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6화(116/210)
116화. 천적 관계 (2)
사람들은 말한다. 감독의 성향을 알아보는 데 가장 직관적인 자료는 타순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라고.
어떤 타순이 가장 효율적인 타순인지에 대한 연구는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으며, 그 연구에 따른 이론도 가지각색이며,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감독의 자세 역시 다양하다.
전형적인 올드 스쿨의 야구관을 유지하며, 1번 타자는 발 빠른 타자, 2번 타자는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타자, 3번 타자는 팀 내 최고의 교타자, 4번 타자는 팀 내 최고의 타자를 배치하는 감독도 있을 테고,
철저한 세이버메트리션의 이론에 근거하여 2번과 3번에 팀내 최고의 타자를 배치하고 그다음부터 실력대로 차례차례 나열하는 감독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 속, 박찬섭 국가대표 감독은 세이버메트릭스를 중요시하고 또 타선의 짜임새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맥락 없이 타선을 짜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가령 출루가 강점인 타자 뒤에는 반드시 장타력을 갖춘 타자를 배치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장타력을 갖춘 타자 앞에 출루율이 좋은 타자를 배치한다.
그리고 1~3번 타선, 4~6번 타선, 7~9번 타선의 유기성을 중요시하게 여겼다.
그런 박찬섭 감독의 성향을 미뤄볼 때, 3번 타자 이태준이 시사하는 바는 너무도 명징했다.
“1번 타자 유진성, 2번 타자 이명준, 3번 타자 이태준. 1차전인 네덜란드 경기부터 이렇게 나갈 거다.”
게다가 선발 투수로 내정된 경기가 아닌 1차전인 네덜란드와의 경기부터 계획되는 출전.
그것은 태준을 단순히 에이스 투수임을 넘어서 국가대표 타선의 중심 타자로 인정한다는 것.
“제가 3번 타자···.”
솔직히 말해서, 예상하기 힘들었다.
자신은 투수로서는 충분한 증명을 끝마쳤지만, 아직 타자로는 보여준 것이 한없이 적었기에.
반면에 같은 지명 타자 포지션의 장동호는 약 7~8시즌가량을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선수.
그런 선수를 제친 것뿐만 아니라 다른 타선의 쟁쟁한 선수들마저 밀어내고 3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는다는 건 예상하기 어려운 일.
“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연습 경기 성적을 훑어봤다. 상대 투수가 메이저리거든 마이너리거든 강속구 투수건 기교파 투수건 크게 구별 없이 잘 때려내고 특히. 100마일이 넘어가는 강속구를 상대로도 전혀 약한 모습이 없었어.”
길지 않았지만, 이번 연습 경기에서 꽤 많은 메이저리거 투수들과 상대를 해왔고, 밀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기록 자체도 좋았으며, 연습 기간 내내 삼진 하나 당한 적 없다는 것 또한 유효하게 작용 됐다.
“그리고. 키사라기 유타를 상대로 그런 승부를 펼칠 수 있는 타자는 단언컨대 국내 레벨에서 손에 꼽는다. 아니, 아마 명준이를 제외하면 그럴 수 있는 타자는 없을 거야.”
결정적으로 지난 일본 국가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일본의 특급 괴물 투수, 키사라기 유타를 상대로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뽑아낸 배럴 타구 2루타.
“류남선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 태준이 넌 어떤 직책을 맡기더라도 분명 최선의 결과를 만들 선수라고. 또 준이랑 건우도 같은 말을 하고”
거기에 원더스에서 함께했던 이들의 굳건한 믿음까지.
그 모든 것들이 작용하여 태준은 박찬섭 감독으로부터 주전 지명 타자 자리와 중심 타선의 중책을 하사받을 수 있었다.
“만약, 부담스러울 것 같다면, 지금이라도 말해. 네 자리는 다른 선수로 메꿔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찾아온 기회.
“아뇨, 그러실 것 없습니다.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
태준은 언제나 그래왔듯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꽉 붙들고자 했다.
“감독님의 믿음, 그리고 선택이 틀리지 아니했음을 반드시 증명해내겠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이들만이 승자로 기억된다.
태준은 이번 2041시즌 WBC의 승자가 되고자 했다.
***
서서히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 배팅 케이지에서 태준은 송정근과 만날 수 있었다.
“고생 많네. 건우 형이 그러던데. 요즘 여기서 산다면서?”
태준의 말에 송정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흐, 열심히 해야지. 네가 말했잖냐. 어떤 형태든 일단 기회가 오면 어떻게든 붙들라고. 나도 그 기회 좀 붙들고 싶다.”
송정근의 그 말에 태준은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렇잖아? 솔직히 내가 국가대표를 실력으로 온 게 아니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 작년 겨울에 우연히 네 너클볼을 받아 보고 그 덕택에 기회를 받은 것뿐이지.”
송정근의 말마따나 엄연히 따지면, 송정근의 국가대표 승선은 실력만으로 이룬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 4시즌 동안 1군과 2군을 들락이던 백업 포수였고, 2040시즌 태준과 함께 1군 무대에서 스텝 업을 이루며 여전히 포수 기근인 KBO에서 주전 레벨의 포수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딱 그 정도였을 뿐. 국가대표 레벨은 아니었다.
다만, 지난겨울. 태준이 아직 뉴욕 메츠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이전, 한국시리즈 종료와 함께 습득한 너클볼을 받아봤다는 이유. 기껏해야 반 시즌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가대표의 에이스인 태준과 좋은 호흡을 이뤄본 포수라는 이유. 그 두 가지 이유로 송정근은 부족한 실력으로도 국가대표에 승선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승선을 두고서 수많은 국내 야구 팬들의 갑론을박이 있었다.
ㄴ아니, 다른 팀 주전 포수들 거르고 송정근? 이거 맞음?
ㄴ캬~ 정근이는 좋겠네~ 친구 잘 둬서 국가대표도 뽑히고!
ㄴ그냥 운으로 뽑힌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ㅋㅋㅋ
송정근의 부족한 실력과 커리어를 지적하며 그의 대표 승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
ㄴ송정근 수비 좋은 건 다 알잖아? 게다가 후반기부터 나와서 원해솔 빈 자리도 잘 메꿔서 WAR(승리 기여도)도 1.3이나 찍어줌. 지금 포수 풀 망가져서 리그에 1.3보다 높은 포수 5명밖에 없는 거 알지? 그중 한 명은 반 지명 타자인 원해솔이고
ㄴ게다가 송정근 위에 다섯 명 중 너클볼 받을 수 있는 포수도 없고. 너네도 봤지? 천하의 정준도 쩔쩔매던 키무라 카이토를 너클볼만으로 3구 삼진 잡는 거!
ㄴ이태준이랑 호흡 많이 맞춰 봄 + 너클볼 잡을 수 있음 + 60경기밖에 안 나왔는데 WAR 1.3 이 정도면 혜자 아님? 아님 말고~
송정근의 대표팀 발탁을 나름의 근거를 토대로 납득하는 이들.
온라인 세상에서는 지금도 꽤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런 온라인 세상과 서먹하지 않은 어린 선수인 송정근도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렇듯 충분히 주눅들 수 있을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더 많은 훈련이었다.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이 비슷한 시간에 출퇴근할 때 앞 뒤로 먼저 눈 뜨고 늦게 감았다.
그래야만 한다고 느꼈기에.
“근데. 그 기회. 놓치고 싶지 않더라. 잘해서. 다른 이유 없이 그냥 잘해서 언젠간 사람들이 ‘아, 송정근 괜히 뽑은 게 아니었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고 싶더라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25살의 어린 그 포수의 마음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에휴, 건우 형이 하도 호들갑을 떨길래 뭔 일이라도 난 줄 알았더니. 다행히 별일 없었네. 뭐랬더라? 요즘 정근이 한숨만 푹푹 쉬고 땅바닥만 보고 산다고 했었나?”
“흐흐, 건우 형 말은 반이 진담이면 꼭 반은 농담이더라.”
“인정. 그 형은 늘 그랬지. 사람 참 한결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편한 형이잖아. 행동 패턴이 거기서 거기라 딱 예상이 되는 느낌.”
“하하, 그것도 맞네.”
두 달 만에 만난 전 직장의 동료이자 친구. 당장 어제까지 대화를 나눴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여전히 편했다.
“참, 맞다. 너 리암 쿠퍼 팬이라고 했었지?”
“우리 나이대 포수라면 다 리암 쿠퍼를 동경할 수밖에 없지. 흐, 난 아직도 신기해. 네가 리암 쿠퍼랑 같이 호흡을 맞춘다는 게.”
그런 친구를 위해 태준은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휴대 전화를 들고서 송정근이 동경하는 그 인물과의 영상 통화를.
“뭐, 뭐, 뭐라고? 지, 진짜 리암 쿠, 쿠퍼랑?”
한껏 떨리는 송정근의 목소리. 그토록 동경해온 포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어린 포수에겐 그만큼 설레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이미 쿠퍼에게 얘기도 해뒀어. 통역은 내가 해줄게.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봐.”
그렇게 이뤄진 즉석 팬 미팅.
“헤이, 태준. 저 친구가 네가 말한 그 친구야? 어우, 눈빛이 살아있는데? 딱 천상 포수의 눈빛이야. 이봐, 어린 친구. 너무 긴장할 것 없어. 난 생긴 것만 험악하지 그렇게 성격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 이런 기회 흔치 않을 테니,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지금 얼마든지 물어봐도 좋아.”
리암 쿠퍼는 그를 살갑게 맞이했고.
“아, 팬, 팬입니다!”
송정근의 호를 그린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꽤 긴 대화가 오갔다. 볼 배합에 관한 이야기. 타격에 관한 이야기. 포수로서의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 등등. 리암 쿠퍼가 입을 열 때마다 송정근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그의 말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즉석에서 이뤄진 팬 미팅이 끝나갈 즈음, 리암 쿠퍼는 송정근에게 구미가 화악 당기는 제안 하나를 꺼내줬다.
“이봐. 태준,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을 듯싶으니. WBC 폐막 전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이야기 할 생각 있냐고 좀 물어줘.”
이윽고 태준이 리암 쿠퍼의 말을 번역해서 전해줬을 때. 송정근의 눈은 얘 눈이 이렇게까지 커질 수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외치듯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미국에서 세대와 리그를 초월하는 또 하나의 인연이 이어졌다.
***
2041 시즌 WBC의 예선전.
한국 속한 B조 그룹은 총 네 나라.
일본과 한국, 네덜란드, 멕시코.
일본은 물론이고 남은 두 나라 역시 걸출한 메이저리거들을 보유한 국가. 절대로 만만하게 볼 수 없을 나라였다.
그들과의 대결을 앞둔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마찬가지.
“얘들아. 한국은 야구 강국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예선전 세 게임 전부 우리가 최약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오만은 없었다. 모든 상대가 강팀이며 자신들은 도전자라는 마음가짐.
“그리고 이번 WBC로 다시 살려낸다. ‘한국은 야구 강국’. 이 말이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로부터 자랑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의 결과를 뽑아낸다. 알겠지!”
WBC의 개막을 앞두고서 다시금 국가대표 선수들의 단합을 위해 시작된 박찬섭 감독의 외침.
“네! 알겠습니다!”
이에 선수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했다.
지난 WBC에서의 부진한 성적.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날려버리겠다는 각오.
이윽고 대망의 첫 경기. 네덜란드와의 대결.
1번 타자. 유진성 2B (광주 위너스)
2번 타자. 이명준 CF (광주 위너스)
3번 타자. 이태준 DH (뉴욕 메츠)
4번 타자. 최정상 3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5번 타자. 서상길 1B (수원 록스)
6번 타자. 루카스 로버츠 SS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7번 타자. 채건우 RF (부산 원더스)
8번 타자. 나민균 C (대구 썬더스)
9번 타자. 신재섭 LF (수원 록스)
그리고 발표된 로스터. 일전에 예고했던대로 태준은 여러 쟁쟁한 선수를 제치고 3번 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다.
ㄴ와 이명준 2번 이태준 3번 고강수 ㄷㄷ
ㄴ투타 겸업 간지 미쳤다!!!!!
ㄴ이태준 아직 의심하는 사람 읎제? 키사라기 유타 상대로 2루타 친 이태준 의심하면 야알못으로 간주하겠다
ㄴ222222!!!
그 로스터를 받아든 국내 팬들은 태준에게 강한 믿음을 보내줬고, 그 믿음엔 의심은 조금도 섞이지 않았다.
그리고 태준도 그들의 믿음에 응답했으니.
[이태준, 이명준 동반 멀티 히트! 둘이 합쳐 6출루 기염!] [이태준, 국가대표 데뷔 경기에서 2루타 2방 쾅!] [3번 타자 이태준 강수 통했다! 네덜란드 8 대 4 격침!] [이태준에게서 느껴지는 오타니의 향기. 남은 경기에서도 투타 겸업 연착륙 성공할까?]WBC 개막 첫 시합이었던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5타석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1득점.
자신을 3번 타자로 밀어준 것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했다.
그런 흐름 속에 드디어 경기가 잡혔다.
국내 야구팬 모두가 주목하고,
전세계 야구계가 집중하는 그 경기가.
[일본 VS 한국, 대한민국 선발 투수는 이태준!] [드디어 성사되는 선발 맞대결 ‘이태준 VS 키사라기 유타’] [아시아 최고의 투수는 과연 누구인가?]한국 VS 일본
그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