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3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39화(139/210)
139화. 메이저리그의 원더스 (5)
구속은 투수의 전부는 아니다.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사례가 있었고, 당장 태준의 뒤편을 떠다니는 로건 라이트도 그 명제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한 사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로건 라이트는 줄곧 주장해왔다.
[강속구는 투수에게 있어서 최고의 축복이야.]강속구는 투수에겐 축복이자 투수가 지닐 수 있는 최고의 무기라고.
그 이유는 세이버메트릭스나 온갖 이론 같은 것을 굳이 따질 것도 없다.
빠른 공은 치기 어려우니까.
분당 회전수가 얼마나 많이 나오고, 수직 무브먼트가 얼마나 높게 잡히고,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홈 플레이트로부터 얼마나 가깝게 형성되고 등등. 공의 위력을 나타내는 수많은 요건이 있겠지만, 결국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요건은 ‘빠른’ 구속.
오랜 야구의 역사 속에 수많은 구종이 연구되었고, 과거보다 강하게 휘는 슬라이더, 스위퍼를 던지고 오프 스피드를 구사하는 것이 최소한의 미덕이 된 지금도 여전히 강속구는 투수가 지니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고,
투수들은 빠른 공, 더 빠른 공, 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투구 폼을 끊임없이 연마하는 이유가 바르고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단순히 세이버메트릭스뿐만 아니라 온갖 트래킹 시스템을 통해 수많은 것들을 분석하고 그것에 맞는 대응을 마련할 수 있는 시대에 ‘빠른 공’ 만큼은 그러한 분석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으니까.
퍼어엉-!!!
“스트라이크!!!”
그리고 태준은 그 분석의 영역에서 벗어난 무기를 또 한 번 꺼내 들었다.
1회가 아닌 7회에.
또한, 그것은 증명이기도 했다.
이태준이라는 선수는 초월적인 스태미너를 갖춘 투수라는 사실을.
이태준은 뛰어난 투수다.
이 명제는 이미 수없이 증명했고, 이제는 그 어떤 사람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명제 앞에는 수식어가 하나 따라온다.
‘건강한’ 이태준은 뛰어난 투수다.
그 수식어는 이태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통용된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즉, 최대한 부상 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여태 그 누구도 없었다. 투타를 겸업하는 선수가 4일 휴식의 선발 투수 루틴을 지켜내는 선수는.
그것은 오타니 쇼헤이도 마찬가지. 그 역시 선발 투수로 한 번 등판하면 최소 6일에서 길게는 8일까지도 휴식을 취한 뒤에야 마운드를 올랐으니까.
그렇게 해야만 마운드 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 테니까,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투 웨이 플레이어의 4일 휴식 루틴은 미지의 영역이자 불가능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마치 오타니 쇼헤이가 처음 시도하기 전의 투타 겸업처럼.
하지만 태준은 그것이 가능한 일임을 온 천하에 증명했다.
97마일의 강속구와 함께.
97마일.
물론, 그것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의 수는 제법 된다. 그것보다 10마일가량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있다. 하지만, 이태준이 던지는 97마일은 느낌이 달랐다.
‘젠장, 아직도 97마일을 던진다고···.’
7회 말의 선두 타자였던 필리스의 3번 타자, 빅터 로사리오.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을 확인한 그는 등줄기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보통의 투수가 구사하는 97마일의 속구는 눈엣가시 정도는 될 수 있어도 공략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당장 빅터 로사리오는 다른 리그의 어떤 투수가 던지는 106마일의 속구에도 2루타를 때려낸 적 있는 타자. 강속구에 약한 타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빅터 로사리오가 이 승부에서 긴장감을 느끼는 이유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이태준이었기에. 동시에 1회와 4회에 무력하게 당해야만 했던 자신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태준, 저 녀석의 투구 유형 특성상, 오프 스피드를 완전히 배제한 채 타격하면 그 공은 칠 수 없다. 구별하기엔 디셉션이 정교하고 구속의 편차도 크니까.’
이태준은 그냥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었다. 이태준이 구사하는 체인지업과 커브볼. 속구의 구속은 날이 갈수록 치솟아가는데 오프 스피드 계열 구종의 구속은 과거와 거의 변함이 없었다.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은 95마일을 웃돌지만, 체인지업의 구속은 75마일을 밑돌았다. 무려 20마일 이상의 간극.
그것은 태준의 강속구의 위력을 더욱이 극대화했다.
퍼어엉-!!!
‘······!’
신경 써야 할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좌타자인 빅터 로사리오의 시야에서 이태준이 구사하는 사이드암의 투구 폼은 릴리스 포인트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을뿐더러.
“스트라이크!”
몸쪽으로 들어오다 스트라이크 존 안팎으로 꽂히는 프론트 도어 슬라이더는 처음 맞이하는 입장에선 속된 말로 답이 없었다.
‘이런 공이 스트라이크···.’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진다. 눈앞의 투수에겐 그 어떤 전력 분석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사고가 길어질수록 불리해지는 건 오히려 타자 쪽이었다.
그렇기에 바랄 수 있던 건 이태준의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 타자를 겸업하는 선수가 고작 4일을 휴식하고서 마운드에 오른 셈이기에 투구 수가 쌓이면 공의 위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하지만 그 기대는 무너져 내렸다.
경기는 이제 후반부에 접어들었지만, 태준이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공의 위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으니까.
타석에 선 타자, 빅터 로사리오는 물론 대기 타석의 타자들도 더그아웃의 타자들도 코치와 감독 모두 표정이 점점 굳어갈 수밖에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런 상황 속, 빅터 로사리오가 사이드암 폼의 몸쪽 낮은 코스의 투심패스트볼에 방망이를 헛돌렸을 때.
[93.4mile/h]옆구리에서 뿜어져 나온 그 공마저 93.4마일의 구속이 기록된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제기랄, 저 녀석은 지치지도 않나···.”
필리스 선수들의 낯빛에는 조금씩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
오늘 경기 필리스의 선발 투수, 에드가 곤살레스. 그 역시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그 또한, 7회에 이태준과 같은 97마일의 포심패스트볼을 꽂을 수 있었고, 7회까지 무려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메츠의 강타선을 힘으로 묶어냈다.
성적은 7이닝 1실점 10K 투구 수 98구.
만약 평소의 상황이었더라면 그날의 투구를 흡족해하며 다가올 승리를 만끽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투수 코치와 상의 후 마운드를 다음 투수에게 넘겨준 그의 낯빛에선 그 어떤 홀가분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허탈감. 씁쓸함. 억울함.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듯한 표정.
그 이유는 타석에 올라 서 있는 저 타자,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방금까지 마운드 위에 있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자마자 타석에 올라선 아시아의 타자, 이태준 때문이었다.
투수의 적은 타자. 투수는 상대 선발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던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상대하는 타자를 어떻게 잡아낼지만 생각해야 한다.
에드가 곤살레스도 그렇게 생각하는 선수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기는 그 생각을 흔들리게 했다.
오늘 자신이 던진 공은 최선이었다. 이것보다 잘 던지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소위 일컬어지는 ‘긁히는 날’.
하지만 그런 긁히는 날이었음에도 아주 역력한 실력의 차이를 느꼈다.
에드가 곤살레스도 나름 메이저리그 한 팀의 에이스 투수고,
수많은 에이스 투수와 겨뤄서 져 본 적보다 이긴 적이 압도적으로 많은 투수였다.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드높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추락의 충격은 더욱이 컸다.
이태준은 투수로서 자신보다 몇 수는 높은 레벨의 투수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투수는 오늘 자신과 세 번의 승부에서 두 번의 안타를 때려냈고, 그 두 번의 안타 중 하나는 홈런이었다.
심지어 안타를 때려낸 공은 에드가 곤살레스가 가장 자신 있는 구종, 높은 구속과 높은 분당 회전수가 기록되는 포심패스트볼.
뒤의 타자가 올리버 포스터이기에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
이겨야 했던 상대를 이기지 못했고.
『<8회 초> 뉴욕 메츠 1 : 0 필라델피아 필리스』
그 결과는 전광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에드가 곤살레스는 이태준에게 완벽하게 패했다.
***
“물이 완전히 올랐네.”
이태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이찬열 감독이 내린 짧은 한마디.
트레이닝 코치와 투수 코치와의 대화, 그리고 태준과의 대화를 통해 결정했던 4일 휴식 루틴.
걱정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태준이 마운드 위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런 이찬열 감독의 걱정을 완벽히 지워버렸다.
그것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7회 말의 투구.
3번 타자 빅터 로사리오부터 시작되는 타선. 조금은 부담될 수 있을 법한 그러한 상황. 하지만 태준의 투구엔 거침이 없었다.
초구부터 시속 97마일의 포심패스트볼을 꽂아 넣으며 기선 제압에 완벽히 성공한 태준은 이어서 사이드암 스로 투구 폼으로 빅터 로사리오를 철저히 농락하듯 삼진을 잡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4번 타자, 우타자인 앙헬 로메로와의 승부.
커브볼에 다소 약점을 보이는 그 투수를 상대로는 직전과는 또 완전히 다른 유형의 볼 배합, 마치 ‘여우’ 톰 글래빈을 연상케 하는 듯한 집요할 정도의 바깥쪽 코스의 오프 스피드 위주의 승부로 삼진을 잡아냈다.
그리고 5번 타자, 에스테반 오르테가. 지난 시즌 28개의 홈런을 때려낸 극단적인 풀 히팅 성향의 우타자. 1점 차의 상황 속 그런 타자에겐 몸쪽 승부를 펼치는 것 자체가 부담, 하물며 태준은 좌완 투수. 그 부담은 더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투수에게 태준은 과감하게 몸쪽 공을 던졌다. 그에게 던진 4개의 공 중 3개가 몸쪽 코스.
당연히 에스테반 오르테가는 자신이 선호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왔기에 반응을 보였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첫 번째 몸쪽 공은 낮은 코스로 체인지업에 헛스윙.
딱-!
두 번째 몸쪽 공은 높은 코스의 포심패스트볼. 타격하긴 했지만, 타구는 앞이 아닌 뒤로 뻗어나가며 파울.
퍼어엉-!!!
부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리고 세 번째 몸쪽 공도 직전과 같은 높은 코스의 속구. 하지만 힘에서 완전히 밀렸고, 그렇게 헛스윙. 에르테반 오르테가는 탄식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직전의 공과 같은 구종.
구속 차이는 고작 1마일 더 빨랐을 뿐이었지만, 확연하게 달랐던 팔의 스윙. 그것은 오르테가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아냈다.
KKK.
이태준은 그렇게 7회 말을 KKK로 마무리 지었고.
그 시점까지의 성적은 7이닝 무실점 2피안타 11K. 투구 수는 72구.
지난 경기에 이어서 무사사구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거기까지 진행됐을 때, 투수 코치, 라파엘 고메즈는 이찬열에게 이렇게 말했다.
“감독. 이태준으로 계속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이태준은 다른 투수들과 달리 섬세한 관리가 필요했다. 적당히 이닝이 채워지면 투구 수가 적더라도 관리 차원에서 마운드에서 내릴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방금까지의 투구를 봐버린 이상, 그런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끝까지 가야지.”
따라서 결정을 내렸다. 이태준. 그에게 오늘의 경기를 맡기겠다고.
라파엘 고메즈는 이찬열 감독과 짧은 대화를 끝낸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태준에게 투구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고.
태준의 대답은 길지 않았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공을 던질 수 있었으니까.
“오케이. 그러면,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던지고 와.”
그렇게 기회를 부여받았다.
자신의 메이저리그 두 번째 완투의 기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