 타자를 맡게 될 거야.”
가슴팍에 태극 마크를 달고서 뛰게 될 이태준의 역할.
“3번 타자요···?”
그것은 에이스 투수임과 동시에 중심 타선의 타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