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2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24화(124/210)
124화. 언더독의 반란 (4)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태준을 이번 WBC 최고의 기대주로 꼽은 커쇼, 트라웃, 오타니. 그 세 명의 전설은 ‘그렇다면, 결승전에서 승리할 것같은 팀은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에는 또 다른 답변을 내놨었다.
“미국이죠.”
“웬만하면 미국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미국은 이기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이태준은 정말 놀라운 잠재력을 갖춘 선수며, 이번 결승 무대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데엔 이견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팀의 승리는 다른 이야기.
객관적인 전력만 따지더라도 미국 국가대표팀은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의 전력과 맞먹을 수준이었겠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몇몇 특정 선수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인 AAA 그사이 어딘가 즈음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오타니 선수는 모두가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던 미국을 WBC 결승 무대에서 한 차례 이겨보지 않았습니까? 언더독의 반란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물론 야구공은 둥글며, 아무리 전력 차이가 뚜렷한 팀 간의 경기라 할지라도 언제든 이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
“하하, 그렇죠. 하지만, 우리 일본이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의 미국 국가대표와 지금의 미국 국가대표는 다릅니다. 그땐 제임스 도노반, 대니얼 웨스트우드와 같은 S급의 투수가 참여하지 않았었으니까요.”
하지만, 기적을 바라기엔 투타에서 미국 국가대표팀은 너무도 완벽했다.
2023년. 오타니 쇼헤이가 마이크 트라웃을 스위퍼로 삼진을 잡아내며 마무리되었던 그 시절의 WBC엔 팀에서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투수가 지난 시즌 투수 WAR 33위였을 정도로 열악했었던 반면에 이번 WBC에서는 사이 영 위너 출신의 투수부터 시작해서 높은 몸값을 받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그로 인해 과거보다 더 어려워진 우승.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만약 이태준 선수가 대한민국을 우승시켜준다면, 그건 정말 기적이고 놀라운 업적이라 할 수 있겠죠. 전 세계 야구인 모두의 박수를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그런 업적이요.”
그렇기에 그 우승의 가치는 더욱이 뛰었다.
실제로 WBC 우승 배당금*만 보더라도 한국의 우승은 17배인데 비해 미국의 우승은 고작 2.3배.
*우승 배당금은 대회 시작 전에 집계 된다.
오늘의 WBC는 그런 시각 속에서 치러지는 경기였다.
***
제임스 도노반.
지난 2041시즌 221이닝을 던져 2.24의 평균자책점과 280개의 탈삼진, 21승 7패를 기록한 아메리칸 리그의 사이 영 위너.
특징은 매 경기 100구 근처로 공을 던질 필요가 있는 선발 투수면서 속구의 평균 구속이 100마일이 넘어간다는 것.
거기에 과거 뉴욕 메츠의 전설 제이콥 디그롬으로부터 직접 전수 받은 평균 93마일가량의 고속 체인지업.
최고 97마일까지 기록된 적 있는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까지.
2m 3cm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신이 나갈듯한 구위는 상대하는 타자를 미치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투수를 상대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타선은 이러했다.
1번 타자. 이명준 CF (광주 위너스)
2번 타자. 이태준 DH (뉴욕 메츠)
3번 타자. 최정상 3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4번 타자. 루카스 로버츠 SS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5번 타자. 채건우 RF (부산 원더스)
6번 타자. 유진성 2B (광주 위너스)
7번 타자. 서상길 1B (수원 록스)
8번 타자. 신재섭 LF (수원 록스)
9번 타자. 송정근 C (부산 원더스)
강속구에 약점을 보이는 유진성을 하위 타선으로 내리고 강속구 투수와의 승부에 나름 익숙할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1~4번 타선에 배치.
그리고 현재 WBC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이명준과 이태준을 평소의 2, 3번이 아닌 1, 2번에 배치했다.
「오늘 경기. 박찬섭 감독님이 타선에 대한 고민을 꽤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그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런 라인 업입니다.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은 1번 이명준, 2번 이태준이겠죠?」
「그렇습니다! 지난 경기 같은 계열의 투수라 할 수 있는 키사라기 유타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둔 두 선수를 앞으로 당겼고, 또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 투수를 많이 상대해봤을 최정상 선수와 루카스 로버츠 선수를 3, 4번에 배치하면서 도노반 선수에 대한 대비를 더욱이 확실히 다졌습니다. 저는 오늘 경기의 타선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보일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는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사람. 너무도 당연한 말일 테지만, 최선을 내걸지 않는다면 절대로 이길 수 있는 상대.
박찬섭 감독도 그것을 알았기에 승부수를 던졌던 것.
“플레이 볼!!!”
주심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시작된 경기. 3루측 더그아웃에 자리잡은 대한민국의 타자들이 먼저 타석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는 이명준.
이번 WBC에서 0.444의 타율과 2개의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던 타자.
퍼어엉-!!!
“스트라이크!!!”
제임스 도노반은 그런 타자를 상대로도 거침없이 진격했다. 초구부터 모든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었고.
딱-!
이명준은 어떻게든 공을 쫓아보려 했지만, 간신히 파울 타구를 만드는 게 전부.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결과는 5구 만에 헛스윙 삼진. 3월 23일. 메이저리그 개막이 약 일주일 정도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제임스 도노반의 컨디션은 가히 절정이었다.
[101.4mile/h]이명준과의 승부에서 결정구로 꽂아 넣은 인 하이 코스의 포심패스트볼. 그 구속은 무려 101.4마일! 약 163Km/h였다.
「101.4마일! 제임스 도노반이 첫 타자와 승부부터 엄청난 강속구를 꽂아 넣었습니다! 역시 결승 무대인 만큼 힘을 아끼지 않는 모습!」
KBO 무대에선 단 한 번도 기록된 적 없는 구속. 더그아웃에서 기다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타자의 낯빛엔 창백함이 감돌았다.
“1회부터 163km···. 도노반은 도노반이네.”
“그러게. 명준이가 저렇게 힘에서 밀리는 건 또 처음 봐···.”
이명준을 5구 만에 삼진으로 잡아낸 제임스 도노반의 진격엔 거침이 없었다.
따악-!!!
2번 타자 이태준과 6구까지 이어진 승부 끝에 좌익수 정면 뜬공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번 타자 최정상.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0.275의 타율과 18개의 홈런을 때려낸 타자를 너무도 가볍게 3구 삼진.
이명준과 이태준이 버티고 서 있는 대한민국의 1회 초 공격을 14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로 마무리.
제임스 도노반은 그 사실에 감흥조차 없다는 표정으로, 심지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제임스 도노반 선수가 1회 초 던진 포심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무려 101.1마일. km로 환산하면 무려 162.7Km/h였습니다! 게다가 이태준 선수를 상대로는 102마일까지 기록. 오늘 플로리다를 비추는 뜨거운 태양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투구였습니다!」
2m 3cm의 장신. 긴 왼팔을 활용한 쓰리 쿼터 투구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평균 101마일의 포심패스트볼.
그것은 상대하는 타자들에게 있어서는 총과도 같았다. 방아쇠를 당기는 그 즉시 피할 수도 없는 총.
더욱이 제임스 도노반은 커맨드마저 뛰어난 투수. 오발탄을 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타자를 2스트라이크라는 벼랑 끝까지 몰고 간 뒤 방아쇠를 당겼다.
[마치 랜디 존슨이 살아 돌아온 느낌인데?] [거기에 제이콥 디그롬이 살짝 섞인 느낌이고.] [흐흐, 맞네. 딱 그 둘이 떠오르는 투수네.]‘빅 유닛’ 랜디 존슨과 ‘디그로미네이터’ 제이콥 디그롬이 떠오르도록 하는 투수. 오늘 태준이 상대해야 하는 투수는 그런 투수였다.
부우웅-!!!
“어우, 방망이 진짜 살벌하게 돌아가네.”
게다가 미국의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전원 올스타 레벨의 선수들. 올리버 포스터를 비롯한 상위 타선의 타자들은 기본적으로 0.9 이상의 OPS를 기록했고, 9번 타자인 유격수 윌리엄 몽고메리의 OPS도 0.804.
투고 타자의 기류가 완연한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셈.
특히 1번 타자부터 5번 타자까지 이어지는 공포의 타선. 올리버 포스터를 비롯한 다섯 명의 타자가 지난해 때려낸 홈런의 개수만 해도 무려 175개.
당장 직전의 경기였던 일본과의 맞대결에서도 총합 3개의 홈런과 8점을 뽑아낸 타선.
태준이 이겨내야 할 상대는 그런 타자들. 보통의 투수들이라면 그런 타자가 타석에 서 있을 때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존에 자신의 공을 욱여넣은 미친 짓은 하지 못한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그러한 의미에서 태준은 보통의 투수가 아니었다. 상대해야 하는 타자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저 어떻게든 이겨내리라는 마음가짐뿐.
그 또한 제임스 도노반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투구를 감행했다. 자신이 던지는 모든 구질을 스트라이크 존 보더 라인에 꽂아 넣었고,
따악-!!!
“아웃!!!”
따악-!!!
“아웃!!!”
한 명 한 명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타자들을.
「아웃! 이태준 선수가 두 타자를 범타로 잡아내면서 순식간에 2아웃! 이태준 선수의 속전속결은 이곳 체이스 필드에서도 이어집니다!」
1번 타자 알렉산더 콜린스. 지난 시즌 33개의 홈런과 0.922의 OPS를 기록한 우타자. 그 타자와 3구까지 이어지는 승부 끝에 아웃 로우 코스로 적절히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2루수 정면 그라운드 볼을 유도하며 원 아웃.
2번 타자 마이클 콜먼. 지난 시즌 무려 1.044의 OPS와 35개의 홈런을 때려낸 좌타자. 그 타자와도 3구까지 이어지는 승부 끝에 인 하이 코스의 95마일 포심패스트볼로 내야에 갇힌 팝 플라이 아웃을 잡아내며 투 아웃.
이윽고 맞이하는 3번 타자. 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1루의 관중석에서는 성조기가 크게 펄럭이기 시작했고,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올리버 포스터! 올리버 포스터!”
올리버 포스터. 현 미국 국가대표 타자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타자이자 태준과 같은 팀인 뉴욕 메츠에 소속된 타자.
지난 일본과의 경기에서 2층 관중석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홈런을 포함 3개의 안타를 때려낸 타자였다.
올리버 포스터는 태준과 눈을 스윽 마주친 뒤 입가에 미소를 그려 넣었다.
태준도 그의 미소를 확인 뒤 덩달아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가 경기가 시작하기 전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헤이! 태준! 우리 정정당당하게 속구 대 풀 스윙 어때?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특유의 넉살 좋은 성격 덕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올리버 포스터.
그는 태준에게 속구를 던져달라 말했었고,
태준은 그런 올리버 포스터의 부탁에 이렇게 답했었다.
“오케이. 바깥쪽 보더 라인에 제대로 찔러넣어 줄 테니까. 칠 수 있으면 쳐 봐.”
물론 진짜로 약속한 그 공을 던져줄 것인지는 공이 태준의 손을 떠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터.
하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만큼은 예상 가능했으니.
‘이태준은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이태준은 절대로 도망가는 투구를 펼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올리버 포스터의 스탠스도 언제든지 방망이를 휘갈길 수 있을 스탠스.
이태준 VS 올리버 포스터.
스트라이드를 위한 태준의 다리가 쭉 뻗어 나가는 그 순간.
승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