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1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19화(119/210)
119화. 천적 관계 (5)
키사라기 유타의 투구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캬! 공 좋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회부터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어렵지 않게 쾅쾅 꽂아댈 수 있는 선발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으니까.
게다가 키사라기 유타가 과거 NPB에서 활약하던 시기 기록한 최고 구속은 무려 165Km/h.
거기에 150Km/h 후반대로 형성되는 컷패스트볼과 150Km/h 초반대로 형성되는 스플리터. 속구와 약 30Km/h 가량 구속의 차이가 벌어지는 낙차 큰 체인지업까지.
‘괴물 투수’라는 별명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 투수였으며, 지닌 재능만 놓고 본다면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3억 달러가 넘어가는 거금을 투자하면서 데려올 가치가 충분한 선수였다.
다만 그런 훌륭한 투수였음에도 태준의 뒤편에 둥둥 떠다니는 두 명의 유령에겐 아직 어린 애송이 투수에 불과했다.
[쟨 공은 좋은데 아직 멀었네. 저렇고 대놓고 제 의중을 드러내면 어쩌자는 거야?] [그야 저렇게 해도 되니까. 계속 이겨왔으니까 그런 거겠지.]물론 키사라기 유타는 그렇게 해도 되는 투수였다. 지난 몇 년 동안 NPB의 패왕으로 군림했던, 맹수로 치면 하이에나와 표범보다 상위 포식자인 사자와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밀림 속의 사자는 누구를 만나던 갈기를 세우고 이빨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이치일 테니까.
[하긴, 100마일을 던질 줄 알면서 겁쟁이라면 그게 더 어색한 일이긴 하지.]150Km/h의 강속구가 악마와 거래를 해서 던질 수 있는 공이라면,
100마일, 160Km/h의 강속구는 신이 허락해줘야만 던질 수 있는 공.
그런 공을 던질 수 있는 키사라기 유타의 자신감은 근거가 너무도 확실한 자신감.
[그런데, 그 자신감을 숨길 줄 알아야. 날카로운 이빨을 숨길 줄 알아야. 그게 진짜 강한 맹수인 거지. 저건 그저 제가 본 세상이 전부인 줄 착각하는 새끼 짐승일 뿐이야.]하지만, 제아무리 강한 맹수라도, 밀림의 왕 사자일지라도 이빨을 숨길 줄 모르고 거듭해서 살기를 드러낸다면 오히려 그 위엄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터.
로건 라이트와 테드 윌리엄스의 눈에 비친 키사라기 유타가 딱 그러한 형태였다.
‘날 아주 죽일 것처럼 쳐다 보네.’
그리고 그것은 태준의 눈에도 어렴풋이 비쳤다.
물론 그것은 꽤 섬뜩한 일이었다. 밀림에서 사자와 눈을 마주치면 몸이 빳빳하게 경직되는 것처럼.
다만 태준은 그런 사나운 맹수와 눈을 마주쳐도 겁먹을 이유 하등 없는 존재.
밀림 속 동물로 치면 포식자들에게 사냥당할 걱정 없을 성체의 코끼리. 더 나아가 엽총을 손에 쥔 포수(砲手)와도 같았을 테니까.
‘그런데, 그 속엔 불순물들이 섞여 있다. 너무 조급해.’
그렇기에 사자와 눈을 마주쳐도 초연하게 그 눈빛에 섞인 무언가를 통찰할 수 있었으니.
방망이를 꽉 쥐었다. 그리고 자세를 다잡았다.
이윽고 저격수의 시야로 맹수의 움직임을 치밀하게 읽어낸다.
와인드업 동작부터 해서 이어지는 모든 투구 동작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것으로 간파한다.
‘포심패스트볼.’
그리고 잡아낸다. 최적의 타이밍을.
부우웅-!!!
키사라기 유타가 던지는 강속구에 과감히 히팅 포인트를 앞당겨 본인이 가진 배트 스피드와 형성된 발사 각도를 극대화 시킨다.
오로지 홈런만을 위한 스윙. 그 스윙을 102마일의 강속구를 상대로 휘몰아친다.
따아악-!!!
첨예한 통찰력.
초인적인 동체 시력.
천부적인 신체 조건과 부단한 노력을 일궈낸 경이로운 배트 스피드.
그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일궈낸 결과.
방망이를 호쾌하게 잡아 돌린 타자도.
마운드 위에서 힘차게 공을 흩뿌린 투수도.
타구를 쫓아야 하는 우익수도.
그 현장에 있던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타구가 힘찬 비행을 시작했다.
「잡아당깁니다! 우측으로 갑니다! 쭉쭉 뻗습니다! 이 타구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담장을 넘어! 2층 좌석에 떨어집니다! 홈런! 홈런입니다! 이태준 선수의 선취 3득점 쓰리런 홈런!이 경기의 기세를 붙든 쪽은 대한민국입니다!」
「방금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이 102마일. 무려 164키로였거든요? 심지어 제구도 몸쪽 낮은 코스로 잘 찔러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 공을 초구부터. 일단 맞히려는 컨택 스윙이 아닌 완전히 자신의 스윙으로 타이밍을 제대로 잡고서 아주 호쾌하게 잡아 돌렸습니다. 허, 이거 이태준 선수. 타격감이 보통 좋은 게 아닌데요? 저런 공이 저렇게 맞아 나가면, 투수는 허탈할 수밖에 없죠.」
홈런.
쓰리런 홈런,
102마일의 강속구를. 그것도 몸쪽 낮게 제구가 잘 된 102마일의 강속구를 과감한 풀스윙으로 대응한 결과.
그 믿을 수 없는 홈런이 나온 순간,
철저한 천적 관계가 성립되어 버린 듯한 그 순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몇 년을 NPB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해온 사자의 눈빛에는 공허함이 가득히 일기 시작했다.
***
타격은 타이밍이며, 투구는 타이밍을 빼앗는 것. 즉, 야구는 타이밍 싸움.
메이저리그 역대 좌완 최다승의 주인공 워렌 스판이 남긴 그 말은 시대가 흐르면서 수많은 관점의 변화가 진행되온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 말만큼은 여전히 불변의 진리.
제아무리 102마일의 강속구라 할지라도 타이밍을 빼앗기는 순간 큼지막한 홈런 타구를 내어줄 수 있고,
만약 타이밍을 빼앗긴다면, 그것보다 한참 느린, 70마일 정도의 느린 공에도 방망이로 허공을 가르거나 힘없는 타구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야구.
마운드 위에 선 태준은 그 진리를 증명해냈다.
딱-!
“아웃!”
「이번에도 빗맞은 타구. 2루수 유진성이 잡고서 가볍게 처리! 또 한 번 손쉽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 올리면서 이번 이닝도 삼자 범퇴! 이태준 선수가 이번에도 위기 없이 이닝을 끝마칩니다.」
「낮게 깔리는 슬로 커브에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겼어요. 이러면 아무리 인 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도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아지죠.」
이젠 150Km/h를 넘는 포심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었지만, 태준은 로건 라이트처럼 던질 수 있다는 자신의 최대 강점을, 그 타이밍의 미학을 일본의 타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무슨 커브 구속 편차가 저렇게 큰 거야? 어떨 땐 70마일, 어떨 땐 80마일. 빠를 땐 85마일까지도 나오고···.”
“아까 4회엔 60마일도 찍혔었어.”
“젠장할. 무슨 커브 구속이 저 따위로 자유자재야?”
낯선 투수가 던지는 다양한 구속의 커브. 타이밍을 제대로 맞히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커맨드도 장난 아니야. 무슨 커브 제구가 저렇게 정교한 거야?”
“기다리면 스트라이크고 그렇다고 타격하면 범타고. 하, 진짜 미쳐버리겠어.”
더욱이 그 커브들은 그저 구속만 다채로운 것이 아닌 커맨드, 제구마저 완벽에 가까운 수준. 기본적으로 커브라는 구종 자체가 제구가 상당히 까다로운 구종인지라 로케이션은 고사하고 스트라이크 존에 넣고 빼는 것부터 쉽지 않은 구종이었을 텐데 이태준은 그런 커브의 제구마저 첨예하게 통제하고 있던 것.
거기에 투구 인터벌과 투구 동작의 자유로운 변주까지 더해지니.
“어떻게 사람의 메커니즘이 저렇게까지 완벽할 수 있는 거야? 저런 게 어떻게 가능한 거냐고···.”
어느새 이태준을 상대해야 하는 일본 국가대표팀 타자들의 낯빛에는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으니,
앤드류 헤이스, 아오키 렌을 비롯한 걸출한 실력의 메이저리거는 물론.
“······.”
그 패기 넘치던 키무라 카이토도 침음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으니, 더 이상 그들의 눈빛은 맹수의 눈빛이 아니었다. 그저 도축장에 끌려가는 가여운 축생의 눈빛.
스코어는 대한민국 4 : 0 일본.
그런 상황 속, 시작된 8회 말. 여전히 대한민국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투수는 이태준이었다.
7이닝 무실점 7K.
공격적인 빠른 승부와 적절한 범타와 병살타의 유도 덕택에 투구 수는 고작 63구.
아직 7개의 투구 수가 남아 있었으니까.
그리고 경기가 여기까지 진행된 이상 일본이 꺼낼 수 있는 전략은 궁여지책뿐.
‘이번 이닝에 이태준을 끌어내려야 한다. 점수를 내는 건 그다음···.’
오늘의 경기에서는 이태준의 공략은 포기한다. 8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4번 타자 고바야시 렌지. 지난 시즌 NPB의 치바 마린즈에서 0.320의 높은 타율과 37개의 홈런을 때려낸 거포.
그런 실력 있는 타자가 지금 태준 앞에서 자존심을 굽혔다.
홈런 스윙은 포기한 채 배트의 그립을 짧게 쥐고서 홈 플레이트에 몸을 깊게 붙인다.
‘투구 수를 끌자. 이태준의 남은 투구 수는 7구. 내 역할은 이번 승부에서 이태준을 끌어내리는 것.’
그 타석에서의 고바야시 렌지의 목표는 장타와 출루가 아닌 이태준으로부터 투구 수를 끌어내 70구 제한 룰로 강판시키는 것.
퍼엉-!!!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 태준은 그런 얕디얕은 수를 허락하지 않았다.
‘어···?’
타자가 타석에서 취하는 스탠스. 표정과 몸짓으로 타자의 심리를 명징하게 꿰뚫는다. 고바야시 렌지에게 태준이 던진 초구는 포심패스트볼.
코스는 스트라이크 존의 한복판.
구속은 83마일. 약 133.5Km/h였다.
“스트라이크!”
그 공이 포수의 미트에 안착하고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이 울려 퍼졌을 때, 고바야시 렌지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건···. 실투가 아니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태준은 실투를 거의 던지지 않는 투수라는 사실은 그와 직접 상대해보지 않더라도 데이터만 조금 훑어봐도 알 수 있을 사실.
즉, 지금 이 투구는 실투가 아닌 고의였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완전히 얕보고 있다는 것.’
또한, 그것은 자존심이 제법 상하는 일. 고바야시 렌지는 속으로 이를 빠득 갈았다.
이태준이 오늘 경기에서 보이는 투구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초구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공이 복판에 꽂히는 83마일짜리 느린 속구일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까.
심지어 다른 경기도 아니고 국가대항전, 서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불타오를 수밖에 없는 한일전에서!
‘이태준이 심리에 능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고바야시 렌지는 분노를 삼킨 뒤 태준을 인정했다. 그리고 전략을 수정했다.
‘괜한 잔꾀를 부려봐야 잡아 먹힌다. 원래의 방식대로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잡고 되도록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공략한다.’
이태준의 정교한 보더 라인 제구에 대응하고자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잡고, 바깥쪽에 제구되는 공보다는 자신의 스윙을 가져갈 수 있도록 몸쪽 공에 타격하고자 하는 고바야시 렌지라는 타자 본연의 방식.
그런 고바야시 렌지에게 태준이 선사하는 2구. 인 하이 코스의 포심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보고 있었으며, 또 기다리고 있던 몸쪽 코스의 공이었기에 고바야시 렌지의 방망이는 즉각 반응을 보인다.
딱-!
하지만 그뿐이었다. 태준의 포심패스트볼은 상승 무브먼트가 아주 강하게 걸리는 구질. 지금은 KBO의 공인구가 아닌 메이저리그의 공인구를 쓰고 있었기에 과거보다 RPM과 상승 무브먼트가 조금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강력했다.
“아웃!”
결과는 내야 팝플라이 아웃. 꽤 많은 수의 세이버메트리션들에 의하면 삼진과도 다를 게 없는 타구.
그리고 이어지는 두 타자 역시.
딱-!
“아웃!”
몸쪽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앞선 고바야시 렌지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단 2구 만에 투 아웃.
투구 수 제한 룰까지 남은 투구 수는 단 3구.
그 정도면 충분했다. 8회 말 일본의 공격을 종식 시키기까지.
부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구 삼진.
단 3개의 공으로 8회 말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처리할 수 있었으니.
8이닝 무실점 8K
투구 수는 정확히 70구.
그 경기에서 이태준은 단연 최선의 경기력을 선보였으니.
홈런 포함 3타점.
거기에 70구라는 제한된 투구 수로 일궈낸 8이닝 무실점.
오늘 이태준은 경기를 투타에서 완벽하게 지배했고.
“허, 대체 이태준은 뭐 하는 녀석이냐고···?”
“말도 안 돼. 이렇게까지 실력 차이가 난다고···?”
일본 야구계에 악마로.
[ 일본 VS 한국]ㄴ와! 이태준 대체 뭐임? 70구로 어떻게 8이닝을 막음? 이게 말이 됨???
ㄴ원맨쇼도 이런 원맨쇼는 없었다; 이건 사람인가···. 신인가···.
ㄴ일본 놈들도 얼탱이 다 빠졌을 듯 ㅋㅋㅋ 한 명한테 홈런 맞고 8이닝 동안 원천에 봉쇄당하고 ㅋㅋㅋ
ㄴ코리안 에이스 이태준 폼 미쳤다!!!
한국 야구계에선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