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33)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33화(133/210)
133화. 나만이 할 수 있는 야구 (2)
타자와 선발 투수는 기본적인 루틴부터 확연하게 다르다.
선발 투수는 악천후로 인한 경기 지연이 없는 한 다섯 경기에 한 경기를 출전한다. 따라서 한 시즌에 약 130경기가량을 출전하지 않고 더그아웃에서 동료의 경기를 지켜보고 그 시간을 온전히 회복의 시간으로써 활용한다.
하지만, 타자는 다르다. 불의의 부상이 없는 한 시즌의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그리고 팀의 중심 타자라면 더욱이 많은 기회를 부여받는다.
즉, 시즌 중에는 휴식을 거의 보장받지 못한다.
그 이유야 명확했다. 선발 투수는 많은 경기를 나오면 그만큼 신체에 부하가 걸릴 테지만, 타자는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휴식 없이 경기를 치르더라도 투수만큼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
그런 상황 속, 태준은 선발 투수면서 동시에 팀의 중심 타자였다. 지난 WBC에서의 좋은 성과와 팀 내 전력분석원과 코칭 스태프의 좋은 평가가 어우러지며 주전 지명 타자 역할을 맡아 팀의 4번 타자로 출전했다.
‘다시 말해, 과거보다 신경 쓸 게 훨씬 많아졌고,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훨씬 무거워졌다는 것.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야구에 접근해야 한다.’
불과 작년, 시스템을 처음 얻고서 몇 달간까지만 하더라도 오로지 상대해야 하는 타자들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마운드에서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을지만 생각하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모든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설 때만큼의 집중이 필요했다.
타자로서 상대해야 하는 투수들도 그만큼 의식해야 했고,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지금의 내 위치를 냉정하게 돌이켜볼 때. 지금 내가 타자로 받는 기회는 온전한 기회가 아니다. 결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잃게 될 그런 기회.’
WBC에서의 빼어난 활약, 키사라기 유타를 상대로 데뷔 타석에서 때려낸 강렬한 만루 홈런. 그 덕택에 받는 기대가 더욱이 커진 것은 맞지만, 그것은 아직 당장 1달만 부진하더라도 금세 사라질 모래 위의 누각이었으니까.
‘타석에서도 마운드에서처럼. 내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내 야구를 증명한다.’
앞으로도 계속 믿음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들어선 타석.
태준은 가장 먼저 자신에게 놓인 상황을 분석했다.
‘앤드루 라미레스. 메이저리그에서만 2200이닝에 163승을 거둔 베테랑 중의 베테랑 투수. 전성기 시절엔 100마일 가까이 기록되던 강속구와 슬라이더와 커브 볼의 쓰리 피치였다면, 구속이 떨어진 지금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타자에게 심리전을 요구하는 유형의 투수.’
먼저 상대하는 투수의 기본적인 유형과 성향. 오늘 브레이브스의 마운드를 지켜주고 있는 투수는 앤드루 라미레스.
=지난 시즌 28게임 182.1이닝 3.26의 평균자책점과 12승 9패를 기록한, 스트라이크 존을 넓고 섬세하게 활용하는 기교파 투수였다.
‘원 아웃에 주자는 1, 3루. 투수에게 압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겠지만, 앤드루 라미레스는 상황을 크게 타지 않는 유형의 투수. 상황보다는 상대하는 타자에 초점을 맞춰서 공을 던지는 투수다.’
그렇기에 생각할 수 있어야 했다. 과연 그 투수가 자신을 어떤 타자로 규정하고 있을까. 태준은 그 투수가 셋 포지션 자세를 취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사고했다.
슈우우웅-!!!
그런 상황 속, 앤드루 라미레스의 선택은 가운데로 들어오는 듯하다가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스위퍼.
주자 1, 3루에 방망이의 그립을 길게 잡은 신인 타자가 쉽게 유혹될 수 있는 구질.
퍼어엉-!!!
“볼!”
하지만 태준의 방망이는 장전 동작까지만 이어지고서 그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퍼어엉-!!!
“볼!”
이윽고 이어지는 제2구는 몸쪽으로 들어오다가 갑자기 밑으로 훅 떨어지는 체인지업.
퍼어엉-!!!
“볼!”
이어서 들어오는 제3구는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포심패스트볼.
모든 구질이 유인구였고, 태준의 방망이는 그것을 따라가지 않았다.
볼 카운트는 3볼 0스트라이크.
나름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서 적절히 꽂히는 세 번의 유인구에 전부 방망이가 따라 나오지 않자 그 순간만큼은 앤드루 라미레스의 포커페이스가 살짝 흔들렸다.
“퉷-!”
살짝 표정을 찡그린 채 마운드에서 침을 찍 뱉었다. 그리고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조금 더 많이 가로저었다.
‘앤드루 라미레스 정도 되는 투수라면 당연히 자신의 공에 자긍심과 믿음이 있다. 그리고 상대하는 타자는 경력과 데이터가 불충분한 신인 타자.’
그 모든 것들을 통찰한다. 그리고 초인적인 동체 시력으로 투수가 던지는 공을 쫓는다.
퍼어엉-!!!
“볼!”
그리고 투수가 원하는 승부를 굳이 따라가 주지 않는다. 그럴 필요는 없을 테니까.
“베이스 온 볼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태준, 본인이 추구해야 할 야구는 무엇인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상대방의 심리를 읽고 그것에 맞춘 최선의 전략으로 임하는 것. 그것만큼은 마운드에서나 타석에서나 변함없어야 한다. 그게 내 야구다.’
답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괜히 급한 마음에 굳이 다른 길을 찾을 필요는 없다.
결과는 스트레이트 볼넷.
태준은 보호대를 벗고 방망이를 배트 보이에게 전달하고서 1루로 걸어 들어갔다.
***
“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침착하게 승부를 볼 줄 아네요.”
방금 태준과 앤드루 라미레스의 승부를 지켜본 뉴욕 메츠의 타격 코치, 후안 소토의 한 마디였다.
“방금 앤드루 라미레스의 유인구는 기껏해야 존에서 공 1~2개 정도 빠지는 수준. 전부 그의 의도대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방금 이태준은 그 공 4개를 전부 참아냈습니다. 마냥 기다린 것도 아닙니다. 분명 라미레스가 공을 던질 때 어깨가 닫혀 있던 것으로 봐선 타격 의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유인구에 속지 않고 참아낸 겁니다. 저게 가능한 타자는 우리 팀에선 기껏해야 데이비스와 포스터 둘 정도일 겁니다. 아니지, 그 둘에게도 저 정도까지의 침착함은 요구하기 어려울 거에요.”
유인구에 쉽게 속아주지 않는 타자. 존을 살살 벗어나는 공에 방망이를 참을 줄 아는 타자에게 투수는 아무래도 스트라이크 존을 좁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은 투수에겐 크나큰 압박.
“소토. 마치 선수 시절의 당신처럼?”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현 뉴욕 메츠의 타격 코치인 후안 소토였다. 그 또한 선수 시절 방금의 태준처럼 유인구에 거의 속지 않는 타자였고, 리그에서 독보적인 선구안을 가진 타자였었다.
“하하하, 네, 마치 제 현역 시절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소싯적의 자네처럼 칠 수 있는 타자라면, 감독으로서는 사랑할 수밖에 없지. 계산이 확실하게 서는 타자라는 말이니까.”
‘후안 소토가 휘두르지 않는 공은 볼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의 선구안을 지녔던 타자 후안 소토. 이따금 부침을 겪는 순간이 오더라도 ‘눈’ 하나만큼은 흔들린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의 태준에게서 그 타자의 향수를 느껴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감독님의 의도대로 타선의 짜임새가 완성된 것 같네요.”
그런 태준을 향한 계산이 조금씩 확립되어 갈수록 메츠의 타선이 갖는 짜임새는 더욱 촘촘해지고 무게감은 묵직해져 갔다.
올해 태준이 합류하기 전, 뉴욕 메츠의 타선의 핵심은 총 네 명.
하비에르 카스티요 (좌).
제이크 데이비스 (우).
올리버 포스터 (우).
카를로스 페레즈 (우).
하비에르 카스티요를 제외하면 모두 우타자인 상황에서 좌타자인 태준이 그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면, 조금 더 유기적인 타선의 구성이 가능해진다.
거기에 이태준의 플레이 스타일도 타선의 짜임새가 높아지는 데 한몫 거들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팀 중심 타자들은 침착한 승부보다는 배드볼 히터 성향에 더 가까운 타자들이 더 많아. 카스티요도 그렇고 페레즈도 그렇고. 포스터는 눈야구도 되는 완전체 타자라고 봐야 하지만 승부를 꽤 적극적으로 가져가는 타자고. 거기서 완전히 상반된 유형의 타자 한 명 섞이는 것만으로도 투수는 까다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지. 상대하는 타자별로 투구의 리듬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는 투수는 없으니까.”
이태준의 타자로서의 플레이 스타일은 뉴욕 메츠에게 가장 필요했던 유형.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유형이었다.
감독 이찬열이 바라고 구상했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아들 이태준의 활약으로서 더욱이 선명해질 수 있었다.
“그렇죠, 그렇게 계속 중간중간 불규칙하게 리듬이 섞이는 것만으로도 투수가 느끼는 압박과 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테니까요.”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만, 162경기에 달하는 페넌트 레이스를 확실하게 정복하기 위해선 결국 타선의 힘은 필수불가결로 따라와야 한다.
“지금이 딱 그럴 타이밍이네요. 방금의 볼넷. 투수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볼넷이었으니까요.”
또한, 야구는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아무리 실력이 빼어난 타자라 할지라도 1번부터 9번까지 전부 타석에 설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타자들의 배치로 최대한의 시너지를 뽑아낼 수 있어야 했으니,
따아악-!!!
지금의 메츠는 그것이 가능했다. 이태준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고, 메츠의 타선은 어떤 투수를 상대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상태였다.
「카를로스 페레즈의 타구가 우측 선상을 타고 깊숙이 흘러나갑니다! 3루 주자 홈으로! 2루 주자 홈으로! 1루 주자! 1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오면서! 싹쓸이 2루타! 스코어는 3 대 0! 어제는 이태준이었다면 오늘은 페레즈가 해냅니다! 이틀 연속 다량 득점에 성공하는 뉴욕 메츠! 시티 필드의 열기가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더 이상 승부를 피할 수 없었던 앤드루 라미레스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카를로스 페레즈는 있는 힘껏 잡아 돌렸고, 그렇게 세 명의 주자가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Go Mets! Amazing Mets!”
메츠의 팬들은 선수를 향해 격렬한 응원을 보내주었다.
이는 상대는 지난 시즌 페넌트 레이스가 종료되는 10월까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놓고 경쟁했던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 팀을 상대로 가히 압도하는 메츠 선수들을 향한 응당한 대우.
그리고 선수들도 그런 메츠 팬들의 화끈한 응원에 화끈하게 응답했다.
이태준의 완봉승과 끝내주는 만루 홈런에 힘입어 9 대 0으로 승리를 거둔 1차전에 이어서 2차전까지 7 대 3의 쾌승(快勝).
2041시즌의 뉴욕 메츠는 분명 심상치 않았다.
***
사람들은 말한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 새로운 스타는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이라고. 그런 점에서 태준은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환영을 받는 선수였다.
그런 선수에게 기자들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티 필드, 뉴욕 메츠의 라커룸. 그 앞에서 태준은 자신을 찾아온 많은 기자 앞에 섰다.
이윽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태준 선수, 오늘도 볼넷 2개에 2루타 1개. 어제 경기에 이어서 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계산이 서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기자들의 질문에 팬들이 원할 말들을 꺼낸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인터뷰 자리의 마지막 질문.
“이태준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요, 이태준 선수의 이번 시즌의 다짐 한 번 듣고 가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루키, 이태준의 다짐은 무엇인가. 이태준은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전 잠시 숨을 골랐고, 그 순간 모든 기자는 태준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태준을 입을 열었다.
“투 웨이 플레이어로서 누구도 오르지 못한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습니다. 그게 이번 시즌, 제 목표입니다.”
그 한 마디에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번져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