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7)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7화(117/210)
117화. 천적 관계 (3)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
메이저리그의 한 팀, 마이애미 말린스의 홈 경기장이자 2023시즌 WBC 결승 경기, 그 역사적인 경기가 펼쳐졌던 곳.
대망의 9회 초 2아웃. 일본이 한 점 차로 앞서는 상황.
21세기를 상징하는 최고의 선수이자, 또 같은 팀에서 뛰고 있던 두 선수,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의 맞대결.
풀 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과는 바깥쪽을 휘어져 나가는 스위퍼로 삼진.
그 순간은 수많은 야구 팬들의 판타지가 실현된 순간이었으며, 동시에 여전히 회자 되고 있는 야구계의 전설과도 같은 순간.
그 때문일지 그날의 론디포 파크는 만원 관중. 무려 37000석에 달하는 그 드넓은 경기장이 미국의 선수들이 아닌 오로지 아시아의 선수들이 치루는 경기에서 가득 메워졌다.
그런 관중석, 정확히 1루 측의 관중석에서는 적잖은 수의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비행기로만 무려 10시간 넘게 걸려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먼 타향이었음에도 그들은 기꺼이 론디포 파크를 찾아왔다.
“꺄아! 키사라기 유타! 여기에요! 여기!”
“키사라기 유타 보려고 도쿄에서 날아왔어요!”
근 십수 년간 단연 최고의 기대를 받고 있던 한 투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3억 달러를 넘는 초대형 규모의 계약의 맺은 슈퍼스타, 키사라기 유타의 국가대항전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서였다.
오늘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일본 팬들은 그 키사라기 유타가 제2의 오타니 쇼헤이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키사라기 유타 또한 이번 WBC에서 자신이 승자가 되리라는 각오를 다시금 단단히 다졌으니. 한일전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키사라기 유타는 찾아온 기자들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서 이렇게 말했다.
“연습 경기는 어디까지나 연습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 컨디션은 최고로 좋고. 질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연습 경기에서의 패배에서도 꺾이지 않은 자신감. 키사라기 유타는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선수들이 모인 곳. 태준은 그곳에서 반가운 얼굴 한 명 만날 수 있었다.
“오, 민찬수 기자님도 오셨네요?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 이태준 선수! 반가워요!”
국내 야구 신문사 스포츠 내일의 부장 기자 민찬수였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이태준에게 줄곧 관심을 보여 왔고 심지어는 어용 기자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이태준에게 호의적인 기자였다.
“오랜만이네요. MVP 시상식 이후로는 처음이죠?”
“하하, 그렇네요.”
그렇게 지인으로서 서로 안부를 나누는데 그의 손에 쥐어진 셀카봉 위 스마트폰의 화면.
“아, 하하,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었는데···.”
라이브 방송이 한창이었다.
“오, 그래요? 한국에 계신 팬들이 보고 계시는 건가 보네요?”
이윽고 태준이 그 화면 속에 들어오자.
(rrkk) : 이태준! 이태준이다!
(kkao) : 와! 이태준! 이태준! 여기에요! 여기!
(flck) : 갓태준 영접 뭐냐구~~~~!!!
채팅창 속 한국의 야구 팬들을 열렬한 환호를 보였다. 태준도 그들의 응원에 화답하고자 했으니.
“혹시, 좀만 이야기해봐도 될까요?”
“어우, 안 그러셔도 되는데. 허허. 해주시면 저야 고맙죠.”
막간의 팬 서비스. 태준은 민찬수 기자의 라이브 방송의 채팅창을 통해 팬들의 Q&A를 받아봤다. 이에 여러 질문이 채팅창을 통해 들어왔다.
뉴욕 메츠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또 뉴욕 메츠에 입단한 후 친해진 선수는 누구인가. 메이저리거가 된 소감은 어떠한가, 2041시즌의 목표와 각오 등등 여러 질문이 나왔고, 태준은 자신이 답할 수 있는 한에서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그러던 중, 어느 한 시청자의 질문.
(wnsr) : 혹시 이태준 선수 키사라기 인터뷰 보셨어여?
“네? 키사라기 유타 선수요? 아뇨, 못 봤는데.”
태준이 그 질문을 읽은 그 순간, 채팅창의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tjrg) : 그냥 언제나의 키사라기더만 ㅋㅋㅋ “연습 경기는 연습 경기. 내가 질 이유 없다.”
(tjso) : 지가 졌으니까 연습 경기지 ㅋㅋㅋ 이겼으면 그런 이야기 안 나왔음 ㅋㅋㅋ
(whwo) : 연습 경기는 연습경기래개~ 객쟁해지맬래개~
그들의 메시지만 보더라도 키사라기 유타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대략적인 유추가 가능했고.
“흐흐, 방금 기자들이랑 인터뷰했었더라고요. 키사라기 선수는 연습 경기는 연습 경기고 실전에서 잘하겠다고. 그리고 이길 자신 있다는 뉘앙스로요.”
민찬수 기자의 해설까지 더해지며 조금 더 확실한 유추가 가능해졌다. 태준은 그 질문에 잠시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의 스승격인 유령이 건네준 말을 떠올렸다.
[인터뷰? 흠, 나는 다른 것보다 날 응원하는 팬들이 과연 과연 내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을지 한번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결국, 프로 선수는 큰 범주로 보면 한 명의 엔터테이너거든.] [음, 더 재밌는 방법도 있긴 한데.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거야. 그러면 넌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어.] [그건 테드, 너 같은 별종에게나 적용하는 이야기겠지. 뭐, 아무튼. 나는 늘 내 팬들이 듣기를 원하는 말만 생각했고, 덕분에 선수 시절엔 메츠의 팬들에겐 꽤 인기가 많았지. 아마 거의 5년 가까이 내 유니폼 판매량이 팀 내에서 독보적인 1등이었을걸?]프로 선수도 크게 보면 대중의 관심에 가치가 뒤바뀔 수 있을 한 사람의 엔터테이너. 이를 위해선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한 답변을 꺼낼 줄 알아야 했을 터. 그렇다면, 팬들은 과연 이태준이라는 선수에게 어떤 말을 듣기를 원할까.
태준의 생각은 길어지지 않았다.
“연습 경기는 연습 경기다. 맞는 말이죠. 연습 경기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실전에서 못하면, 아무 소용 없을 테니까요.”
거만하지 않고 정도의 겸손을 지킬 줄 알고,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요즘의 전 연습하는 만큼 그대로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아주 행복하게 야구를 할 수 있게 됐고요.”
하지만 자신감만큼은 잃지 않는다.
“아마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번 대한민국은 다를 겁니다. 분명 다를 겁니다. 제가 꼭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그 짧은 순간에 태준은 팬들이 원하는 말을 던져줬고,
(ppap) : 캬! 갓태준! 자신감 뭐냐구! 이맛에 갓태준 팬하지!!!
(rpkk) : 지지마요! 꼭 키사라기 높은 콧대 눌러줘요!
(gfll) : 3500만 달러의 사나이! 대한민국의 에이스! 이태준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
(skrp) : 오타니 전설에 이어 이태준 전설 드가자ㅏㅏㅏㅏㅏㅏㅏㅏ!!!
팬들 또한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이윽고 시간이 지난 뒤.
론디포 파크에서 치러지는 한일전 경기가 지금 막 시작하려 했다.
***
1회 초는 한국의 공격. 한국의 타자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1번 타자 유진성. 지난 2040시즌 광주 위너스의 유니폼을 입고 0.456의 출루율과 52개의 도루를 기록한 수준급의 리드 오프.
그 타자는 본격적으로 키사라기 유타와 맞붙기 전, 태준이 선수단에게 해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선배님들. 키사라기 유타에겐 투구 할 때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속구와 스플리터를 던질 때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꿈치의 백스윙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키사라기 유타가 오프 스피드인 체인지업을 구사할 때 보이는 아주 미묘한 습관의 존재. 다만, 그것은 활용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태준 후배의 말을 듣고 키사라기 유타의 투구 영상을 보면서 확인해봤지만, 정말 미묘한 차이일 뿐이다. 괜히 그 습관을 읽으려고 하다간 외려 당할 수도 있다.’
그러한 이유로 유진성은 일단 키사라기 유타의 습관을 간파하는 것은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
퍼어엉-!!!
“스트라이크!”
그것은 알아도 치기 버거운 키사라기 유타의 스터프.
[101.1mile/h]KBO의 레벨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100마일이 넘어가는 강속구를 연신 꽂아낼 수 있는 투수. 그런 투수에겐 그저 공을 따라가는 데 온 집중을 쏟아도 모자랐을 테니.
게다가 유진성의 타격 방식은 안짱다리에서 그대로 힙이 돌아 나와 중심 이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제자리 턴을 한다. 즉, 체중 이동을 거의 하지 않고 회전 에너지로만 타격하며 히팅 포인트를 뒤에다 두고 타격하는 방식. 그것으로 유진성은 정교함과 변화구 대응 능력을 얻어냈다.
하지만, 그 타격 방식은 치명적인 맹점. 히팅 포인트가 뒤에 있기에 빠른 볼엔 대응이 어렵다는 점. KBO에서는 150Km/h를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그 맹점은 그리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키사라기 유타를 상대할 땐 이야기가 달랐다.
부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97.6mile]‘커터···. 커터가 97마일···.’
아직 3월임에도 101.1마일, 약 162.7Km/h의 포심패스트볼 97.6마일, 약 157Km/h의 컷패스트볼을 구사하는 키사라기 유타에겐 강점보다는 약점이 더욱이 뚜렷하게 도드라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KBO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S급의 타자인 유진성은 그렇게 포심과 커터의 향연 속에 맥을 못 추리며 4구 삼진.
“하아, 3월부터 이런 구속이 찍히는 건 반칙 아냐 반칙?”
근 십수 년 이래 NPB 최강의 투수이자 3억 달러의 사나이의 벽은 절대로 만만히 여길 수 없었다.
“속구 힘이 장난 아니야. 게다가 투구 템포도 빨라서 그런지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고. 조심해.”
그렇게 다음 타자 이명준에게 방금 승부의 소감을 건네준 뒤 유진성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왔고, 이어지는 이명준과 키사라기 유타와의 승부.
딱-!
맥없이 무너졌던 유진성과는 달리 이명준은 키사라기 유타의 강속구에 적절한 대응을 보이며 승부를 끌어갔다.
퍼어엉-!
“볼!”
이명준 역시 다음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의 진출이 기정사실화되어있던 선수인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어느덧 8구까지 이어진 승부.
따악-!
존 밑으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걷어 올렸지만, 타구는 멀리 뻗지 못하고 앞으로 걸어나온 중견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렇게 투 아웃.
그렇게 이닝의 세 번째 타자와의 승부. 그 타자와의 승부를 앞두고 키사라기 유타는 이전의 타자들 때보다 더 눈빛을 섬뜩하게 번뜩이기 시작했다.
[오, 나 저 눈빛 알아. 저거 투수가 타자한테 화나 있을 때 보이는 눈빛이야. 반드시 타자를 이기겠다고. 저 녀석의 투심(鬪心)을 반드시 꺾어내겠다고 생각할 때 보이는 눈빛.]그런 키사라기 유타의 눈빛을 테드 윌리엄스는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저런 상태로 들어간 투수를 상대하는 게 내 낙 중 하나였지. 정말 재밌었어. 날 이기겠다고 달려드는 투수에게 끝내주는 안타를 날려준 뒤 허망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일은.]이윽고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린 뒤 나지막이 읊조렸고,
[그런 점에 있어서 태준이 저 녀석은 아무리 겸손하고 본질이 선량한 녀석일지라도 그라운드 안에서만큼은 악독하게 야구를 할 줄 아는 녀석이지.]옆에서 함께 지켜보던 로건 라이트가 그 말을 받았다.
[나처럼?]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테드, 너는 그라운드에서나 밖에서 똑같이 악독했잖아?] [그거 칭찬이지?] [흐, 그래 칭찬이다.]그렇게 두 전설이 잠시 농담을 나누던 사이.
따아악-!!!
이번 승부는 꽤 빠르게 끝맺을 수 있었다. 이태준을 잡아내기 위해 공격적인 투구를 감행하던 키사라기 유타의 포심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당기며 2루수 키를 넘어가는 안타.
[키야! 역시! 태준이 저 녀석의 타격 재능은 진짜야! 방금도 그냥 완전히 읽어내고 쳤잖아?]그 기술적인 타격에 테드 윌리엄스는 감탄을 보냈고.
키사라기 유타는 타구가 나아간 방향을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투수를 스윽 살핀 뒤, 태준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완전히 보이네. 다음 타석은 좀 더 쉽게 승부를 가져갈 수 있겠어.’
지난 승부에서 10구까지 가는 승부에서 조금씩 뚜렷해지기 시작했던 미묘한 차이. 그 차이가 오늘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그 덕에 오늘의 타격. 더 쉬워질 수 있겠다고.
그리고 그 안타를 때려낸 그 순간.
【시스템이 재활성화됩니다!】
‘어? 이게 지금? 정규 시즌만 활성화되는 게 아니었다고?’
겨우내 잠들어 있던 시스템의 메시지가 다시금 활성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