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8)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8화(118/210)
118화. 천적 관계 (4)
시스템은 정직했다. 혹시나 연습 경기나 비정규 경기에서도 포인트를 쌓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연습 경기에서도 경험치를 쌓는 게 됐으면 그거야말로 사기지. 막말로 그게 가능했다면 돈으로 매수한 선수들더러 일부러 져 달라고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악용할 여지가 있는 부분은 원천에 차단.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요.”
물론 태준도 그런 식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미 시스템을 통해 역변한 삶.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겨우내 오로지 훈련과 육체 단련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꾸고 그것으로 성장했으며, 한국시리즈 때와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자신의 신체 조건에 딱 알맞게 맞춰진 타격 자세를 가꿔낼 수 있었다.
[워낙에 피지컬도 타고 났고, 또 타자로서의 감도 적절히 타고 났어. 끈기와 멘탈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사실 처음엔 네 입스를 고치는 과정에 족히 한 시즌에서 두 시즌 정도는 걸리겠구나 싶었는데 문제점을 인식하고서 고작 몇 달 만에 고쳐낸 건. 솔직히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었거든. 그 덕택에 이번 겨울을 오롯이 발전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었고.]태준은 사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다. 입스를 극복하지 못한 채 헤맨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지금 타석에 서서 그간 막혀 있었던 성장 혈이 뚫린 것만으로도 축복과도 같은 것으로 여길 수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태준의 나타난 시스템의 메시지.
그것 또한 축복.
【알림】
【The Baseball Manage가 재활성화됩니다.】
【※새로운 조건이 활성화됩니다!】
【타격으로 경험치를 일부 획득 가능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이태준이 아닌 타자 이태준으로서의 시스템 개방.
‘허, 타격으로도 경험치를 얻어낼 수 있다고···?’
1루를 밟은 뒤 보호대를 벗고 있던 태준은 잠시 그 메시지를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어이, 태준. 왜 갑자기 멍하니 있어?”
그의 보호대를 받아주던 1루 코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고,
“아, 아닙니다. 그냥 갑자기 기분 좋은 일이 생각나서요.”
태준은 짙은 미소를 입가에 그려 넣은 채 답했다.
***
언제나 그렇듯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자 축복. 태준이 좀처럼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제 타자로도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의미.’
그런 태준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연료는 역시 ‘승리’. 선수로서 이뤄야 할 목적과도 크게 맞닿아 있는 그것이었다.
그런 상황 속, 1회 초의 공격은 4번 타자 최정상의 4구 삼진과 함께 종료.
이윽고 1회 말. 1회 초 키사라기 유타를 상대로 유일하게 안타를 때려낸 타자 이태준이 마운드 위로 올라왔고.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고국, 한국에서 상당히 먼 경기장이었음에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응원하는 한국 팬들의 응원이 들려왔다.
그런 태준을 앞둔 일본의 타자들. 지난 연습 경기 때의 라인 업과 선수 명단은 같았고, 타순에만 약간의 조정이 있었다.
1번 타자 앤드류 헤이스
2번 타자 아오키 렌
3번 타자 키무라 카이토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팀의 핵심 타자인 타자와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충분히 먹힐 것이라 평가되는 타자로 구성된 1~3번 타선.
그 세 명의 타자의 공통점이 있다면, 세 명 모두가 홈런을 어렵지 않게 때려내는 타자라는 것.
주로 1번 타자는 발이 빠르고 출루에 강점이 있는 타자를 세우는 기존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설계된 타선.
메이저리그와 NPB 모두 KBO와는 다르게 극심한 타고 투저의 기류가 흐르는 상황 속, 안타나 출루로 점수를 내는 스몰 볼의 야구보다 홈런과 장타로 점수를 내는 빅볼 야구가 대세로 자리잡은 현 야구계에선 간혹 볼 수 있는 타선이었다.
‘이태준의 제구는 메이저리그를 기준으로 삼아도 가히 최상위 수준. 사사구를 거의 내어주지 않는 투수다. 볼넷과 출루를 기대하는 것보다 홈런이 나올 확률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
한일전 대한민국의 선발 투수로 이태준이 등판할 것이라는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짐작할 수 있었던바.
일본 국가대표팀의 감독 후지타 료타는 그런 태준을 상대로 팀 내 최강의 홈런 타자들을 앞쪽에 차례차례 줄지어 놨던 것.
아시아의 로건 라이트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교한 제구력을 갖춰 사사구를 거의 내주지 않는 이태준을 상대하는 전략으로 이는 꽤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여길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이태준은 단지 제구력만 뛰어난 투수가 아니었다는 점. 이태준은 키사라기 유토에 비해 구속만 느릴 뿐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욱여넣어도 타자들이 쉬이 정타를 맞출 수 없을 강력한 구위, 즉 스터프도 막강한 투수였으며,
상대가 아무리 장타를 때려낼 줄 아는 타자라 할지라도 거침없이 승부에 들어갈 수 있을 터프한 멘탈도 갖춘 투수.
따악-!
“아웃!”
그리고 상대가 어떠한 전략을 들고 오던 언제든지 대응할 능력이 갖춰진 투수였다.
1번 타자, 지난 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의 유니폼을 입고서 27개의 홈런을 때려낸 앤드류 헤이스를 2구 만에 바깥쪽 높은 코스에 정교하게 로케이션된 슬로 커브로 내야 뜬공 아웃.
따악-!
“아웃!”
이어지는 2번 타자 아오키 렌. 지난 시즌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고서 무려 32개의 홈런을 때려낸 그 타자를 몸쪽으로 꽂는 컷패스트볼로 2구 만에 2루수 땅볼 아웃.
두 명의 타자 모두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갖다 맞추는 스윙이 아닌 확실하게 본인의 스윙을 가져갔지만, 그럼에도 소용없었다.
「속전속결! 한국의 이태준 선수가 단 네 개의 투구만으로 두 타자를 잡아내며 투 아웃! 둘이 합쳐서 59개의 홈런을 때려낸 두 명의 메이저리거를 손쉽게 막아냅니다!」
「역시 이태준 선수다. 그런 생각이 드는 투구였습니다. 제가 이제 작년까지 이태준 선수와 원더스에서 함께 뛰었잖습니까? 그때부터 느꼈던 건데요. 이태준 선수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이겨낼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선수였어요. 지금도 딱 그런 느낌이에요. 상대 타자가 공격적으로 들어올 걸 사전에 인지하고서 맞춰서 잡는 투구로 딱 잡아내죠. 여러모로 참 이태준 선수다운 투구였습니다!」
이번 WBC의 특별 해설 위원, 정준의 해설처럼 태준은 자신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송곳니를 드러내는 맹수를 조련하는 데 아주 능숙한 사냥꾼.
「이제 3번 타자. 키무라 카이토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아, 키무라 카이토. 굉장히 감도 좋고 실력도 좋은 어린 타자죠. 저에겐 가슴 아픈 기억을 안겨준 타자인데요. 그건 제 입장이고 이태준 선수는 다르죠, 오히려 지난 연습 경기에서 3연 너클볼에 속절없이 당해버린 키무라 카이토 쪽이 이태준 선수를 더 의식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승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가 되는 승부입니다.」
그 사냥꾼 앞으로 또 한 마리의 맹수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홈런! 키무라 카이토! 홈런! 키무라 카이토!”
쏟아지는 1루 측 일본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과 함께 번뜩이는 눈빛으로 태준을 노려보고는 방망이를 세웠다. 마치 이 순간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평범한 국내 투수였더라면 날을 바짝 세우는 키무라 카이토에게 기가 꺾일 수도 있었겠지만, 태준은 그런 투수가 아니었다.
3연속 너클볼에 3구 삼진을 당한 쓰라린 기억이 있는 타자에게, 그렇기에 너클볼에 짙은 경계를 보이는 타자에게 또 한 번 너클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
‘그것이···. 나다.’
펑-!
“스트라이크!”
지난번 키무라 카이토에게 헛스윙을 끌어낸 바 있던 이른바 ‘앵그리 너클볼’. 너클볼 주제에 구속이 83마일까지 기록되는 그 공이 몸쪽에 꽂히자 키무라 카이토는 당황한 채 그 공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봤고. 이윽고 이를 빠득 갈았다.
‘설마 또 너클볼을 곧바로 던질 줄이야’라고 생각했던 빈틈. 그 빈틈이 날카롭게 꿰뚫렸기에.
‘설마 했겠지. 설마 저 녀석이 또 너클볼을 던질까···? 라고. 그런데. 못할 게 대체 뭐 있겠어? 또 던질 수도 있는 거지.’
하지만 태준은 그런 키무라 카이토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벌어진 상처 위에 소금물을 쏟아부을 줄 아는 투수.
‘그것 또한···. 나다.’
딱-!
또 한 번 몸쪽으로 꽂는 너클볼, 하지만 이번에는 64마일의 나비처럼 나풀나풀 비행하는 느린 너클볼. 태준도 그 공만큼은 아무래도 정교한 제구가 어려웠고, 그 때문에 의도했던 방향보다 조금 더 깊숙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아주 깊숙한 몸쪽으로 높게 들어갔고, 키무라 카이토의 방망이는 이번에도 반응.
“파울!”
결과는 파울이었다. 순식간에 벼랑 끝까지 몰린 볼 카운트. 그 순간 키무라 카이토의 얼굴 표정은 확연히 일그러졌다.
그런 상황 속, 태준은 생각할 여지를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다. 송정근에게 공을 건네받자마자 곧바로 사인을 받고서 아주 빠른 템포로 투구를 이어갔다.
슈우우우욱-!!!
그리고 그 공은 이번에도 몸쪽의 높은 코스. 3연속 몸쪽 코스.
키무라 카이토의 방망이는 이번에도 반응을 보이려 했지만.
‘······!’
퍼어엉-!
하나 그뿐이었다.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겨버린 키무라 카이토는 토탭 동작까지 들어갔지만, 스윙 동작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유유히 꿰뚫어버렸음에도.
「스트라이크! 그대로 루킹 삼진! 키무라 카이토가 선 채로 삼진을 당하면서 3구 삼진! 1회 말 일본의 공격은 삼자 범퇴로 끝이 납니다!」
「이야, 하하하. 방금 정말 과감하지 않았습니까? 지난번 승부에서 3연 너클볼로 3구 삼진을 당한 투수에게 일부러 몸쪽 너클볼을 던지면서 너클볼을 한껏 의식하게 만든 다음 빠른 인터벌로 꽂아버리는 포심패스트볼. 이태준 선수는 이런 볼 배합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입니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 조금은 조심해도 될 법한 이런 상황에서도요! 저런 과감한 볼 배합을 가져갈 수 있는 투수, 장담하건대 미국서도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제 전성기 시절과는 이미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겠고요.」
결과는 3구 삼진.
[95.1mile/h]키사라기 유타보다의 강속구보다 구속은 느릴지라도 날카로움으로는 절대로 꿀리지 않는 그 포심패스트볼은 이번에도 키무라 카이토의 심장을 관통했다.
‘설마 또 3연속 너클볼을 던져줄 줄 알았다면, 너무 순진하게 생각한 거야.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으니까.’
그렇게 아주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태준은 1회 말을 끝마쳤다.
***
기본적으로 WBC는 정규 시즌보다 약 1달 정도 일찍 개막하기 때문에 참가 선수들은 평소보다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 익숙하지 않은 과정을 거치기에 WBC를 치르며 다치는 경우가 잦았기에, WBC는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온 힘을 기울였고, 특히 투수들을 보호하는 규정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투구 수 제한.
WBC를 위한 연습 경기에서는 최대 45구.
예선전에서는 70구, 8강부터는 80구, 4강 이후로는 90구 제한.
그리고 50구 이상을 투구하게 되면 반드시 4일을 쉬어야만 하며, 불펜 투수들도 20구 이상을 투구하게 되면 반드시 하루의 휴식을 보장해야만 했다.
즉, 오늘 경기 선발 투수로 나온 두 투수는 70구 이내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
태준은 그것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었다.
2회 말, 이어지는 일본의 공격. 태준은 여전히 공격적으로 자신의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욱여넣었고,
딱-!
“아웃!”
빠르게 빠르게 타자들을 범타로 제압. 1회를 고작 7개의 투구 수로 막아냈던 태준은 2회에도 고작 9개의 투구 수. 총 2이닝을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 16개의 투구 수만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 대한민국 VS 일본]ㄴ캬! 역시 이태준! 야구를 쉽게 할 줄 아는 선수!
ㄴ뭐야?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이닝 끝났어? 대체 뭐임···?
ㄴ와, 진짜 상대 팀일 땐 악마 그 자체였는데 우리 팀이니까 너무 든든하고;
ㄴ일본 국가대표를 상대로 2이닝 16구···. 이런 투수가 KBO에서 뛰었으니 생태계가 박살날 수밖에 없던 거지;;;
ㄴ리얼 ㅋㅋ
그리고 일본의 투수 키사라기 유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타자들보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선수.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00.7mile/h]100마일을 넘어가는 강속구를 주무기로 2회 말을 삼자범퇴 KKK.
이어지는 3회 말, 선두 타자 OOO을 100마일의 강속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으며 5구 만에 삼진.
“와, 진짜 무슨 투석기인 줄. 강속구 뭔데?”
어느덧 다섯 타자 연속 삼진. 이태준의 안타 이후 4번 타자부터 8번 타자까지 전부 키사라기 유타에게 삼진을 당했다.
그런 상황 속, 9번 타자로 들어선 송정근. 현 대한민국 국가대표 타자 중 가장 성적이 좋지 못한 타자.
그렇기에 사람들도 송정근에게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에휴, 다른 타자들도 다 못 쳤는데. 송정근은 건들지도 못하겠지.”
“그래도 다음 이닝에 이명준 이태준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흐흐, 그렇겠네.”
그렇게 사람들이 잠시 한눈을 팔고 있던 때.
딱-!
비스듬히 세운 송정근의 방망이는 키사라기 유타의 강속구를 그대로 멈춰 세웠고.
속도가 완연히 줄어든 공이 1루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했을 때.
타아앗-!
송정근은 1루를 향해 전력을 다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황한 투수가 공을 잡고 1루에 송구했을 때.
촤아악-!!!
과감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들어왔고. 절체절명의 순간.
“세이프!”
심판의 양팔이 올라갔다.
결과는 기습 번트 내야 안타.
그렇게 송정근은 키사라기 유타로부터 팀의 두 번째 안타를 뽑아낼 수 있었다.
「좌타자도 아닌 우타자 포수의 기습 번트. 이걸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송정근 선수의 과감함. 그리고 간절함이 돋보이는 그런 플레이였습니다!」
1루에서 조금 더 먼 위치에 있기에 거의 나오지 않는 오른손 타자의 기습 번트. 일본의 수비진은 그 플레이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기대도 하지 않은 막내가 만들어낸 안타.
“이야, 정근이가 저런 플레이를 한다고?”
“허, 완전히 이 악물었네.”
그 플레이는 같은 팀의 동료들에게도 묵직한 무언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다. 그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기세(氣勢).
다음 타석의 타자 1번 타자 유진성. 강속구에 약점이 있는 그였지만.
따악-!
“아웃!”
비록 중견수 뜬공으로 잡혔지만, 꽤 잘 맞아 나간 타구. 그 또한 조금씩 기세가 대한민국 쪽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증거.
이어서 들어오는 타자는 2번 타자 이명준.
지난 타석에서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외야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따악-!
두 번째 승부에서는 달랐다. 6구까지 가는 승부. 바깥쪽으로 적절히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그대로 밀어 넘겨 유격수 키를 넘어가는 안타.
「안타! 여기서 안타가 나옵니다! 이명준 선수의 안타! 이명준 선수가 단 두 타석 만에 키사라기 유타 선수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냅니다!」
이명준은 그 안타를 친 뒤 더그아웃 앞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던 태준과 시선을 마주친 뒤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명준이. 너라면 볼 줄 알았지.’
다른 선수들은 알아도 볼 수 없었던 키사라기 유타의 습관. 이태준을 제외한 타자 중 오로지 이명준만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기회. 어쩌면 오늘 경기에서 지금 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명준의 안타 덕분에 2사 1, 3루. 선취 득점을 뽑아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
‘쳐야 한다. 반드시.’
태준은 결연한 각오와 함께 방망이를 들고서 타석에 올라섰다.
마운드 위에 키사라기 유타.
타석 위에 이태준.
1루의 관중석에서 펄럭이는 일장기.
3루의 관중석에서 펄럭이는 태극기.
그 순간 그라운드를 진하게 감돌기 시작하는 전운.
그것은 마치 고하는 듯했다.
지금 이 승부에 따라 오늘 경기의 결과가 갈릴 수도 있으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