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2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29화(129/210)
129화. 드디어 메이저리그! (2)
브레이브스와 메츠,
메츠와 브레이브스.
이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
사실 선발 투수의 매치 업을 보면 뉴욕 메츠의 승리에 초점이 더 맞춰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당장 이태준은 키사라기 유타의 맞대결에서 전부 이겨왔으며,
세계 최고의 타자들이 즐비한 미국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투수였으니까.
세간의 시각은 이미 이태준이 키사라기 유타보다 투수로서도 한 수 위고,
오늘의 대결은 키사라기 유타의 설욕전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승리를 예상하는 의견도 그 수가 제법 적지 않았으며, 그런 그들의 예상은 절대로 막연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만, 결코 투수 혼자서 하는 게임이 아니죠.”
애초에 야구는 선발 매치 업만으로 경기가 당락 지어지는 게임이 아닌,
선발 투수와 그의 뒤를 지키는 9명의 야수가 함께 치르는 게임.
그러한 의미에서 브레이브스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에겐 그 무엇보다 확실한 근거가 존재했다.
바로 브레이브스가 자랑하는 공포의 타선.
마테오 페르난데스 – 알레산드로 모랄레스 – 에릭 마샬
이 세 명의 타자는 모두 연 3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인 만큼 메이저리그의 어떤 투수를 상대로도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타자들이었다.
당장 그 세 명의 OPS는 모두 0.9를 넘어 0.95를 넘어갔으며, 그중 알레산드로 모랄레스는 지난 시즌 1.007의 OPS와 5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내셔널 리그 홈런 1위에 등극한 타자였다.
거기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기본적으로 내셔널리그에서 타선에 가장 많은 돈을 쏟은 팀인 만큼 그 세 명의 타자를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도 기본적인 체급이 높았으며,
그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하는 것은 투수들에게 있어 마치 사자와 표범, 재규어를 비롯한 맹수들이 가득한 밀림에 몸을 던지는 것과도 같았다.
그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투수가 선발로 등판하는 것은 더욱이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일.
하지만, 그런 태준과 함께 밀림으로 들어서는 리암 쿠퍼는 태준을 걱정하지 않았다.
“페르난데스가 어쨌니, 마샬이 어쨌니, 모랄레스는 어쨌니. 다 입 다물라지.”
‘강함’이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 브레이브스의 타자들은 보통의 투수들에겐 강한 타자, 두려워할 상대였겠지만, 그건 리암 쿠퍼가 바라보는 ‘이태준’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일 테니.
“오히려 그 녀석들이 두려워해야지. 이태준이 어떤 투수인데? 아무리 KBO라지만, 100이닝을 넘게 실점한 적 없는 투수고 이번 WBC에서 미친 활약을 보인 투수잖아. 안 그래?”
맹수들이 가득한 밀림. 이태준은 그곳을 빈손으로 찾지 않았다. 그의 손엔 끝내주는 성능의 저격 총이 쥐어져 있었고, 그의 등 뒤로는 맹수를 사냥하기 위한 도구들이 양껏 갖춰져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시티 필드에서 사냥꾼의 맹수 사냥이 시작됐으니,
오늘 경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상위 타선은 이러했다.
1번 타자. 토미 가드너
2번 타자. 마테오 페르난데스
3번 타자. 알레산드로 모랄레스
4번 타자. 에릭 마샬
2번부터 4번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타선’.
그 앞에 선봉장, 토미 가드너. 전반적인 타격 성적은 뒤의 세 타자보다는 조금 떨어질지라도 지난 시즌 0.387의 높은 출루율과 19개의 홈런, 33개의 도루를 기록한 타자.
브레이브스의 톱 타자로서의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온 베테랑 타자였다.
그런 토미 가드너는 자신이 이 타석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이 알고 있는 타자였다.
‘이태준. 비슷한 유형을 찾아보기 힘든 피네스 피처. 로건 라이트처럼 던지면서 95마일의 강속구를 던지고, 수준급을 너클볼까지 던지는 기상천외한 투수.’
상대는 오늘 메이저리그 무대에 첫발을 들인 선수였을 테지만, 토미 가드너는 그를 조금도 얕보지 않았다.
‘첫 대결부터 그를 간파하는 것은 불가능. 그렇기에 일단, 이번 타석에서는 최대한 많은 투구 수를 끌어낸다. 그것으로 데이터를 도출한다.’
상대 투수, 이태준이 지닌 실력을 십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베테랑 톱 타자, 토미 가드너의 사고.
그는 이번 타석에 출루보다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끌어내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초구에는 타격의 의사가 조금도 없었다. 꽤 높은 확률로 스트라이크를 빼앗기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런 사고의 흐름 속에 태준이 와인드업 자세를 다잡았고, 그 동작에 맞춰 토미 가드너도 방망이를 쥔 그립을 더욱 꽉 조여 매고 테이크 백 자세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자세를 갖췄다.
슈우우우욱-!!!
그렇게 이어지는 이태준의 초구. 본디의 계획대로 토미 가드너는 그 공을 가만히 지켜봤다.
퍼어어엉-!!!
“스트라이크!”
예상했던 대로 그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뚫고 지나갔다. 거기까지는 상정했던 부분.
‘허, 이렇게 들어온다고···?’
하지만 그 공이 스트라이크 존의 복판을, 그것도 얼토당토 없는 구속과 구위의 포심패스트볼일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이봐! 토미! 뭐하는 거야! 저런 공을 그냥 눈뜨고 지켜보면 어떻게 해? 허수아비야?”
“토미의 최악의 레퍼토리가 나타났군! 초구는 멀뚱멀뚱 지켜보다가 괴상한 공을 타격해서 범타로 물러나기!”
덕분에 브레이브스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의 탄식이 관중석 너머로 들려오기 시작했고,
토미 가드너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의 뒤쪽, 홈 플레이트를 살짝 흘겼다.
‘하, 그래. 리암 쿠퍼. 이 늙은 여우. 이렇게 나오겠다는 건가?’
아마 방금의 공은 여기 앉아 있는 리암 쿠퍼가 토미 가드너, 자신의 계획을 간파하고서 던진 수였으리라.
당황할 수도 있을 상황이었지만, 토미 가드너는 조속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정도는 타석에서 숱하게 겪어왔던 일.
어느덧 메이저리그에서만 열한 번째 시즌을 맞이한 베테랑 타자 토미 가드너는 차분하게 태준이 던지는 두 번째 투구를 맞이하고자 했다.
물론 직전과는 조금 다른 스탠스로.
‘이태준의 성향, 그리고 리암 쿠퍼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저들은 두 번째 공도 언제든지 허를 찌르는 공을 던질 수 있는 이들. 슬슬 어느 정도의 대응이 필요한 때.’
공을 최대한 많이 본다는 계획에서는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만약 직전과 같은 존을 넓게 쓰지 않는 공을 던진다면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스탠스.
그런 스탠스를 취한 토미 가드너에게 던진 두 번째 공.
슈우우우웅-!!!
이번 역시 허를 찌르는 공.
퍼어엉-!!!
“스트라이크!!!”
어느 정도의 타격 의사를 보이려던 토미 가드너는 이번에도 그 공을 가만히 지켜만 봤다. 그리고 직전의 투구 때와는 달리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공이 지나간 자리를 훑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의 공은 토미 가드너는 물론 그 어떤 타자가 와도 예상할 수 없는 공일 테니까.
데이터에 기록된 적 없는 공,
하물며 야구 역사상 유사한 전례마저 찾아보기 힘든 상황.
‘언, 언더핸드···?’
여태까지, 하물며 방금까지 오버 핸드의 투구 폼으로 공을 던져온 투수가 갑자기 언더 핸드로 공을 던질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투수의 수가 과연 몇이나 될 수 있을까?
아쉽게도 토미 가드너에겐 그 정도의 감각과 재능은 없었다.
그렇게 선 채로 얼어 붙어버린 토미 가드너에게 리암 쿠퍼는 씨익 웃으며 말을 건넸다.
“애써 머리 굴릴 거 없어.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에겐 얄팍한 사고 같은 건 애초에 통할 일이 없을 테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엔 리암 쿠퍼의 그 말이 딱 맞았다.
팔각도를 가장 높은 곳에서 낮은 곳까지 조정이 가능한, 그런 정신 나간 공을 던지는 투수에겐 괜히 사고를 이어봐야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이니.
그리고 당혹함을 금할 수 없던 것은 비단 타석에 선 토미 가드너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대기 타석에서 이태준의 투구를 지켜보던 2번 타자 마테오 페르난데스를 비롯한 브레이브스 더그아웃의 모든 이가.
시티 필드의 관중석을 가득 메운 42000명의 관중들 모두가.
넘어서 TV, 태블릿 PC, 스마트폰 속 화면을 통해 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뭐, 뭐야? 언, 언더 핸드로 공을 던진다고?”
“오, 세상에···. 지금 내가 뭘 본 건지 제대로 설명해줄 사람 있어?”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
그 경이로운 투구의 곡예 앞에 누군가는 경악을 또 누군가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 속, 타석에 놓인 토미 가드너. 그에게 이태준이 선사하는 세 번째 투구.
그 공은 춤을 추듯 아래에서 위를 향해 마치 중력을 거스르듯 솟구쳤고,
부우웅-!!!
어떤 공이 들어올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그 사고를 포기한 토미 가드너는 그저 공이 움직이는 궤적에 맞춰 방망이를 돌렸다.
퍼어엉-!!!
하지만, 닿지 못했다. 솟구치다가 갑자기 밑으로 훅 떨어지는 궤적에 토미 가드너의 방망이는 맥없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것으로 울려 퍼졌다.
이태준의 메이저리그 첫 삼진 콜이.
그의 새로운 보금자리, 시티 필드에서.
이태준의 뉴욕 메츠의 투수로서 거둬들인 첫 결과.
그것은 3구 삼진이었다.
***
이태준이 게임의 선두 타자, 토미 가드너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낸 그 순간, 브레이브스의 더그아웃에서는 엄숙함이 감돌았다.
물론 그 엄숙함은 KBO에서 뛰다 온 하룻강아지에게 메이저리거들이 보여주는 느낌의 엄숙함이 아니었다.
“으음···.”
“허어···.”
“참···”
그저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참극에 무언가 형용할 말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던 것뿐.
그들은 분명 이태준이라는 투수를 높이 샀고, 이태준이라는 투수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하고 분석했다. 그것으로 나름의 타개책도 마련했었다.
하지만 방금 태준이 보인 그 투구는, 아니 곡예는 그들이 이태준을 꺾기 위해 준비한 모든 것들을 구깃구깃 구겨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초구에 보인 공은 초구를 지켜보고자 했던 토미 가드너의 생각을 간파하고 낚아낸, 미끼와도 같은 공이었다면,
두 번째로 던진 공은 가드를 바짝 올린 복서에게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로우 킥이 꽂혀 들어온 듯한 공.
그리고 세 번째로 던진 위닝 샷. 복판으로 치솟는 듯하다가 갑자기 스트라이크 존 밑으로 훅 꺼지는 체인지업.
그 공은 로우 킥을 맞고 당황해하는 복서에게 시간 차를 두고 있는 힘껏 또 한 번 내다 꽂은 로우 킥. 심지어 기술적으로도 완벽한, 복서의 로우 킥이 아닌 종합 격투기 선수의 로우 킥과도 같은 느낌의 공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끝내주는 실력을 갖춘 투수가 던지는 예측 불허의 투구, 그것은 1회 초, 브레이브스의 공격을 신속하게 휩쓸어갔다.
2번 타자, 마테오 페르난데스를 3구 삼진.
따악-!!!
“아웃!”
3번 타자, 알레산드로 모랄레스마저 단 2구 만에 내야에 갇힌 팝 플라이 아웃.
고작 8개의 투구만으로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
이태준의 시티 필드에서의 첫 이닝은 군더더기 하나 찾을 수 없는, 너무도 정갈한 형태로서 마무리 지어질 수 있었다.
“오! 이태준! 이게 에이스 투수인가!”
“오, 신이시여! 이태준은 분명 신이 우리 메츠의 우승을 위해 선사한 선물일 거야!”
그렇게 1이닝을 마치며 더그아웃으로 태준에게 뉴욕 메츠의 관중들은 기립 박수와 큰 함성으로 맞이했고, 태준은 그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그런 상황 속, 반대편의 더그아웃. 그런 이태준의 투구를 보며 입술을 잘근 깨무는 이가 있었다.
‘제기랄, 이태준···. 저 녀석 대체 뭐야? 뭐 하는 녀석이냐고!’
바로 오늘 경기, 이태준을 상대해야 하는 선발 투수, 키사라기 유타였으니,
마운드에 오르는 지금, 그는 이태준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을 체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츠의 타자들과의 승부.
따아악-!!!
「선두 타자, 하비에르 카스티요! 키사라기 유타의 체인지업을 받아쳤고 타구는 좌익수 앞으로 떨어집니다! 선두 타자 출루에 성공하는 뉴욕 메츠! 1회 초, 브레이브스의 공격과는 다른 양상으로 시작됩니다!」
그 첫 승부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흐름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