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2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25화(125/210)
125화. 언더독의 반란 (5)
94마일.
이태준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
그 구속은 메이저리그를 기준으로 평균보다 살짝 떨어지는 구속.
물론, 느리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구속이겠지만, 그 정도 구속만으로는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타자들을 압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그것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제대로 혼쭐이 난 뒤 마이너리그로 쫓겨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 정도 구속으로도, 어쩌면 그것보다 더 느린 구속으로도 메이저리그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이는 것은 물론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할 수 있을 수준의 폼을 보여주는 투수들도 더러 있었다.
그렉 매덕스가 그러했고, 톰 글래빈이 그러했고, LA 다저스 시절의 잭 그레인키가 그러했고, 로건 라이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여러 요소가 있다. 컴퓨터와 같이 정교한 제구력이 있을 테고, 구속을 극복해낼 강력한 구위도 그러한 요소 중 하나.
거기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기교파 투수로 통했던 로건 라이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투구 폼이지. 같은 구속에 비슷한 커맨드라 해도 타자를 더 곤란하고 힘겹게 만드는 투구 폼이 있거든. 클레이튼 커쇼, 자니 쿠에토, 코르테스 주니어가 그랬던 것처럼.]투수의 투구 폼은 투수에게 있어서 알파이자 오메가. 아무리 강력하고 위력적인 속구와 변화구를 구사한다고 한들 타이밍을 맞추는 게 어렵지 않다면 그 위력은 반감된다.
그렇기에 태준은 겨우내 자신의 완성된 투구 메커니즘에 작은 변화를 줬다. 키킹을 조금 더 자유롭게 팔의 스윙도 과거보다 더 유동적으로.
언제든지 변주를 가져갈 수 있되 공의 위력은 유지할 수 있도록. 부단히 연마했고, 그것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부우웅-!!!
퍼어엉-!!!
올리버 포스터. 그 역시 메이저리그 최정상의 선수였던 만큼 타이밍을 맞춰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자.
하지만 그 타자가 지금 타이밍을 완벽하게 놓쳐버렸다. 102마일의 포심패스트볼이 아닌 94마일의 포심패스트볼에.
‘올리버 포스터는 대기 타석에서 투수의 인터벌에 따라 스윙을 하며 타이밍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아마 타이밍이 앞선 두 타자를 잡을 때의 인터벌에 맞춰져 있었겠지.’
직전 두 타자를 상대했을 때의 태준은 이중 키킹에 일부러 팔의 스윙도 늦추며 인터벌의 길이를 의도적으로 늘였다면, 지금의 투구엔 간결하게 빠르게 스트라이드를 뻗고 팔의 스윙도 빠르게 당겼다.
그것으로 타이밍을 빼앗아냈고, 방망이를 헛돌린 올리버 포스터는 혀를 내둘렀다.
[93.8mile/h]전광판을 통해 기록된 구속은 앞선 제임스 도노반에 비하면 다소 초라할 뿐인 구속. 하지만, 태준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구속이 얼마나 기록되었는지 구태여 확인해보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공으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쌓았다는 것이고.
그것으로 아웃까지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것.
지금으로서 신경 써야 할 것은 그 정도면 충분했으니까.
상대는 올리버 포스터.
그 타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이외에 다른 생각은 사치였을 테니.
계속해서 투구 인터벌의 변주를 가져가며 올리버 포스터의 타이밍을 흩트렸다.
하지만 올리버 포스터는 올리버 포스터. 절대 만만한 타자가 아니었다. 직전의 투구와 달리 키킹 동작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고 팔 스윙을 의도적으로 늦춘 뒤, 구종도 커브 일루전이 가미된 72마일의 슬로 커브.
따악-!
직전의 공보다 확연하게 느리게 꽂히는 그 공에 올리버 포스터는 방망이를 강하게 휘둘렀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빨랐고 타구는 1루 관중석 너머로 날아갔다.
파울 타구.
빠른 속도로 멀리 뻗어간 파울 타구였다.
올리버 포스터는 아쉽다는 듯이 잠시 타석에서 벗어나 방망이를 붕붕 휘둘렀다.
사실 전 타석에서 큼지막한 파울 타구를 내주게 된다면 투수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
“올리버 포스터! 올리버 포스터! 올리버 포스터!”
“오오! 홈런! 오오! 홈런!”
게다가 방금의 큼지막한 파울 타구에 고무된 현지 관중들의 응원까지. 투수가 위축되기에 딱 좋은 환경.
하지만, 태준은 그런 상황임에도 조금도 물러설 생각을 않았다.
그런 태준의 생각은 송정근에게 오롯이 전달되었다. 송정근의 첫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태준은 곧바로 와인드 업 자세에 들어갔다.
이윽고 거침없이 오른발을 내디뎠고, 팔은 상체 회전의 궤적에 따라 빠르게 돌아간다. 그리고 팔과 등, 엉덩이와 발끝이 일직선을 이루는 그 순간.
슈우우우웅-!!!
악력은 그대로 공에 강한 회전력을 담아냈고, 공은 그대로 송정근이 미트를 가져다 댄 곳을 향해 정확히 찔러 들어갔다.
부우우웅-!!!
그것으로 뚫어낼 수 있었다. 올리버 포스터의 방망이를.
결과는 바깥쪽 낮은 코스 보더 라인에 걸치듯 꽂히는 포심패스트볼.
퍼어엉-!!!
그대로 미트에 꽂혀 들어갈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구 삼진.
이태준과 올리버 포스터의 첫 맞대결은 3구 삼진으로 마무리.
이태준의 진격은 상대가 야구 최강국 미국이라 할지라도 멈추지 않았다.
[95.1mile/h]그리고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95.1마일, 약 153Km/h.
이태준 본인의 최고 구속이었다.
「삼진! 삼진입니다! 이태준 선수가 올리버 포스터를 3구 삼진! 자신의 최고 구속을 기록하며 3구 삼진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이 삼진으로 이닝 종료! 단 9구로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합니다!」
경기 시작 전에 은근하게 예고했던 그 코스. 3구 삼진을 당한 올리버 포스터는 태준과 시선을 맞부딪힌 뒤 씨익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태준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약속은 지켰다.”
***
체이스 필드에서 그라운드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이는 관계자 석.
그곳에서 팝콘을 으적으적 씹고 있던 뉴욕 메츠의 전속 기자 라이언은 오늘의 경기에서 기대하는 바가 명확했다.
“오, 역시···. 오늘 경기는 어쩌면 이태준이 야구계 최고의 스타로 일약 할 기회가 될 수 있겠어.”
바로 이번 시즌 뉴욕 메츠와 계약을 맺게 된 이태준을 향한 기대.
오타니 쇼헤이 이후로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고 할 수 있었던 성공한 투 웨이 플레이어.
오타니 쇼헤이가 은퇴를 선언한 지도 어언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먼 타향의 이국에서 그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선수가 등장한 셈.
그리고 그 선수가 뉴욕 메츠의 유니폼을 입게 된 이상 라이언은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오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 전부에 강한 관심을 내비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태준은 제2의 오타니 쇼헤이가 될 수 있을 선수다.”
2020년대 시들어가는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다시금 부흥시켰던 최고의 스포츠 스타. 오타니 쇼헤이. 이태준은 그런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스타성이 다분한 선수라고.
훈훈한 외모에 193cm의 장신과 비율. 거기에 인품 면에서도 훌륭했고, 야구라는 스포츠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부단히 노력해온 모습.
약 4년을 야구 명가의 둔재로 지내오다가 소속팀을 옮긴 뒤 그 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스토리.
그야말로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스포츠 스타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현해낸 듯한 선수.
라이언의 눈에 이태준은 어느새 그런 선수가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 더 나아간 고지를 그려봤다.
‘만약, 여기서 이태준이 미국을 꺾고 우승할 수 있다고 한다면···.’
물론 라이언은 미국인. 미국에서 자랐고 미국 바깥으로 오랜 기간 체류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토종 미국인. 하지만 미국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야구인.
그 역시 만인의 예상을 깨부수고 언더독이 탑독을 넘어서는 그 짜릿한 순간에 큰 희열을 느끼는 야구인이었다.
“후, WBC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응원해보는 건 또 처음이군.”
그렇게 그는 대한민국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니, 조금 더 명확히 표현해서, 대한민국의 이태준의 빼어난 활약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을 고대하기 시작했다.
***
WBC의 결승전의 한계 투구 수는 100구. 결승전 무대였던 만큼 제법 넉넉했다.
게다가 그 경기에 맞춰 미국의 선발 투수 제임스 도노반과 대한민국의 선발 투수 이태준 모두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 마운드를 올랐다.
그것이 7회까지 경기가 진행된 지금. 여전히 0의 행진을 이어나가는 이유였다.
완벽한 투수전의 양상.
제임스 도노반 7이닝 무실점 2피안타 13K 투구 수 88구
이태준 7이닝 무실점 3피안타 9K 투구 수 83구
제임스 도노반이 강력한 구속과 구위를 통해 타자를 윽박질러나가며 삼진을 쌓아 올렸다면,
태준은 스트라이크 존 구석진 곳을 다채로운 구질로 찔러가며 아웃 카운트를 착실히 쌓아갔다.
오늘 그 승부에서만큼 누가 더 우위인지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서로가 뛰어난 투구를 선보였으며, 둘이 합쳐 14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는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8회 초. 여전히 미국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투수는 제임스 도노반이었다.
투구 수는 88구. 어깨에 어느 정도 피로도가 누적되어야 했을 상황.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00.8mile/h]제임스 도노반은 여전히 포악한 공을 던졌다. 이닝의 선두 타자였던 6번 타자 채건우. 그는 도노반이 펑펑 꽂아 넣는 몸쪽 포심패스트볼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와, 진짜. 무슨 8회에도 저런 구위가 나와? 이거 반칙 아냐? 반칙?”
채건우는 빠른 공에 그다지 약점이 있는 타자가 아니었음에도 제임스 도노반이 꽂아 넣은 포심패스트볼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 공은 상식적이지 않았고,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렇게 다음 타자 유진성까지 삼진 아웃. 오늘 경기 15개째의 삼진을 올릴 수 있었다.
어느새 7.2이닝 무실점 15K.
하지만 제임스 도노반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투구 수 99구.
한계 투구 수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제임스 도노반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그리고 불펜의 문을 열고서 모습을 드러내는 선수는!!!」
8회까지 100마일을 꽂는 괴물 투수가 마운드를 내려갔음에도 대한민국 타자들의 낯빛엔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 도노반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 불펜의 문을 열고서 나타난 투수가 장발의 금발을 휘날리며 마운드로 뛰어오기 시작했을 때.
뿜-! 뿜뿜뿜-! 뿜-! 뿜뿜뿜-!
그 투수의 등장 곡이 체이스 필드에 울려 퍼지자 미국의 팬들은 모두 기립하여 박수를 보냈다.
“웨스트우드! 막아내자!”
“웨스트우드! 웨스트우드!”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클로저 중 한 사람이자 지난 일본과의 경기에서 KKK 삼자범퇴를 기록했던 대니얼 웨스트우드였다.
이윽고 마운드로 도착한 그는 차라리 제임스 도노반을 계속 상대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공을 흩뿌리기 시작했으니,
8번 타자 대타 장동호. 정교함과 파워를 고루갖춘 완성형의 우타자. 하지만 그런 타자라 할지라도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 클로저에겐 그저 한 마리의 가녀린 먹잇감에 불과했다.
부우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결과는 4구 삼진. 투 스트라이크 이후 한 번의 파울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장동호가 할 수 있는 최선.
“하아, 미치겠네! 진짜!”
미국이라는 벽은 너무도 높았다.
1회부터 8회까지 대한민국이 뽑아낸 점수는 0점. 선발 투수 이태준의 어깨는 더욱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한계 투구 수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뿐더러 자신의 공에 익숙해진 미국의 타자들을 상대로 어떻게든 실점을 억제해야만 했을 테니.
딱-!
“아웃!”
하나 태준은 그것을 가능케 했다. 8회 말 미국의 공격. 그 공격을 삼자범퇴.
단 6개의 투구만으로 세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낼 수 있었다.
8이닝 무실점 9K 투구 수 89구.
한계 투구 수가 가득 채워진 탓에 마운드를 내려간 제임스 도노반과 달리 태준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아웃 카운트를 전부 잡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으자아아아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중 태준은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다. 그 포효는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그런 태준의 포효에 관중석도 뜨거운 응답을 보냈다.
“그래! 안 끝났다! 이태준! 파이팅!”
“이태준! 믿는다! 이태주우우운-!!!”
스코어는 0 대 0.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승리.
그 말인즉슨, 아직 대한민국은 지지 않았다는 의미.
[흐, 태준이가 이렇게 감정 표출을 한 적이 있었나? 그간 한 번도 못 봤는데.] [다른 경기도 아니고 국가 대항전 결승전이잖냐. 게다가 저 한심한 표정들 좀 봐라. 아직 경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패배주의에 찌든 것 같은 한심한 표정. 나였어도 소리 질렀다. ‘정신 차려 이 얼간이들아! 라고] [흐흐, 그것 참 너 답네. 너와 같은 팀에서 뛰지 않아 정말 다행이야.]믿음의 7회,
약속의 8회.
게임은 최후의 9회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