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23)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23화(123/210)
123화. 언더독의 반란 (3)
WBC 결승 무대에 오른 두 팀은 대한민국과 미국, 미국과 대한민국. 이렇게 두 팀이었다.
3월 22일, 대망의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날. 그 경기가 치러지는 미국에선 WBC 특별 방송이 편성되었으며, 그 자리에는 사회자를 포함, 메이저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전설들이 참여한 방송이었다.
“반갑습니다! 전 세계 야구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오늘은 정말 귀한 분들을 모셔봤는데요! 놀라시면 안 됩니다. 바로 21세기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 그리고···. 그 시절 야구계를 뒤흔든 사나이! 바로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모셨습니다!”
그 셋은 모두 HOF(Hall of fame),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첫 번째 차례에 입성한, 자타가 공인하는 21세기 최고의 선수들.
그 선수들은 지금은 모두 은퇴하여 한 명은 LA 다저스의 투수 코치로 한 명은 LA 에인절스의 벤치 코치. 그리고 한 명은 고국 일본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을 운영하며 일본 야구계의 부흥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 세 명의 전설은 카메라를 향해 가볍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건넨 뒤, 곧 본격적인 방송 진행이 시작됐다.
“귀하신 분들 모셔놓고 시간만 끌고 가는 것도 매너가 아니겠죠. 그러면 거두절미하고 질문 들어갑니다! 이번 WBC 결승전!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그 첫 질문은 이번 WBC 결승전에서 뛰게 될 선수 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그 질문에 대한 세 전설의 답변은 같았다.
“이태준.”
“이태준이죠.”
“이태준. 그 선수밖엔 없죠.”
바로 이태준이라고.
올리버 포스터도 대니얼 웨스트우드도 대한민국과의 경기의 선발 투수로 내정된 2040시즌 아메리칸 리그 사이 영 위너, 제임스 도노반도 아닌 이태준. 진행자는 놀란 기색을 보이며 되물었다.
“오우, 세 분 모두 같은 선수를 지목할 거라곤 솔직히 전혀 예상 못 했는데요! 혹시, 이태준 선수를 선택을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되물음에 가장 먼저 답변을 꺼낸 이는 클레이튼 커쇼였다.
“제가 지금껏 봐온 투수 중 가장 뛰어난 투수는 로건 라이트였습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구종을 완벽한 커맨드로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오로지 그뿐이었으니까요.”
메이저리그에서만 통산 260승을 기록하며 2.63의 통산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전설 중의 전설. 클레이튼 커쇼.
그는 선수 시절 때부터 은퇴 이후로도 줄곧 로건 라이트라는 투수를 경외하며 최고의 투수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인터뷰나 방송 등을 통해 여러 번 피력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런 투수의 옆에 누군가가 함께 섰다.
“아시아의 로건 라이트라고 했던가요?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군요. 뉴욕 메츠의 팬들은 기뻐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로건 라이트가 다시 메츠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으니까요!”
이태준.
클레이튼 커쇼는 대한민국의 그 어린 투수를 자신이 최고라고 칭송하는 로건 라이트 옆에 세웠다.
마이크 트라웃도 다를 것은 없었다.
“이태준 선수의 타격 메커니즘을 살피면, 상체는 허리의 강한 회전력을 활용한 로테이셔널 히팅을 활용하면서 하체는 웨이트 시프트 히팅의 움직임이 보이죠. 그렇게 히팅 포인트를 앞쪽에 두고서 있는 힘껏 때려 박는 거죠. 아주 빠르고 강하게! 이런 타격 방식은 배트의 스윗 스팟에 맞히지 않더라도 타구를 꽤 멀리 보낼 수 있죠.”
이태준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완성 시킨 타격 메커니즘은 상체는 로테이셔널. 하체는 웨이트 시프트. 장타를 뽑아내는 데 적합한 메커니즘.
커브나 포크볼과 같은 낙차가 큰 변화구엔 다소 약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 메이저리그의 경향에 각광을 받는 커터나 싱커와 같은 속구 계열의 구종엔 뚜렷한 강점을 보이는 메커니즘.
물론, 그 타격 방식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임팩트 순간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타격 방식이기에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엇나가기라도 한다면 위력이 크게 반감되는 고난도의 메커니즘.
타이밍을 읽어내는 감각이 타고나야만 소화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었다.
“그런데 그 타격 메커니즘을 갖고도 이태준 선수의 헛스윙 비율은 굉장히 낮아요. 당장 이번 WBC에서 당한 삼진은 1개뿐인데. 그 삼진마저 헛스윙 삼진이 아닌 루킹 삼진. 그것도 보더 라인에 박힌 커브볼에 굳이 방망이를 꺼내지 않은 느낌이 강했던 삼진이고요.”
하지만 태준은 그런 고난도의 메커니즘을 소화하면서 부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타격에 정통한 마이크 트라웃이 이태준을 이번 WBC 최고의 기대주로 꼽은 이유.
“커쇼는 이태준의 투구를 트라웃을 이태준의 타격을 이유로 이태준을 최고의 기대주로 꼽았는데. 그렇다면, 오타니 쇼헤이. 당신이 이태준을 뽑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오타니 쇼헤이에게 쏠렸다.트라웃도 커쇼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내. 현대 야구에서 절대 불가의 경지로서 여겨지는 최초이자 최후의 투 웨이 플레이어(투타 겸업) 성공 사례.
조금은 늦은 나이에 비상하여 전성기가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5번의 리그 MVP, WAR 1위 시즌은 다섯 시즌, 두 자릿수 WAR을 기록한 것만 세 시즌. 통산 WAR이 70이 넘어가는 전설 중의 전설.
그런 오타니 쇼헤이가 어깨를 으쓱한 뒤, 이렇게 답했다.
“저보다 더 잘하겠던데요?”
담백하면서 간략한 대답. 하지만 그 대답엔 거대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특히 커쇼와 트라웃은 더욱이 놀란 눈치. 그들은 오타니와 같은 팀에서 뛰어본 선수들이었기에 오타니가 어떤 선수였는지를 모를 수가 없었으니.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런 오타니의 말을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다. 오타니는 야구에 관한 주제로 농담을 잘 꺼내지 않는 사람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거, 한동안 시끌시끌하겠는데?”
“흐흐, 그러겠네. 다른 녀석도 아니고 그 오타니가 직접 꺼낸 말이니까.”
그저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을 뿐.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그들의 발언은 온라인 세상 속으로 빠르게 전파되었으니,
[커쇼, ‘이태준은 로건 라이트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 [트라웃, ‘이태준의 타격 기술 매우 뛰어나.’]그 두 전설의 평가만으로도 장안의 화두가 되기에 손색이 없었을진대.
[오타니, ‘이태준은 언젠가 나를 능가할 것!’]오타니 쇼헤이는 기어코 그림 속 용의 눈에 끝내주는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ㄴ뭐? 오타니가 인정했다고? 정말?
ㄴ오, 세상에···. 이태준이 그 정도라고···?
ㄴ커쇼며 트라웃이며 하다 못 해 오타니까지 전부 입 모아 최고라고 말할 정도면 이태준, 그 녀석에게 무언가 있는 게 더 확실해졌네
ㄴ당장 이번 WBC 성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부분 아니겠어?
ㄴ이태준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게되는 순간이 너무 기대되는군!
트위티와 레디티, MLB닷컴 등을 비롯한 야구와 관련된 온갖 커뮤니티는 이태준을 향한 이야기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
한편 준결승에서 미국에 패해 탈락하면서 플로리다의 쿨 투데이 파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치러지는 구장으로 돌아간 키사라기 유타도 오타니의 그 인터뷰를 확인했다.
“젠장!”
그리고 분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
일본에서 야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겐 동경의 대상. 모두가 제2의 오타니가 되기를 꿈꾸며 키사라기 유타 또한 그러했다.
실제로 그는 오타니의 모교인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에서 뛰었고, 그 시절의 그는 투수로도 에이스, 타자로도 에이스였다.
모든 일본의 언론은 그를 ‘제2의 오타니’라 칭송했고, 그 또한 그 칭호에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투타 겸업의 벽은 한없이 높았다.
데뷔 시즌부터 당당히 투타 겸업을 천명했던 그는 투수로서는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타자로서는 그럴 수 없었다.
그가 NPB에서 기록한 통산 타율은 고작 ‘0.185’, OPS는 ‘0.520’. 기회를 적게 받은 것이 아니었음에도 좀처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었고, 당연히 타석에 설 기회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투타 겸업의 꿈은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몇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에겐 통한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끝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경지를 고작 반 시즌 남짓 반짝했을 뿐인 선수가 올라서려 했다.
심지어 자신이 동경해 마지않는 오타니 쇼헤이마저 그를 인정했다.
자신에겐 ‘메이저리그에서도 분명 좋은 투수가 될 겁니다.’ 정도의 평가에 그쳤지만, 이태준을 향한 평가는···.
‘저보다 잘하겠던데요?’
자신은 들어볼 수 없었던, 오타니 쇼헤이의 그 한 마디 평가는 키사라기 유타의 자존심에 쩌적 금이 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갈았다.
‘이태준···. 메이저리그에서 만나면 이긴다···. 반드시!’
끓어오르는 질투와 분노. 이태준을 향한 그 감정은 더욱이 짙어져만 갔다.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 구장, 체이스 필드.
관중석이 무려 5만 석에 달하는 거대한 야구장.
그 경기장이 이번 WBC의 결승전이 치러질 야구장이었다.
“이야, 진짜 여기까지 왔구나···.”
WBC가 치러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그곳까지 오를 거라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당장 같은 조의 일본보다 전력상 열세였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쿠바 등 중남미의 국가에 앞설 것이 없다는 것이 정론.
4강은커녕 8강에도 오르지 못한 멕시코와 캐나다,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비슷한 전력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23시즌 예선 탈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4강 이상으로 한 번도 올라선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2041시즌, 결승 무대에 올랐고, 야구 최강국 미국과 맞붙게 됐다.
“와, 올리버 포스터! 올리버 포스터다! 벌크업 된 거 봐. 몸 진짜 죽인다···.”
“대니얼 웨스트우드! 나 진짜 팬인데. 끝나고 사인받을 수 있을까···?”
“제임스 도노반! 가볍게 몸만 푸는 건데도 뭐 저리 공 힘이 좋아 보이냐?”
반대편 더그아웃 쪽에서 몸을 풀고 있는 미국의 선수들을 마치 연예인 보듯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들. 주장, 유진성은 그 모습을 보며 쓰게 웃었다.
“자! 자! 주목! 주목! 너희들도 선배님들도 잠깐 모여봐.”
이후 훈련을 마친 뒤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으로 모일 때 즈음, 선수들을 집중시켰다.
“태타니! 앞으로!”
이태준(전날 오타니의 인터뷰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태타니라 불리게 된)을 불러세웠고, 태준은 멋쩍은 듯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 앞에 섰다.
그의 앞에선 선수들 대부분이 선배였다. 하지만 그들은 태준이 앞에 선 데에 조금의 불만도 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헛기침을 켠 뒤 연설을 시작했다.
“그, 유진성 주장님도 말씀하시기도 했고, 또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2023년에 했던 그 연설.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과거 2023시즌 WBC. 오타니 쇼헤이가 라커룸에서 일본의 선수들에게 했던 연설.
“올리버 포스터, 대니얼 웨스트우드, 제임스 도노반. 모두 야구 선수라면 모를 수가 없는 선수들이겠지만. 그들을 향한 동경은 잠시 멈춥시다. 우리는 오늘 그들을 넘어서고 정상에 섭니다. 딱 하루, 그들을 향한 동경을 버리고 승리만을 생각합시다.”
오래도록 수많은 이들로부터 회자되 온 그 연설은 지금 이 순간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었으니.
“이깁시다. 이겨내서 역사에 이름을 남깁시다. 2041시즌의 챔피언은 대한민국입니다!”
이태준의 외침. 선수들은 이에 열렬한 박수와 함성으로 응답했다.
“오케이! 가보자! 이겨보자!”
“쒸바! 안 될 게 뭐 있냐! 이기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언더독(Under dog).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을 일컫는 용어.
대한민국은 엄연한 언더독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러했듯 언더독이 탑독을 꺾는 순간이야말로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 이유.
오늘 이태준의 대한민국은 미국을 상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휘갈기고자 했으니.
전 세계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된 그곳.
체이스 필드.
[ 대한민국 VS 미국]그 경기가 마침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