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27)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27화(127/210)
127화. 언더독의 반란 (7)
벌써 18년도 더 된 일이다.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마찬가지로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아주 끝내주는 스위퍼로 삼진을 잡아내며 자국 일본에게 WBC 우승 트로피를 안긴 영광스러운 순간이.
그 시절의 모든 야구계는 오타니 쇼헤이라는 위대한 선수를 칭송해 마지않았고,
야구 선수를 꿈꾸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오타니 쇼헤이는 하늘 아래 가장 높게 솟은 새하얀 꼭대기, 마치 에베레스트의 정상과도 같은 동경이었다.
그건 태준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어린 시절 2023 WBC를 지켜봤던 아마추어 야구 선수 중 한 사람.
모든 스포츠가 으레 그렇듯 국가대항전에서 최고의 적을 꺾어낸 영웅은 빛나 보였고, 그 시절 태준의 오타니 쇼헤이는 찬란한 등대였다.
그리고 2041년.
그 또한 누군가의 등대가 되고자 했다.
9회 초 2아웃. 오타니 쇼헤이가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을 잡아내며 포효를 내질렀듯.
9회 말 2아웃. 자신도 눈앞에 선 올리버 포스터를 삼진을 잡아내고서 환희를 내지르고 싶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승부. 어쩌면 오늘 경기 마지막이 될 승부.
이기고 싶었다.
간절히 이기고 싶었다.
처음부터 그 마음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우승까지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만을 남겨둔 상황이었음에도.
타석에 선 타자는 현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자 중 한 사람, 올리버 포스터였음에도.
지금 이 순간, 태준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심장은 평소처럼 느리게 박동했다.
사방에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평소와 같았다.
부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그렇기에 지금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공. 제구, 구위, 구속.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최선.
[95.5mile/h]9회 말, 이미 94개의 공을 던진 투수의 구속은 1회 말에 보여줬던 그것보다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물론 구위도. 제구도. 모든 것이 1회 때와 같았다.
95.5마일. 약 153.7Km/h의 포심패스트볼. 태준은 그 공을 과감하게 인 하이 코스로 찔러넣었다. 고작 1점 차의 상황. 언제든지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 올리버 포스터를 상대로!
올리버 포스터도 그 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마운드 위의 투수와 시선을 맞춘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윽고 타석에서 자세를 다잡았다.
그런 올리버 포스터를 상대로 두 번째 공은 어떤 공을 던져야 할까. 대한민국 배터리의 고민은 길어지지 않았다. 공을 마운드로 전달한 송정근은 곧바로 사인을 보냈고, 태준은 그의 첫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흩뿌리는 공.
따악-!!!
올리버 포스터는 이번에는 그 공을 타격했다. 하지만 결과는 파울. 그러고는 다소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를 바라봤다.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너무도 명확했다.
「허허, 이태준 선수. 홈런 타자인 올리버 포스터를 상대로 2개 연속으로 인 하이 코스에 속구를 집어넣었습니다.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정말 확고한 모습입니다.」
같은 코스에 같은 구종을 2번 연달아 던졌기에.
그 과감함과 실행력에 올리버 포스터는 혀를 내둘렀던 것.
「이태준 선수는 늘 자신의 공에 확실한 믿음이 있고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지는 투수였죠. 그냥 우리가 아는 이태준. 그 투수가 지금 마운드 위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저는 이 승부. 이태준 선수가 반드시 이길 것만 같습니다!」
또한, 그런 모습은 이태준을 지켜봐 온 이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모습.
언제든지 자신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것만 같은 투수.
대한민국의 야구 팬에게 이태준은 그런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그 투수가 와인드업 자세를 다잡았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의 상황. 위닝샷을 던지기 위하여.
오타니 쇼헤이가 스위퍼를 자신의 위닝샷으로 삼았다면, 이태준은 여기서 어떤 공을 위닝샷으로 삼게 될 것인가.
그것은 그 경기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것.
대한민국의 배터리가 그 위닝샷을 고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립을 잡고 숨을 골랐다.
그 짧은 순간이 마치 긴 호흡으로 느껴지는 순간.
타아아앗-!!!
태준은 스트라이드를 쭉 뻗었고, 일련의 투구 동작을 통해 모인 힘을 한 곳으로 끌어모았다.
슈우우우욱-!!!
이윽고 발사되는 공은 미트를 향해 비행했다.
부우우웅-!!!
그 찰나의 순간 올리버 포스터의 방망이는 호쾌하게 돌아갔다.
‘······!’
하지만 그 공은 타자에서 멈칫하더니 급격하게 떨어졌다. 타자는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 공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력한 브레이크.
퍼어어엉-!!!
그렇게 미트에 도달했다.
태준의 위닝샷은 체인지업.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더불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완벽한 체인지업을 던졌다고 일컬어지는 로건 라이트의 체인지업이자 이태준의 체인지업.
그것은 올리버 포스터를 꺾어냈다.
그것으로 게임은 종료.
「으아아아-! 삼진! 삼진입니다! 경기 종료! 이런 게임이 있습니다! 이태준이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완봉승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이 WBC 창설 이래 사상 최초로 WBC 챔피언에 올라섭니다! 이제는 외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은 이제 야구 강국입니다!」
그 순간 캐스터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우승 콜을 부르짖었고,
경기장을 찾아온 한국의 팬들도,
한국에서 중계방송을 통해 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팬들도.
그 순간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
“우승이다!!!”
***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우렁찬 삼진 콜이 울려 퍼진 그 순간의 체이스 필드.
마운드 위에 선 태준은 포효했고,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 있던 모든 선수가 일제히 태준이 있는 쪽으로 달려들었다.
어떤 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태준의 등을 세게 두드렸고, 어떤 이는 그에게 생수를 뿌렸다. 아니, 어떤 이가 아니라 어떤 이들.
마치 한차례 폭풍이라도 지나간 듯 세레머니가 끝난 후의 태준의 유니폼은 흠뻑 젖어있었고, 단추도 몇 개 풀려 있었다. 그리고 모자에 짓눌려있던 머리는 어느새 헝클어져 있었다.
어딘가 험한 꼴이라도 당한 모양새였지만, 태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해맑았다.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거둔 우승.
거기에 결승 타점의 주인공이자 완봉승의 주인공.
이태준은 오늘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야구계의 전설이 되었다.
그런 이태준이 WBC MVP에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동료들과의 세레머니가 슬슬 멎어들 즈음, 태준은 MVP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옷매무새와 머리는 대충 정리를 하고 들어갔지만, 여전히 흠뻑 젖어있는 유니폼. 조금은 누추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그 모습은 마치 훈장과도 같이 느껴졌다.
“이태준 선수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네! 감사드립니다!”
“혹시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날아갈 듯이 기쁩니다. 이런 멋진 순간을,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도 너무 뿌듯하고, 또 이 경기를 지켜봐 준 모든 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통역이 찾아왔지만, 굳이 통역이 필요 없던 인터뷰. 아직 우승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태준은 한껏 치달아 오른 텐션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런 상황 속, 리포터가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태준 선수를 응원하고 계실 팬분께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에 태준은 기꺼이 응했다.
“어렸을 적 오타니 선수를 본 야구 선수라면 모두가 꿈꿔봤을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WBC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을요. 이제 저는 그 꿈을 이뤘고, 제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에 우승을 안겼다는 사실은 제겐 평생의 자랑거리가 될 겁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태준의 WBC 우승 소감의 마무리.
“그리고 이제 새로운 꿈을 꾸러 가겠습니다. 계속 지켜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응원하는 팬분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전 세계 야구계의 역사를 뒤흔드는 최고의 선수, 그 목표를 향한 정진에 있어 WBC의 우승은 하나의 과정.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이태준은 그 시작을, 그 비상을 알렸다.
그런 상황 속,
【업적이 갱신되었습니다!】
【각성 조건 이 충족되었습니다!】
시스템은 그 위대한 업적을 기리며 새로운 선물을 태준에게 선사했다.
***
대한민국과 미국, 미국과 대한민국의 결승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WBC 우승.
그 역사적인 경기 앞에 꽤 많은 야구인의 언사가 있었다.
그중 백미는 역시 오타니 쇼헤이의 인터뷰였다.
결승전이 끝나고서 2023시즌 WBC의 기적을 일으켰던 장본인인 오타니 쇼헤이에게도 많은 기자가 몰려갔고, 그에게 ‘이번 결승전은 어떻게 봤는지’. ‘이태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들을 던졌고,
오타니도 그런 질문들에 크게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답변을 남겼다.
“이태준 선수가 이번에 보여준 경기는 야구 선수라면 정말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그런 경기였습니다. 이번 WBC에서의 미국은 과연 누가 이길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팀이었는데 이태준은 그런 미국을 이겨냈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업적입니다. 단언컨대 그 어떤 선수도 이태준 선수만큼의 퍼포먼스는 보일 수 없었을 겁니다.”
같은 야구 선수로서 보더라도 이태준이 이번 WBC에서 남긴 업적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업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오타니의 이러한 평가는 너무도 당연한 평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태준 선수가 절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었는데. 말을 좀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넘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넘을 겁니다. 아마 2041시즌은 이태준의 한 해가 될 겁니다.”
오타니 쇼헤이의 그 솔직한 평가는 온라인 세상 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제 그 사실에 의심을 보이는 이들의 수 또한 확연히 줄어들었다.
ㄴ이태준은 최고였어.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고. 젠장.
ㄴ이태준은 자신이 나선 모든 경기에서 완벽했어. 단 한 점의 실점조차 하지 않았고, 모든 결정적인 순간에 빛이 났어! 덕분에 나는 그의 팬이 되었고!
ㄴ그날 미국은 졌어. 그것도 한 선수에게! 그리고 그 선수는 이제 메이저리그의 지배자가 될 거야! 오타니 쇼헤이가 그랬던 것처럼!
KBO에서의 기록도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선수가 3500만 달러라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이태준이 KBO에서 이룩한 업적 덕택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애석하게도 미국의 야구 팬 대다수에겐 그렇게까지 크게 와닿은 업적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KBO는 그저 변방의 한 리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WBC는 달랐다.
수많은 메이저리거가 참전하는 야구계 가장 권위 있는 국가대항전인 WBC에서의 활약은 이태준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분명 빼어난 성적을 기록할 수 있으리라는 데 확신을 심어줄 수 있었다.
[올리버 포스터를 삼진 잡아낸 이태준의 ‘스톱 마구’의 정체!] [로건 라이트처럼 던지며 강속구를 던진다! 이태준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오타니 이후로 없었던 투타 겸업의 성공 사례. 이태준이 바라보는 2041시즌.] [메츠 단장, 윌리엄 파커 ‘이태준은 나의 생애 최고의 영입이 될 것!’]WBC의 결승전이 끝난 이후로도 온갖 야구와 관련된 포털 사이트에는 ‘이태준’이라는 키워드가 담긴 기사들이 쏟아졌고.
뉴욕 메츠의 전담 기자 라이언 또한 이태준의 기사를 쏟아내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허, 정말 완벽했지. 그 경기는 내 기자 인생 이래 최고의 경기였어.”
최근 그는 꽤 들뜬 마음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고, 그가 작성하는 기사의 헤드 라인의 대부분은 ‘이태준’의 이름이 걸려 있었다.
당장 얼마 전 윌리엄 파커의 ‘이태준은 나의 생애 최고의 영입이 될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여 기사를 작성한 것도 그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는 이태준에 관한 또 하나의 기사를 작성 중이었다.
“흐, 정말 재밌을 것 같아.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어.”
또한, 그 기사를 쓰는 그의 표정은 다소 흥분된 듯했다.
그런 그의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기사의 헤드 라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찬열 감독, 개막전 선발은 이태준으로 낙점!]이태준은 2041시즌 뉴욕 메츠의 개막전 선발 투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