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4화(14/210)
014화. 어제를 넘어 내일로 (2)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서울 드래곤스 2군의 라인업을 훑어봤다.
‘다 아는 얼굴들이네.’
그것도 너무 잘 아는 얼굴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지독하리만치 생생히 기억나는 얼굴들. 다만 익숙한 이름 하나가 빠져있었다.
‘정민혁은 결국 1군으로 올라갔구나.’
올해 입단한 20살의 천재 타자. 정민혁은 예상했던 대로 1군으로 올라가 있었다. 당연한 수순이기야 했다.
‘그야 실력이야 확실하니까. 싸가지는 더러워도.’
아무리 20살짜리 신인 선수라 할지라도 2군에서 타율이 4할에 육박하고 있었는데. 그런 타자가 2군에 계속 남아 있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정민혁과의 승부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공존했다.
‘지금의 내 수준으로 정민혁과의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할 수 있을까? 확답할 수 없다.’
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한다. 야구인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격언이자 진리.
그리고 정민혁은 타고난 재능이 원체 뛰어난, 야구를 잘하는 놈이었다. 단지 경험이 조금 부족할 뿐, 그가 가진 재능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이를 증명하듯 1군에 등록된 이후로도 3할 이상의 타율, 0.9 이상의 OPS를 기록하고 있었다.
‘자신의 명확한 존 안팎에서 직구, 변화구, 높은 볼, 낮은 볼 닥치는 대로 걷어낼 수 있는 감각적인 타자. 지금의 나와 같은 유형의 투수들에게 상성이 좋지 못한 타자다.’
냉정한 현실 인식. 지금의 나로서는 정민혁을 상대로 유리한 승부를 취할 수 없다. 정민혁뿐만 아니라 아마 다른 1군의 실력 있는 타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성을 막론하더라도 마찬가지. 그게 지금의 내 위치다.
‘물론 지금이 그렇다는 거지.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야구는 결국 잘 하는 놈이 잘 한다. 이는 진리. 하지만 이 명제에 지배당하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 역시 가만히 멈춰서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그들을 붙잡을 수도 앞지를 수도 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4]하던 대로 계속 나아가면 된다. 이제 나는 가파른 절벽에서 거대한 바위를 버티고 서 있는 시시포스가 아니니까.
서울 드래곤스와의 경기도 그 과정 중의 하나. 나는 오늘 경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제 내 투구를 할 차례였다.
***
“그간 내가 등판했던 모든 경기 중 가장 긴박한 상황.”
8회 말 1점 차로 앞서는 상황.
2사 주자 만루.
볼넷이 나오면 동점, 안타라도 내어주는 순간 그대로 역전. 내 등 뒤에는 곧바로 절벽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었다.
[왜 이제야 긴장이 좀 되나?]사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이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긴장이 되는 것이 맞다. 첫 마무리 등판을 불지옥 난도로 시작한 셈이니.
그런데 왜일까. 긴장감은 없었다. 외려 차갑게 식은 이지(理智)가 감각을 날 선 듯 날카롭게 벼려낸다.
“벼랑 끝에서 5년 정도 지내서 그런가? 익숙하네요.”
긴장감 따위는 스며들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고는 오로지 타자에게 집중된다. 사방이 고요히 잦아드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9번 타자 임기현. 26살. 데이터대로라면 몸쪽 직구에 약한 타자.’
일반적인 타자의 데이터. 나는 그 데이터를 무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하지만 절대로 데이터에 매몰되지 않는다.
‘타자의 노림수는 반드시 무게 중심이 놓여 있는 쪽이 존재한다. 그리고 임기현은 비교적 그것이 명징히 드러나는 타자. 그의 이전 타석을 떠올려 보자면··· 낮은 공에 반응을 보였다는 일관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데이터, 상대가 보이는 허점, 그리고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무기 모든 것을 빠르게 고려한다. 머릿속 수많은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 착착 맞춰지기 시작한다.
타앗-!
계산이 끝난 그 즉시 투구에 들어간다.
강한 스트라이드와 함께 공을 할 수 있는 최대한 포수와 가까운 곳까지 끌어당긴 후 손끝에 회전력을 감는다.
슈우우우욱-!!!
손끝을 떠난 공은 송정근의 미트를 향해 비행한다. 그 공의 코스가 스트라이크 존 안팎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타자의 방망이는 그 즉시 반응을 보인다.
부우웅-!!!
맹진하는 공, 회전하는 방망이.
따아악-!!!
이윽고 그것들은 한 지점에서 맞붙는다. 그리고 공은 제 자리에서 높이 솟구쳤다.
“마이! 마이!”
그리고 포수의 콜과 함께 홈 플레이트로 천천히 뛰어들며 결과를 기다렸다.
“하··· 씨발.”
그리고 타자는 외마디 침음성을 내뱉고서 1루로 향해 뛰어갔다.
퍼억-!
솟구쳤던 공은 그대로 포수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아웃!”
결과는 초구 포수 팝플라이 아웃. 2사 만루의 위기를 틀어막는 데엔 공 하나면 충분했다.
“그렇지! 태준이 나이스!”
“잘 막았다! 나이스!”
그리고 불끈 쥔 주먹을 내지르며 환호하는 동료들이 있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간다. 패자는 구태여 거들떠보지 않았다.
9회 말. 그 이닝까지가 나의 임무. 그리고 타선은 1번, 상위 타선부터 시작된다. 어쩌면 까다롭게 여길 수도 있을 그 승부. 하지만 긴장감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너희들 생각하는 수준이야. 거기서 거기일 테니.’
드래곤스 2군 타자들에게 질 자신?
그런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
[134.4Km/h]스피드 건에 측정된 구속은 고작 134.4Km/h. 커브도 체인지업도 아닌 포심패스트볼의 구속.
그렇다고 해서 제구가 정교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 복판에서 살짝 몸쪽, 높은 코스.
하지만 임기현은 그 공의 밑동을 건드렸고 타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위로 솟구쳤다.
“씨발··· 복판으로 들어오는 똥볼에 그걸···.”
아무리 노리던 공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정도 공이었으면 중심에 맞출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렇게 절호의 역전 기회는 물 건너 가버렸다.
타자 임기현은 그저 속으로 외마디 욕설을 삼켜야만 했다.
“저 새끼 저거··· 자신 있다더만 뭐 하는 거야?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134짜리 직구를 놓치기나 하고. 쯧.”
드래곤스 2군 감독 김기철은 그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이는 다른 드래곤스의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븅신. 꼴값을 떨더니 잘하는 짓이다.’
“어떻게 그 공을 못 치냐? 난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35Km/h를 채 못 넘기는 데다가 던질 줄 아는 변화구라고는 체인지업 하나뿐. 제구력은 봐줄 만한 수준이었지만 구속이 워낙에 느린 탓에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 투수. 드래곤스의 타자들이 바라보는 이태준은 그러한 투수였으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9회 말, 여전히 2 대 1로 원더스가 리드 중인 상황에서 드래곤스의 마지막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선 서우철. 2군이지만 약 0.330의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교타자.
그리고 그 역시 나름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타자였다.
그는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태준을 흘긋 살폈다.
‘우리 태준 선배. 별거 없는 직구에 체인지업 정도 던질 아는 투수. 특별히 까다로운 투수는 아니지. 던지는 유형만 보면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 쪽으로 살살 꼬드겨 맞춰 잡는 느낌? 루상도 비어있겠다. 아마 초구부터 들어오진 않겠지. 아마 유인구를 던지지···.’
퍼어억-!!!
그때였다.
“스트라이크!”
‘··· 어?’
이태준이 초구로는 유인구를 던지리라 사고가 이어지던 중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를 유유히 뚫고 지나가는 느린 직구.
‘한가운데 직구···? 이태준··· 저 새끼가 돌았나?’
완벽하게 허를 찔리며 시작했다. 서우철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리고 태준이 서 있는 곳을 노려봤다.
그때 이미 태준은 이미 투구 동작에 들어가 있었다. 직전과 같은 템포, 같은 코스,
‘한가운데 직구···!’
그리고 같은 구종. 거기까지 사고가 진행됐을 때 서우철의 방망이는 저절로 움직였다.
똑같이 한복판으로 꽂히는 포심패스트볼을 제대로 걷어 올리고자 어퍼 스윙을 시작했다.
부웅-!
방망이와 공이 맞닿으려는 순간.
‘어?’
그 찰나의 순간. 타자는 결과를 직감했다.
퍼어억-!!!
“스트라이크!”
헛스윙. 서우철의 생각보다 이태준의 포심패스트볼은 높게 솟구쳤고, 그렇게 직전과 마찬가지로 한복판을 찌르는 느린 구속의 포심패스트볼에 또다시 당하고 말았던 것.
“타, 타임!”
당황한 서우철은 잠시 타임을 요청한 뒤 숨을 골랐다.
‘뭐, 뭐야 이건? 생각보다 구위가 좋잖아?’
이내 찾아드는 수치심. 서우철의 이성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금 타석에 섰다.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태준 저 녀석의 포심. 타점도 높고 구위도 좋다. 조금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만··· 볼 카운트를 생각해보면 유인구 하나 들어올 타이밍인데. 그런데 설마 또 직구···.’
타임 후, 마련된 잠깐의 시간. 꼬여버린 생각의 타래를 정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에이 씨발 그럴 리가.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구속이 저렇게 느린데 어떻게 또 복판에 꽂을 수 있겠어? 이번만큼은 진짜 유인구···.’
두 번은 안 하리라. 사람이라면 세 번은 절대로 안 하리라.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이성에는 그 통념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서 게임은 끝이었다.
부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최후의 최후까지 태준이 던진 공은 오로지 하나였다. 한가운데 직구.
태준은 2군에서 0.330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 서우철을 135Km/h 짜리 한가운데 직구 3개로 농락해냈다.
“에이 씨발!”
빠각-!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서우철은 순간 분을 이기지 못해 방망이를 바닥에 내려치며 쪼개버렸다.
“야! 서우철! 뭘 잘했다고 성질을 부리나?”
그 모습을 보다 못한 김기철 드래곤스 감독은 서우철에게 호통쳤다.
“그··· 죄, 죄송합니다!”
별안간 들려오는 불호령에 그제야 이성이 돌아온 서우철은 부랴부랴 방망이를 정리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김기철은 다시금 고개를 내저었다.
“한심한 새끼들. 대놓고 치라고 던져주는 공을 못 건드리면 어쩌자는 거야?”
오늘 태준의 투구는 너무도 간명했다. 한가운데 직구. 그냥 한가운데 직구도 아닌 평균 구속 135Km/h의 한가운데 직구.
하지만 그 공으로 만루의 위기를 틀어막았고, 9회 말의 선두 타자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상대 팀의 감독으로서 그저 어이가 빠질 따름이었다.
아무리 봐도 특별할 게 없었다.
붕-!
퍼어억-!!!
“스트라이크!”
그런데 그라운드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곤 타자가
맥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소리,
공이 포수의 미트 속으로 찰지게 박혀 드는 소리,
이어지는 심판의 우렁찬 스트라이크 콜.
그 뭣 같은 세 박자 리듬이 자신의 심기를 한껏 후벼 파고 있었다.
9회 말.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학살극.
그 승자가 누구인지는 구태여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
8회 말, 2사 만루의 상황에서 임기현을 상대로 포수 팝플라이 아웃.
그리고 9회 말,
선두 타자 서우철 3구 삼진,
그다음 타자 이윤종 4구 삼진,
그리고 이닝의 마지막 타자 문민호.
볼 카운트 노 볼 투 스트라이크. 나름 3번 타자에 2군 성적이 제법 나쁘지 않은 좌타자 문민호를 상대로도 어렵지 않게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문민호, 스탠스를 취할 때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 왼발 뒤꿈치를 까딱까딱 일정한 리듬으로 흔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횟수가 일곱, 여덟 번째에 다다랐을 때쯤.’
타앗-!
슈우우우욱-!
붕-!
‘타이밍이 어긋난다.’
가까이서 본 것이 아니라면 읽어내기 어려운 작은 습관까지 읽어내서 승부에 활용한다.
퍼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렇게 마지막 타자까지 삼진 처리.
KKK
9회 말은 그렇게 끝이 났다.
[심리전에 능한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태준의 승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령, 로건 라이트는 감탄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였다.
【경험치 + 21】
【타자를 3구 삼진으로 처리하였습니다!】
【3구 삼진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 10】
【축하합니다! 첫 세이브를 기록하셨습니다!】
【첫 세이브 특전이 주어집니다!】
【추가 경험치 + 100】
쏟아지기 시작하는 시스템의 메시지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이 상승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5로 올랐습니다!】
동시에 레벨도 한 단계 올라섰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5 달성 특전이 주어집니다!】
“오, 드디어···!”
그리고 시스템의 새로운 메시지가 반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