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4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44화(144/210)
144화. 끝내주는 봄 (4)
세상만사 모든 전문적인 일은 이론으로 틀을 갖춰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야구도 그러한 이치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심지어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더 고도화된 역학이 연구되었고, 그것으로 야구를 잘하는 방식 또한 더욱이 체계화되었다.
야구 선수를 꿈꾸는 수많은 이들이 더 빠른 공을 던지고 또 타구를 더 강하고 멀리 보내기 위해 체계화된 방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부단히 연마한다.
그러한 경향은 투수들의 평균 구속과 구위를 끌어올렸고, 타자들은 그런 투구를 상대로도 배럴 타구를 만들어내도록 만들었다.
전반적인 우상향은 꾸준히 진행되어왔고, 지금도 조금씩 조금씩 상향 평준화는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사람들은 답한다.
‘인생은 이론보다 실전이야.’
이론과 방식의 눈부신 발전은 야구의 수준을 한껏 드높였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론과 실전의 구분은 분명히 이뤄졌다.
가령 그런 것이다.
어떤 타자가 현대 야구에서 가장 정형화된 방식의 스윙을 익혔다고 한들 모두가 100마일의 속구를 때려낼 수는 없다.
또한, 어떻게 100마일의 속구를 대처할 수 있는지는 그 어떤 이도 방법을 정형화시킬 수는 없다.
그것은 감과 재능의 영역일 테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2m 7cm의 괴물 같은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는 이론과 정형화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것이 됐다면, 하비에르 카스티요 정도 되는 수준급의 교타자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일은 없을 테니까.
즉, 알아도 못 치는 공. 제이든 킹이 마운드로부터 뿜어내는 공은 그런 공이었다.
1회 초. 리그에서 가장 강한 상위 타선이라 불리는 메츠의 타선은 제이든 킹의 엄포 앞에 감히 1루를 밟을 수 없었다.
이태준과 올리버 포스터는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 수는 있었지만, 수비수의 글러브에 막히며 나아갈 수 없었다.
「역시 제이든 킹은 제이든 킹! 하비에르 카스티요, 이태준, 그리고 올리버 포스터로 이어지는 1회 초 메츠의 강타선을 삼자 범퇴로 막아내면서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역시 제이든 킹의 슬라이더는 볼 때마다 경이롭네요. 워낙에 키도 크고 팔도 길어서 횡적인 효과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데 구속과 구위, 그리고 제구까지 탄탄하게 받쳐주죠. 게다가 제이든 킹의 로우 쓰리 쿼터 투구 폼은 이론상 익스텐션을 가장 길게 가져갈 수 있는 투구 폼이거든요? 제이든 킹은 그 점을 정말 잘 살리는 투수입니다. 게다가 저 투수보다 릴리스 포인트가 전진하여 형성되는 투수는 없을 거예요. 또한, 그런 극단적으로 전진해서 형성되는 릴리스 포인트는 타자가 체감하는 구속을 상승시킬 테고요.」
2m가 넘어가는 신장과 거의 1m에 달하는 팔 길이는 무지막지한 스터프에 까다로운 디셉션까지 입히며 그를 투수의 왕으로 만들어주었다.
「사실 사람들이 제이든 킹을 샌디 쿠팩스 선수와 저의 후계자라고 많이 말씀을 주시는데, 사실 투구 스타일이 가장 비슷한 투수는 샌디 쿠팩스와 제가 아니라 빅 유닛, 랜디 존슨 선수일 겁니다. 만약, 랜디 존슨 선수의 전성기를 보지 못한 선수라면, 지금의 제이든 킹 선수를 보면 될 겁니다. 현역 시절의 랜디 존슨 선수가 딱 저런 모습이었거든요.」
한때 메이저리그를 휩쓸었던 대 약물 시대에 청정한 투수로서 마운드를 호령했던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
그를 떠올리게 했을 정도로.
이윽고 제이든 킹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 또 다른 괴물 같은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한 해설 데스크는 그 투수에 대한 언사도 생략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의 상대인 이태준. 이 투수도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과거 전설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투수죠. 별명부터가 ‘아시아의 로건 라이트’ 아니겠습니까?」
제이든 킹이 랜디 존슨을 떠올리게 하는 투수라면,
이태준은 로건 라이트를 떠올리게 하는 투수.
「네, 그렇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말이 딱 맞았었죠. 그런데 지금은 분명하게 로건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커쇼의 생각에 그것은 과거형이었다.
「지금의 이태준 선수는 로건 라이트에 그렉 매덕스를 합쳐놓은 다음, 이제는 랜디 존슨의 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메이저리그의 한 시절을 풍미했던 전설들의 이름을 나열하더라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투수.
그것이 커쇼가 보는 지금의 이태준이었다.
그야말로 예찬의 예찬.
그런 상황 속, 이태준이 마운드 위로 로진백을 툭 하고 떨어뜨렸고.
홈 플레이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윽고 공을 던지기 위해서 자세를 다잡았다.
***
이태준을 맞이하는 LA 다저스의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가볍지 않았다.
“제이든 킹이 나오는 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적어도 다저 스타디움에서만큼은 절대로 질 수 없다!”
나아가 그들은 다짐했다. 4월 한 달간 광폭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는 이태준에게 반드시 상처를 입히겠다는 각오.
자신들의 에이스 투수이자 LA 다저스의 전설이 되어가는 사내 제이든 킹을 반드시 승자로 만들어주리라는 각오.
당연하게도 그들은 그러한 각오를 숨길 생각이 없었다. 어제의 경기에서 패배했던 LA 다저스 선수들의 마음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고, 마운드를 넘어서 더그아웃까지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의 진한 전운.
LA 다저스의 선수들은 이태준을 상대로 겁내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LA 다저스는 명백한 강자였으니까.
오랜 기간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의 1위를 내려놓은 적이 없는 강자.
매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강자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무력을 믿고 무턱대고 이빨을 드러내는 맹수와 같은 유형의 강자는 아니었다.
그들이 갖는 진짜 강점은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나름의 확고한 방식을 세워 이길 줄 안다는 점에 있었다.
그런 상황 속, LA 다저스가 분석한 이태준이라는 선수.
제이든 킹이 알아도 못 치는 공을 던지는 투수라면, 태준은 그와는 조금 다른 유형의 투수.
애초에 분석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보자면, 제이든 킹은 속구와 슬라이더. 거기에 간간이 커브를 섞는 쓰리 피치 투수라면, 이태준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구종을 구사하는 투수였다.
그 가지 수는 너무 많았기에 예측 자체를 불허했고,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히기 전까지 타자는 이태준이 어떤 공을 던질지 알 수 없다.
작금의 메이저리그는 전력을 분석하는 것이 모든 것의 기본이 될 터인데, 이태준은 그런 분석조차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투수였다.
그렇기에 다저스의 타자들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매뉴얼을 설정한 뒤 타석에 들어설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다저스의 선두 타자, 윌리엄 패튼도 마찬가지였다.
윌리엄 패튼. 지난 시즌도 0.264로 그리 높지 않은 타율과 17개의 홈런 14개의 도루. 전반적으로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는 성적을 남긴 그 타자는 0.404의 높은 출루율로 강팀, 다저스의 선두 타자 역할을 하사받았다.
그런 윌리엄 패튼의 기본적인 타격 스타일은 눈으로 보이는 스탯으로도 유추할 수 있듯, 리그 최정상급의 선구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승부보다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최대한 가늠하고 침착하게 승부를 이어가는 타자.
배드볼 히터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유형의 타자였다.
하지만 그런 타자마저 이태준과의 승부에서는 평소의 방식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태준은 워낙의 컨트롤이 좋은 투수이기에 스트라이크 존 보더 라인에 걸치는 공을 그 어떤 투수보다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즉, 가만히 지켜만 보면 루킹 삼진을 내어주기 십상.’
평소와는 달리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넓게 쓰며 유인구에도 어느 정도 따라가는 자세를 취할 수 있어야 했다.
보통의 타자들은 자신의 확고한 매뉴얼을 상황에 맞춰 수정하는 것을 버거워한다. 자칫하다간 매커니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메이저리그고 윌리엄 패튼은 그런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 레벨의 타자. 명실상부 강팀인 LA 다저스의 1번 타자.
상황에 맞춘 스타일의 변주는 어느 때든 가능했다.
그것이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투수가 윌리엄 패튼을 상대할 때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였다.
다만 그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지금의 상대가 이태준, 그리고 리암 쿠퍼라는 것.
심리전의 영역은 그들의 놀이터와 다름이 없었다는 것.
퍼어엉-!!!
스트라이크 존을 평소보다 넓게 잡은 윌리엄 패튼에게 메츠의 배터리가 선사한 초구는 그의 허를 아주 날카롭게 찔러버렸으니.
“스트라이크!!!”
주심의 판정이 들리기 이전부터 그 공이 스트라이크임을 그 자리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이유인즉슨 코스는 스트라이크 존의 한복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다저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한껏 어수선해졌다.
“이태준이 실투를···?”
“젠장! 패튼!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그냥 날려 먹은 거야?”
이태준은 실투를 거의 던지지 않는 투수. 그것은 그간의 데이터를 통해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윌리엄 패튼도 그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당혹감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이건···. 실투가 아니다. 명백히 노리고 들어온 공.’
그 공이 실투가 아님. 너무도 날카로운 노림수였음을 느꼈으니까.
예컨대 이 공은 메츠의 배터리가 자신의 심리를 완전히 읽어냈다는 방증과도 같은 공.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쓰게 되면 시야는 자연스럽게 보더 라인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스트라이크 존 복판에 시야의 빈틈이 드러나게 된다.
다만 아무리 심리전을 읽어냈다고 한들 이곳은 메이저리그. 실투는 여지없이 담장 밖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괴물들이 지천에 들끓는 곳. 그런 무대에서 복판에 속구를 꽂아 넣는 건 어지간히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하, 0.30의 평균자책점은 운으로 만들어진 성적이 아니라는 건가···.’
그렇기에 더욱 집중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고 사냥당할 테니까.
다만, 그런 사고가 이어질수록 점점 벼랑 끝으로 몰려가는 쪽은 타자 윌리엄 패튼.
부우웅-!!!
제2구로 들어온 공은 존 밖으로 공 2개 정도는 나간 체인지업. 평소라면 충분히 참아낼 수 있을 그런 공에 윌리엄 패튼의 방망이는 맥없이 돌아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주심의 두 번째 스트라이크 콜이 선언된 그 순간, 윌리엄 패튼의 표정이 구겨졌다.
심리전에서 말리고 들어갔다는 사실과 볼 카운트가 어느덧 노볼 투스트라이크. 벼랑 끝으로 몰렸다는 사실.
두 사실이 그의 머릿속을 한층 더 복잡하게 꼬아놓았기 때문이었다.
심리전에서 완패. 그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젠장, 생각은 포기한다. 그냥, 어떻게든 눈으로 보고 치는 수밖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윌리엄 패튼이 꺼내는 최후의 카드는 궁여지책. 자신의 뛰어난 선구안을 믿고서 이태준이 던지는 공을 감각으로 대처하는 것.
어쩌면, 지금으로서 윌리엄 패튼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 중 가장 최선의 카드.
다만, 문제는 이태준의 공은 심리전을 차치하고서도 그냥 타격이 어려운 공이라는 것.
부우웅-!!!
그렇게 윌리엄 패튼의 방망이는 또 한 번 세차게 돌아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구 삼진.
이태준. 그가 적 선봉장의 목을 단 3 합으로 뎅겅 베어버리는 순간이었다.
***
선두 타자의 3구 삼진. 그것이 확정되는 순간, 다저 스타디움에는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만원 관중이 채워진 다저 스타디움에서 흐르는 적막은 보통의 선수들은 압도되어 버릴 것만 같은 묘한 엄숙함이 있었다.
다만, 이태준은 그런 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투수.
싸늘한 적막이 감도는 다저 스타디움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곤.
부우웅-!!!
타자의 방망이가 맥없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
퍼어엉-!!!
이윽고 공이 포수의 미트로 안착하는 소리.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타자의 패배를 확정하는 주심의 우렁찬 스트라이크 콜.
단지 그뿐이었다.
1회 초, 제이든 킹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메츠의 타자들을 제압했다면,
1회 말, 이태준은 문(文)과 무(武)가 완벽하게 합일을 이룬 경지로 다저스의 타자들을 완파했다.
파죽지세.
대나무가 단번에 쪼개지는 것과 같은 아주 맹렬한 기세.
부우웅-!!!
퍼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태준은 이닝의 세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것도 3구 삼진으로.
【무결점 이닝을 기록하셨습니다!】
【메이저리그 첫 무결점 이닝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 20000】
한 이닝 9구 3삼진.
무결점 이닝.
이태준의 다저 스타디움에서의 첫 이닝은 투수로서 이룩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로서 끝을 맺을 수 있었다.
[ New York Mets VS Los Angeles Dodgers]ㄴ오! 미친! 세상에! 다저 스타디움에서 무결점 이닝?
ㄴ제이든 킹 보고 이 게임 역시 어려운 건가···. 했는데 정말로 이태준이 한 수 위잖아?
ㄴ커쇼의 말은 정확했어! 이태준은 로건 라이트에 그렉 매덕스를 합쳐놓고 랜디 존슨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야!
ㄴ다저스 녀석들 제이든 킹으로 유세 떨던 거 너무 꼴 보기 싫었는데 이참에 제대로 꺾어주자고! 가자 이태준!